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톱스타 전남친에게 숨겨둔 아이를 들켰다: Chapter 141 - Chapter 150

165 Chapters

141화

토요일 오전.초인종이 울리자 유나가 현관으로 달려갔다.“할머니!”문이 열리자 서연의 어머니가 커다란 가방을 끌고 서 있었다.한 손에는 반찬통이 든 장바구니까지 들려 있었다.유나는 그대로 품에 안겼다.“할머니 왜 가방 가져왔어?”“유나랑 같이 있으려고 가져왔지.”“오늘 자고 가?”서연의 어머니가 웃으며 아이 머리를 쓰다듬었다.“오늘만 아니고 조금 오래.”그 말을 듣고 뒤따라 나온 도윤이 멈췄다.“오래요?”서연이 도윤을 흘겨봤다.“내가 말 안 했나?”“안 했는데.”“엄마 이제 여기서 지내기로 했어.”도윤은 서연과 장모를 번갈아 봤다.처음 듣는 이야기였다.서연의 어머니가 민망한 얼굴로 말했다.“내가 괜히 들어와서 불편하게 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아닙니다.”도윤의 대답은 빨랐다.“전혀 안 불편합니다.”서연이 옆에서 웃었다.“당신 방 줄까?”도윤의 표정이 굳었다.“내 방을 왜.”“엄마 방 필요하잖아.”“잠깐.”도윤이 집 안을 둘러봤다.서연 방.유나 방.그리고 자신이 쓰는 작은 방.끝이었다.“저는 어디서 자는데.”“소파?”서연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도윤은 서연을 빤히 봤다.“나 이제 겨우 방 생겼는데.”“농담이야.”서연의 어머니가 손을 내저었다.“나는 거실에서도 잘 수 있어.”이번에는 도윤이 더 놀랐다.“그건 안 됩니다.”“나는 괜찮아.”“제가 안 괜찮습니다.”도윤은 바로 휴대폰을 꺼냈다.서연이 불길한 얼굴로 쳐다봤다.“또 뭐 하게.”“침대.”“사지 마.”“어머님 주무실 데가 없잖아.”“접이식 침대 하나 있어.”“어디.”“창고.”도윤은 잠시 말이 없었다.“그걸 어머님한테 쓰라고?”서연의 어머니가 웃었다.“사위가 나보다 더 예민하네.”“그게 아니라—”“나 허리 멀쩡해.”“그래도 침대는 좋은 게—”서연이 그의 휴대폰을 뺏었다.“또 시작한다.”유나가 도윤 옷자락을 잡았다.“아빠.”“응.”“할머니 내 방에서 자면 돼.”“유나랑?”“응.”서연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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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화

다음 날 아침.도윤은 평소보다 일찍 눈을 떴다.주방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문을 열고 나오자 서연의 어머니가 이미 앞치마를 두른 채 국을 끓이고 있었다.“일어나셨어요?”“내가 깨웠나?”“아닙니다.”도윤은 냄비 안을 들여다봤다.미역국이었다.옆에는 계란말이와 멸치볶음, 김치가 놓여 있었다.“누구 생일이에요?”“생일 아니어도 미역국 먹어.”“아.”서연의 어머니가 그를 보고 웃었다.“사위는 아침 먹지?”“네.”“서연이는?”“촬영 없는 날에는 먹습니다.”“유나는?”“잘 먹어요.”“그럼 앉아. 금방 돼.”도윤은 자연스럽게 식탁에 앉으려다가 멈췄다.“제가 뭐 도울까요?”“없어.”“그릇이라도.”“됐어.”“수저는 제가 놓겠습니다.”서연의 어머니가 그를 한참 봤다.“가만히 있으면 몸이 근질근질해?”“조금요.”“그럼 수저 놔.”도윤은 금세 일어났다.그 모습을 보며 서연의 어머니가 피식 웃었다.“처음 봤을 때랑 많이 다르네.”도윤의 손이 잠시 멈췄다.“제가요?”“그때는 집에 들어와도 어디 손 하나 댈 사람처럼 안 보였거든.”도윤은 부정할 수 없었다.“많이 배웠습니다.”“누구한테?”방문이 열리며 유나가 나왔다.“나한테!”도윤이 웃었다.“쟤한테 제일 많이요.”유나는 잠옷 차림으로 식탁에 올라앉았다.“할머니, 배고파.”“세수부터.”“밥 먹고.”“안 돼.”유나가 바로 도윤을 봤다.“아빠.”도윤은 고개를 저었다.“할머니 말 들어.”“아빠는 맨날 어른 편이야.”“아빠도 어른이야.”“아닌데.”“왜.”“아빠 발레도 못하잖아.”서연의 어머니가 웃음을 터뜨렸다.도윤은 대꾸하지 못했다.그때 초인종이 울렸다.도윤은 시계를 봤다.아침 일곱 시 사십 분.“누구지?”문을 열자 서미란이 서 있었다.도윤의 얼굴이 굳었다.“어머니.”“왜 그렇게 놀라.”“이 시간에 어떻게.”“손녀 보러 왔지.”서미란 뒤에는 비서가 있었다.양손에는 상자가 들려 있었다.도윤은 벌써 불안해졌다.“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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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화

