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화. 그 표정, 열세 살 때부터 봤어 “살고 싶으면 네가 가진 걸 보여줘.” 그 말을 남기고 돌아섰는데, 다음 날 아침 벨리사가 먼저 찾아왔다. 예상보다 빨랐다. 황제의 집무실은 아직 낯선 냄새가 났다. 전임 황제였던 아버지가 쓰던 잉크, 오래된 가죽 표지, 난로에 넣은 백향목 냄새가 섞여 있었다. 책상 모서리에는 내가 전쟁터에서 가져온 검집이 기대어 있었고, 그 옆에는 밤새 검토한 장례 비용과 황궁 봉쇄 명령서가 쌓여 있었다. 나는 마지막 문서에 서명한 뒤 고개를 들었다. “들어오라고 해.” 문이 열렸다. 벨리사는 어제와 다른 옷을 입고 있었다. 검은 상복이긴 했지만 장례당에서 입었던 것보다 선이 부드러웠다. 목을 완전히 감싸던 칼라는 사라졌고, 얇은 검은 천이 쇄골 위에서 한 번 접혀 있었다. 금갈색 머리카락도 어제처럼 단단히 고정하지 않고 절반만 느슨하게 묶었다. 꾸몄다. 상복을 입고도 자신이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벨리사는 문턱에서 잠깐 멈춘 뒤 들어왔다. 어깨는 지나치게 펴지 않았고, 걸음은 평소보다 조금 느렸다. 강하게 보이지도, 너무 불쌍해 보이지도 않는 속도였다. 저런 걸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는 게 벨리사의 재능이었다. “폐하.” 호칭도 정확했다. 어제 두 번이나 내 이름부터 튀어나오던 사람과 같지 않았다. “앉아.” 벨리사는 맞은편 의자를 봤다가 바로 앉지 않았다. “차라도 가져와도 돼?” 나는 손에 들고 있던 펜을 내려놓았다. “왜.” “그냥.” 벨리사가 작게 웃었다. 어제는 없던 웃음이었다. 입술 끝만 조금 올라갔다. 눈은 웃지 않았다. 나는 그 표정을 알고 있었다. 아주 잘. “마시고 싶으면.” “폐하 것도.” “난 있어.” 책상 한쪽에는 식은 차가 놓여 있었다. 벨리사의 시선이 잔에 닿았다. “식었잖아.” “괜찮아.” “원래 찬 차 싫어했잖아.” 손이 멈췄다.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2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