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오라버니들, 후회는 이미 늦었습니다: Capítulo 21 - Capítulo 30

30 Capítulos

제21화

도채령은 대답하지 않았다.그저 묵묵히 일어나 이불을 두른 채 옆에 서 있었다."채령이는 참 착하네."도재호가 습관처럼 말하며 눈꼬리를 휘어 웃었다.도서령을 대하며 몸에 밴 습관이 자기도 모르게 도채령 앞에서도 튀어나온 것이다.도채령은 미간을 찌푸리고 차가운 눈으로 도재호를 바라보았다.하지만 도재호는 알아차리지 못한 채, 신이 나서 건장한 여인들에게 침상을 정돈하라고 일렀다.심지어 직접 손까지 보탰다.침상 정리에는 영 소질이 없었지만, 그의 열의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도채령의 미간이 더욱 깊이 파였다.이상했다.도재호가 이상했다.전생의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만 보면 눈살을 찌푸리고 턱을 치켜들었다.'그런데 지금은 왜 속에 든 사람이 통째로 바뀐 것처럼 굴지?''이번 생에 내가 화서원으로 가지 않고 어깨의 상처를 보여 준 것 때문인가?''그것만으로 이렇게까지 달라질 수 있단 말인가?'도재호는 금세 여인들과 요와 이불을 다 깔고, 해당화 무늬가 수놓인 비단 이불까지 펼쳤다."채령아, 다 됐어. 한번 누워 봐. 괜찮은지 봐야지. 어디 불편한 데가 있으면 꼭 말해. 다시 바꿔 줄 테니까."도채령은 상념에서 깨어나 아무 말 없이 침상에 다시 누웠다.요와 이불은 무척 부드럽고 따뜻했으며 은은한 향까지 났다.침상 휘장도 꿈결 같은 보랏빛이 감도는 연분홍색이었다.금빛 고리에는 조그만 향낭이 걸려 있었고, 이불과 같은 은은한 향을 풍겼다.향긋하지만 지나치게 달지 않아 산뜻하고 편안한 향이었다."다들 소리를 낮춰. 채령이가 쉬는 데 방해되지 않게."도채령이 눕자 도재호는 서둘러 목소리를 낮춰 당부했다.그러고는 사람들을 이끌고 살금살금 방을 꾸몄다.도채령은 몸을 돌려 안쪽을 향해 누웠다.하지만 잠든 것은 아니었다.그녀는 도재호가 갑자기 이상하게 구는 까닭을 생각하고 있었다.오늘 처음 영매원에 시비를 걸러 왔을 때만 해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자신을 싫어하는 기색도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그런데 어깨의 상처를 보여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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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방 안에서는 촛불이 일렁이고 있었다.도채령은 목이 몹시 마르고 아팠다. 침을 삼킬 때마다 수많은 작은 칼날로 생살을 도려내는 것 같았다.아파서 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당장 물로 목을 축이지 않으면 금세라도 목구멍이 갈라질 것만 같았다."큰아씨, 깨어나셨습니까?"눈이 큰 시녀 하나가 곧장 다가와 조심스레 도채령을 부축해 일으켰다.그러고는 옆에 있던 시녀에게서 찻잔을 받아 들었다."물이 알맞게 따뜻합니다. 조금 드시고 목을 축이십시오."도채령은 미간을 찌푸린 채 쉰 목소리로 경계하며 물었다."너희는 누구지?""저는 춘희이고, 이 아이는 설매입니다. 도재호 도련님께서 큰아씨를 모시라고 보내셨습니다."어린 시녀가 주눅 든 목소리로 소개했다.도채령이 말이 없자 춘희가 용기를 내어 말했다."큰아씨, 물 온도가 딱 좋습니다. 한 모금 드시고 목을 축이십시오. 목소리가 많이 쉬셨습니다.""고맙구나."도채령은 따뜻한 물을 두어 모금 마시고서야 목이 한결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춘희는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큰아씨는 제멋대로이고 포악하며 잔인하다지 않았나?''지난 오 년 동안 영매원의 시녀와 하녀가 얼마나 많이 죽었는지 모른다고 하지 않았나?'그래서 도재호가 자신을 이곳으로 보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눈앞이 캄캄했다.