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전생에서 도채령은 온 힘을 다했지만 끝내 부모와 오라버니들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 게다가 친동생과 약혼자의 계략에 목숨까지 잃고 참혹한 최후를 맞았다. 다시 얻은 생, 그녀는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로 했다. 저토록 매정한 가족이라면 차라리 없는 셈 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미련 없이 떠난 뒤에야 오라버니들은 모두 후회하기 시작했다. 저마다 그녀를 되찾겠다며 뒤늦게 매달렸다. 도채령은 코웃음을 쳤다. "이 몸은 붙들 것도 매인 것도 없는데, 내 마음 가는 대로 산들 뭐가 나빠?" 이번 생은 홀로 늙어 갈 줄 알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속을 알 수 없는 친왕이 끈질기게 달라붙더니,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어 오직 그녀만을 사랑했다.
View More"허리를 부딪쳐서 좀 아픕니다."도서령은 눈물을 글썽이며 가녀린 손으로 옆구리를 감쌌다."미안해. 너인 줄 몰랐어."도재호가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재호 오라버니가 일부러 그러신 게 아니라는 건 압니다."도서령은 눈물을 닦고 애써 씩씩한 척했다."저도 크게 다친 건 아니니 이따 약기름을 좀 바르면 괜찮을 것입니다. 그보다 재호 오라버니는 이렇게 추운데 왜 맨바닥에 무릎을 꿇고 계셨습니까? 무릎이 어떻게 견디겠습니까?""나는 괜찮아."도재호는 고개를 저으며 엄숙하게 말했다."연심아, 어서 서령이를 데리고 돌아가서 의녀에게 꼼꼼히 살펴보라고 해.""저는 안 갑니다."도서령은 곧장 도재호의 팔을 힘주어 붙잡았다."철없이 굴지 마!"도재호가 얼굴을 굳혔다."이 밤중에 잠도 자지 않고 여기는 왜 온 거야?"도서령은 눈시울을 붉히며 다시 눈물을 훔쳤다."오늘 재호 오라버니께서 벌을 받으신 건 모두 저 때문입니다. 제가 재호 오라버니께 잘못했습니다."예전에는 그녀가 울기만 하면 도재호가 발을 동동 구르며 안절부절못했다.그러고는 온갖 방법을 다 써서 그녀를 웃게 했다.자신을 깎아내리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도재호는 침묵했다.오늘 밤 벌어진 모든 일은 분명 도서령 때문에 시작됐다.그때 조리 있게 사실을 설명했다면 이렇게 많은 일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그저 '제가 잘못했습니다'라는 몇 마디만 되풀이했다.전에는 이런 일이 자신에게 벌어지지 않아 알아차리지 못했다.'채령이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억울함을 겪은 걸까?'그렇다고 도서령을 진심으로 원망하기에는 마음이 너무 약했다.하지만 마음에도 없는 말로 괜찮다고 하고 싶지도 않았다.그래서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도재호의 침묵에 도서령은 또다시 덜컥 불안해졌다.도재호의 팔을 쥔 손에도 저도 모르게 더욱 힘이 들어갔다.다행히 겨울이라 옷이 두꺼웠다.그렇지 않았다면 정성껏 다듬은 도서령의 손톱이 도재호의 살을 파고들었을 것이다."재호 오라버
도재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방석을 집어 들고 힘껏 주물러 보았다.정말로 얇은 천 두 장뿐이었다.주변을 넓은 대나무 살로 둥글게 둘러 형태만 잡아 놓았다.얼핏 보면 아주 도톰해 보였다.하지만 무릎을 꿇으면 속이 빈 방석이 그대로 납작해져 맨바닥에 무릎을 대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도재호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심장이 또 쥐어짜듯 아팠다.'채령이가 후작부로 돌아온 뒤로 매달 한두 번씩은 벌로 무릎을 꿇지 않았나?'전에는 멀리서 이 방석을 보고 벌이 너무 가볍다고 생각했다.저토록 두꺼우니 사나흘쯤 무릎을 꿇어도 문제없을 것 같았다.그런데 매번 벌은 하룻밤에 그쳤다.하지만 이제 보니...도재호는 다시 한번 제 뺨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고요한 밤에 찰싹 하는 소리가 울렸다.그러고는 방석을 옆으로 밀어 놓고 차가운 바닥에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단단한 대리석 바닥에서는 뼛속까지 스미는 냉기가 올라왔다.차 한 잔 마실 시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무릎이 차갑게 저려 왔다. 마치 수많은 작은 벌레가 갉아 먹는 듯했다.도재호는 또다시 자신의 뺨을 때리고 싶었다.마음속 후회도 더욱 깊어졌다. 갑자기 둑이 터진 강물처럼 거침없이 쏟아졌다.도저히 막을 수 없었다.자책을 마친 도재호는 다시 깊은 생각에 잠겼다.'누가 이 방석에 손을 댄 거지?'어릴 적 장난을 치다 벌을 받아 여기서 반 시진 동안 무릎을 꿇은 적이 있었다.그때의 방석은 두껍고 푹신했다.무릎을 꿇은 채 잠들 수도 있을 정도였다.눈앞의 방석은 겉모습만 그대로였고 더 두툼해 보이기까지 했지만, 속은 텅 비어 있었다.누군가 일부러 바꿔 놓은 것이 분명했다.'채령이를 노린 건가?''그 사람이 대체 누구지?'하지만 모두가 도채령을 싫어했다.오늘이 오기 전까지는 자신도 도채령을 몹시 싫어했다.그래서 당장에는 아무런 실마리도 떠오르지 않았다.답답한 마음으로 고민하고 있는데 사당 밖에서 사각거리는 자그마한 소리가 들려왔다.하필 이곳은 사당이었다.순간 도재호는 온몸의 솜털이 곤두섰
