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미련 없는 아내의 퇴장법: Capítulo 11 - Capítulo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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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그런데 이제 가희가 예전에 원했던 TY그룹의 자리를 정희가 차지하고 있었다.가희의 입가에 차가운 웃음이 걸렸다.‘좋아. 그럼 나도 봐줄 필요 없겠네.’채팅창을 열었다.먼저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정희였다.[Moon님, 복귀 정말 축하드립니다! TY그룹 향수개발팀 팀장 남정희입니다. 3년 전 귀하와의 협업으로 양쪽 모두 좋은 성과를 냈습니다. 이번 복귀를 계기로 TY그룹은 다시 한번 함께하고 싶습니다.][가능합니다. 어떤 방식의 협업을 원하시나요?]정희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지 답장이 금방 왔다.[TY그룹은 현재 자체 조향팀을 키우려 합니다. 3년 전보다 다섯 배 높은 금액인 1억 원에 조향 레시피와 해당 작품의 명의 사용권을 일괄 매입하고 싶습니다. 조건이 괜찮다면 바로 계약금을 지급하겠습니다.]TY그룹 뷰티 R&D센터 팀장실.정희는 단정한 오피스룩 차림으로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손 옆에는 비서가 막 내려놓은 커피가 있었다.채팅창을 바라보는 붉은 입술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렸다.Moon과 회사가 3년 전 주고받은 거래 내역을 우연히 확인하지 못했다면, 마침 Moon의 복귀 소식까지 접하지 못했다면 이런 기회를 잡을 수 없었을 것이다.‘Moon은 이름값에 비해 가격이 말도 안 되게 저렴하네.’다섯 배나 올려 주면서 고작 명의 사용권 하나 요구하는 것이었다.바보가 아니라면 거절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그 레시피의 조향사 이름을 자기 이름으로 바꿔 발표하면 귀국 후 첫 성과를 화려하게 터뜨릴 수 있었다.그때 새 메시지가 도착했다.[4억 원. 일괄 매입 조건이며 가격 조정은 없습니다.]정희의 웃음이 굳었다.눈이 크게 떠졌다.“4억? 완전 강도도 아니고!”[제안 금액이 저희 예산 범위를 많이 넘어섭니다. 조금 조정할 수 없을까요?][Moon의 향은 그 가격의 가치가 있습니다.]“짜증 나.”정희는 키보드를 내리칠 뻔했다.3년 전 2천만 원 수준이던 레시피가 갑자기 4억 원이 됐다.다음 시즌에 R&D센터가 준비하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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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지아는 새로운 물건이라도 발견한 사람처럼 주환이 미처 치우지 않은 면도기를 집어 들었다.“네가 말한 산부인과 의사, 남자였어?”가희는 그 사실 자체는 별로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개를 끄덕였다.“교수님은 정말 실력 있는 산부인과 의사야. 그분이 아니었으면 뱃속 아이뿐 아니라 나까지 죽었을 수도 있어. 그래서 지금은 여기 머무는 게 가장 안전해.”“우리 가희 불쌍해서 어떡해?”지아는 면도기는 잊어버린 채 눈가를 붉히며 가희를 조심스럽게 안았다.가희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지아는 거의 전부 알고 있었다. 알기에 더 마음이 쓰이고 아팠다.“가족이고 남편이고 다 필요 없어. 그냥 다 끊어. 앞으로 내가 너랑 네 애 둘 다 먹여 살릴게!”지아는 외동딸이었다.지아의 부모는 안정적인 공공기관에서 오래 일했고, 하나뿐인 딸을 어려서부터 아낌없이 사랑했다.지아가 평생 결혼하지 않겠다고 선언해도 웃으며 흔쾌히 받아들일 정도였다.그래서 늘 시원시원하고 거리낌없는 지아의 성격은 어릴 때부터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살아온 가희와 정반대였다.