하지만 일개 시녀인 자신에게 어느 주인을 모실지 정할 권리는 없었다.그저 이를 악물고 올 수밖에 없었다.마음속으로 몇 번이고 되뇌었다. 부지런하고 조심스럽게, 큰아씨를 잘 모셔야 한다고.조상님 모시듯 해야 한다고 말이다.아직 어린 데다 영매원을 떠도는 원귀가 되고 싶지도 않았다.그런데 큰아씨가 자신에게 고맙다고 했다.'이게 제멋대로이고 포악한 건가? 이게 잔인하고 무정한 건가?'도채령은 춘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란 얼굴을 하자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무슨 일이냐?""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어?""아닙니다, 아닙니다."그제야 정신을 차린 춘희가 다급히 손을 내저었다.그러고는 찻잔을 받아 들고 본분을 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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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도채령은 쟁반을 한번 보고 곧장 매실 한 알을 집어 입에 넣었다.꿀에 절인 매실은 그리 달지 않았다.은은하고 향긋한 신맛도 감돌았다.맛이 딱 좋았다.춘희가 쟁반을 들고 물러가려는데 도채령이 다시 손을 뻗었다.춘희는 곧장 멈춰 서서 얌전히 곁에서 기다렸다.도채령은 매화 모양의 결정 설탕 두 알을 집어 들고 춘희와 설매에게 손짓했다."하나씩 가져."춘희와 설매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결정 설탕은 몹시 귀한 물건이라 후작부의 주인이라고 해서 모두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큰아씨가 이 귀한 것을 우리에게 내린단 말인가?'"뭘 멍하니 있어? 어서 받아."도채령이 재촉했다.영매원에서 시녀 노릇을 하다 보면 앞으로 괴롭힘을 당할 일이 적지 않을 것이다.지금은 자신조차 지키기 어려운 처지라 이 아이들까지 보살필 시간도 기력도 없었다.그러니 잠시나마 가진 것이 많을 때 후하게 상을 내리는 수밖에 없었다.보상이라고 생각하면 되었다.몸이 좀 나아지면 도재호가 보내온 물건부터 정리해야겠다.상을 내릴 만한 것들은 모두 나누어 줄 생각이었다.그녀에게는 귀할 것도 없었다.춘희와 설매는 얼떨떨한 얼굴로 결정 설탕을 받아 들고는 황급히 무릎을 굽혀 인사했다."감사합니다, 큰아씨.""큰아씨, 잠시 쉬고 계십시오."춘희가 말했다."저녁 식사는 이미 준비해 작은 주방에서 데워 두고 있습니다. 모두 담백한 음식입니다.""그래."도채령은 고개를 끄덕였다.이제 자신의 영매원에도 작은 주방이 생긴 모양이었다.도재호는 역시 행동이 빨랐다.하지만 뒤늦게 건네는 정은 풀 한 포기보다도 하찮았다. 겨울의 부채나 여름의 솜옷처럼 아무 쓸모도 없었다.한편 도재호는 자기 방 안에서 도재윤에게 가로막혀 있었다.두 형제 사이에는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았다.도재윤의 얼굴은 분노로 가득했다.그는 손에 잡히는 청자 네모 잔 하나를 바닥에 힘껏 내던졌다.희고 맑은 도자기 조각이 사방으로 튀었다.곧이어 매섭게 꾸짖었다."도재호,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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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예?"도재호는 멍하니 눈을 깜박였다."서령이는 제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서령이가 꼭 말해야 아나? 넌 오라비 노릇을 어떻게 하는 거야?"도재윤이 불만스럽게 말했다."말하지 않아도 네가 알아서 눈치챘어야지.""미처 보지 못했습니다."도재호는 머리를 긁적이며 겸연쩍게 말했다."이제는 알겠지?"도재윤이 차갑게 말했다."무슨 뜻입니까?"도재호가 미간을 찌푸렸다."당연히 도채령에게 가서 화병을 돌려받으라는 뜻이지. 그런 촌뜨기한테는 그토록 귀한 화병을 쓸 자격이 없어."도재윤은 너무도 당연하다는 투였다."안 됩니다."도재호는 갈수록 가슴이 답답해졌다.