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 정각.딩동-정적을 가르고 울린 맑은 초인종 소리에 은수는 흠칫 어깨를 떨었다. 거울 앞에 서서 얇은 니트 가디건의 소매를 손등까지 완전히 덮이도록 바짝 끌어내린 뒤, 도망치듯 현관으로 걸음을 옮겼다.손잡이를 쥔 손바닥에 축축하게 식은땀이 맺혔다. 문을 열기 전, 은수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을 가라앉히려 애썼다.철컥.도어록을 풀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자, 문밖의 복도 햇살을 등진 채 낯선 남자가 우뚝 서 있었다."한결종합보수 하자보수팀 차태건입니다."짙은 네이비색 작업복을 단정하게 갖춰 입은 남자, 태건이었다. 작업복 상의 깃 사이로 드러난 단단하고 굵은 목선, 짙은 눈썹 아래로 날렵하게 뻗은 콧대가 한눈에 들어왔다. 은수보다 머리 하나는 족히 더 큰 압도적인 체격 탓에, 그가 문턱에 서자 은수의 위로 짙고 묵직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아… 들어오세요. 기다리고 있었어요."은수가 반 걸음 뒤로 물러서며 길을 터주자, 태건이 묵직한 검은색 공구함을 한 손에 가볍게 쥐고 집 안으로 발을 들였다. 그가 스쳐 지나가는 찰나, 은수의 코끝으로 서늘하고 낯선 향이 훅 끼쳐왔다. 집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불쾌한 물비린내를 단숨에 밀어내는 청결한 비누 향, 그리고 희미한 섬유유연제와 기계 기름 냄새.은수는 저도 모르게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가, 스스로의 낯선 반응에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푹 숙였다. 심장이 이유 없이 세차게 뛰었다."주방 싱크대 쪽이라고 하셨죠?""네, 하부장 배수관 연결 부위에서 물이 계속 떨어져요."태건은 군더더기 없는 걸음걸이로 곧장 주방으로 향했다. 싱크대 앞에 멈춰 선 그는 망설임 없이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하부장 문을 양옆으로 활짝 열어젖혔다. 작업복 바지가 팽팽하게 당겨지며 단단한 허벅지와 넓은 등판의 굴곡이 고스란히 드러났다.은수는 조금 떨어진 조리대 옆에 서서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남편 진우에게서는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묵직하고 거친 남성성이 좁은 주방의 공기를 단숨에
Last Updated : 2026-08-2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