서로 달랐기에 두 사람은 오히려 오랫동안 가장 친한 친구로 지낼 수 있었다.가희는 웃으며 지아의 등을 토닥였다.“괜찮아. TY그룹에서 방금 선금 6억 원 들어왔어. 당장 돈 걱정은 안 해도 돼.”“부원우가 갑자기 그렇게 통이 커졌다고?”지아가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가희는 Moon이 자신이라는 걸 지아에게 숨긴 적이 없었다.“내가 알기로 TY그룹 뷰티 R&D센터 예산은 그렇게 넉넉하지 않아. 아마 정희가 자기 돈까지 보탰을 거야. 향수개발팀에서 자리 잡으려면 성과가 급할 테니까 그 정도는 할 사람이지.”“그래도 네가 만든 향으로 정희가 이름 날리게 두려고?”가희의 입가에 장난스러운 웃음이 떠올랐다.“20억 원은 향 자체를 사는 돈이야. 그 향이 정희를 유명하게 만들어 준다고 보장하지는 않아.”지아는 잠깐 멍하니 있다가 뜻을 알아차렸다.곧바로 엄지를 치켜세웠다.“미쳤다. 역시 내 친구다.”“지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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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가희가 정신을 차렸을 때 지아는 맞은편에 서서 묘한 웃음을 지으며 눈을 찡긋하고 있었다.“이분은 누구야?”지아는 주환을 직접 본 적이 없었다.병원에 몇 번 가희를 보러 왔지만 그때마다 주환은 진료 중이라서 가희 곁에 있지 않았다.오늘이 첫 대면이었다.가희는 지아가 이상하게 오해할까 봐 서둘러 소개했다.“내가 말했던 산부인과 교수님이야. 교수님, 이쪽은 제 가장 친한 친구 심지아예요. 해명일보 기자고요.”“윤주환입니다.”주환은 지아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표정은 늘 그렇듯 차분하고 차가웠다.지아는 이름을 듣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윤주환...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이름인데...”어디선가 분명 들어 본 기억이 났다.가희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지아는 직업상 사람을 많이 만나니 비슷한 이름을 들은 적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가희는 주환을 향해 예의 있게 웃었다. 미안한 기색도 담았다.“교수님, 그동안 나온 치료비 계산해 주시면 바로 정리할게요. 정말 많이 신세 졌어요.”주환은 가희를 조용히 바라봤다.“지금 몸 상태로 여기서 나가면 죽으러 가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가희가 멈칫했다.그제야 주환이 말을 잘못 이해했다는 걸 깨달았다.“아니에요. 교수님, 저 나가겠다는 뜻 아니었어요. 친구랑 잠깐 밖에 다녀오려고요. 저녁에는 다시 올 거예요.”“그래요.”주환은 짧게 답했다. 감정 변화를 읽기 어려운 목소리였다.그는 그대로 가희를 지나쳐 집 안으로 들어갔다.가희는 코끝을 만지작거렸다.‘내가 뭐 잘못 말했나?’지아가 가희의 팔을 잡아당겼다. 눈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둘이 뭐야?”가희는 지아 입에서 또 이상한 소리가 튀어나올까 걱정됐다.주환의 등을 향해 얼른 말했다.“교수님, 그럼 저 잠깐 다녀올게요.”말을 마치자마자 지아를 끌고 현관 밖으로 나왔다.“와, 그 수상한 병원 의사 진짜 잘생겼네. 네 쓰레기 남편보다 훨씬 낫다. 분위기도 장난 아니고, 딱 봐도 집안이 평범할 리가 없는데?”지아는 차에 타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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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지아야. 그건 교수님 개인사잖아. 굳이 파고들 필요 없어.”가희가 중간에 지아의 말을 끊었다.가희에게 주환은 목숨을 구해 준 은인이자, 지금 아이를 지킬 수 있게 해 주는 가장 중요한 사람이었다.