가슴이 두근거리는 불안감도 점점 심해졌다.촌뜨기라니.도채령은 엄연히 건안후부의 적장녀였다."서령이가 슬퍼하는 꼴을 보고만 있겠다는 거야?"도재윤이 미간을 찌푸리며 못마땅하게 물었다."서령이는 늘 채령이를 감싸 주지 않습니까. 제가 화병을 채령이에게 줬다는 걸 알면 분명 기뻐할 겁니다."도재호가 조목조목 반박했다.말문이 막혀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한 도재윤은 성난 얼굴로 도재호를 가리켰다."가서 돌려받을 거야, 말 거야?""안 갑니다."도재호가 목을 꼿꼿이 세우고 말했다."좋아, 네가 안 가면 내가 가지."도재윤은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려 했다."가지 마십시오."도재호가 문을 막아선 채 화가 나 얼굴이 시퍼렇게 질렸다."재윤 형님이 이렇게 소란을 피우는 걸 보니 서령이가 무슨 말이라도 한 겁니까?"그 말을 들은 도재윤은 더욱 화가 치밀었다.하지만 그가 화를 터뜨리기도 전에 문밖에서 낮은 소리가 들려왔다.두 형제는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도재호가 성큼성큼 다가가 방문을 홱 열어젖혔다.도서령이 창백한 얼굴로 연심에게 온몸을 기대고 있었다.하지만 조금도 초라해 보이지 않았다.오히려 가련한 마음만 불러일으켰다.특히 커다란 두 눈에는 금세라도 쏟아질 듯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눈가도 새빨갰다.가냘프고 의지할 곳 없는 어린 토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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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도서령은 계속 울며 말했다."재호 오라버니, 정말 일부러 그런 게 아닙니다. 언니와 무언가를 다투어 빼앗을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언니만 평안하고 행복할 수 있다면 제 모든 것을 내줄 수도 있습니다.언니는 어릴 때부터 가산촌에서 고생했잖습니까. 그런데 저는 후작부에서 의식주 걱정 없이 살았습니다. 이건 모두 제 잘못입니다. 그때 바뀌어 안겨 간 사람이 저였다면 언니도 지난 십 년 동안 고생하지 않았을 터입니다."도서령은 갈수록 서럽게 울었다.그러더니 몸을 기울여 힘없이 도재윤의 품으로 쓰러졌다.눈꼬리에는 눈물 한 방울이 매달려 있었다.망가졌으나 더없이 아름다운 헝겊 인형 같았다.절로 가여운 마음이 들게 하는 모습이었다.도재윤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서령아, 어서 눈을 떠. 이 오라버니를 놀라게 하지 마."연심도 눈물을 글썽이며 다급히 불렀다."아씨, 아씨...""의원을, 어서 의원을 모셔 와!"도재윤은 도서령을 번쩍 안아 들고 어깨로 도재호를 밀쳐 내며 침방으로 향했다.도재호는 비틀거리다 팔을 탁자 모서리에 부딪쳤다.몹시 아팠다.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다급하게 거듭 분부했다."어서 장 의원을 모셔 와!"그러고는 걱정과 초조함이 가득한 얼굴로 황급히 뒤따라 들어갔다."서령이가 왜 이러지? 혹시 도적에게 다친 곳을 미처 발견하지 못한 건가? 장 의원도 참 믿을 수가 없네."도재호는 불평하면서 앞으로 다가갔다.그러나 도재윤이 사납게 밀어냈다."뭐 하시는 겁니까!"도재호가 미간을 찌푸리고 못마땅하게 도재윤을 바라보았다."서령이는 네가 화나게 해서 정신을 잃었어. 무슨 낯으로 가까이 오는 거냐?"도재윤의 두 눈이 붉게 충혈되어 당장이라도 사람을 잡아먹을 듯했다."재윤 형님, 억지로 누명을 씌우지 마십시오. 저는 서령이를 화나게 한 적이 없습니다."도재호는 완강하게 부인했다."비켜. 나중에 다시 따질 테니까."도재윤은 다가오는 도재호를 다시 밀어내며 매섭게 호통쳤다.도서령이 쓰러졌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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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어차피 후작부의 둘째 아씨는 잘못했을 리 없으니, 잘못은 오직 다른 사람에게 있어야 했다.