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6화. 처음으로 나를 붙잡았다 “예쁜 건 알아. 그래서?” “……그래도.” “그래도 뭐.” “멈추지 말아 줘.” 그 말이 그녀 입에서 나오는 순간, 나는 알았다. 이건 연기가 아니었다. 연기라면 이렇게 목이 잠기지 않는다. 벨리사 아르젠티아가 처음으로 무기를 내려놓고, 맨손으로 부탁하는. “네가 벗겨.” “뭐?” “내 옷. 네 손으로.” 벨리사의 눈이 커졌다. 나는 그녀의 손을 들어 내 군복 단추에 올렸다. “못 해?” “……할 수 있어.” “해봐.” 벨리사의 손가락이 단추를 풀었다. 떨리고 있었다. 한 개. 두 개. 검은 군복이 벌어지고, 안에 받쳐 입은 흰 셔츠가 드러났다. 그녀는 잠깐 멈췄다. 낯선 여자의 옷을 벗기는 게 처음이라서. 그런데 멈추지 않았다. 이번에는 그녀 쪽에서 손을 움직였다. 셔츠 단추까지 풀었다. 셔츠가 어깨를 타고 내려갔다. 가슴이 드러났다. 벨리사의 시선이 거기에 머물렀다. 눈동자가 천천히 움직였다. 나는 그 시선을 느끼며, 그녀가 남의 몸을 이렇게 본 적이 없다는 걸 알았다. 그녀의 손끝이 내 쇄골을 스쳤다.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여기.” 벨리사가 말했다. 손끝이 옆구리로 내려가 흉터 위에 닿았다. 오래된 상처. 전쟁이 남긴 것. “무서웠어?” “그건 예전 일이야.” “지금은?” 나는 벨리사의 손을 잡아 내 가슴 위에 올렸다. “지금은 네가 만지고 있잖아.” 벨리사의 손바닥이 내 가슴을 감쌌다. 굳은살 없는, 부드러운 손이었다. 사람을 움직이는 데만 쓰던 손이, 지금은 처음으로 남의 몸 위에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움직였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가슴을 감싸고, 엄지로 젖꼭지를 스쳤다. 아주 서툴렀다. 그러나 곧 익숙해졌다. 나는 그게 마음에 들었다. “이렇게?” “응.” “이게…… 좋아?” “네가 만지니까.” 벨리사의
최신 업데이트 : 2026-09-02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