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신고를 마치고 계절이 바뀐 뒤, 펜트하우스 옥상 가든에서 작은 결혼식이 열렸다. 도현은 처음에 호텔 전체를 빌리겠다고 했고, 서율은 하객 명단부터 줄였다.준비 과정에서도 두 사람은 여러 번 부딪쳤다. 도현은 경호 동선을 세 겹으로 짰고, 서율은 하객이 결혼식보다 보안 검색을 더 오래 하겠다며 절반을 지웠다. 도현이 신부 대기실 앞에 변호사 두 명을 세우려 하자 서율은 그들을 축의대 담당으로 돌려보냈다. 도현이 세운 계획에서 서율이 절반을 지우면, 둘은 남은 절반을 다시 함께 짰다.결국 초대된 사람은 루미나 동료와 가까운 친구들, 세륜에서 도현을 오래 지켜본 몇 명뿐이었다. 양가의 체면을 위한 자리는 하나도 없었다.맑은 겨울 하늘 아래 투명 캐노피가 옥상 바람을 막고, 난방기 사이로 흰 꽃과 짙은 초록 잎이 버진 로드를 따라 이어졌다. 서율은 장식이 과하지 않은 실크 드레스를 입었다. 거울 앞에서 마지막으로 베일을 정리하던 팀원이 감탄했다.“팀장님, 진짜 예뻐요. 그런데 차 변호사님 아까부터 입구만 보고 있던데요? 도망갈까 봐 그러는 사람처럼.”“이제 도망가도 쫓아오지 말라고 교육 끝냈어.”서율이 웃자 팀원도 따라 웃었다.문이 열리고 음악이 시작됐다. 서율은 누구의 손에 이끌리지 않고 혼자 걸었다. 부모를 대신할 사람을 세우지 않았다. 자신의 삶을 자신이 선택한다는 의미로 정한 입장이었다.버진 로드 끝에서 도현이 기다리고 있었다. 흠잡을 데 없는 턱시도 차림이었지만 표정은 전혀 정돈되지 않았다. 눈가가 벌써 붉었다.서율이 앞에 서자 그가 손을 내밀었다.“잡아도 돼?”하객들 사이에서 웃음이 번졌다. 서율은 그의 손을 꽉 잡았다.“오늘은 물어보지 않아도 됐는데.”“습관이 됐어.”주례는 없었다. 두 사람이 직접 쓴 서약을 서로 읽었다.도현이 먼저 종이를 펼쳤다.“나 차도현은 겁이 나도 당신 앞을 막지 않겠습니다. 말하지 못한 마음을 계약서 뒤에 숨기지 않고, 질투하면 질투한다고, 두려우면 두렵다고 먼저 말하겠습니다. 당신이 돌아오고
Última atualização : 2026-09-01 Ler m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