둘째 아씨가 정신을 잃는 쪽을 택했다면 그 책임은 단단히 다른 사람에게 뒤집어씌워야 했다.도씨 집안에서 일하며 터득한 이치였다.그 책임을 뒤집어쓸 사람이 누구냐 하면 예전에는 언제나 큰아씨였다.하지만 지금은 큰아씨가 자리에 없고, 도재윤 도련님의 말로 보아 도재호 도련님 때문인 듯하니, 이번에는 그에게 책임을 씌우면 되었다.어차피 자신은 병의 원인만 대면 그만이었다. 그 뒤에 벌어질 일은 자신과 아무 상관이 없었다."저는 그러지 않았습니다."도재호는 다급한 나머지 목에 핏대까지 세웠다."그런 게 아닙니다."하지만 누구도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사람들은 계속 한마디씩 거들며 그를 나무랐다."재호야, 이건 네가 잘못했다."도재명이 미간을 찌푸리며 못마땅하게 말했다."오라비라면 마땅히 누이를 아껴야지."도씨 노부인은 지팡이로 바닥을 세게 내리치며 꾸짖었다."서령이가 저토록 여리고 고운 아이인데 어떻게 그렇게 상처를 줄 수가 있느냐."도재성은 기침을 하며 가쁜 숨으로 말했다.도서령이 정신을 잃었다는 소식을 듣고 거의 뛰다시피 달려온 터였다.본래도 몸이 약한데 그렇게 뛰었으니 반쯤 죽을 지경이었다. 심장은 세차게 쿵쿵 뛰었고 눈앞도 캄캄해졌다가 하얘지기를 반복했다.지금은 그저 억지로 버티고 있을 뿐이었다."서령이가 깨어나면 사과해라. 그리고 서령이가 좋아하는 물건이면 주거라. 오라비인 네가 좀 더 도량이 넓어야지."도원석이 단호하게 결론을 내렸다.도재호는 갑자기 머리가 깨질 듯 아파졌다.특히 양쪽 관자놀이가 세차게 욱신거렸다.가슴에 꽉 막혀 있던 감정이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마치 사방에서 밀려온 바닷물에 휩쓸려 잠긴 듯 숨이 막혔다.이상하리만큼 낯익은 느낌도 들었다."저는 그러지 않았다고 말씀드렸잖습니까!"도재호가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마치 사자후라도 터뜨린 듯 우렁찬 고함이었다.그 외침에 사람들은 정말로 모두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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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도재호는 본래 속에 있는 말을 숨기지 못하는 성격이었다.어려서부터 하고 싶은 말은 반드시 입 밖으로 냈다.오늘 이 일을 제대로 밝히지 못하면 억울해서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하지만 입을 열기도 전에 도서령이 다시 흐느꼈다."재호 오라버니, 오늘 저 때문에 고생하셨습니다."그러고는 머뭇거리며 그를 바라보았다."모두 제 잘못입니다. 앞으로는 꼭 고치겠습니다. 재호 오라버니, 이제 저를 용서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도재호는 화가 나 이름까지 다 부르며 외쳤다."도서령, 왜 사실대로 말하지 않는 거야?"도서령은 곧장 몸을 움츠렸다.깜짝 놀란 사람처럼 임연화의 소매를 꽉 움켜쥐었다.얼마나 세게 잡았는지 손가락 마디가 푸르스름하게 질릴 정도였다.푹 숙인 고개가 눈빛에 어린 충격을 가려 주었다.'재호 오라버니가 나한테 소리를 질렀다고?'목숨보다 자신을 아끼던 재호 오라버니가 이름까지 다 부르며, 그것도 저토록 짜증스럽게 소리치다니!도채령이 대체 재호 오라버니에게 무슨 미혹의 약을 먹인 거지!고작 반나절 만에 재호 오라버니가 이렇게까지 변하다니!재호 오라버니가 도채령의 편으로 돌아서는 꼴은 절대로 두고 볼 수 없었다.반드시 방법을 찾아야 했다."도재호, 무슨 짓이냐!"도원석이 못마땅하게 호통쳤다."우리 앞에서 대놓고 서령이를 괴롭히는 것이냐?""아버님, 아닙니다."도서령이 다급히 손을 내저었다."재호 오라버니는 늘 제게 아주 잘해 주셨습니다. 게다가 오늘 일은 정말 오라버니와 아무 상관도 없습니다. 제가 너무 약해서 그렇습니다. 제가 오라버니를 번거롭게 하고 모두를 걱정시켰습니다. 전부 제 잘못입니다. 그리고 저는 언니와 물건을 다툴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습니다. 