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사람을 시켜 은설탄과 일용품을 보내 주겠다."도재호가 입술을 다문 채 말했다.말하는 내내 그의 시선은 도채령에게 머물러 있었다.눈 깊은 곳에는 희미한 기대가 어려 있었다.정작 자신이 무엇을 기대하는지는 그도 알지 못했다.도채령은 여전히 눈을 감고 기대앉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고요함에 도재호의 가슴이 꽉 막힌 듯 답답해졌다.차라리 도채령이 악을 쓰며 크게 소란을 피우는 편이 나았다.이렇게 아무것도 다투지 않고 조용히 있는 것보다는 나았다."푹 쉬어라. 저녁에 다시 오겠다."도재호는 더는 이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한마디를 남긴 채 황급히 떠났다.도재호가 나가자 장 의원도 서둘러 두 손을 모아 예를 갖췄다."큰아씨, 저도 이만 물러가겠습니다."문 앞까지 갔던 장 의원은 다시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았다."큰아씨, 그 약들은 꼭 쓰십시오. 피를 멎게 하고 어혈을 풀며 열과 부기를 내리는 데 모두 효과가 좋습니다."그는 다시 한번 예를 올리고서야 떠났다.나가면서도 세심하게 도채령의 방문을 닫아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사실 문을 닫으나 마나 큰 차이는 없었다.오히려 방 밖이 안보다 조금 더 따뜻할 정도였다.영매원을 떠난 도재호는 지체하지 않고 집사를 찾아갔다.필요한 물건은 이미 모두 생각해 두었다.은설탄, 솜옷과 솜이불, 향로, 여러 실내 장식과 가구까지.하나도 빠짐없이 필요했다.도채령의 방은 눈 동굴처럼 휑하고 차가웠다.'도성 명문가의 아씨 중 금지옥엽으로 살지 않는 이가 어디 있단 말인가?'그러고 보니 시녀와 허드렛일꾼 아낙도 필요했다.'후작부의 큰아씨 곁에 살뜰히 보필할 시녀 하나 없다니, 이게 말이 되나?'도서령 곁에는 상급 시녀만 넷, 중급 시녀 여덟, 하급 시녀 열여섯이 있었다. 어린 시녀와 허드렛일꾼 아낙은 수를 헤아리기도 어려웠다.대갓집 아씨라면 마땅히 그 정도 격식은 갖춰야 했다.장 의원은 화서원으로 돌아갔다.상황을 보고해야 했다.건안후의 명을 받고 큰아씨를 진료하러 갔으니, 진료를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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