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사람들은 태자 박준영이 나를 무척 사랑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태자비를 택하던 그날, 박준영은 나를 지나쳐서 태자비의 여의를 내 언니 이하윤에게 건네줬다. 하지만 나는 슬퍼하지 않고 오a히려 웃었다. “전하, 언니와 백년해로하십시오.” 지난 생, 나는 아이를 가졌을 때, 침상 위에서 구르던 박준영과 언니를 발각했다. 이성을 잃은 나는 검을 들고 언니의 목을 쳤다. 그 뒤로 박준영은 평생 나를 미워했고 즉위한 뒤, 언니를 황후로 봉했을 뿐만 아니라 내가 목숨 걸고 낳은 아이까지 언니의 아이로 들였다. 나는 머리까지 자르며 황후를 폐위해 달라고 했지만 박준영은 조서를 찢고 나를 궁에 가둬버렸다. “너는 짐의 황후다. 평생 짐의 옆에서 떠날 생각은 하지 말거라!” 나중에 나는 황궁에서 도망쳐 나와서 병사들을 거느리고 변방을 지켰지만 적군에게 매복 당했다. 박준영은 홀로 나를 구하러 왔고 검과 화살을 막아줬다. 죽기 전, 그는 피로 물든 손으로 내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하랑아, 날 위해 울지 마라. 이번 생에는 내가 너에게 미안했다. 다음 생이 있다면 나와 하윤이를 허락해다오.” 그 말을 들은 나는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태자비를 택하던 그날로 돌아왔다. 이번에 나는 박준영의 뜻대로 해주기로 했다.
view more나는 시선을 거두었다.“네 잘못을 내게 고할 필요는 없다.”머지않아 상경의 판도는 완전히 바뀌었다.종친부에서는 사흘에 걸쳐 이하윤의 하녀, 매수당한 어의, 위증을 한 어멈까지 샅샅이 조사하여 모든 것을 밝혀냈다.그 소식은 빠르게 상경 전체에 퍼졌다.아버지는 결국 관직을 뺏긴 채 옥에 갇혔고 어머니는 매일 궁문 앞에 무릎 꿇고 앉아서 울었지만 그 누구도 쳐다보지 않았다.이하윤은 태자비 자리에서 쫓겨났고 절로 들어가서 여생을 보내야 했다.박준영의 행실을 전해 들은 폐하께서는 분노하셨다. 그리고 사람도 제대로 못 알아보고 덕을 잃었다고 꾸짖으며 반년 동안 처소에서 반성하라고 명했다.동궁에서 사죄서가 연달아 도착했지만 나는 하나도 보지 않았다.그러는 사이, 북경에 봄이 찾아왔고 쌓인 눈도 녹았다.이경호와 함께 순찰을 마치고 군영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누군가를 보게 됐다.그이는 바로 박준영이었다.박준영이 그곳에서 얼마나 서 있었던 건지 알 수 없었다.그는 나를 보자마자 얼른 다가왔다.“하랑아.”그러자 이경호의 안색이 어두워졌고 나는 그를 막았다.“전하, 어쩐 일이십니까?”내 말을 들은 박준영은 품에서 상자 하나를 꺼냈다.상자에는 금팔찌, 동심패, 그리고 수리한 흔적이 있는 봉황관이 있었다.그 봉황관은 어머니께서 이하윤에게 선물한 거였다. 종친부에서 장물을 거두었고 결국 내 손으로 다시 들어온 거였다.하지만 나는 받지 않았었다.이것이 어쩌다가 박준영에게 넘어갔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원래 네 것이었다.”박준영의 목소리는 잔뜩 쉬어있었다.“내가 너 대신 가져왔다.“늦었습니다.”나는 그 물건들을 힐끔 보곤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러자 박준영의 손이 멈칫했다.“하랑아, 내 아바마마께 동궁의 모든 혼약을 폐하게 해달라고 할 것이다. 그러니 나와 함께 돌아가자. 내 태자비의 예로 널 다시 맞이할 것이다. 앞으로 가족을 만나고 싶지 않거든 다시는 네 앞에 나타나지 못하게 할 것이다.”박준영의 말을 듣던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박준
박준영은 곧바로 북경을 떠나지 않았다.그는 순찰을 핑계로 군영 밖의 역관에 머물렀다.그리고 매일 동궁의 이가 옥비녀, 비단, 보약 등을 들고 찾아왔다.그 속에는 선황후가 남겨준 백옥 동심패도 있었다. 전생에 나는 반평생을 박준영에게 구걸했지만 이하윤의 위패 앞에서만 동심패를 봤었다.그런데 이번 생에 동심패는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나는 상자를 열어보지도 않고 전부 되돌려보냈다.사흘이 되던 날, 박준영은 직접 찾아왔다.그는 군영 밖에 서서 낮게 말했다.“하랑아, 네가 날 원망한다는 걸 안다.”활을 닦고 있던 나는 그 말을 들었지만 고개 한 번 들지 않았다.“전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내 말에 박준영이 침을 삼켰다.“전에는 내가 눈이 멀어서 그랬다. 네가 하윤이를 죽인 것만 기억했지 너도 나를 위해 많은 것을 희생했다는 걸 잊었다.”그 말을 들은 나는 멈칫했다.박준영은 자신이 나의 희생을 잊어서 내가 자신을 미워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박준영, 너는 아직도 모르구나. 내 희생 따위 기억할 필요 없어. 나는 그저 네가 진실 앞에서 날 한 번만이라도 믿어주면 그걸로 됐어.”내 말을 들은 박준영은 제자리에 얼어버리고 말았다.그리고 그때, 군영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이하윤이 온 거였다.그녀는 나를 보자마자 눈물을 흘렸다.“하랑아, 역시 살아있었구나.”이하윤은 다시 박준영을 보며 울먹였다.“전하, 저는 하랑이가 가짜 죽음까지 꾸며서 도망간 걸 원망하지 않습니다. 헌데 하랑이는 왜 전하를 이리 속인 걸까요?”그 말을 들은 박준영은 전처럼 이하윤을 감싸지 않았다.순간, 이하윤은 당황했고 갑자기 나에게 다가와서 손을 잡았다.“하랑아, 전하와 함께 돌아가거라. 내가 태자비 자리를 내어주마. 그러니 언니를 미워하지 말거라.”그 말을 하는 이하윤의 눈 밑으로 차가움이 스쳐 지나갔다.그러더니 작은 비수 하나를 꺼내 자신의 어깨를 찔렀다.“하랑아, 어찌 날 죽이려는 거야?”곧 바닥으로 쓰러진 이하윤은 처량하게 울었다