은인의 사생활을 호기심으로 캐고 싶지 않았다.지아는 주환의 배경을 떠올리며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다른 남자였다면 좋은 사람 같으니 잘해 보라고 몇 마디쯤 했을 것이다.하지만 주환은 달랐다.그 정도 집안은 평범한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기도 어려웠다.괜히 얽혔다가 골치 아픈 일만 생길 수도 있었다.지아는 결국 입을 다물었다.아르덴 힐스는 외곽에 있었다.주변으로 호수와 낮은 산이 이어져 풍경은 아름다웠지만, 시내 중심의 루시안 갤러리아까지는 수십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었다.차로 한 시간 넘게 달린 뒤에야 시 중심가에 도착했다.마침 저녁 식사가 몰리는 시간이었다.하지만 오는 길에 가희가 핸드폰으로 식당 자리를 예약해 뒀다.유명한 프렌치 레스토랑이었고 음식의 가격대도 상당했다.그동안 지아에게 받은 도움이 많았다.좋은 식사를 한 번쯤은 대접하고 싶었다.지아가 가희의 팔짱을 끼고 한숨을 쉬었다.“네가 결혼만 안 했으면 조향사도 안 그만뒀을 텐데. 월 60만 원짜리 전업주부처럼 살면서 다 버렸잖아. 결국 명예나 돈, 아무것도 남은 게 없고.”가희는 오히려 담담했다. 자기가 선택한 길이었다.잘못 골랐다면 그 대가도 자신이 감당해야 했다.누구를 원망할 생각은 없었다.그때 시야 끝에 어른 둘과 아이 하나가 들어왔다.가희는 입술을 다물었다.조금 전까지 좋았던 기분이 절반쯤 사라졌다.지아도 가희의 변화를 느끼고 시선을 따라갔다. 곧 얼굴을 찌푸렸다.“진짜 재수도 없다. 다른 데로 갈까?”가희는 고개를 저었다.표정은 이미 평온을 되찾았다.“예약까지 했잖아. 괜히 좋은 시간 낭비하지 말자. 저 사람들은 저 사람들끼리 먹고, 우리는 우리끼리 먹으면 돼.”그 셋 때문에 친구와의 저녁 계획까지 망치고 싶지 않았다.다만 식당 안으로 들어갈 때 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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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나은아. 엄마가 말 안 해 줬어? 나는 네 이모야.”“이모가 뭔데?”정희는 아이에게 가희와의 관계를 한 번도 말하지 않은 모양이었다.나은이 아는 가희는 아빠를 빼앗으려는 나쁜 여자일 뿐이었다.아이는 아무 죄가 없었다.게다가 나은은 고작 3살이었다.가희가 원우와 정희를 아무리 미워해도 3살짜리 아이에게 화풀이할 수는 없었다.가희는 손을 뻗어 나은 이마에 내려온 부드러운 머리카락 한 가닥을 살며시 넘겨줬다.아이는 큰 눈을 깜빡이며 가희를 올려다봤다.눈매와 얼굴 윤곽이 정희의 어린 시절 사진과 놀랍도록 닮았다.이상하게 원우를 닮은 부분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아직 어려서 그런가? 더 크면 달라지겠지.’스쳐 간 의문을 가희는 마음속에 눌러 뒀다.“이모는 네 엄마의 친동생이라는 뜻이야. 그러니까 이모가 네 엄마랑 아빠를 두고 싸울 일은 없어.”가희는 작은 푸딩 접시를 아이 앞에 놓아줬다.“같이 먹을래?”나은이 고개를 갸웃했다. 엄마 정희는 가희가 세상에서 제일 나쁜 사람이라고 말했다.그런데 나은이 눈에는 가희 이모는 이상할 만큼 다정했다.나은은 아직 어린아이였다. 친절하게 대해 주자 경계심이 금방 풀렸다.기분 좋게 작은 스푼을 들고 설탕 코팅을 서툴게 두드렸다.지아가 입술을 삐죽였다.“가희야, 너 진짜 마음 약하다. 그런데 정희도 대단하네. 3살짜리 애를 이렇게 얇게 입혀 놓고 혼자 돌아다니게 둬? 감기 걸리거나 넘어져서 다칠 걱정도 안 하나?”가희도 나은이 추워 몸을 떨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다만 별말은 하지 않았다.아이를 어떻게 키울지는 정희의 몫이었다.나은이 밖에 나온 지 제법 됐는지 프라이빗 룸 문이 열렸다.정희가 빠르게 걸어 나왔다.나은이 가희 테이블 옆에 서 있는 걸 보자 표정이 변했다.“나은아!”정희는 성큼 다가와 나은을 자기 뒤로 끌어당겼다.힘이 세서 아이의 어깨가 작게 움츠러들었다.정희의 시선은 먼저 가희가 입은 평범한 임부 원피스를 훑었다.