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연 15년, 섣달 초열흘.봉연국 도성, 건안후부 동북쪽 구석에 자리한 영매원.겉에서 보기에는 훌륭하게 지은 집이었다.푸른 벽돌과 붉은 기와, 화려하게 조각된 난간과 옥처럼 다듬은 섬돌까지 갖추고 있었다.하지만 안은 눈으로 만든 동굴처럼 싸늘했다.탁자 하나와 의자 하나, 궤짝 하나, 낡은 자수 침상 하나가 전부였다. 이 엄동설한에 화로조차 없었다.침상 위에는 삐쩍 마른 소녀가 누워 있었다.몸에는 얇고 낡은 솜이불 한 채만 덮여 있었다.소녀는 연신 기침을 해 댔고, 작은 얼굴은 비정상적으로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그런데 곁을 지키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또 한 번 거세게 기침한 뒤, 소녀의 속눈썹이 떨리더니 두 눈이 천천히 뜨였다.눈동자에는 아직 혼란스러운 기색이 남아 있었다.'내가 죽은 게 아니었나?'그녀는 똑똑히 기억했다. 약혼자 서진헌이 억지로 약을 먹인 뒤 그녀를 건달패에게 내던졌다.치욕을 견딜 수 없었던 그녀는 비녀로 목을 찔러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그 상처는 신선이 와도 살릴 수 없을 만큼 깊었다.살아 있을 리 없었다.소녀는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온몸에 힘이 없고 머리가 무거워 제대로 앉아 있기도 어려웠다.눈꺼풀이 불덩이처럼 뜨거웠다.그 열기에 눈 속까지 욱신거렸다.조금만 움직여도 어깨에서 뼛속을 파고드는 통증이 밀려왔다.소녀가 고개를 숙였다. 어깨를 넓게 물들인 핏자국을 보는 순간, 흐릿하던 기억이 차츰 선명해졌다.그녀의 이름은 도채령. 봉연국 건안후부의 적장녀였다.금지옥엽으로 자랐어야 할 그녀는 태어나자마자 후작부의 유 이낭에게 몰래 빼돌려졌다.그리고 가난한 가산촌으로 보내졌다.철이 든 뒤로 그녀의 하루는 끝없는 매질과 굶주림, 산더미 같은 일뿐이었다.한겨울에도 강가에서 빨래를 해야 했고, 두 손은 당근처럼 퉁퉁 부어올랐다.그녀는 부모가 왜 자신을 싫어하는지 알 수 없었다.왜 자신에게 그토록 모질게 구는지도 몰랐다.그토록 말을 잘 들었는데도.열 살이 되던 해, 그녀는 마침내 그 이유를 알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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