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낮에는 사무실의 비서로, 밤에는 한 지붕 아래 위태로운 관계를 이어가는 두 사람. 이정빈에게 유소담은 그저 침대 위의 파트너이자 복수의 화풀이 상대일 뿐이다. 그는 바람둥이에 냉혈한이었고 결코 그녀를 사랑할 리 없었다. 3년 계약이 끝나던 날, 유소담은 이 기괴한 관계에 마침표를 찍기로 했지만 남자는 그녀를 벽으로 거칠게 밀어붙였다. “유소담, 네가 먼저 나를 건드렸잖아.” 그 후, 이정빈은 다른 여자와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다. 유소담이 소란을 피우거나 심지어 결혼식이라도 막을 줄 알았건만 정작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미련 없이 떠났다. 그렇게 이정빈의 품을 벗어난 유소담은 모든 이들이 동경하는 유씨 가문의 귀한 따님이 되어 화려하게 돌아왔다. 누군가 그녀에게 이정빈에 대한 미련이 남았는지 묻자 유소담은 비릿한 웃음을 흘렸다. “상대할 가치 없는 옛날이야기일 뿐이에요. 요즘 세상에 누가 구시대적인 ‘바람둥이의 참회’ 같은 걸 기다린다고.” 이정빈은 그녀가 단지 투정을 부리는 줄로만 여겼다. 그러던 중 유소담이 잘 나가는 남자 모델과 함께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 불이 꺼지고 그녀는 밤새 나오지 않았다. 비 오는 밤, 이정빈은 죽음의 문턱까지 치닫는 고통에 시달렸다.
Lihat lebih banyak복수에 성공했다는 통쾌함에 빠져 있던 유소담은 순간 이정빈의 존재를 잊고 있었다.강하리가 입만 열면 자연스럽게 이정빈의 형을 가족처럼 부르는 걸 보면, 정말 이미 자신을 이정빈의 아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강하리의 이간질은 그리 고급스러운 수법도 아니었다. 하지만 유소담은 정말 가슴이 철렁했다. 어젯밤 이정빈이 차로 이건후를 치라고 명령하던 장면이 떠오르자 지금도 두피가 서늘해졌다.유소담은 저도 모르게 이정빈을 바라봤다.이정빈은 원래 늘 느슨하고 무심했다. 무슨 일이든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것 같았고, 사람을 볼 때도 얼굴에 희미하게 비웃으며 가지고 노는 듯한 미소가 깔려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정말 화가 난 듯 얼굴에 아무 표정도 없었다. 새까만 눈에 사나운 기운이 서린 채, 유소담 손목에 찬, 이건후가 준 팔찌를 썩은 고깃덩어리라도 보는 것처럼 바라봤다.유소담의 가슴이 철렁했다.“저 아직 할 일이 있어서 먼저 나갈게요. 두 분 얘기하세요.”이정빈은 꽤 미친 사람이니 삼십육계 줄행랑이 상책이었다.강하리가 그녀를 불러 세웠다.“소담 씨, 제가 돌아왔다고 정빈이랑 민찬이가 오늘 저녁 자리를 마련했어요. 저 환영해 주는 자리라니까 소담 씨도 정빈이랑 꼭 같이 와요. 제 체면 봐서라도 빠지면 안 돼요.”이렇게까지 말하는데 유소담도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유소담이 사무실을 나와 복도를 지나는데 동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들었어? 이 대표님 약혼한대! 상대가 아까 같이 있던 강하리 씨래.”“진짜야? 여자 바꾸는 걸 옷 갈아입듯 하는 사람이 벌써 결혼한다고?”“이 대표님 같은 사람이야 옆에 여자 있는 게 뭐가 이상해. 밖에서 놀 만큼 놀아도 결국 결혼은 집안에서 정해 주는 상대량 하겠지.”수군거리던 직원이 주변을 살핀 뒤 목소리를 낮췄다.“그래서 이 대표님은 뭐래?”“당연히 좋다고 하겠지. 강하리 씨는 예쁘고 학벌도 좋고 몸매도 좋은데 싫다는 남자가 어디 있겠어.”“강하리 씨 아직 안 갔지?”“안 갔어! 유 비서도 벌써 나왔잖아