저녁 일곱 시.서미란은 정말 다시 왔다.이번에는 혼자가 아니었다.현관문이 열리자 기사와 직원 두 명이 커다란 상자를 들고 들어왔다.도윤은 거실에서 유나와 블록을 쌓다가 그대로 일어났다.“어머니.”“왜.”“저게 뭡니까?”서미란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침구.”도윤의 표정이 굳었다.“무슨 침구요?”“사돈어른 쓰실 거.”주방에 있던 서연의 어머니가 나왔다.“제 거요?”“네.”서미란이 상자를 열게 했다.호텔에서나 볼 법한 두꺼운 이불과 베개가 가지런히 들어 있었다.서연도 방에서 나오다 멈췄다.“이걸 왜 가져오셨어요?”“여기서 지내신다면서요.”서미란은 너무 당연하다는 얼굴이었다.“편하게 주무셔야죠.”서연의 어머니가 이불 끝을 한번 만져봤다.“좋은 거네요.”“마음에 드세요?”“좋기는 한데.”손이 떨어졌다.“나는 필요 없어요.”서미란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었다.“왜요?”“쓰던 이불 있어요.”“그건 오래됐잖아요.”그 말에 도윤이 눈을 감았다.서연도 바로 서미란을 봤다.서연의 어머니는 웃는 얼굴이었다.“오래됐어도 멀쩡해요.”“그래도 여기서 오래 지내실 거면—”“오래된 게 꼭 나쁜 건 아니죠.”분위기가 달라졌다.유나는 블록 하나를 손에 든 채 두 할머니를 번갈아 봤다.도윤이 조심스럽게 끼어들었다.“어머니.”두 사람이 동시에 대답했다.“왜.”도윤은 또 입을 다물었다.서연이 옆에서 작게 말했다.“누구.”“우리 어머니.”서미란이 도윤을 봤다.“내가 뭐 잘못했니?”“잘못이라기보다.”도윤은 말끝을 흐렸다.이사회에서는 불필요한 안건을 삼 분 만에 잘라내는 사람이었다.그런데 지금은 단어 하나 고르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먼저 물어보셨어야죠.”서미란의 얼굴이 굳었다.“좋은 거 해드리려고 한 건데.”서연의 어머니가 바로 말했다.“나도 알아요.”“그런데 왜 싫다고 하세요?”“싫다는 게 아니라 필요 없다는 거예요.”“필요 없는지는 써보고 판단하셔도 되잖아요.”서연의 어머니도 더는 웃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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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화

