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날 버린 건 너야, 뒷북치지 마!: Bab 21 - Bab 30

30 Bab

제21화

“약속했잖아요. 이제부터 그 사람 생각하지 않겠다고.”이정빈의 눈썹이 의외라는 듯 미세하게 움직였다. 그는 손을 놓으며 가볍게 웃었다.“기억은 하고 있었네.”유소담은 몸에 걸친 코트를 여미고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다.“이 대표님은 그 사람 생각하지 말라고만 했지, 만나거나 안는 것까지 안 된다고 한 적은 없어요. 그리고 전 정말 그 사람 생각 안 했어요. 이 대표님이 제가 아닌데 어떻게 알아요? 약속한 건 지켰으니까 자꾸 죄인 취급하지 말아요.”겉으로는 태연했지만 속으로는 심장이 요동쳤다. 조리 있어 보이지만 억지스러운 구석도 있는 논리였다. 이 까다로운 남자의 입을 정말 막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이정빈은 흥미롭다는 듯 그녀를 응시했다. 다정해 보이는 눈매에는 매력이 넘쳤지만, 위로 치켜 올라간 눈꼬리의 날카로움은 감출 수 없었다.유소담은 소나기가 지나간 뒤 산골짜기에 홀로 남은 달처럼 맑고 차분했다. 머리도 빨라 그날 자신이 했던 말의 허점을 찾아내고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이정빈조차 가끔은 유소담을 완전히 읽을 수 없었다. 언젠가 이 여자에게 제대로 당하고도 모를까 봐 겁날 정도였다.정작 말문이 막힌 사람은 자신이었다.‘정말 영악한 여우야.’“네 말대로 그 사람 생각을 안 했다면 왜 형이 여기 있었지? 네가 먼저 연락한 게 아니야? 설마 병원에서 연락했다고 할 셈은 아니겠지?”이정빈은 유소담의 분홍빛 귀 가까이 몸을 기울였다. 낮은 숨결이 귓가를 스쳤다.“왜 나한테는 전화 안 했어? 왜 하필 이건후였는데?”뜨거운 입술이 스치는 곳마다 유소담에게는 독사의 비늘이 닿는 것처럼 소름이 끼쳤다. 본능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피하려 했지만 이정빈이 어깨를 눌러 버렸다.“대답해.”점점 인내심을 잃은 유소담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제가 전화했으면 정말 왔을 거예요? 강하리 씨 곁에 있어야 했다면서요. 어차피 안 올 사람한테 제가 왜 굳이 연락해요? 오히려 이 대표님 생각해서 안 한 거예요. 조금 전엔 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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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차량 전조등이 켜졌다. 남자는 빛을 등지고 길가에 서 있었다. 쏟아지는 빛 속에서 맞춤 정장이 탄탄하고 날렵한 허리선을 감쌌다. 몸에 빗물 흔적이 없는 걸 보면, 유소담과 이정빈을 본 뒤 차에서 내린 게 분명했다. 빈틈없는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온화한 미소를 유지했다. 모든 걸 알아도 입 밖에 내지 않고, 혹여 말하더라도 몇 겹의 포장을 덧씌우는 사람이었다.‘건후 오빠? 아직도 안 갔던 건가...’유소담의 동공이 미세하게 줄어들었다. 놀랄 틈도 없이 이정빈의 차갑고 음울한 시선이 그녀의 얼굴로 옮겨왔다. 왜 이건후가 아직 여기 있냐고 묻는 듯한 눈빛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이 질문만큼은 그녀도 답할 수 없었다.이건후와 관련된 일은 이미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이 순간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양쪽은 약 30m 거리를 두고 마주 서 있었다. 누구도 움직이지 않은 채 서로를 바라봤다. 유소담은 도무지 상황을 읽을 수 없었다.머리 위로 천둥이 우르릉 울렸다. 금방이라도 비가 다시 쏟아질 듯했다. 발밑의 잔돌이 밟힐 때마다 사각거리는 소리가 났다.유소담이 먼저 이 굳어 버린 분위기를 깨려 했지만, 이정빈이 한발 빨랐다.“타.”이정빈은 겉보기에는 제멋대로고 방탕해 보여도 무슨 일을 하든 여유가 있었다. 그의 한 걸음 한 걸음은 늘 치밀하게 계산된 것이었다.유소담은 이건후를 흘끗 봤다. 그 역시 말을 걸 생각은 없어 보였다.이정빈이 다시 말했다.“왜 그렇게 꾸물거려. 