제게 있는 것이라면, 제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언니에게 줄 수 있습니다."여기까지 말한 도서령은 조심스럽게 도재호를 바라보았다.입술을 꾹 다문 작은 얼굴은 창백했다."그러니 재호 오라버니도 이 일로 저를 오해하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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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도재호, 아버님께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 여태 배운 글을 개나 줘 버렸어?"도재윤이 못마땅하게 말했다.'재호가 오늘 정말로 사술에라도 걸린 건가?''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말끝마다 도채령을 감쌀 수 있지?'예전에는 이러지 않았다.안 되겠다. 조만간 남몰래 조사해 봐야겠다. 어쩌면 도채령이 무고술을 몰래 배워 온 것일지도 몰랐다.이는 일족이 몰살당할 수도 있는 중죄였다.그 아이가 죽고 싶다면 말릴 사람은 없지만 후작부까지 끌어들여서는 안 되었다."도서령, 평소에는 채령이와 자매의 정이 깊다더니 왜 지금은 뒤에 숨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거야?"도재호가 불만스럽게 물었다."재호 오라버니가 너무 빨리 말씀하셔서 끼어들 틈이 없었습니다."도서령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네 아버지가 내린 결정인데 서령이와 무슨 상관이냐?"도씨 노부인은 도재호를 못마땅하게 흘겨보며 지팡이로 바닥을 세게 내리쳤다."서령이더러 어쩌라는 것이냐? 서령이도 딸인데 사람들 앞에서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기라도 해야 한단 말이냐?"말할수록 화가 치민 도씨 노부인은 지팡이로 도재호의 어깨를 내리쳤다."이 불효막심한 것."'불효'라는 죄명에 짓눌린 도재호는 털썩 무릎을 꿇었다."아버님, 채령이는 지금 몸이 약하니 제가 대신 사당에서 밤새 무릎을 꿇겠습니다."도재호는 더는 변명하지 않고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좋다. 네가 무릎을 꿇고 싶다면 가서 꿇어라."도원석도 화가 났다."사흘 밤낮을 꼬박 꿇어라. 감히 일어났다가는 네 다리를 분질러 놓겠다.""알겠습니다, 아버님."도재호는 고개를 끄덕이고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재호 오라버니."도서령이 부드럽게 불렀다.하지만 도재호는 돌아보지 않았다. 발걸음조차 멈추지 않고 그대로 사당으로 향했다.방을 나선 뒤에도 도서령이 자신을 위해 '간청'하는 소리가 또렷이 들렸다.그러나 그 '간청'은 다른 사람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통해 자신을 '못마땅해하는' 결과만 불러왔다.그 사이사이에는 도서령을 칭찬하는 말도 몇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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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도재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방석을 집어 들고 힘껏 주물러 보았다.정말로 얇은 천 두 장뿐이었다.주변을 넓은 대나무 살로 둥글게 둘러 형태만 잡아 놓았다.얼핏 보면 아주 도톰해 보였다.하지만 무릎을 꿇으면 속이 빈 방석이 그대로 납작해져 맨바닥에 무릎을 대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도재호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심장이 또 쥐어짜듯 아팠다.'채령이가 후작부로 돌아온 뒤로 매달 한두 번씩은 벌로 무릎을 꿇지 않았나?'전에는 멀리서 이 방석을 보고 벌이 너무 가볍다고 생각했다.저토록 두꺼우니 사나흘쯤 무릎을 꿇어도 문제없을 것 같았다.그런데 매번 벌은 하룻밤에 그쳤다.