아침 일곱 시.도윤이 거실로 나오자 서연의 어머니는 이미 빨래를 개고 있었다.수건이 반듯하게 쌓여 있었고, 유나 옷은 따로 정리돼 있었다.“어머니, 그걸 왜 하세요.”“빨래니까 개지.”“그냥 두셔도 되는데.”“두면 누가 해.”도윤은 대답하려다 멈췄다.요즘은 자신도 빨래를 갰다.물론 수건 끝이 잘 안 맞는다고 서연에게 몇 번이나 다시 배웠지만.“제가 할게요.”“너 출근해야 하잖아.”“저녁에 하면 됩니다.”“됐어. 손도 얼마 안 가.”그때 현관문이 열렸다.어제 유나 방에서 함께 잤던 서미란이었다.아침 일찍 집에 들렀다가 옷을 갈아입고 다시 온 모양이었다.서미란은 거실에 쌓인 빨래를 보자마자 걸음을 멈췄다.“이걸 직접 하고 계셨어요?”서연의 어머니가 수건을 접으며 대답했다.“그럼 누가 해요.”서미란의 시선이 세탁실로 향했다.“도우미는요?”도윤의 얼굴이 굳었다.서연의 어머니도 손을 멈췄다.“무슨 도우미요?”“집안일 해주시는 분이요.”“없어요.”서미란은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이었다.“왜요?”도윤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저 질문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서연의 어머니가 수건을 내려놓았다.“왜냐고요?”“네.”“내 집 빨래를 내가 하는데 이유가 있어야 해요?”“그 뜻이 아니라.”서미란이 거실을 둘러봤다.“서연 씨도 촬영 때문에 바쁘고, 도윤이도 회사 일이 있는데 굳이 이렇게 힘들게 할 필요가 있나 싶어서요.”“힘들지 않아요.”“그래도 사람 한 명 쓰면 편하잖아요.”“나는 남이 내 살림 만지는 게 더 불편해요.”“익숙한 사람을 구하면 되죠.”“안 구해도 된다니까요.”두 사람의 말이 조금씩 빨라졌다.도윤은 슬그머니 주방 쪽으로 움직였다.서연이 방에서 나오다가 그걸 봤다.“어디 가.”“물.”“컵 들고 있잖아.”도윤은 손에 든 컵을 내려다봤다.이미 물이 반이나 차 있었다.“더 마시려고.”서연이 어이없다는 듯 쳐다봤다.“도망가지 마.”“안 가.”“지금 현관 쳐다봤어.”“출근 시간 확인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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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화

아침 아홉 시.서연의 어머니가 장바구니를 들고 현관으로 나왔다.유나가 소파에서 뛰어내렸다.“할머니 어디 가?”“시장.”“나도 갈래.”“옷부터 입어.”유나가 방으로 뛰어가자 도윤이 식탁에서 고개를 들었다.“뭐 사러 가세요?”“반찬거리 좀.”“필요한 거 말씀하시면 제가 주문할게요.”서연의 어머니가 신발을 신다 말고 그를 봤다.“또 시작하네.”도윤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서연이 커피를 마시며 웃었다.“당신 많이 참는다.”“물어본 것뿐이야.”“예전엔 이미 결제했지.”도윤은 대답하지 않았다.그때 초인종이 울렸다.문을 열자 서미란이 서 있었다.이제는 주말 아침 방문도 놀랍지 않았다.“다들 뭐 해?”서미란의 시선이 장바구니로 향했다.“어디 가세요?”“시장요.”“시장?”“네.”서미란은 잠시 생각했다.“뭐 필요하세요?”도윤이 눈을 감았다.똑같았다.서연이 입술을 깨물었다.서연의 어머니가 대답했다.“먹을 거 좀 사려고요.”“제가 보내드릴게요.”“뭘요?”“필요한 것들요.”“직접 보고 사야죠.”서미란은 이해하지 못한 얼굴이었다.“어차피 같은 건데요.”“안 같아요.”“어떤 게 다른데요?”“가서 보면 알아요.”둘의 시선이 맞닿았다.도윤은 벌써 불안했다.그런데 서연의 어머니가 뜻밖의 말을 했다.“같이 가실래요?”서미란이 눈을 깜빡였다.“제가요?”“네.”“시장에?”“시장 간다는데 다른 데를 왜 가요.”서미란은 잠시 말이 없었다.도윤이 조심스럽게 끼어들었다.“어머니는 시장 불편하실 텐데.”서미란이 바로 그를 봤다.“왜 내가 불편해.”“그게 아니라.”“너는 나를 뭘로 생각하니?”도윤은 또 잘못 말했다는 걸 깨달았다.“아닙니다.”“나도 갈게요.”서미란이 말했다.서연의 어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장바구니 하나 더 가져와요.”서미란의 표정이 굳었다.“제가 들어요?”“장 보러 가면 들어야죠.”서연이 결국 고개를 숙였다.도윤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웃겨?”“응.”잠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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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화

