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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Author: 침계월
내가 저택으로 들어가자마자 얼굴 위로 찻잔 하나가 날아왔다.

뜨거운 피가 눈썹뼈를 타고 흘러내렸고 곧 눈앞이 새빨개졌다.

아버지는 대청에 앉아계셨고 안색은 무척 어두웠다.

“꿇어!”

어머니는 나를 보자마자 다가와서 욕하기 시작했다.

“하윤이가 전하랑 말을 타러 갔는데 네가 감히 하윤이를 해치려고 들어? 하윤이를 죽여야 그만둘 거냐?”

어머니의 말을 들은 내가 입을 떼기도 전, 박준영이 창백한 얼굴을 한 이하윤을 안은 채 들어왔다.

“어머니, 하랑이한테 뭐라고 하지 마십시오. 그 말을 너무 소중하게 생각해서 잠깐 이성을 잃었던 겁니다.”

피로 물든 내 얼굴을 확인한 박준영은 잠깐 멈칫했다.

그러자 이하윤이 기침을 했다.

그 소리에 박준영은 얼른 고개를 숙이고 이하윤의 옷을 여며줬다.

“아직 무섭냐?”

어머니는 안쓰럽다는 듯 이하윤을 바라보다 다시 나를 쏘아봤다.

“멀뚱히 서서 뭘 하는 게야? 가법을 들여라!”

어머니의 말을 들은 어멈들은 나를 바닥에 누르더니 회초리로 손바닥을 때렸다.

회초리 한 번에 내 손바닥은 부어올랐다.

그 고통에 나는 어깨를 떨었지만 입술을 꼭 깨물었다.

전생에 나는 박준영을 위해 자객의 검을 막아줬었다. 그때 상처가 너무 깊어서 뼈까지 보일 지경이었지만 나는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때의 박준영은 나를 안고 눈물을 흘렸다.

“하랑아, 앞으로 너를 다치게 하는 자는 내가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서른 번의 회초리를 맞고 난 내 손바닥은 살가죽이 벗겨졌다.

이하윤은 그제야 입을 열었다.

“어머니, 모레 제 혼인식 날, 하랑이의 배웅을 받고 싶습니다. 그러니 그만하십시오.”

어머니는 이하윤의 말을 듣고 나서야 손짓했다.

“사당으로 끌고 가거라! 하윤이를 위한 기도경을 아흔아홉 개 베껴 써야만 나올 수 있다!”

사당은 음습했다.

나는 방석 위에 앉아 있었고 붓을 잡은 손이 자꾸 떨려왔다.

글을 쓸 때마다 손바닥의 상처가 다시 터졌다.

머지않아 경전지는 내 피로 물들었다.

깊은 밤이 되었을 때, 나는 고열에 시달렸다.

어렴풋이 누군가 내 손을 잡고 피를 닦아내는 손길이 느껴졌다.

눈을 떠보니 내 앞에 한쪽 무릎을 굽히고 앉은 박준영이 보였다.

나는 그를 보자마자 손을 확 빼냈다.

“전하께서 어쩐 일이십니까?”

내 말을 들은 박준영이 미간을 찌푸렸다.

“하윤이가 자꾸 너를 가엽게 여겨서 내 하윤이와 혼인한 뒤, 너를 첩으로 들이기로 했다. 하윤이는 몸이 약하니 네 아이를 하윤이 아이로 들일 것이다. 그럼 너도 내 옆에 남을 수 있고 자매간의 의리도 다한 셈 칠 수 있을 것이다.”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멍해졌다.

전생의 나는 난산 때문에 애를 낳다가 죽을 뻔했다.

딸이 크게 아팠을 때도 나는 얼굴 한번 보는 것도 허락되지 않았고 아들이 처음으로 붓을 들고 쓴 이름은 이하윤이었다.

내가 화가 나서 벼루를 들었을 때, 문밖에서 갑자기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이하윤이 문 앞에 서서 눈물을 떨구고 있었다.

“하랑아, 내 아직 동궁으로 시집가지도 않았는데 벌써 전하를 꼬드기려 드는 게냐?”

곧이어 다른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고 어머니가 모습을 드러내더니 내 뺨을 내려쳤다.

“천박한 것! 하윤이가 전하와 혼인하는 게 투기가 나서 기어코 하윤이를 해치려고 드는구나.”

맞은 뺨이 화끈했지만 나는 오히려 웃음이 났다.

“네, 투기 맞습니다.”

순간, 사당 안은 정적에 휩싸였다.

“이하윤이 태어날 때부터 두 분의 사랑을 받은 것이 너무 투기가 납니다. 이하윤이 덥다고 한마디 했을 뿐인데 제 얼음 창고를 뜯어서 이하윤의 처소로 옮기시지 않으셨습니까.”

순간, 두 생에 걸친 모든 억울함이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이하윤이 백성들에게 죽을 나눠주는 게 힘들다고 했더니 그 뜨거운 햇볕에 저를 세워놓고 어질다는 칭찬을 들었던 건 이하윤이었지요. 제가 몸져누웠을 때도 이하윤이 성남 다과를 먹고 싶다고 했다고 함박눈이 오는 날, 저를 집 밖으로 내쫓으셨고요.”

나는 어머니를 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저는 두 분의 여식이 아닌가요?”

내 말을 들은 어머니의 안색이 조금 변했다.

박준영도 멈칫하더니 조금 머뭇거렸다.

그런데 그때, 이하윤이 창백한 얼굴로 울기 시작했다.

“하랑이 네가 나를 이리 미워하는 줄 몰랐다. 그럼 내가 이 태자비 자리를 너에게 돌려주고 죽음으로 사죄하마.”

이하윤은 그렇게 말하더니 힘없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 모습을 본 박준영은 놀라서 이하윤을 안아 들었다.

“어의를 부르거라!”

반시진 뒤, 어의가 굳은 얼굴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큰아씨는 심맥이 약하셔서 화를 내거나 놀라면 기가 손상되는 체질입니다. 하여 반드시 가까운 혈육의 피를 사흘 연속으로 먹어야 안정될 수 있습니다.

어의의 말을 들은 어머니는 내 앞으로 다가왔다.

“하랑아, 하윤이는 태자비다. 하윤이에게 무슨 일이 생겨선 안 된다.”

그러자 아버지도 맞장구를 쳤다.

“그깟 피 좀 빼는 거 조금만 참으면 금방 지나간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심장이 아파왔다.

“제가 싫다고 한다면요?”

그때, 박준영이 몸을 일으켰다. 그의 눈빛은 무척 차가웠다.

“잡아라.”

박준영의 말을 들은 어멈들은 나에게 다가와 내 어깨를 꽉 눌렀다.

비수가 내 손목을 그었고 내 피가 그릇 안에 고이기 시작했다.

나는 고통에 눈앞이 새까매졌지만 어머니는 계속 재촉했다.

“많이 받아라. 하윤이는 몸이 약해서 많이 필요할 것이다.”

그 순간, 나는 더 이상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피를 내준 뒤, 나는 별채로 끌려왔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비둘기 하나가 서신을 물고 왔다.

나는 거덜난 몸을 끌고 비둘기에게 다가가 다리에 묶인 죽통을 풀어냈다.

서신에는 글 한 줄이 쓰여있었다.

“하랑아, 네가 달라고 했던 가사약이다. 내 나중에 꼭 너와 혼인하마.”

환약을 손에 쥔 나는 그제야 눈물을 떨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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