유소담은 강하리에게 환하게 웃어 보였다.“아주 괜찮은 거래였어요.”자신이 준 물건을 유소담이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처분하자 이정빈은 갑자기 짜증이 치밀었다. 그냥 입에서 나오는 대로 한 말이었는데, 유소담이 정말 망설임 없이 팔찌를 넘길 줄은 몰랐다. 인제 와서는 괜히 그 말을 받았다는 후회가 밀려왔다.강하리는 바라던 대로 꼬임 옥 팔찌를 손에 넣었다.“정빈아, 네가 채워 줘.”이정빈은 거절하지 않았다. 유소담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휴대전화만 만지고 있었다.그는 일부러 유소담의 관심을 끌고 약을 올리려는 듯 강하리의 손을 보며 말했다.“네가 차니까 훨씬 예쁘네.”유소담이 낮게 코웃음을 쳤다.“600억 원짜리인데 안 예쁠 수가 있겠어요?”강하리는 유소담의 텅 빈 손목을 보고 다정하고 사려 깊은 척 말했다.“그럼 소담 씨는 이제 찰 게 없잖아요. 제 가방에 여분으로 가져온 게 하나 있는데, 괜찮다면...”‘그러니까 나는 강하리가 쓰지 않는 것 정도나 받아야 한다는 건가?’강하리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유소담은 이미 거절할 말을 생각해 뒀다. 그런데 그때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유소담이 이정빈 대신 바로 말했다.“들어오세요.”들어온 사람은 우도영이었다.“대표님, 큰 도련님 쪽 수행비서가 왔습니다.”이정빈은 무심하게 물었다.“왜 왔대? 무슨 일인지 말했어?”우도영은 유소담을 한번 보며 조금 머뭇거렸다.“유소담 씨를 만나러 왔다고 합니다.”유소담이 나가려는데 이정빈이 느긋하게 한마디 던졌다.“들어오라고 해. 나도 마침 형이 얘한테 무슨 일로 사람을 보냈는지 궁금하네.”유소담은 이정빈을 바라보다가 그의 웃는 듯 마는 듯한 시선과 정면으로 마주쳤다. 도무지 읽을 수 없는 감정이 그 안에 섞여 있었다.두 사람의 시선이 맞닿은 채 몇 초가 조용히 흘렀다. 말은 없었지만 오히려 더 많은 것이 오갔다.강하리는 그 모습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지켜봤다.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이
유소담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계속 듣고 있었지만 속은 이미 싸늘하게 식었다. 강하리가 먼저 요구할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이정빈이 아무렇지 않게 내줘 버렸다.예상 밖이기는 했지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그가 그렇게 강하리를 좋아하는데 고작 물건 하나 때문에 강하리 마음을 거스를 리 없었다.강하리는 난처한 듯 유소담을 한번 봤다.“그건 좀 그렇지 않나? 네가 소담 씨한테 준 생일 선물인데 어떻게 달라고 해.”이정빈은 나른하게 기대앉아 유소담의 무표정한 얼굴을 훑다가 엄지로 손가락 마디를 꾹 누르며 말했다.“미안할 게 뭐 있어. 네가 원하는 건 다 해 줄 수 있어.”깊은 바다로 가라앉은 듯 거대한 압박감이 가슴을 짓눌렀다. 당장이라도 흉곽이 터질 것 같았다. 하지만 유소담의 얼굴은 여전히 아무렇지 않았다. 