그제야 가희의 눈을 바라보며 가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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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월 60만 원 생활비 받아 쓰는 체면 말하는 거야?”가희가 비꼬듯 되물었다.원우가 미간을 찌푸렸다.“갑자기 그 얘기를 왜 꺼내?”“먼저 내 형편 얘기한 건 당신이잖아.”지금의 가희는 가시 돋친 장미 같았다.누가 손을 뻗으면 그대로 찔러 버렸다.원우는 그런 태도가 몹시 거슬렸다.그런데 동시에 설명하기 어려운 낯선 감정이 마음 한쪽에서 올라왔다.원우가 비웃었다.“왜? 이제 착한 척은 그만하기로 했어?”지아는 진작부터 참기 힘든 상태였다.나이프와 포크를 내려놓고 한마디 쏟아내려던 때, 평소 부드럽고 웬만하면 넘어가던 가희가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부 대표님. 대표님 ‘아내’랑 아이 데리고 얼른 방으로 돌아가서 식사하시죠. 이런 곳에서 저희 같은 사람들과 말다툼하면 대표님 체면만 깎이잖아요.”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다.하지만 말 속에 든 비꼼은 누구라도 알아들을 수 있었다.정희의 표정도 미세하게 굳었다.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원우의 법적인 아내가 아직 남가희라는 걸 알고 있었다.가희가 ‘아내’라고 굳이 강조한 건, 정희가 법적으로 아무 자리도 없는 상태에서 안주인 행세를 한다고 꼬집은 것이나 다름없었다.그래도 가희 말 가운데 하나는 맞았다.이런 고급 레스토랑에서 언성을 높여 싸우는 건 정희에게도 좋지 않았다.앞으로 원우의 아내 자리를 차지하려면 아주 작은 흠도 남기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원우가 옆에 있었다.화가 나도 그대로 드러낼 수 없었다.정희는 불쾌함을 눌러 삼키고 한숨을 쉬었다.“네가 TY그룹에서 일하고 싶지 않다면 어쩔 수 없지. 원우도 널 걱정해서 하는 말인데 왜 그렇게 날을 세워?”정희는 속으로 차갑게 웃으며 가방에서 새하얀 명함 한 장을 꺼냈다.손끝으로 살짝 밀자 명함이 가희 앞에 놓인 테이블보 위로 미끄러졌다.조명 아래 ‘TY그룹 뷰티 R&D센터 향수개발팀 팀장 남정희’이라는 문구가 차갑게 빛났다.“어쨌든 난 네 언니야.”정희의 목소리는 달콤했지만 마치 꿀을 바른 바늘 같았다.“TY그룹 문은 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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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이미 늦은 가을이었다.그런데 나은은 얇은 원피스 한 장만 입은 채 밖으로 나왔다.원우가 미간을 찌푸렸다.“정희야. 이렇게 추운데 나은이 옷을 왜 이것만 입혔어?”정희의 표정에 어색한 기색이 스쳤다.“아니... 우리가 돌아온 지 얼마 안 됐잖아. 아직 이쪽 날씨 변화에 적응을 못 해서...”눈가가 금세 붉어졌다.눈물까지 떨어졌다.“미안해. 내가 우리 딸 제대로 못 챙겼어.”온몸이 차가워진 나은을 보니 원우도 분명 화가 났다.하지만 정희의 눈물을 보자 차마 나무랄 수 없었다.원우는 정희가 예전의 오해 때문에 너무 멀리 돌아왔다고 생각했다.그런 사람에게 어떻게 또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원우는 한숨을 쉬며 정희를 품에 안았다.“널 탓하는 게 아니야. 네가 막 돌아와서 필요한 걸 아직 못 샀을 텐데 내가 미처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어. 이따 쇼핑하러 가자. 필요한 건 전부 골라.”“원우야, 너무 고마워.”...“진짜 짜증 나!”지아가 포크를 스테이크에 푹 찔렀다.그대로 한입 크게 먹으며 투덜거렸다.“간만에 겨우 밥 한 끼 먹으러 나왔는데 저 둘을 또 만나냐? 재수도 더럽게 없네.”“그만 화내.”가희가 웃으며 달랬다.“우리 이따 쇼핑도 해야 하잖아.”다행히 지아는 화가 빨리 올라오는 만큼 금방 풀리는 성격이었다.