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딩동! 하자보수하러 왔습니다: Chapter 11 - Chapter 12

12 Chapters

제 11화. 닫힌 문 너머의 흑심

남편 진우가 현관문을 부서질 듯 쾅 닫고 출근한 뒤, 은수는 안방 침대 모퉁이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창밖으로 쏟아지는 오전의 서늘한 햇살이 바닥 위로 길게 늘어졌다. 은수의 작고 하얀 손바닥 안에는 태건이 건네주고 간 검은색 명함 한 장이 쥐어져 있었다.명함의 하얀 뒷면, 굵고 단정한 필체로 적힌 태건의 개인 번호 11자리. 은수는 떨리는 엄지손가락으로 그 숫자의 굴곡을 문지르고 또 문질렀다.'집이 삐걱거리든, 문이 안 열리든, 아니면… 그냥 내가 보고 싶든.''손 다치면서 위험하게 공구 잡지 마세요. 부르면 언제든 옵니다.'귓가를 긁어내리던 태건의 낮고 묵직한 음성이 텅 빈 거실의 적막을 뚫고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싱크대 하부장 앞에서 은수의 목덜미를 받치고 숨통을 틔워주던 그 거칠고 뜨거운 입술, 조리대 상판 위로 손목을 으스러뜨릴 듯 얽혀들던 단단한 손가락의 감촉이 은수의 온몸을 아찔하게 곤두세웠다. 그를 다시 보고 싶었다.남편의 폭언과 결벽증적인 통제 아래 매일 서서히 질식해가던 은수에게, 태건의 묵직한 체온과 서늘한 시선은 유일하게 자신이 살아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뜨거운 숨결이었다. 그냥 아무 핑계 없이 전화를 걸어 와달라고 할 수도 있었다.하지만 은수는 아직 자신의 욕망을 날것으로 드러낼 용기가 없었다. 온전한 여자로서 그를 다시 마주하고 이 집 안으로 불러들이기 위해서는, 남자의 손길이 닿아야만 하는 그럴듯한 명분이 절실했다.'수리 기사를 부를 만한… 또 다른 하자.'은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대 서랍을 뒤졌다. 남편 진우가 시계를 고칠 때 쓰라며 던져두었던 작은 십자드라이버와 단단한 강철 머리핀 하나가 손끝에 걸렸다. 차가운 쇳덩이를 쥔 은수의 시선이 천천히 돌아가 안방 방문 손잡이에 멎었다.은빛으로 번쩍이는 레버형 방문 손잡이.'이번엔… 여기야.'남편 진우의 차가운 통제와 숨 막히는 침묵만이 가득했던 이 금기의 공간으로, 그 거칠고 거대한 남자를 제 발로 걸어 들어오게 만들고 싶었다. 은수는 방문을 반쯤 열어둔 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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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화. 침실의 문을 연 남자

"사모님, 안에 계십니까."문틈을 비집고 들어온 태건의 묵직한 음성에 은수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네, 팀장님… 저 안쪽에 있어요. 문이 꼼짝도 안 해요.""손잡이에서 두 걸음 뒤로 물러서 계십시오. 래치 스프링이 튀어서 걸렸으면 바깥 커버를 강제로 해체해야 합니다."문밖에서 묵직한 공구 가방이 바닥에 내려앉는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이어 얇은 철제 헤라와 롱노즈 플라이어, 전동 드라이버가 손잡이 틈새를 파고드는 날카로운 금속 마찰음이 안방의 정적을 사납게 갈랐다. 끼기긱, 짤깍- 위잉!능숙하고 거침없는 손놀림이었다. 태건은 몇 번의 정밀한 조작만으로 손잡이의 외부 금속 캡을 단숨에 비틀어 뜯어냈다. 문틀 속에서 찌그러져 굳어 있던 걸쇠 부속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밖으로 튕겨져 나왔다.덜컥- 쾅! 단단히 맞물려 있던 문틀의 족쇄가 풀리며, 굳게 닫혀 있던 안방 문이 활짝 열려젖혀졌다. 서늘한 복도 공기와 함께, 네이비색 작업복 차림의 거구 태건이 안방 침실 안으로 들어섰다.남편 진우와 3년간 함께 숨을 쉬고 살을 맞대던 가장 사적이고 은밀한 침실. 그 금기의 공간 한가운데에 다른 남자의 거대한 그림자가 짙고 묵직하게 드리워졌다. 태건의 딱 벌어진 어깨와 압도적인 체격이 들어서자, 넓던 안방이 순식간에 숨이 막힐 만큼 비좁게 느껴졌다.그가 발을 딛는 순간, 침실 가득 배어 있던 은수의 은은한 살냄새와 태건의 깨끗한 비누 향, 희미한 기계 기름 냄새가 뒤섞이며 짙은 긴장감을 뿜어냈다. 태건의 날카로운 눈매가 침대 옆에 위태롭게 서 있는 은수의 전신을 느리게 훑어내렸다."다치신 데는 없습니까.""네… 덕분에 살았어요."은수는 터질 듯 붉어진 얼굴로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렸다. 태건은 문틀 바닥에 떨어진 파손된 래치 볼트 부속을 천천히 집어 들었다. 머리핀에 마구 쑤셔져 찌그러진 스프링과 드라이버 날에 긁혀 뭉개진 나사 머리의 흔적들.태건이 그 부속을 커다란 손바닥 위에서 굴리며 피식, 낮게 실소를 흘렸다. 그의 서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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