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경호가 들고 있던 혼서를 내려다봤다.그가 들고 있던 혼서는 삼 년 전의 그 혼서였다.혼서는 조금 빛바래졌지만 잘 보관되어 있었다.그 혼서를 받아든 나는 정중하게 내 이름, 이하랑을 적었다.나와 이경호가 혼인식을 올리던 그날, 북경에는 밤새 눈이 내렸다.화려한 혼수를 나르는 행렬도 없었고 귀빈도 없었다.그저 붉은 등롱 몇 개와 술, 그리고 병사들의 우렁찬 축하 소리밖에 없었다.이경호는 외조모께서 내게 남겨주신 낡은 은비녀를 머리에 해줬다.이 은비녀는 내가 상경을 떠날 때, 유일하게 가져온 물건이었다.나머지 예물은 전부 이하윤의 처소로 옮겨졌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나는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금은보화는 뺏길 수 있지만 외조부께서 가르쳐주신 말 타는 법과 활 쏘는 법, 그리고 외조모께서 내게 주신 사랑은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었다.이경호는 내 손을 꼭 잡고 말했다.“하랑아, 북경에는 바람이 거세다. 그러니 똑바로 서 있기가 힘들거든 나에게 기대거라.”그 말에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나는 똑바로 서 있을 수 있어.”혼인식을 올린 지 사흘째 되는 날, 드디어 상경의 소식이 전해왔다.내 관을 묻던 날, 박준영이 직접 그곳에 들렀다고 했다.그리고 그는 밤새 내 무덤 앞에 서있었다고 했다.날이 밝았을 때, 박준영은 내 무덤을 팠다고 했다.관 속에는 얼굴을 바꾼 여인의 시신이 있었다. 그 시신은 내가 전에 자주 하던 빨간색 실을 손목에 하고 있었다.그 시신은 이경호가 준비한 여인 죄수의 시신이었다.다행히 솜씨가 좋은 약사를 만나서 사또를 속일 수 있었다.하지만 박준영은 여전히 미친 것처럼 그 시신을 안고 놓아주려고 하지 않았다.이씨 저택으로 돌아간 박준영은 내가 머물던 처소로 쳐들어갔다.하지만 그곳은 이미 텅 비어 있었다.침상 아래에는 변방의 그림 몇 개와 끊어진 채찍, 그리고 내가 미처 챙기지 못한 서신만이 남아 있었다.“하랑아, 내 너와 혼인하는 날에 이 천하를 예물로 바치리다.”내 처소를 한참 동안 바라보던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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