내가 안아서 태워 줘야 해?”유소담은 그의 말대로 재빨리 차에 올랐다.차에 탄 지 몇 초 되지도 않아 옆에 있던 남자가 태연하게 명령했다.“우도영, 들이받아.”‘들이받으라고? 뭘?’유소담은 고개를 들어 아직 길가에 서 있는 이건후를 봤다.‘설마 건후 오빠를 치라는 건가?’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며, 엄청난 공포가 심장을 덮쳤다. 막 입을 열려는 순간 엔진이 거칠게 울부짖으며 밤공기를 찢었다. 타이어가 노면을 강하게 긁어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차가 그대로 속도를 올려 이건후를 향해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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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유소담은 떨리는 마음을 억누르고 우도영을 바라봤다. 가까스로 사고를 피한 직후라 나무라는 투로 말했다.“이 대표님이 제정신 아니라고 우도영 씨까지 같이 막 나가면 어떡해요? 우도영 씨는 수행비서잖아요. 지시를 따르는 것뿐 아니라 상황을 보고 말릴 줄도 알아야죠.”우도영은 룸미러를 한번 봤지만 대답하지 않았다.우도영은 이정빈의 사람이었고, 오직 이정빈의 명령만 들었다. 유소담이 막고 싶어도 방법이 없었다.이정빈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더니 장난 섞인 악취미가 묻어나는 말투로 말했다.“그냥 겁만 좀 주려고 한 거야. 당사자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왜 네가 그렇게 흥분해? 왜, 마음 아파?”차 안으로 빛과 그림자가 번갈아 스쳐 지나가며 그의 깊은 이목구비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눈은 웃고 있었지만, 그녀의 속마음을 전부 꿰뚫어 보려는 듯했다.“대체 왜...”“유소담, 지금은 그 사람 편들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안 그러면 이번에는 정말 쳐 죽일지도 모르니까.”높은 콧대 옆으로 짙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유소담은 더는 입을 열지 못하고 룸미러로 이건후의 상태만 살폈다.이건후는 제자리에 서서 차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바라봤다. 늘 봄바람처럼 온화하던 미소는 조금씩 사라졌고, 마침내 아무 표정도 남지 않았다.수행비서 최윤재가 차에서 내려 이건후에게 다가왔다. 대표님이 다치지 않은 걸 확인한 뒤에야 미간을 찌푸리며 분을 터뜨렸다.“대표님, 이정빈 씨가 너무 심했어요. 방금 정말 대표님을 죽이려 했어요.”“그럴 배짱은 없어.”“네?”이건후가 최윤재의 눈을 똑바로 보더니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정빈이가 정말 날 죽이려 했다면 난 지금 살아 있지 못했어.”최윤재는 이해할 수 없었다.“대표님, 화도 안 나세요? 그리고 왜 굳이 유소담 씨와 이정빈 씨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신 거예요?”찬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보랏빛이 감도는 어두운 하늘에 번개가 갈라졌다. 이건후의 눈은 유난히 밝았다. 그가 하늘을 한번 올려다봤다.“오늘 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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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찬바람의 냉기가 앞 유리를 때렸다. 차 안 공기가 묘하게 답답해졌다. 유소담은 여전히 이정빈의 코트를 두르고 있었다. 은은한 담배 냄새가 코끝을 채웠다. 오늘 밤 이정빈은 유난히 격해졌다.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방탕한 모습은 그의 가면일 뿐, 본성은 그보다 훨씬 위험하다는 걸.차 안은 숨 막힐 만큼 조용했다. 창밖에서는 날카로운 바람 소리만 희미하게 들렸다.그때 다급한 벨 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정빈아, 소담이는 괜찮아? 