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아래에 이런 글귀도 있었다.[언니, 이미 이혼한 전처라고 들었어요. 그러니 이 사람 그만 좀 찾아요. 정훈 씨한테 새 여자 생겼으니 더는 연락하지 말고요.]정은서는 정말로 더 이상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이번을 끝으로 앞으로 정은서와 접촉할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그런데 회사 대표가 나와 배민영을 정은서가 있는 도시의 테크 전시회에 출장을 보냈다.정은서와 마주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했지만 나는 어떻게든 공적인 태도로 일을 처리하려 했다. 옆에 있는 배민영이 주먹을 불끈 쥐며 나쁜 여자를 혼내주겠다고 했다.만찬 자리에서 배민영이 갑자기 춥다고 하자 나는 내 외투를 그녀에게 걸쳐주었다. 그때 뒤에서 콧방귀 소리가 들렸다.“하, 자기 여자를 끔찍이 아끼네.”익숙한 목소리가 귀에 들렸다. 바로 정은서였다.고개를 돌리자 정은서가 지찬우의 팔짱을 낀 채 일부러 바짝 붙어 있는 모습이 보였다.정은서는 내 표정 변화를 예의 주시했지만 내 눈에 질투가 하나도 없는 걸 확인하자 실망한 듯했다.배민영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입을 삐죽 내밀었다.“한정훈, 네 안목 생각보다 수준 이하네.”연기하기로 작정한 배민영은 내 어깨에 기대어 달콤하게 웃으며 말했다.“언니, 정훈 씨 놓아줘서 고마워요. 덕분에 제가 정훈 씨를 만날 수 있잖아요.”화가 난 정은서는 입술을 깨물며 발을 동동 굴렀다. 그러더니 원망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한정훈, 넌 내가 버린 남자야. 네가 이 세상에 제일 특별한 것 같지? 잘 들어, 찬우가 회사의 위기를 해결했어. 우리 회사, 곧 상장할 거야.”지찬우는 허리를 곧게 펴고 부끄러운 듯 웃으며 말했다.“은서야, 그렇게 칭찬하면 내가 부끄럽잖아.”지찬우의 말에 나는 깜짝 놀라 그를 바라보았다.이런 게 바로 연기 천재인 걸까? 이력서에는 연기 경력 같은 게 없었던 것 같은데...‘은서 선배’라고 부르며 꼬박꼬박 존칭을 쓰던 호칭도 어느새 ‘은서야’로 바뀌었고 말까지 놓았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물었다.“정 대표, 제품 좀 보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