일요일 오전.서연의 어머니는 아침부터 주방을 차지하고 있었다.냄비에서는 갈비찜이 끓었고, 옆에서는 잡채가 식고 있었다.도윤은 냉장고 문을 열었다가 바로 닫았다.“어머니.”“왜.”“오늘 누구 와요?”“아무도 안 와.”“그런데 이걸 다 하세요?”서연의 어머니가 갈비찜 국물을 한 번 끼얹었다.“같이 먹으려고 하지.”“이게 그냥 같이 먹는 양은 아닌 것 같은데요.”“사돈도 오잖아.”도윤의 표정이 묘해졌다.“어머니가요?”“어제 오라고 했어.”도윤은 처음 듣는 얘기였다.“두 분이 언제 그런 약속까지 하셨어요?”“시장 갔다 오면서.”서연이 식탁에 앉아 커피를 마시다 웃었다.“당신만 몰랐네.”“왜 나한테 아무도 말을 안 해.”“당신 허락 받아야 해?”“그건 아닌데.”도윤은 괜히 냄비 뚜껑을 한번 봤다.요즘 자기 집에서 자기가 제일 늦게 소식을 아는 기분이었다.오전 열한 시가 조금 넘어 초인종이 울렸다.이번에는 서미란 혼자였다.도윤은 현관 너머를 확인했다.기사도 없고 직원도 없었다.양손도 비어 있었다.도윤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아무것도 안 가져오셨어요?”서미란의 눈썹이 올라갔다.“가져오지 말라며.”“제가요?”“사돈어른이.”뒤에서 서연의 어머니가 나왔다.“잘 오셨어요.”서미란이 신발을 벗으며 말했다.“정말 빈손으로 와도 되는 건지 모르겠네요.”“밥 먹으러 오는데 뭘 들고 와요.”“그래도 남의 집인데.”서연의 어머니가 피식 웃었다.“이제 맨날 오는 사람이 무슨 남이에요.”서미란이 잠시 멈췄다.도윤도 어머니 얼굴을 슬쩍 봤다.그런 말을 들을 거라고 예상하지 못한 표정이었다.“그럼 제가 뭐 도울까요?”서연의 어머니가 바로 대답했다.“아무것도 하지 마세요.”서미란의 표정이 굳었다.“왜요?”“어제 깻잎 씻는 것만 봐도.”“저 잘 씻었는데요.”“한 장 씻는 데 너무 오래 걸렸어요.”서연이 고개를 돌리고 웃었다.도윤은 입술을 깨물었다.서미란도 지지 않았다.“천천히 하면 더 깨끗하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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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화

수요일 오전 아홉 시 이십팔 분.초인종이 울렸다.도윤은 출근 준비를 하다 현관 쪽을 봤다.“설마.”문을 열자 예상대로 서미란이 서 있었다.“아홉 시 반이라고 하셨잖아요.”“아직 이 분 남았는데요.”“늦는 것보다 낫지.”도윤은 어머니 손을 봤다.오늘은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았다.“빈손으로 오셨네요.”서미란의 표정이 바로 굳었다.“가져오지 말라며.”“아니, 이제 적응하셨나 해서요.”“너 지금 나 놀리니?”“아닙니다.”주방에서 서연의 어머니 목소리가 들렸다.“사돈 왔어요?”“네.”“들어오세요. 갈비부터 손질하게.”서미란은 코트까지 벗으며 곧장 주방으로 향했다.도윤은 그 모습을 한참 바라봤다.서연이 뒤에서 물었다.“왜 안 가?”“회사 가기 싫어졌어.”“왜.”“구경하고 싶어.”“당신 회의 있다며.”“미룰까?”서연이 등을 밀었다.“가.”“갈비찜보다 중요한 회의는 별로 없는데.”“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고.”도윤은 결국 현관을 나섰다.그런데 엘리베이터가 오기 전 단체 채팅방을 하나 만들었다.우리 집서연.서연의 어머니.서미란.도윤.그리고 첫 메시지를 보냈다.-문제 생기면 여기로 연락하세요.서연에게 바로 답이 왔다.-당신이 제일 문제야. 출근해.도윤은 휴대폰을 넣었다.오전 열 시.주방 식탁 위에는 갈비와 양념 재료가 가득 놓였다.서미란은 앞치마를 두르고 휴대폰 메모장까지 켜놓은 상태였다.“간장 몇 밀리리터예요?”서연의 어머니가 갈비 핏물을 빼며 대답했다.“적당히.”서미란의 손이 멈췄다.“지난번에도 그렇게 말씀하셨어요.”“그럼 적당히 넣으면 되죠.”“적당히가 몇인데요?”“이 정도.”서연의 어머니가 국자로 간장을 떠 보였다.서미란의 미간이 좁아졌다.“그 국자가 몇 밀리리터죠?”“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계량컵 없어요?”“있긴 있는데.”“주세요.”서연의 어머니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갈비찜 한 번 하는데 뭘 그렇게까지 재요.”“그래야 다음에도 똑같이 만들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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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화