둘이 다른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자 조금 전 일은 빠르게 뒤로 밀렸다.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쇼핑몰 1층의 뷰티 구역으로 바로 내려갔다.가희는 유명 글로벌 브랜드 향수 매장을 한 바퀴 돌았다.여러 향이 한꺼번에 섞인 진한 냄새 때문에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최근 몇 년 동안 유행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했다.잘 팔리는 제품들은 대부분 꽃과 과일 향을 강하게 살린 향이거나, 묵직하고 부드러운 우디 계열이었다.대중이 선호하는 흐름과도 잘 맞았다.TY그룹 산하 뷰티 브랜드 매장까지 갔을 때 가희는 뜻밖의 제품을 발견했다.3년 전 자신이 TY그룹을 위해 만든 향수가 아직도 베스트셀러 진열대 한가운데 놓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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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가희가 받지 않자 정희는 향수 쇼핑백을 옆 테이블에 그냥 내려놨다.다시 원우 곁으로 돌아가 자연스럽게 팔짱을 꼈다.“가희야, 그럼 우리는 먼저 갈게. 힘든 일 생기면 언제든 연락해.”세 사람은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처음부터 끝까지 원우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정희의 말을 암묵적으로 동의했다.그들 눈에 가희는 쓸모라고는 없는 예쁜 인형에 불과했다.가희의 손가락이 조금 말렸다가 천천히 향수 쇼핑백으로 향했다.차가운 종이 손잡이에 손끝이 닿자 헛웃음이 나왔다.지아가 가희의 손목을 잡았다.화가 잔뜩 눌린 목소리였다.“저 사람들 그냥 대놓고 너 무시하는 거잖아.”가희는 세 사람이 이미 사라진 모퉁이를 바라봤다. 눈에 남아 있던 마지막 흔들림도 가라앉았다.“가자.”가희는 지아의 손에서 조용히 손목을 빼냈다. 목소리는 얼어붙은 호수처럼 잔잔했다.“자기 돈 내고 내가 만든 향을 산 건데 내가 왜 화를 내?”“그것도 맞네.”조금 전까지 모욕감에 씩씩거리던 지아도 바로 납득했다. 입꼬리를 올렸다.“남정희가 네가 Moon인 거 알게 될 때 표정 꼭 보고 싶다. 생각만 해도 웃겨.”“가자.”가희는 더 말하지 않았다. 그래도 알 수 있었다.자신이 조금씩 그 사람들을 놓아 가고 있다는 걸.지아가 가희를 아르덴 힐스까지 데려다준 때는 밤 9시가 넘어서였다.가희가 돌아오자 집에는 관리 도우미 장경자만 남아 기다리고 있었다.장경자는 주환이 맡긴 집 열쇠를 가희에게 직접 건넸다.“교수님께서 가희 씨에게 드리라고 하셨어요. 저는 이만 가볼게요.”“네. 감사합니다.”장경자가 떠난 뒤 넓은 저택에는 가희 혼자 남았다.이틀 동안 지내며 알게 된 사실이 있었다.주환은 조용한 환경을 좋아했다.장경자는 집 청소만 맡은 사람이라 일이 끝나면 바로 돌아갔다.임신 후기에는 가만히 있어도 몸이 쉽게 피곤했다.오늘은 밖에서 오래 돌아다닌 탓에 온몸이 녹초가 됐다.가희는 간단히 씻고 바로 잠들었다.새벽 2시가 조금 넘었을 때 목이 말라 눈이 떴다.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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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원우가 맨손으로 회사를 키우던 시절에는 일이 무척 바빴다.가희는 원우의 식사와 생활을 챙기려고 제대로 요리를 배웠다.그래서 솜씨가 꽤 좋은 편이었다.가희가 따뜻한 애호박 달걀국수를 들고나왔을 때 주환도 남색과 회색 사이의 편안한 홈웨어로 갈아입고 방에서 나왔다.“입맛에 맞는지 한번 드셔 보세요.”가희는 주환 맞은편에 앉았다.멸치육수와 달걀, 볶은 애호박에서 나는 따뜻한 냄새가 거실에 퍼졌다.주환의 빈 위가 다시 강하게 반응했다.하지만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았다.“네.”짧게 답한 뒤 자리에 앉아 천천히 한입 먹었다.깔끔한 육수와 부드러운 달걀, 애호박의 은근한 단맛이 면에 잘 배어 있었다.