나는 이경호가 들고 있던 혼서를 내려다봤다.그가 들고 있던 혼서는 삼 년 전의 그 혼서였다.혼서는 조금 빛바래졌지만 잘 보관되어 있었다.그 혼서를 받아든 나는 정중하게 내 이름, 이하랑을 적었다.나와 이경호가 혼인식을 올리던 그날, 북경에는 밤새 눈이 내렸다.화려한 혼수를 나르는 행렬도 없었고 귀빈도 없었다.그저 붉은 등롱 몇 개와 술, 그리고 병사들의 우렁찬 축하 소리밖에 없었다.이경호는 외조모께서 내게 남겨주신 낡은 은비녀를 머리에 해줬다.이 은비녀는 내가 상경을 떠날 때, 유일하게 가져온 물건이었다.나머지 예물은 전부 이하윤의 처소로 옮겨졌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나는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금은보화는 뺏길 수 있지만 외조부께서 가르쳐주신 말 타는 법과 활 쏘는 법, 그리고 외조모께서 내게 주신 사랑은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었다.이경호는 내 손을 꼭 잡고 말했다.“하랑아, 북경에는 바람이 거세다. 그러니 똑바로 서 있기가 힘들거든 나에게 기대거라.”그 말에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나는 똑바로 서 있을 수 있어.”혼인식을 올린 지 사흘째 되는 날, 드디어 상경의 소식이 전해왔다.내 관을 묻던 날, 박준영이 직접 그곳에 들렀다고 했다.그리고 그는 밤새 내 무덤 앞에 서있었다고 했다.날이 밝았을 때, 박준영은 내 무덤을 팠다고 했다.관 속에는 얼굴을 바꾼 여인의 시신이 있었다. 그 시신은 내가 전에 자주 하던 빨간색 실을 손목에 하고 있었다.그 시신은 이경호가 준비한 여인 죄수의 시신이었다.다행히 솜씨가 좋은 약사를 만나서 사또를 속일 수 있었다.하지만 박준영은 여전히 미친 것처럼 그 시신을 안고 놓아주려고 하지 않았다.이씨 저택으로 돌아간 박준영은 내가 머물던 처소로 쳐들어갔다.하지만 그곳은 이미 텅 비어 있었다.침상 아래에는 변방의 그림 몇 개와 끊어진 채찍, 그리고 내가 미처 챙기지 못한 서신만이 남아 있었다.“하랑아, 내 너와 혼인하는 날에 이 천하를 예물로 바치리다.”내 처소를 한참 동안 바라보던 박
관의 못을 뜯어내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그리고 다음 순간, 누군가가 나를 안아서 관에서 꺼내더니 품에 꼭 안아줬다.쓴 환약 하나가 입안으로 들어왔고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느낌과 함께 나는 검붉은 피를 토해냈다.굳었던 사지에 드디어 감각이 돌아왔다.눈을 떠보니 사내 하나가 한쪽 무릎을 꿇고 내 앞에 있었다. 그의 눈매는 내가 기억하고 있던 것보다 더 날카로워졌지만 여전히 그때의 소년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이경호가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하랑아, 내가 늦었다.”그를 보니 터져 나오는 눈물을 참기가 힘들었다.“아니야, 늦지 않았어.”이경호의 소매를 잡고 있는 내 손은 아직도 떨리고 있었다.“이경호, 나를 데리고 가줘.”내 말을 들은 이경호가 나를 번쩍 안아 들었다.“그래, 이번에는 누구도 널 못 데려가게 할 것이다.”마차는 달리고 달려서 상경을 벗어났다.성문은 이미 닫혔지만 이경호는 북경(北境)의 병부를 가지고 있었기에 성문 앞을 지키고 있던 호위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우리를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나는 그런 이경호를 가만히 바라봤다.불빛이 이경호의 얼굴을 비췄고 나는 순간 지금이 어느 때인지 헷갈렸다.“이경호, 어찌 여전히 나와 혼인하겠다는 거야?”삼 년 전, 이경호는 어명을 받아 전장으로 나가기 전에 나를 찾아왔었다.소년 장군은 장군부의 오래된 나무 아래에 서서 혼서를 꼭 잡고 있었다.“내가 살아온다면 나와 혼인하겠느냐?”그때 나는 박준영에게 빠져있었기에 그저 이렇게 말했었다.“네가 돌아오면 그때 보자.”나중에 이경호가 다시 상경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모두가 당연시하게 생각하는 태자비감이 되어있었고 이경호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나는 명성도 잃고 꼴도 말이 아니었다. 심지어 모두가 보는 앞에서 죽기까지 했다.이경호는 탕약을 식혀서 내 입가로 가져왔다.“삼 년 전에 내가 너에게 묻지 않았냐. 네가 태자비가 될 사람인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상처가 있는지 없는지 그런 걸 물은 게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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