다친 데는 없어? 다 내 잘못이야. 네가 나랑 있지 않았으면 소담이한테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스피커폰은 아니었지만 휴대전화 음량이 커서 유소담에게도 대충 내용이 들렸다.이정빈은 그녀를 흘끗 보며 말했다.“살아 있어. 원래 목숨 질긴 애라 안 죽어.”그러고는 목소리를 조금 누그러뜨렸다.“이건 네 잘못 아니야. 하리야, 괜한 생각 하지 마. 몸도 안 좋은데 일찍 자.”전화를 끊은 이정빈은 휴대전화를 아무렇게나 던졌다.“이제 만족했어?”유소담은 대답하지 않고 계속 창밖만 바라봤다. 이정빈이 지금 괜히 트집을 잡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이정빈은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었다.“불붙여.”유소담은 옆 수납함에서 라이터를 찾아 몸을 기울인 후 한 손을 둥글게 오므려 담배 반대편을 가리고 라이터를 켰다. 딸깍 소리와 함께 작은 불꽃이 튀어 올랐고, 담배 끝이 붉게 타기 시작했다.이정빈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바라보며 깊게 한 모금 빨았다. 이어 짙은 연기를 내뿜었다. 마치 기운을 빨아먹는 괴물 같았다.그의 시선이 유소담의 가느다란 목선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더니 드러난 하얀 종아리에 멈췄다. 눈빛이 어두워졌다.유소담은 못 본 척했다. 그러다 갑자기 허벅지에 뜨거운 손길이 닿았다. 어느새 이정빈이 안쪽 치맛자락을 들추고 있었다.유소담은 당황해 그의 손목을 눌렀다.“뭐 하는 거예요?”그녀는 재빨리 운전 중인 우도영을 봤다. 우도영은 프로답게 이런 상황이 낯설지 않은 듯 운전에만 집중하며 뒤를 한 번도 돌아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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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말하고 나니 조금 후회됐다. 어떤 일은 굳이 입 밖에 꺼내지 않는 편이 나았다.말해 버리면 재미가 없어지니까.유소담은 어쩔 수 없이 그의 곁에 묶여 지금은 호랑이와 함께 길을 걷는 신세가 되었다. 평소에는 참고 말없이 버티는 것처럼 보여도 속은 꽤 고집 세고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었다.빈정거리는 말인 줄 알면서도 이정빈의 마음에는 파문이 일었다. 억눌러 둔 감정이 조금씩 번져 나갔다.이정빈의 뜨거운 시선을 받자 유소담은 괜히 몸 둘 바를 몰랐다.어둡고 누런 가로등 불빛이 번갈아 차 안을 스쳤다. 이정빈은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빼더니, 뜨겁게 타고 있는 담배 끝을 자신의 손가락 마디에 눌렀다. 차갑고 하얀 피부가 붉은 불씨에 닿는 순간 검붉게 달아올랐고, 담뱃불은 그렇게 조금씩 꺼져 갔다. 거의 자해나 다름없는 행동이었다.유소담은 주먹을 꽉 쥔 채 숨도 크게 쉬지 못했다.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이정빈을 바라봤다. 이정빈은 전혀 아프지 않은 사람처럼 오히려 즐거운 듯 입꼬리를 올렸다.깊고 어두운 눈 속에는 좀처럼 보기 힘든 음침함과 광기가 서려 있었다. 그 모습은 강렬한 충격을 줬다.뼛속까지 위험을 즐기는 미친 인간이었다.이정빈은 완벽에 가까운 집안 배경과 타고난 외모, 치밀한 판단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누구나 그의 앞에서는 공손해야 했고, 늘 그를 올려다봐야 했다. 그런 사람에게 잇따른 반항과 거절은 견디기 힘든 모욕이었다.유소담은 그가 자신에게 경고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만약 이 자리에 이건후가 앉아 있었다면, 방금 담뱃불이 눌린 곳은 이정빈 자신의 손이 아니라 이건후의 손이었을 것이다.이정빈이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그의 재떨이가 될 수 있었다.이 방탕한 남자는 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미쳐 있었다.“우도영, 차 세워.”차가 천천히 멈췄다. 유소담은 그가 뭘 하려는지 몰랐다. 