새벽 여섯 시가 조금 넘었다.서미란은 물을 마시러 나왔다가 주방 불이 켜져 있는 걸 봤다.서연의 어머니가 혼자 앉아 콩나물을 다듬고 있었다.“벌써 일어나셨어요?”“원래 이 시간에 일어나요.”서미란은 잠시 서 있다 맞은편에 앉았다.“도와드릴까요?”서연의 어머니가 손에 든 콩나물을 봤다.“할 줄 알아요?”“…배우면 되죠.”“요즘 자신감 붙었네.”서미란은 피식 웃었다.콩나물 한 줌을 받아 들었다.“이거 머리 떼요?”“다 떼지 말고 지저분한 것만.”“지저분한 기준은요?”서연의 어머니가 그녀를 빤히 봤다.“또 기준 찾네.”“알아야 하잖아요.”“보고 마음에 안 드는 거 떼요.”서미란은 콩나물을 한참 노려봤다.“이런 게 제일 어렵다니까요.”두 사람은 한동안 말없이 손을 움직였다.그러다 서미란이 먼저 입을 열었다.“서연 씨는 어릴 때 어땠어요?”서연의 어머니가 고개를 들었다.“갑자기?”“그냥 궁금해서요.”“말 안 듣고 고집 세고.”서미란이 웃었다.“지금이랑 비슷했네요.”“도윤이는요?”이번에는 서미란의 손이 멈췄다.“얌전했어요.”“어릴 때부터?”“네.”“말 잘 듣고?”“시키는 건 다 했어요.”서연의 어머니는 잠시 그녀를 봤다.“애가 너무 말 잘 들으면 그것도 걱정인데.”서미란의 표정이 아주 조금 굳었다.“왜요?”“애들은 원래 떼도 쓰고 사고도 치고 그래야죠.”“도윤이는 그런 게 없었어요.”“없었던 건지.”말끝이 잠깐 끊겼다.서미란이 시선을 들었다.서연의 어머니가 조심스럽게 덧붙였다.“못 했던 건지는 모르죠.”콩나물 다듬는 소리만 났다.서미란은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저도 압니다.”예상보다 담담한 대답이었다.“제가 애를 편하게 키운 건 아니라는 거.”“누가 뭐라고 했어요?”“제가 알아요.”서미란은 손에 든 콩나물 끝을 떼어냈다.“도윤이 어릴 때부터 일정이 있었어요. 학교, 외국어, 운동, 행사.”“애가 무슨 회사원이었네.”“그 집에서는 그게 당연했어요.”“사돈도 그렇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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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화