"도재호, 아버님께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 여태 배운 글을 개나 줘 버렸어?"도재윤이 못마땅하게 말했다.'재호가 오늘 정말로 사술에라도 걸린 건가?''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말끝마다 도채령을 감쌀 수 있지?'예전에는 이러지 않았다.안 되겠다. 조만간 남몰래 조사해 봐야겠다. 어쩌면 도채령이 무고술을 몰래 배워 온 것일지도 몰랐다.이는 일족이 몰살당할 수도 있는 중죄였다.그 아이가 죽고 싶다면 말릴 사람은 없지만 후작부까지 끌어들여서는 안 되었다."도서령, 평소에는 채령이와 자매의 정이 깊다더니 왜 지금은 뒤에 숨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거야?"도재호가 불만스럽게 물었다."재호 오라버니가 너무 빨리 말씀하셔서 끼어들 틈이 없었습니다."도서령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네 아버지가 내린 결정인데 서령이와 무슨 상관이냐?"도씨 노부인은 도재호를 못마땅하게 흘겨보며 지팡이로 바닥을 세게 내리쳤다."서령이더러 어쩌라는 것이냐? 서령이도 딸인데 사람들 앞에서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기라도 해야 한단 말이냐?"말할수록 화가 치민 도씨 노부인은 지팡이로 도재호의 어깨를 내리쳤다."이 불효막심한 것."'불효'라는 죄명에 짓눌린 도재호는 털썩 무릎을 꿇었다."아버님, 채령이는 지금 몸이 약하니 제가 대신 사당에서 밤새 무릎을 꿇겠습니다."도재호는 더는 변명하지 않고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좋다. 네가 무릎을 꿇고 싶다면 가서 꿇어라."도원석도 화가 났다."사흘 밤낮을 꼬박 꿇어라. 감히 일어났다가는 네 다리를 분질러 놓겠다.""알겠습니다, 아버님."도재호는 고개를 끄덕이고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재호 오라버니."도서령이 부드럽게 불렀다.하지만 도재호는 돌아보지 않았다. 발걸음조차 멈추지 않고 그대로 사당으로 향했다.방을 나선 뒤에도 도서령이 자신을 위해 '간청'하는 소리가 또렷이 들렸다.그러나 그 '간청'은 다른 사람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통해 자신을 '못마땅해하는' 결과만 불러왔다.그 사이사이에는 도서령을 칭찬하는 말도 몇 마
도재호는 본래 속에 있는 말을 숨기지 못하는 성격이었다.어려서부터 하고 싶은 말은 반드시 입 밖으로 냈다.오늘 이 일을 제대로 밝히지 못하면 억울해서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하지만 입을 열기도 전에 도서령이 다시 흐느꼈다."재호 오라버니, 오늘 저 때문에 고생하셨습니다."그러고는 머뭇거리며 그를 바라보았다."모두 제 잘못입니다. 앞으로는 꼭 고치겠습니다. 재호 오라버니, 이제 저를 용서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도재호는 화가 나 이름까지 다 부르며 외쳤다."도서령, 왜 사실대로 말하지 않는 거야?"도서령은 곧장 몸을 움츠렸다.깜짝 놀란 사람처럼 임연화의 소매를 꽉 움켜쥐었다.얼마나 세게 잡았는지 손가락 마디가 푸르스름하게 질릴 정도였다.푹 숙인 고개가 눈빛에 어린 충격을 가려 주었다.'재호 오라버니가 나한테 소리를 질렀다고?'목숨보다 자신을 아끼던 재호 오라버니가 이름까지 다 부르며, 그것도 저토록 짜증스럽게 소리치다니!도채령이 대체 재호 오라버니에게 무슨 미혹의 약을 먹인 거지!고작 반나절 만에 재호 오라버니가 이렇게까지 변하다니!재호 오라버니가 도채령의 편으로 돌아서는 꼴은 절대로 두고 볼 수 없었다.반드시 방법을 찾아야 했다."도재호, 무슨 짓이냐!"도원석이 못마땅하게 호통쳤다."우리 앞에서 대놓고 서령이를 괴롭히는 것이냐?""아버님, 아닙니다."도서령이 다급히 손을 내저었다."재호 오라버니는 늘 제게 아주 잘해 주셨습니다. 게다가 오늘 일은 정말 오라버니와 아무 상관도 없습니다. 제가 너무 약해서 그렇습니다. 제가 오라버니를 번거롭게 하고 모두를 걱정시켰습니다. 전부 제 잘못입니다. 그리고 저는 언니와 물건을 다툴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습니다. 제게 있는 것이라면, 제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언니에게 줄 수 있습니다."여기까지 말한 도서령은 조심스럽게 도재호를 바라보았다.입술을 꾹 다문 작은 얼굴은 창백했다."그러니 재호 오라버니도 이 일로 저를 오해하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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