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의 앞에 떠 있었다.탁해진 그의 눈동자에 젊은 시절의 내 모습이 비치는 것을 바라보았다."서라... 나를 데리러 온 것이냐..."그가 나직이 중얼거렸다.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다.그의 눈에서 생기가 서서히 빠져나가고, 힘없이 늘어진 손이 눈밭에 떨어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강도현이 죽었다.그는 끝없는 후회와 절망 속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었다.죽는 순간까지 눈을 감지 못했다.나는 비로소 홀가분해지는 것을 느꼈다.십 년 동안 내 영혼을 붙들고 있던 힘이 갑자기 사라졌다.드디어 나는 떠날 수 있다는 걸 알았다.강도현의 장례식은 소박하게 치러졌다.지민은 그의 유언을 따르지 않았다.그는 직접 내 유골함을 강도현의 관에서 꺼냈다.출상하는 날에도 지민은 황릉으로 향하지 않았다.그는 수수한 흰옷으로 갈아입고 내 유골함을 품에 안은 채 영남으로 향하는 마차에 올랐다.십 년이나 되었다.경성에 내리던 눈이 마침내 그쳤다.수레바퀴가 덜컹이며 굴러갔고, 사람을 집어삼키던 경성은 점점 멀어졌다.마차 안의 지민은 유골함을 살며시 쓰다듬었다."어머니, 우리 집으로 갑니다."그의 목소리는 아주 작았고, 안도한 듯한 울먹임이 묻어 있었다."그 옷은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습니다. 작아졌지만 그래도 버리지 않았습니다.""이제는 아무도 우리를 괴롭히지 못합니다."나는 마차 밖을 떠돌았다.점점 뒤로 물러나는 풍경을 바라보며, 가까워지는 남쪽을 바라보았다.‘영남의 겨울에는 눈이 내리지 않는다. 온 산을 뒤덮은 푸른 나무들만 있을 뿐이다.’‘그곳에는 아버지가 계시고, 낡았지만 따뜻했던 내 집이 있다.’‘잘 가, 지민아.’‘좋은 황제가 되어라. 네 아버지처럼 되지는 말고.’따스한 바람이 불어오자, 내 영혼은 마침내 수많은 빛으로 변해 흩어졌다.영남으로 향하는 바람 속으로 사라져 갔다.경성의 눈은 지난 그리움을 덮어 주고, 영남의 바람은 옛사람을 고향으로 돌려보냈다.이렇게 내 삶도 마침내 끝났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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