다음 순간 차 문이 열리며 찬바람이 거칠게 들이쳤고, 먹구름 사이로 비치는 달빛이 희미하게 깜빡였다.“내려.”비는 이미 완전히 그쳐있었다. 유소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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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강하리는 오드리 헵번을 떠올리게 하는 차림이었다. 모자 장식에는 진주가 박혀 있었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흐트러진 곳이 하나도 없었다. 복사해 붙여 놓은 듯 완벽했으며, 표정과 몸짓 하나하나까지 오랫동안 다듬어진 사람처럼 우아했다.‘과연 명문가 아가씨 다워.’ 유소담조차 속으로 감탄할 정도였다. 몸에 밴 단정함과 우아함은 흉내 낼 수 없는 것이었다.“소담 씨, 왔네요.”“하리 씨.”유소담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군더더기 없는 옷차림에 선명한 색감, 몸짓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자신감마저, 강하리와 나란히 있어도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소담 씨, 정빈이 찾으러 온 거죠?”강하리가 안쪽 휴게실을 가리켰다.“정빈이가 옷 갈아입는 중이니 조금 기다려야 할 것 같아요.”유소담이 고개를 끄덕인 순간, 휴게실 안에서 이정빈의 느긋하고 비웃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걔는 그냥 대체품일 뿐이야.”‘대체품... 설마 나를 말하는 건가? 강하리의 대체품?’이정빈은 어젯밤 자신을 찾아왔던 일을 강하리에게 설명하고 있는 것 같았다. 역시 자신의 존재가 이정빈과 강하리라는 잘 어울리는 한 쌍 사이를 가로막고 있었던 모양이다.곧이어 강하리가 안쪽을 향해 말했다.“난 신경 쓰지 않아.”유소담은 더 듣고 싶지 않았지만 자리를 뜨지는 않았다. 자신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알아서 차단하는 것도 자기 보호의 한 방법이었다.강하리는 평소와 다름없는 눈빛으로 슬쩍 유소담의 손목에 있는 꼬임 옥 팔찌를 훑었다.“소담 씨, 어젯밤 정말 미안했어요. 어제가 소담 씨 생일인 줄 몰랐거든요. 알았더라면 제가 아무리 아팠어도 정빈이를 소담 씨한테 보냈을 거예요.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 저만 아니었으면 소담 씨가 다치는 일도 없었을 텐데.”유소담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이런 류의 말은 이정빈 곁에 있으면서 수도 없이 들어 본 것 같았다.“하리 씨가 마음 쓰실 필요 없어요.”그녀가 다시 물었다.“이렇게 일찍부터 이 대표님이랑 회사에 나오신 걸 보니 몸은 괜찮아지셨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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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유소담이 갑자기 이렇게 성질을 낼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순간 사무실 안의 분위기가 어색하게 굳었다.강하리가 재빨리 정적을 풀 듯 선물 상자 하나를 꺼냈다.“소담 씨, 미안한 마음에 생일 선물을 하나 준비했어요.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어요.”상자 안에는 비둘기 알만 한 푸른 다이아몬드가 고요히 놓여 있었다. 밝은 실내에서 옅은 푸른빛을 내뿜는 모습은 마치 ‘바다의 심장’처럼 신비로웠다. 그 자체로 막대한 돈이 만들어 낸 화려함이었다.유소담은 한눈에 알아봤다. 2016년 세계 경매 사상 최대 크기의 팬시 비비드 블루 다이아몬드 ‘오펜하이머 블루’였다. 스위스 제네바 경매에서 익명의 수집가가 5,060만 스위스프랑, 당시 약 850억에 낙찰받아 단일 다이아몬드 최고 거래가 기록을 갈아치웠던 보석이었다.유소담도 이 전설적인 블루 다이아몬드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있었다. 그 익명의 수집가가 강하리일 줄은 몰랐다.14.62캐럿짜리 블루 다이아몬드는 직사각형으로 커팅돼 반지에 세팅되어 있었고, 양옆에는 작은 다이아몬드 두 개가 장식돼 있었다.