마음이 메마른 여자가 사랑에 목매고 인정에 굶주리면 결국 탈 나기 마련이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과 많은 자원을 가졌어도 그 깊은 구렁에서 자신을 구할 수 없다.강하리가 무언가 더 말하려던 순간, 유소담은 붉은 입술을 살짝 올렸다.“이 대표님 말이 맞아요. 하리 씨, 전혀 미안해하실 필요 없어요.”무표정하던 유소담이 갑자기 환하게 웃는 순간, 이정빈의 심장이 세게 뛰었다.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유소담은 손목의 꼬임 옥 팔찌를 빼고 있었다. 손에서 잘 빠지지 않을 걸 알면서도 망설임 없이 힘껏 잡아당겼다. 결국 팔찌는 빠졌고, 뼈가 도드라진 손등은 마찰 때문에 붉게 달아올랐다.유소담은 두 손가락으로 팔찌를 집어 들어 두 사람을 향해 웃었다.“이 팔찌가 비싸긴 해도 돈 주고도 못 구하는 물건까진 아니에요. 하리 씨가 원하신다면 당연히 드릴 수 있죠.”이정빈과 강하리 모두 그녀가 정말 동의할 줄은 예상하지 못한 표정이었다.하지만 유소담은 곧 말을 돌려 이정빈을 바라봤다.“다만 이미 제게 준 순간 이건 제 물건이 됐잖아요. 저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안 해요. 하리 씨의 환심을 사고 싶은 거라면 이 대표님이 제게 다시
유소담이 갑자기 이렇게 성질을 낼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순간 사무실 안의 분위기가 어색하게 굳었다.강하리가 재빨리 정적을 풀 듯 선물 상자 하나를 꺼냈다.“소담 씨, 미안한 마음에 생일 선물을 하나 준비했어요.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어요.”상자 안에는 비둘기 알만 한 푸른 다이아몬드가 고요히 놓여 있었다. 밝은 실내에서 옅은 푸른빛을 내뿜는 모습은 마치 ‘바다의 심장’처럼 신비로웠다. 그 자체로 막대한 돈이 만들어 낸 화려함이었다.유소담은 한눈에 알아봤다. 2016년 세계 경매 사상 최대 크기의 팬시 비비드 블루 다이아몬드 ‘오펜하이머 블루’였다. 스위스 제네바 경매에서 익명의 수집가가 5,060만 스위스프랑, 당시 약 850억에 낙찰받아 단일 다이아몬드 최고 거래가 기록을 갈아치웠던 보석이었다.유소담도 이 전설적인 블루 다이아몬드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있었다. 그 익명의 수집가가 강하리일 줄은 몰랐다.14.62캐럿짜리 블루 다이아몬드는 직사각형으로 커팅돼 반지에 세팅되어 있었고, 양옆에는 작은 다이아몬드 두 개가 장식돼 있었다.당시 크리스티는 ‘오펜하이머 블루’를 경매에 나온 블루 다이아몬드 중 가장 큰 팬시 비비드 블루라고 소개했다. 유명 보석 전문가 역시 자신이 본 것 중 가장 아름다운 무결점 다이아몬드라고 평가한 바 있었다.유소담은 티 내지 않고 보석을 살펴봤다. 확실히 눈부시긴 했다.강하리가 이렇게까지 통 큰 선물을 꺼낼 줄은 몰랐다.‘대체 뭘 증명하려는 걸까. 잘난 척하고 싶은 건가?’강하리도 티 내지 않고 유소담의 미세한 반응을 살폈다.“작은 성의인데 마음에 들지 모르겠네요.”유소담이라면 분명 이 선물을 좋아하고, 이렇게 비싼 블루 다이아몬드 앞에서 놀랄 거라고 확신하는 듯했다.하지만 강하리는 한 가지를 잊고 있었다. 유소담이 명문가 출신은 아니어도 어릴 때부터 지수정에게 철저히 교육받아 이런 물건들을 수도 없이 봐 왔다는 사실을.유소담은 질문에 바로 답하지 않고 느긋한 시선으로 강하리를 바라보며 말했다.“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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