저녁 일곱 시.유나는 식탁에 앉자마자 갈비 한 점을 손으로 집었다.“유나야.”서미란의 목소리에 아이 손이 멈췄다.“젓가락으로 먹어야지.”유나는 갈비와 젓가락을 번갈아 봤다.“미끄러워.”“그래도 연습해야 해.”맞은편에 앉은 서연의 어머니가 말했다.“애가 먹기 편하면 손으로 먹어도 되죠.”서미란이 고개를 들었다.“이제 여섯 살인데 식사 예절은 배워야죠.”“갈비 하나 손으로 먹는 게 무슨 큰일이라고.”“어릴 때부터 습관이 되는 겁니다.”도윤은 국을 뜨던 손을 멈췄다.서연이 그걸 보고 작게 웃었다.“왜.”“벌써 불안해.”“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그래서 더 불안해.”유나는 두 할머니를 번갈아 보다 결국 갈비를 내려놓았다.“나 안 먹을래.”서연의 어머니가 바로 말했다.“왜 안 먹어. 먹어.”서미란도 말했다.“젓가락으로 먹으면 돼.”유나의 입술이 삐죽 나왔다.도윤은 결국 젓가락으로 갈비를 집어 살을 발라줬다.“자.”유나가 한입 먹었다.서미란이 도윤을 봤다.“언제까지 네가 다 해줄 거니?”도윤의 젓가락이 굳었다.이번에는 서연의 어머니가 맞받았다.“아빠가 딸 살 좀 발라주는 게 어때서요.”“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라, 혼자 할 수 있는 건 하게 둬야죠.”“밥 먹는데 무슨 훈련을 시켜요.”“훈련이 아니라 습관이죠.”도윤은 고개를 숙였다.서연이 팔꿈치로 그를 찔렀다.“당신이 말해.”“왜 또 나야.”“아빠잖아.”도윤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두 어머니의 시선이 동시에 꽂혔다.“저는…”유나도 쳐다봤다.도윤은 잠깐 고민하다 갈비를 유나 그릇에 하나 더 올렸다.“먹는 건 편하게 먹었으면 좋겠습니다.”서연의 어머니 표정이 밝아졌다.그런데 도윤은 바로 덧붙였다.“대신 젓가락은 조금씩 연습하고요.”이번에는 서미란의 입가가 올라갔다.서연이 피식 웃었다.“양쪽 다 잡았네.”“살려고.”도윤이 작게 대답했다.식사는 다시 시작됐다.평화는 삼 분 갔다.유나가 밥을 반쯤 남기자 서연의 어머니가 물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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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화

토요일 오후.거실 한가운데에 종이 상자 세 개가 놓였다.서연의 어머니가 옷장을 정리하다 꺼낸 것들이었다.유나의 작아진 옷, 더는 쓰지 않는 장난감, 읽지 않는 그림책.“이건 나눔센터 보내려고.”도윤이 상자 안을 내려다봤다.“다 버리는 건 아니죠?”“버리는 게 아니라 필요한 사람 주는 거지.”유나는 작은 원피스 하나를 들고 있었다.“이거 나 입었었어.”“응. 이제 작잖아.”“지아 줄까?”“사이즈 맞으면 물어보고.”그때 현관문이 열렸다.서미란이 들어오다 상자들을 보고 멈췄다.“이게 다 뭐예요?”서연의 어머니가 대답했다.“유나 안 쓰는 거 정리하는 중이에요.”서미란은 상자 속 옷을 하나 집어 들었다.아직 멀쩡한 원피스였다.“이걸 왜 정리해요?”“작아서 못 입어요.”“그럼 보관하면 되죠.”“왜요?”“유나 물건이잖아요.”서연의 어머니가 웃었다.“못 쓰는 걸 다 쌓아두고 어떻게 살아요.”서미란의 표정이 굳었다.“쌓아두자는 게 아니라 추억이니까.”“추억은 사진으로도 남아요.”“그건 다르죠.”유나는 두 할머니를 번갈아 봤다.서미란은 원피스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이건 내가 사준 건데.”그 말에 서연의 어머니 손이 멈췄다.“그래서요?”“처음 유나한테 사준 옷이에요.”도윤도 그제야 원피스를 알아봤다.친자 확인이 끝난 뒤 서미란이 조심스럽게 건넸던 옷이었다.서연의 어머니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럼 사돈이 가져가요.”서미란이 눈을 들었다.“제가요?”“간직하고 싶으면 갖고 있어야죠.”“그걸 제가 가져가는 것도 이상하잖아요.”“그럼 어떡해요.”“그냥 여기 두면 안 돼요?”“둘 데가 없어요.”서미란은 집 안을 둘러봤다.작은 집이었다.유나 방도, 도윤이 쓰는 방도 넉넉하지 않았다.잠시 뒤 서미란이 물었다.“수납장을 하나 더 들이면—”도윤과 서연이 동시에 말했다.“안 돼요.”서미란의 얼굴이 굳었다.서연이 한숨을 쉬었다.“어머니, 지난번에도 물건 늘리지 않기로 했잖아요.”“수납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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