당시 크리스티는 ‘오펜하이머 블루’를 경매에 나온 블루 다이아몬드 중 가장 큰 팬시 비비드 블루라고 소개했다. 유명 보석 전문가 역시 자신이 본 것 중 가장 아름다운 무결점 다이아몬드라고 평가한 바 있었다.유소담은 티 내지 않고 보석을 살펴봤다. 확실히 눈부시긴 했다.강하리가 이렇게까지 통 큰 선물을 꺼낼 줄은 몰랐다.‘대체 뭘 증명하려는 걸까. 잘난 척하고 싶은 건가?’강하리도 티 내지 않고 유소담의 미세한 반응을 살폈다.“작은 성의인데 마음에 들지 모르겠네요.”유소담이라면 분명 이 선물을 좋아하고, 이렇게 비싼 블루 다이아몬드 앞에서 놀랄 거라고 확신하는 듯했다.하지만 강하리는 한 가지를 잊고 있었다. 유소담이 명문가 출신은 아니어도 어릴 때부터 지수정에게 철저히 교육받아 이런 물건들을 수도 없이 봐 왔다는 사실을.유소담은 질문에 바로 답하지 않고 느긋한 시선으로 강하리를 바라보며 말했다.“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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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유소담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계속 듣고 있었지만 속은 이미 싸늘하게 식었다. 강하리가 먼저 요구할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이정빈이 아무렇지 않게 내줘 버렸다.예상 밖이기는 했지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그가 그렇게 강하리를 좋아하는데 고작 물건 하나 때문에 강하리 마음을 거스를 리 없었다.강하리는 난처한 듯 유소담을 한번 봤다.“그건 좀 그렇지 않나? 네가 소담 씨한테 준 생일 선물인데 어떻게 달라고 해.”이정빈은 나른하게 기대앉아 유소담의 무표정한 얼굴을 훑다가 엄지로 손가락 마디를 꾹 누르며 말했다.“미안할 게 뭐 있어. 네가 원하는 건 다 해 줄 수 있어.”깊은 바다로 가라앉은 듯 거대한 압박감이 가슴을 짓눌렀다. 당장이라도 흉곽이 터질 것 같았다. 하지만 유소담의 얼굴은 여전히 아무렇지 않았다. 마음이 메마른 여자가 사랑에 목매고 인정에 굶주리면 결국 탈 나기 마련이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과 많은 자원을 가졌어도 그 깊은 구렁에서 자신을 구할 수 없다.강하리가 무언가 더 말하려던 순간, 유소담은 붉은 입술을 살짝 올렸다.“이 대표님 말이 맞아요. 하리 씨, 전혀 미안해하실 필요 없어요.”무표정하던 유소담이 갑자기 환하게 웃는 순간, 이정빈의 심장이 세게 뛰었다.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유소담은 손목의 꼬임 옥 팔찌를 빼고 있었다. 손에서 잘 빠지지 않을 걸 알면서도 망설임 없이 힘껏 잡아당겼다. 결국 팔찌는 빠졌고, 뼈가 도드라진 손등은 마찰 때문에 붉게 달아올랐다.유소담은 두 손가락으로 팔찌를 집어 들어 두 사람을 향해 웃었다.“이 팔찌가 비싸긴 해도 돈 주고도 못 구하는 물건까진 아니에요. 하리 씨가 원하신다면 당연히 드릴 수 있죠.”이정빈과 강하리 모두 그녀가 정말 동의할 줄은 예상하지 못한 표정이었다.하지만 유소담은 곧 말을 돌려 이정빈을 바라봤다.“다만 이미 제게 준 순간 이건 제 물건이 됐잖아요. 저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안 해요. 하리 씨의 환심을 사고 싶은 거라면 이 대표님이 제게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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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유소담은 강하리에게 환하게 웃어 보였다.“아주 괜찮은 거래였어요.”자신이 준 물건을 유소담이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처분하자 이정빈은 갑자기 짜증이 치밀었다. 그냥 입에서 나오는 대로 한 말이었는데, 유소담이 정말 망설임 없이 팔찌를 넘길 줄은 몰랐다. 인제 와서는 괜히 그 말을 받았다는 후회가 밀려왔다.강하리는 바라던 대로 꼬임 옥 팔찌를 손에 넣었다.“정빈아, 네가 채워 줘.”이정빈은 거절하지 않았다. 