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모임에서 마침내 이정빈의 결혼 소식이 전해졌다. 유소담에겐 예상했던 수순이라 전혀 놀랍지 않았다.다만 이한철은 누구인지 콕 집어 말하지 않고 여운을 남겼다.식탁 위, 축복의 말들이 오갔지만, 이정빈의 표정은 읽기 어려웠다. 늘 그렇듯 느긋하고 제멋대로인 얼굴이었다.“회사에 볼일이 생겨서 먼저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실례할게요.”이정빈이 유소담을 힐끗 보았다. 이에 그녀는 곧장 눈치채고 일어나 인사한 뒤 식탁을 벗어났다.저택을 나선 지 얼마 되지 않아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소담아.”유소담은 재빨리 마음을 다잡았다. 뒤따라온 이는 다름 아닌 이정빈의 형 이건후였다.“너 괜찮아?”이건후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유소담은 깊은숨을 들이쉬고 돌아섰다. 이어서 억지웃음을 지으며 태연한 척 대답했다.“괜찮죠 그럼.”이건후는 부드러운 눈매에 감미롭게 속삭였지만, 왠지 머뭇거리는 투가 느껴졌다.“아까 식탁에서 들었겠지만, 할아버지가 정빈이 혼담을 정하셨어. 너랑 정빈이는 질질 끌다가 결국 탈이 나는 법이야. 나야 널 친동생처럼 아끼니까 하는 말인데 빨리 결정을 내리는 게 좋을 거야.”유소담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담담하게 대답했다.“네, 오빠. 조언 감사해요. 신중하게 생각해 볼게요.”이건후는 그녀의 망설임을 알아차린 듯 안타까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소담아, 네가 정빈이하테 마음이 있다는 거 알아. 하지만 정빈이가 너한테 그렇게까지 했는데 계속 옆에 있고 싶어?”그 말은 무형 중에 유소담의 깊은 상처를 건드렸다. 그녀 입가의 미소가 싸늘하게 굳었고 눈에는 조소가 서렸다.“제가 왜 대표님 곁에 있는지 오빠가 누구보다 잘 아시잖아요?”그녀는 이건후와도 명확히 선을 긋고 싶었다.“그때 제가 가장 먼저 손 내민 건 건후 오빠였어요.”그녀는 지난날을 회상했다. 이동준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후, 이한철은 자신과 엄마를 이씨 가문에서 내쫓으려 했다.당시 이씨 가문에서 이건후만이 유소담에게 친절했기에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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