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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Author: 침계월
동궁에서 태자비를 택한다는 소문이 상경 전체에 파다하게 퍼졌다.

모두가 나를 웃음거리로 삼았다.

“태자께서 전에 하랑 아씨 아니면 안 된다고 하지 않았어? 그럼 뭐하냐고, 지금은 다른 이를 택했는데. 사람들 앞에서 버림받았으니 누가 저 아씨랑 혼인하려고 하겠어?”

“더러운 짓거리를 해서 태자의 미움을 산 거 아니야?”

사람들의 수군거림을 나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냈다.

전생에는 더 듣기 힘든 말을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머지않아 동궁에서 책봉례 의복을 보내왔다.

이하윤은 새빨간 의복을 바꿔 입고 구리거울 앞에서 이리저리 둘러봤다.

어머니는 그런 이하윤을 예뻐라하며 머리를 빗겨주고 비녀를 꽂아줬다.

“하윤아, 정말 예쁘구나. 앞으로 누가 괴롭히거든 어머니에게 말하거라. 내 꼭 복수해 주마.”

아버지는 옆에 앉아서 지도를 보며 혼수로 보낼 좋은 점포를 고르고 있었다.

문밖에 선 나는 갑자기 전생에 시집가던 날이 생각났다.

이하윤은 밤새 울었고 어머니도 그런 이하윤이 안타까워서 함께 울었다. 아버지는 냉랭한 얼굴로 나를 꾸짖었다.

“네 언니는 저리 울고 있는데 너는 단장할 마음이 드냐? 네 언니가 속상해하는 건 눈에 보이지도 않는 게냐?”

사실 나는 진작에 부모님께서는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차려야 했다.

어머니는 나를 낳으실 때, 난산을 겪으셔서 내가 어머니께 복수하기 위해 태어났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두 달도 채 안 됐을 때, 멀리 떨어진 외조부 집에 보냈다.

나는 그곳에서 외조부께 말을 타고 활을 쏘는 방법을 배웠고 외조모께서는 촛불의 빛을 빌려 옷을 꿰며 주셨다.

내가 무릎이라도 다치는 날에는 외조부께서는 나를 업고 집으로 향했고 외조모께서는 애꿎은 승마장을 욕해댔다.

내가 열 살이 되던 해, 외조모께서 돌아가신 뒤, 나는 상경으로 돌아왔다.

어머니는 상스럽다며 나를 미워했고 아버지는 내가 예의를 모른다며 싫어했다.

이하윤은 두 사람의 등 뒤에 숨어서 이렇게 물었다.

“혹 저 아이가 새로 온 하녀입니까?”

나는 어머니, 아버지의 환심을 사기 위해 채찍과 활을 내려놓고 가야금을 배우고 붓글씨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점점 그들이 좋아하는 모습으로 변해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나와 박준영은 궁 연회에서 다시 만났다.

박준영은 변방의 군영에서 일여 년 있었기에 나와 함께 말을 탔었다.

“하랑아, 너는 말을 타고 자유로움을 누려야 하는 사람이다.”

박준영이 나의 손을 잡고 말했었다.

하지만 나를 궁에 가둬놓고 내 두 다리를 못 쓰게 만든 이도 박준영이었다.

“하랑아, 전하께서 나를 데리고 서원으로 가서 말을 태워주기로 했으니 너도 함께 가자꾸나.”

내가 등을 돌려 떠나려던 그때, 이하윤이 나를 불러세웠다.

이하윤은 내게 거절할 기회도 주지 않고 마차에 태웠다.

하지만 서원에 도착했을 때, 나는 이하윤을 등에 태운 한길을 보게 됐다.

한길은 외조부께서 나를 위해 직접 고른 말이었다.

나는 얼른 한길에게 다가갔다.

“고삐 주십시오!”

그 모습을 본 이하윤이 도발하듯 웃었다.

“아깝냐? 하지만 전하께서 이미 내게 주셨다.”

이하윤이 내게 가까이 다가와서 작게 말했다.

“너는 변방에서 외조부 사랑을 받고 상경에서는 전하의 사랑을 받지 않았느냐? 네가 뭔데?”

이하윤은 그렇게 말하더니 비녀를 뽑아 한길의 배를 힘껏 찔렀다.

그러자 한길이 처절한 울음소리를 내며 미친 듯이 울타리로 달려들었다.

“전하, 살려주십시오!”

그때, 이하윤이 울먹이며 소리쳤다.

그 모습을 본 박준영은 얼른 다가와서 이하윤을 안고 말 등에서 내려왔다.

이하윤은 박준영의 품에 안겨서 눈물을 뚝뚝 떨궜다.

“전하, 저는 그저 하랑이 말을 타보고 싶었을 뿐인데… 제가 잘못한 것 같습니다.”

그 말을 들은 박준영은 더 물어보지도 않고 곧장 내 앞으로 다가와 목을 움켜쥐더니 나무 기둥에 내 몸을 거칠게 밀어붙였다.

순간 목에서 고통과 함께 숨이 막혀왔다.

“하윤이가 말을 잘 타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 하윤이를 해치려 한 게냐? 내가 널 너무 봐줬나 보구나!”

박준영의 말에도 나는 아무 변명 하지 않았다.

전생에도 이하윤이 죽은 뒤, 박준영은 나에게 이하윤의 위패 앞에 무릎을 꿇고 사죄하게 했다.

내가 거절하자 박준영은 내 머리를 잡고 돌바닥에 머리를 몇 번이고 찧었다.

피가 바닥을 적셨지만 박준영은 차갑게 한마디 했을 뿐이다.

“다음 생이 있다면 내 절대 하윤이를 다치게 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박준영을 바라보자 그는 나를 바닥으로 밀쳐버렸다.

힘없이 바닥으로 쓰러진 나는 피 섞인 기침을 쏟아냈다.

멀지 않은 곳에서 한 호위가 한길을 꽉 누르고 있었다.

그리고 박준영이 활을 들었다.

그 모습을 보자 나는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그래서 얼른 박준영의 소매를 잡았다.

“전하, 한길이가 놀라서 그런 것이니 제발 살려주십시오. 한길을 죽이지 말아주십시오!”

그때, 이하윤이 박준영의 소매를 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전하, 무섭습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박준영이 활을 쏘았고 날카로운 화살은 한길의 목을 꿰뚫었다.

“안돼!”

나는 울부짖으며 한길에게 달려갔다.

한길은 피웅덩이에 쓰러진 채 힘들게 고개를 돌려 내 손에 얼굴을 비볐다. 그 온기는 꼭 나를 안아 말 등에 태워주던 외조부의 따뜻한 품 같았다.

머지않아 한길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이 내 눈물 때문에 흐릿해졌다.

활을 잡고 있던 박준영의 손이 멈칫했지만 곧 그는 눈길을 돌렸다.

“태자비를 다치게 했으니 죽어 마땅하다.”

곧이어 이하윤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전하, 하랑이를 탓하지 마십시오. 하랑이가 저 말을 많이 아낍니다. 외조부께서 남겨주신 말이라서.”

이하윤의 말을 들은 박준영이 그녀의 허리를 잡더니 등을 돌렸다.

“내 더 좋은 말을 골라주마.”

점점 차갑게 식어가는 한길을 보며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한번 죽은 것은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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