예상보다 훨씬 맛있었다.5분 뒤 큰 그릇 하나가 깨끗하게 비었다.방금 막 끓인 뜨거운 국물을 부어 낸 음식이었다.“교수님, 맛은 괜찮았어요?”“네. 먹을 만했습니다.”주환이 태연하게 입가를 닦는 모습을 보며 가희는 살짝 미소 지었다.먹는 속도만 봐도 꽤 맛있게 먹는다는 걸 알 수 있었다.가희는 예의상 말했다.“앞으로 또 식사할 시간 없으시면 말씀하세요. 제가 해 드릴게요.”주환이 가희를 다시 바라봤다.이번 눈에는 조금 더 살피는 기색이 섞였다.‘빚을 갚겠다는 티가 너무 나는데.’그런 말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가희는 이번에는 분명 거절할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주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진지하게 말했다.“좋습니다. 내일 점심은 병원으로 가져다주세요.”“아... 네.”가희는 잠깐 멍해졌다가 그제야 주환이 정말 부탁을 받아들였다는 걸 깨달았다.그릇을 치우려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주환이 먼저 움직였다.그릇과 수저를 챙겨 주방으로 들어갔다.잠시 물소리가 들렸다.설거지를 마친 주환이 다시 나왔다.가희가 아직 식탁에 앉아 있는 걸 보더니 눈썹을 살짝 들었다.“또 할 말 있습니까?”가희는 망설이다 조심스럽게 물었다.“제가 따로 살 곳을 구할 때까지만... 여기 있어도 될까요?”이제 돈은 있었다.하지만 지금의 가희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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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가희는 화면의 글자를 바라봤다.답장을 쓰려던 손가락이 한동안 멈춰 있었다.예린의 문장이 가시처럼 마음에 걸렸다.‘그 집에 무슨 일이 생긴 거지?’가희는 눈을 감고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끝내 답장을 보냈다.[알았어요. 갈게요.]메시지를 보낸 뒤에는 더 이상 핸드폰을 보지 않았다.일어나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원래는 온라인으로 장을 볼 생각이었다.방을 나서자 주방 쪽에서 소리가 들렸다.가 보니 장경자가 식재료를 한가득 사 와 분류하고 있었다.가희를 발견한 장경자가 웃었다.“가희 씨가 어떤 재료 쓰실지 몰라서 일단 여러 가지로 사 왔어요. 필요한 게 따로 있으면 말씀하세요. 내일 올 때 제가 사 올게요.”부재료부터 고기와 채소까지 빠진 게 거의 없었다.한 끼는 물론 일주일 먹을 음식도 충분히 만들 수 있을 정도였다.“이 정도면 충분해요. 감사합니다, 이모님.”“제가 할 일인데요, 뭐.”장경자가 감탄하듯 말했다.“교수님이 입맛이 까다롭거든요. 처음 해명시에 오셨을 때 제가 두 번 정도 밥을 해 드렸는데, 그 뒤부터는 만들지 말라고 하셨어요. 가희 씨 음식은 정말 좋아하시나 봐요.”가희가 무심코 물었다.“그럼 평소에는 뭘 드세요?”“아마 직접 해 드시는 것 같아요. 가끔 음식물 쓰레기가 있긴 한데...”장경자가 말하기 난감하다는 듯 웃었다.“요리는 별로 잘하시는 것 같지 않아요.”“그렇군요.”가희는 더 이야기를 이어 가지 않았다.장경자 대신 식재료를 분류하기 시작했고, 장경자는 청소하러 자리를 옮겼다.냄비 안에서는 들깨감잣국이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김이 올라오는 모습을 보며 가희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원우도 위가 좋은 편이 아니었다.그래서 가희가 가장 잘하는 음식 중 하나가 속을 편하게 하는 죽과 국이었다.국자를 든 손이 잠깐 멈췄다.가희는 자조적으로 입꼬리를 당겼다.‘이제 선을 그어야 하는데, 재료 고를 때부터 맵고 자극적인 걸 피했네.’가자미찜은 부드럽게 익혔고 닭봉조림도 뼈에서 살이 쉽게 떨어질 만큼 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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