하지만 이제 보니...도재호는 다시 한번 제 뺨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고요한 밤에 찰싹 하는 소리가 울렸다.그러고는 방석을 옆으로 밀어 놓고 차가운 바닥에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단단한 대리석 바닥에서는 뼛속까지 스미는 냉기가 올라왔다.차 한 잔 마실 시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무릎이 차갑게 저려 왔다. 마치 수많은 작은 벌레가 갉아 먹는 듯했다.도재호는 또다시 자신의 뺨을 때리고 싶었다.마음속 후회도 더욱 깊어졌다. 갑자기 둑이 터진 강물처럼 거침없이 쏟아졌다.도저히 막을 수 없었다.자책을 마친 도재호는 다시 깊은 생각에 잠겼다.'누가 이 방석에 손을 댄 거지?'어릴 적 장난을 치다 벌을 받아 여기서 반 시진 동안 무릎을 꿇은 적이 있었다.그때의 방석은 두껍고 푹신했다.무릎을 꿇은 채 잠들 수도 있을 정도였다.눈앞의 방석은 겉모습만 그대로였고 더 두툼해 보이기까지 했지만, 속은 텅 비어 있었다.누군가 일부러 바꿔 놓은 것이 분명했다.'채령이를 노린 건가?''그 사람이 대체 누구지?'하지만 모두가 도채령을 싫어했다.오늘이 오기 전까지는 자신도 도채령을 몹시 싫어했다.그래서 당장에는 아무런 실마리도 떠오르지 않았다.답답한 마음으로 고민하고 있는데 사당 밖에서 사각거리는 자그마한 소리가 들려왔다.하필 이곳은 사당이었다.순간 도재호는 온몸의 솜털이 곤두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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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허리를 부딪쳐서 좀 아픕니다."도서령은 눈물을 글썽이며 가녀린 손으로 옆구리를 감쌌다."미안해. 너인 줄 몰랐어."도재호가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재호 오라버니가 일부러 그러신 게 아니라는 건 압니다."도서령은 눈물을 닦고 애써 씩씩한 척했다."저도 크게 다친 건 아니니 이따 약기름을 좀 바르면 괜찮을 것입니다. 그보다 재호 오라버니는 이렇게 추운데 왜 맨바닥에 무릎을 꿇고 계셨습니까? 무릎이 어떻게 견디겠습니까?""나는 괜찮아."도재호는 고개를 저으며 엄숙하게 말했다."연심아, 어서 서령이를 데리고 돌아가서 의녀에게 꼼꼼히 살펴보라고 해.""저는 안 갑니다."도서령은 곧장 도재호의 팔을 힘주어 붙잡았다."철없이 굴지 마!"도재호가 얼굴을 굳혔다."이 밤중에 잠도 자지 않고 여기는 왜 온 거야?"도서령은 눈시울을 붉히며 다시 눈물을 훔쳤다."오늘 재호 오라버니께서 벌을 받으신 건 모두 저 때문입니다. 제가 재호 오라버니께 잘못했습니다."예전에는 그녀가 울기만 하면 도재호가 발을 동동 구르며 안절부절못했다.그러고는 온갖 방법을 다 써서 그녀를 웃게 했다.자신을 깎아내리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도재호는 침묵했다.오늘 밤 벌어진 모든 일은 분명 도서령 때문에 시작됐다.그때 조리 있게 사실을 설명했다면 이렇게 많은 일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그저 '제가 잘못했습니다'라는 몇 마디만 되풀이했다.전에는 이런 일이 자신에게 벌어지지 않아 알아차리지 못했다.'채령이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억울함을 겪은 걸까?'그렇다고 도서령을 진심으로 원망하기에는 마음이 너무 약했다.하지만 마음에도 없는 말로 괜찮다고 하고 싶지도 않았다.그래서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도재호의 침묵에 도서령은 또다시 덜컥 불안해졌다.도재호의 팔을 쥔 손에도 저도 모르게 더욱 힘이 들어갔다.다행히 겨울이라 옷이 두꺼웠다.그렇지 않았다면 정성껏 다듬은 도서령의 손톱이 도재호의 살을 파고들었을 것이다."재호 오라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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