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희가 정신을 차렸을 때 지아는 맞은편에 서서 묘한 웃음을 지으며 눈을 찡긋하고 있었다.“이분은 누구야?”지아는 주환을 직접 본 적이 없었다.병원에 몇 번 가희를 보러 왔지만 그때마다 주환은 진료 중이라서 가희 곁에 있지 않았다.오늘이 첫 대면이었다.가희는 지아가 이상하게 오해할까 봐 서둘러 소개했다.“내가 말했던 산부인과 교수님이야. 교수님, 이쪽은 제 가장 친한 친구 심지아예요. 해명일보 기자고요.”“윤주환입니다.”주환은 지아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표정은 늘 그렇듯 차분하고 차가웠다.지아는 이름을 듣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윤주환...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이름인데...”어디선가 분명 들어 본 기억이 났다.가희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지아는 직업상 사람을 많이 만나니 비슷한 이름을 들은 적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가희는 주환을 향해 예의 있게 웃었다. 미안한 기색도 담았다.“교수님, 그동안 나온 치료비 계산해 주시면 바로 정리할게요. 정말 많이 신세 졌어요.”주환은 가희를 조용히 바라봤다.“지금 몸 상태로 여기서 나가면 죽으러 가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가희가 멈칫했다.그제야 주환이 말을 잘못 이해했다는 걸 깨달았다.“아니에요. 교수님, 저 나가겠다는 뜻 아니었어요. 친구랑 잠깐 밖에 다녀오려고요. 저녁에는 다시 올 거예요.”“그래요.”주환은 짧게 답했다. 감정 변화를 읽기 어려운 목소리였다.그는 그대로 가희를 지나쳐 집 안으로 들어갔다.가희는 코끝을 만지작거렸다.‘내가 뭐 잘못 말했나?’지아가 가희의 팔을 잡아당겼다. 눈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둘이 뭐야?”가희는 지아 입에서 또 이상한 소리가 튀어나올까 걱정됐다.주환의 등을 향해 얼른 말했다.“교수님, 그럼 저 잠깐 다녀올게요.”말을 마치자마자 지아를 끌고 현관 밖으로 나왔다.“와, 그 수상한 병원 의사 진짜 잘생겼네. 네 쓰레기 남편보다 훨씬 낫다. 분위기도 장난 아니고, 딱 봐도 집안이 평범할 리가 없는데?”지아는 차에 타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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