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서가 내 손목을 들여다보며 매우 만족스러운 듯 말했다.“괜찮네, 사이즈도 딱 맞고 분위기도 차분하면서 내추럴하고.”고개를 숙이니 잡지에서 본 적이 있는 시계가 내 손목에 있었다. 올해 나온 신제품으로 가격이 몇십억은 족히 됐다.그런데 내가 손을 빼기도 전에 정은서는 내 손목의 시계를 서슴없이 벗겨내더니 손수건으로 정성스럽게 닦기 시작했다.상자에 다시 넣으며 한마디 중얼거렸다.“다행이다. 너랑 찬우 손목 굵기가 비슷하잖아, 너한테 맞으면 찬우한테도 맞을 거야. 찬우도 분명 좋아하겠지.”머리를 굴리는 정은서의 모습에 나는 그저 코웃음을 쳤다.하긴, 지찬우가 명품 시계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정은서가 이런 명품 시계를 나한테 선물할 리는 없었다.외투를 걸친 정은서는 선물 상자를 들고 가벼운 걸음으로 현관 밖으로 나갔다.그때 내가 팔을 뻗어 그녀 앞을 막았다. 그러고는 어제 미리 출력해 둔 서류를 꺼내 들었다.“정은서, 이 서류에 서명해.”미간을 살짝 찡그린 정은서는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다소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회사 가서 할게.”나는 다시 그녀 앞으로 서류를 내밀었다.“회사 업무 서류가 아니야. 꽤 중요한 거야, 시간 많이 안 걸려.”깊게 숨을 들이마신 정은서는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내 손에서 서류를 뺏어 들더니 한마디 중얼거렸다.“정말 아침부터 귀찮게 하네.”시선이 서류로 향한 순간, 서류를 넘기던 손가락이 굳어졌다.이 서류는 다름 아닌 이혼 합의서였다.잠시 멈칫하던 정은서는 이내 이혼 합의서를 신발장 위에 힘껏 내리쳤다.그러고는 비웃으며 말했다.“한정훈, 뭐 새로운 게 있는 줄 알았더니 이번에는 이혼하자고 소동이야? 그래, 네가 큰 프로젝트 하나 해냈다고 어깨가 좀 올라갔나 본데, 나 바빠. 네 짜증과 투정 상대할 시간 없어.”나는 계속해서 이혼 합의서를 그녀 앞에 내밀며 냉정하게 말했다.“투정 부리는 게 아니야, 정은서. 이제 너를 놓아줄게, 너한테 자유를 주겠다고. 그럼 지찬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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