유소담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휴대전화만 만지고 있었다.그는 일부러 유소담의 관심을 끌고 약을 올리려는 듯 강하리의 손을 보며 말했다.“네가 차니까 훨씬 예쁘네.”유소담이 낮게 코웃음을 쳤다.“600억 원짜리인데 안 예쁠 수가 있겠어요?”강하리는 유소담의 텅 빈 손목을 보고 다정하고 사려 깊은 척 말했다.“그럼 소담 씨는 이제 찰 게 없잖아요. 제 가방에 여분으로 가져온 게 하나 있는데, 괜찮다면...”‘그러니까 나는 강하리가 쓰지 않는 것 정도나 받아야 한다는 건가?’강하리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유소담은 이미 거절할 말을 생각해 뒀다. 그런데 그때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유소담이 이정빈 대신 바로 말했다.“들어오세요.”들어온 사람은 우도영이었다.“대표님, 큰 도련님 쪽 수행비서가 왔습니다.”이정빈은 무심하게 물었다.“왜 왔대? 무슨 일인지 말했어?”우도영은 유소담을 한번 보며 조금 머뭇거렸다.“유소담 씨를 만나러 왔다고 합니다.”유소담이 나가려는데 이정빈이 느긋하게 한마디 던졌다.“들어오라고 해. 나도 마침 형이 얘한테 무슨 일로 사람을 보냈는지 궁금하네.”유소담은 이정빈을 바라보다가 그의 웃는 듯 마는 듯한 시선과 정면으로 마주쳤다. 도무지 읽을 수 없는 감정이 그 안에 섞여 있었다.두 사람의 시선이 맞닿은 채 몇 초가 조용히 흘렀다. 말은 없었지만 오히려 더 많은 것이 오갔다.강하리는 그 모습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지켜봤다.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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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복수에 성공했다는 통쾌함에 빠져 있던 유소담은 순간 이정빈의 존재를 잊고 있었다.강하리가 입만 열면 자연스럽게 이정빈의 형을 가족처럼 부르는 걸 보면, 정말 이미 자신을 이정빈의 아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강하리의 이간질은 그리 고급스러운 수법도 아니었다. 하지만 유소담은 정말 가슴이 철렁했다. 어젯밤 이정빈이 차로 이건후를 치라고 명령하던 장면이 떠오르자 지금도 두피가 서늘해졌다.유소담은 저도 모르게 이정빈을 바라봤다.이정빈은 원래 늘 느슨하고 무심했다. 무슨 일이든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것 같았고, 사람을 볼 때도 얼굴에 희미하게 비웃으며 가지고 노는 듯한 미소가 깔려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정말 화가 난 듯 얼굴에 아무 표정도 없었다. 새까만 눈에 사나운 기운이 서린 채, 유소담 손목에 찬, 이건후가 준 팔찌를 썩은 고깃덩어리라도 보는 것처럼 바라봤다.유소담의 가슴이 철렁했다.“저 아직 할 일이 있어서 먼저 나갈게요. 두 분 얘기하세요.”이정빈은 꽤 미친 사람이니 삼십육계 줄행랑이 상책이었다.강하리가 그녀를 불러 세웠다.“소담 씨, 제가 돌아왔다고 정빈이랑 민찬이가 오늘 저녁 자리를 마련했어요. 저 환영해 주는 자리라니까 소담 씨도 정빈이랑 꼭 같이 와요. 제 체면 봐서라도 빠지면 안 돼요.”이렇게까지 말하는데 유소담도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유소담이 사무실을 나와 복도를 지나는데 동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들었어? 이 대표님 약혼한대! 상대가 아까 같이 있던 강하리 씨래.”“진짜야? 여자 바꾸는 걸 옷 갈아입듯 하는 사람이 벌써 결혼한다고?”“이 대표님 같은 사람이야 옆에 여자 있는 게 뭐가 이상해. 밖에서 놀 만큼 놀아도 결국 결혼은 집안에서 정해 주는 상대량 하겠지.”수군거리던 직원이 주변을 살핀 뒤 목소리를 낮췄다.“그래서 이 대표님은 뭐래?”“당연히 좋다고 하겠지. 강하리 씨는 예쁘고 학벌도 좋고 몸매도 좋은데 싫다는 남자가 어디 있겠어.”“강하리 씨 아직 안 갔지?”“안 갔어! 유 비서도 벌써 나왔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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