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회사 자금 조달에 성공하면 대표이사인 와이프가 사람들 앞에서 나와의 관계를 공식적으로 발표하기로 했다. 그런데 발표 당일, 갓 입사한 그녀의 후배가 갑자기 무대에 올라가서 득의양양하게 말했다. “대표님, 우리 둘 사이를 이렇게 빨리 외부에 발표하는 건가요? 대체 저를 얼마나 아끼시길래...” 그 말에도 그녀는 반박은커녕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후배를 회사의 중요한 프로젝트에 배치해 스펙을 쌓게 해주었다. 순간, 현장의 모든 직원들이 지붕이 떠나갈 듯 박수를 치며 두 사람이 천생연분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여러 해 함께 일해온 동료가 말없이 서 있는 나를 보고 일부러 낮은 목소리로 귀띔해 주었다. “한정훈, 너 눈치 빠르잖아. 분위기 좀 띄워 봐.” 하지만 나는 나서지 않았다. 대신 프로젝트 책임자 명패를 후배 쪽으로 밀며 너그럽게 말했다. “프로젝트에 참여만 하는 건 네 능력을 너무 낮추는 거, 아니야? 내 프로젝트 책임자 자리도 너희 공식 발표 선물로 줄게!”
View More그런데 정은서는 찌푸렸던 인상을 펴더니 가볍게 기침을 한 번 하고 말했다.“아직도 찬우를 질투하는 거야? 게다가 우리 제품에 문제가 있다고 모함까지 하다니. 네가 내 목숨을 구해준 걸 생각해서 너를 다시 데려올까 생각도 해봤는데 필요 없을 것 같아.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어?”눈에 독기가 스친 지찬우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웃으며 말했다.“은서야, 정훈 선배는 다른 회사에 입사했고 새 여자친구도 생겼어. 왜 돌아오겠어.”그러나 정은서는 비웃으며 말했다.“한정훈, 그만해. 언제까지 연기할 셈이야? 다 티나. 너랑 이 여자, 그냥 상사와 부하 직원일 뿐이잖아. 나를 화나게 하려고 일부러 동료를 끌어들인 거지?”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마지막으로 경고했다.“아까 제품이 통제를 벗어난 거 못 봤어?”이번에는 정은서가 눈살을 찌푸리며 내 말을 끊었다.“그만해! 찬우를 모함하는 거, 지겹지도 않아? 잘 들어, 우리 이미 납품도 한 차례 마쳤어. 고객들도 아주 만족해. 그러니 더 이상 이간질하지 마.”진심은 진심이 있는 사람에게만 통하는 법이라고 했던가? 정은서에게 무슨 말을 해도 더는 소용없다는 걸 알았다.그런데 바로 그때 연회장 입구에 갑자기 경찰들이 들이닥쳤다.경찰 곁에서 협력사 대표가 손가락으로 정은서를 가리키며 말했다.“바로 저 사람들입니다. 위조 및 불량 제품을 생산했습니다.”이내 차가운 수갑이 정은서와 지찬우의 손목에 채워졌다.정은서는 당황하여 횡설수설했다.“왜 이러세요! 왜 갑자기 저를 잡아가는 거냐고요!”지찬우도 당황했지만 순식간에 정은서에게 책임을 떠넘겼다.“저 아니에요. 대표님이 그렇게 하라고 시킨 거예요. 저는 그냥 시킨 대로 한 것뿐이에요!”몸부림치던 정은서는 그 자리에 굳어진 채 믿기 어렵다는 듯 지찬우를 바라보았다.두 사람은 변명할 시간도 없이 경찰에 끌려갔다.차에 오르기 직전, 정은서는 고개를 돌려 나를 깊이 한 번 쳐다보았다.이후 이 사건으로 정은서의 회사는 파산 신청을 했고 동시에 수백억의 빚을 지
사진 아래에 이런 글귀도 있었다.[언니, 이미 이혼한 전처라고 들었어요. 그러니 이 사람 그만 좀 찾아요. 정훈 씨한테 새 여자 생겼으니 더는 연락하지 말고요.]정은서는 정말로 더 이상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이번을 끝으로 앞으로 정은서와 접촉할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그런데 회사 대표가 나와 배민영을 정은서가 있는 도시의 테크 전시회에 출장을 보냈다.정은서와 마주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했지만 나는 어떻게든 공적인 태도로 일을 처리하려 했다. 옆에 있는 배민영이 주먹을 불끈 쥐며 나쁜 여자를 혼내주겠다고 했다.만찬 자리에서 배민영이 갑자기 춥다고 하자 나는 내 외투를 그녀에게 걸쳐주었다. 그때 뒤에서 콧방귀 소리가 들렸다.“하, 자기 여자를 끔찍이 아끼네.”익숙한 목소리가 귀에 들렸다. 바로 정은서였다.고개를 돌리자 정은서가 지찬우의 팔짱을 낀 채 일부러 바짝 붙어 있는 모습이 보였다.정은서는 내 표정 변화를 예의 주시했지만 내 눈에 질투가 하나도 없는 걸 확인하자 실망한 듯했다.배민영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입을 삐죽 내밀었다.“한정훈, 네 안목 생각보다 수준 이하네.”연기하기로 작정한 배민영은 내 어깨에 기대어 달콤하게 웃으며 말했다.“언니, 정훈 씨 놓아줘서 고마워요. 덕분에 제가 정훈 씨를 만날 수 있잖아요.”화가 난 정은서는 입술을 깨물며 발을 동동 굴렀다. 그러더니 원망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한정훈, 넌 내가 버린 남자야. 네가 이 세상에 제일 특별한 것 같지? 잘 들어, 찬우가 회사의 위기를 해결했어. 우리 회사, 곧 상장할 거야.”지찬우는 허리를 곧게 펴고 부끄러운 듯 웃으며 말했다.“은서야, 그렇게 칭찬하면 내가 부끄럽잖아.”지찬우의 말에 나는 깜짝 놀라 그를 바라보았다.이런 게 바로 연기 천재인 걸까? 이력서에는 연기 경력 같은 게 없었던 것 같은데...‘은서 선배’라고 부르며 꼬박꼬박 존칭을 쓰던 호칭도 어느새 ‘은서야’로 바뀌었고 말까지 놓았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물었다.“정 대표, 제품 좀 보
