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1화. 사라진 약병약창고는 생각보다 조용했다.궁에서 약이 사라지는 일은 없어야 했다.적어도 장부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다.나는 창고 안쪽 선반 앞에 서서 유리병 하나를 들어 올렸다.푸른빛이 도는 얇은 유리 안에 투명한 액체가 절반쯤 남아 있었다.“이건?”약제관이 바로 답했다.“심장 진정제입니다, 폐하.”“이건.”옆 병을 들었다.“통증 완화제입니다.”“그리고 저건 수면제.”약제관의 얼굴이 굳었다.“예.”나는 병을 제자리에 놓았다.아버지에게 들어갔다는 세 종류.장부에도 세 종류.창고에도 세 종류.겉으로는 맞았다.문제는 수량이었다.로웬이 가져온 반출 기록을 펼쳤다.“이 날짜.”약제관이 종이를 들여다봤다.“선황 폐하께서 돌아가시기 열흘 전입니다.”“알아.”나는 수면제 항목을 짚었다.“여기 여섯 병 나갔다고 되어 있네.”“예.”“그런데 창고 보관 기록은 다섯 병이 비었다고 되어 있고.”약제관의 눈이 흔들렸다.“확인해 보겠습니다.”“이미 했어.”로웬이 옆에서 다른 장부를 내밀었다.입고, 반출, 폐기, 남은 재고.네 수량이 맞아야 했는데 하나가 어긋났다.“한 병이 없어.”약제관이 입을 다물었다.나는 그 얼굴을 봤다.겁먹었다.죄가 있는 얼굴인지, 황제 앞에서 실수한 사람의 얼굴인지는 아직 모른다.“언제부터 안 맞았지.”“폐하, 저는 그 당시 담당이 아니었습니다.”“누가 담당이었어.”“전 약제관 마르텐입니다.”“지금은.”“사망했습니다.”“언제.”“선황 폐하 승하 후 두 달쯤 뒤입니다.”로웬이 내 쪽을 봤다.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또 죽었다.증거를 쥐고 있을 만한 사람부터 하나씩.“원인은.”“낙마 사고로 알고 있습니다.”“알고 있습니다라.”내가 그대로 되풀이하자 약제관이 시선을 내렸다.확실한 건 없었다.사고였을 수도 있다.하지만 이제는 우연이라고 넘길 수 있는 게 너무 많아졌다.“그때 장부 원본 전부 봉인해.”“예.”“사본 만들지 말고.”“예, 폐하.”약제
Última atualização : 2026-09-02 Ler m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