토요일 오후.거실 한가운데에 종이 상자 세 개가 놓였다.서연의 어머니가 옷장을 정리하다 꺼낸 것들이었다.유나의 작아진 옷, 더는 쓰지 않는 장난감, 읽지 않는 그림책.“이건 나눔센터 보내려고.”도윤이 상자 안을 내려다봤다.“다 버리는 건 아니죠?”“버리는 게 아니라 필요한 사람 주는 거지.”유나는 작은 원피스 하나를 들고 있었다.“이거 나 입었었어.”“응. 이제 작잖아.”“지아 줄까?”“사이즈 맞으면 물어보고.”그때 현관문이 열렸다.서미란이 들어오다 상자들을 보고 멈췄다.“이게 다 뭐예요?”서연의 어머니가 대답했다.“유나 안 쓰는 거 정리하는 중이에요.”서미란은 상자 속 옷을 하나 집어 들었다.아직 멀쩡한 원피스였다.“이걸 왜 정리해요?”“작아서 못 입어요.”“그럼 보관하면 되죠.”“왜요?”“유나 물건이잖아요.”서연의 어머니가 웃었다.“못 쓰는 걸 다 쌓아두고 어떻게 살아요.”서미란의 표정이 굳었다.“쌓아두자는 게 아니라 추억이니까.”“추억은 사진으로도 남아요.”“그건 다르죠.”유나는 두 할머니를 번갈아 봤다.서미란은 원피스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이건 내가 사준 건데.”그 말에 서연의 어머니 손이 멈췄다.“그래서요?”“처음 유나한테 사준 옷이에요.”도윤도 그제야 원피스를 알아봤다.친자 확인이 끝난 뒤 서미란이 조심스럽게 건넸던 옷이었다.서연의 어머니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럼 사돈이 가져가요.”서미란이 눈을 들었다.“제가요?”“간직하고 싶으면 갖고 있어야죠.”“그걸 제가 가져가는 것도 이상하잖아요.”“그럼 어떡해요.”“그냥 여기 두면 안 돼요?”“둘 데가 없어요.”서미란은 집 안을 둘러봤다.작은 집이었다.유나 방도, 도윤이 쓰는 방도 넉넉하지 않았다.잠시 뒤 서미란이 물었다.“수납장을 하나 더 들이면—”도윤과 서연이 동시에 말했다.“안 돼요.”서미란의 얼굴이 굳었다.서연이 한숨을 쉬었다.“어머니, 지난번에도 물건 늘리지 않기로 했잖아요.”“수납
Last Updated : 2026-10-0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