내 얼굴에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는 것을 본 정은서는 눈에 실망감이 스쳤다.다소 힘이 빠진 듯 이혼 합의서에 서명했다.나는 내 물건을 챙긴 뒤 뒤도 돌아보지 않고 회사를 나섰다.이번에는 정은서도 더 이상 따라오지 않았다.제때 비행기를 타고 천 킬로미터 떨어진 테크 회사에 도착했다.입사 후, 내 특허 기술이 회사의 핵심이 되면서 나는 빠른 속도로 승진하고 연봉도 껑충 올랐다.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미녀 상사 배민영과 계약 서명 자리에 함께하고 있을 때 휴대폰이 쉴 새 없이 진동했다.잠깐 얘기하고 자리에서 나와 화장실로 가서 휴대폰을 확인했다.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바로 정은서였다.정은서와의 마지막 대화는 그녀가 저녁을 같이 못 먹겠다고 문자를 보낸 것에 멈춰 있었다.그런데 지금 갑자기 사진을 잔뜩 보내왔다.다양한 명품 시계 사진들이었다.잠시 후, 메시지까지 왔다.[잘못 보냈네, 취소도 못 하고.][마음에 드는 거 있으면 말해, 이왕 산 김에 덤으로 하나 사줄게.]나는 미간을 찡그리며 답장을 보냈다.[시계 안 좋아해.]정은서는 뭔가 계속 입력하는 듯했으나 메시지는 오지 않았다.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으려는 찰나 다시 메시지를 보내왔다.[웃겨 정말. 나도 사주고 싶어서 이러는 거 아니야.]‘도대체 뭘 하려고 이러는 건지...’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며 정은서를 ‘방해 금지’ 모드로 설정했다. 이러면 문자가 와도 휴대폰에 계속 알람이 뜨는 일은 없을 것이다.마음 같아서는 차단하고 싶었지만 같은 업계에 있는 이상, 앞으로 업무상 교류가 있을지도 모르기에 굳이 차단까지는 하지 않았다.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 배민영과 마주쳤다.손에 계약서를 들고 있는 걸 보니 일이 잘 끝난 모양이었다.나는 미안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사과했다.“죄송합니다. 갑자기 볼일이 좀 생겨서요.”배민영이 살짝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여자친구한테서 전화라도 왔나 봐요?”처음에는 적당히 얼버무리려 했지만 생각해 보니 굳이 그럴 필요도 없을 것 같아 솔직하게 말
서류를 다시 주워 올린 나는 정은서를 밀치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정 대표, 길 막지 마. 비행기 시간 다 됐으니까. 할 말이 정말 있으면 변호사와 얘기해.”정은서는 온몸을 점점 더 심하게 떨었다. 그러다가 무언가 결심한 듯 다시 고개를 들더니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한정훈, 너 가면 정말 이혼이야.”“뭐? 한 전무님이 정 대표님의 남편이라고? 그럼 지 부장님은?”“와, 정말 복잡하네. 한 전무님과 지 부장님이 아는 사이인 줄 전혀 몰랐어. 두 사람 평소에 말 한마디도 안 하잖아!”“아, 그랬구나... 어제 한 전무님 반응이 이상한 이유를 이제 알겠네. 프로젝트 책임자 자리를 내놓겠다고 한 이유가...”충격에 휩싸였던 직원들은 이내 우리 둘 사이를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지찬우는 다소 난처해했지만 멘탈이 워낙 강한 녀석이라 그런지 오히려 박수를 치며 말했다.“정훈 선배, 사실 저도 두 분이 부부라는 걸 진작 얘기하고 싶었어요. 저도 오해를 받고 싶지 않았거든요. 사실대로 얘기하니 이제야 속이 시원하네요.”표정이 잔뜩 어두워진 정은서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이제 만족해? 나 직원들 앞에서 우리 둘 사이 공식적으로 얘기했어. 그러니까 물건 내려놓고 비행기표 취소해!”나는 정은서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이 여자는 한 번이라도 내가 떠날 거라는 걸 생각해 본 적이 없을까?회사 규모가 커진 후, 사내 연애가 회사 분위기를 망친다며 나보고 기다리라고 했다.회사가 안정되면 반드시 직원들 앞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하겠다며 나더러 조금만 더 힘내라고 했다.회사 자금 조달에 성공했는데도 정은서는 여전히 무관심하게 행동하며 지찬우와 알콩달콩 깨를 볶았다.그럼에도 여전히 자신감이 넘쳤다. 본인의 한마디에 내가 돌아설 거라고 확신하는 듯했다.나는 코웃음을 치며 가져온 이혼 합의서를 꺼냈다.“이혼할 거면 빨리 서명해.”이번에야말로 진짜로 멍해진 정은서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서 있었다. 여태껏 살면서 한 번도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에 완전히 넋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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