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짐승 취급한 두 여자를 길들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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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2
Por:  혜진Actualizado ahora
Idioma: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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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해 전, 황후 오델린과 황녀 벨리사는 칼리아를 인간이 아닌 짐승처럼 다뤘다. 전쟁영웅이 되어 돌아온 칼리아는 이제 제국의 여제. 아버지의 죽음 뒤에 숨은 진실을 파헤치며 두 여자의 모든 것을 빼앗기 시작한다. 그런데 서로를 배신하며 살아남은 두 여자는, 자유를 되찾은 뒤에도 칼리아의 곁을 떠나지 않는다. 복수로 시작된 세 여자의 위험한 사랑이 뒤집히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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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ítulo 1

001화. 돌아온 짐승

001화. 돌아온 짐승

수도 성문이 열리자 가장 먼저 들린 건 환호가 아니었다.

종소리였다.

낮고 무거운 종이 세 번 울렸다.

전쟁에서 돌아온 승전군을 맞이하는 종과, 죽은 황제를 수도로 들이는 장례의 종이 같은 날 울리는 일은 제국 역사에서도 드물었다고 했다.

나는 말 위에서 고개를 들었다.

성벽 위로 검은 조기가 늘어져 있었다.

비가 오지 않았는데도 축축해 보였다.

오래 타오른 봉화 냄새와 마른 먼지, 말의 땀 냄새 사이로 수도 특유의 향료 냄새가 섞여 들어왔다.

여섯 해 만이었다.

도망치듯 떠났던 도시로, 나는 선황의 관을 끌고 돌아왔다.

내 아버지의 관이었다.

“폐하.”

옆에서 말을 붙여 온 근위대장이 한 박자 늦게 입을 다물었다.

아직 그 호칭이 익숙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폐하.

전쟁터에서는 대장군이었고, 국경의 병사들 사이에서는 칼리아 장군이었다.

어렸을 때 황궁에서는 황녀 전하라는 호칭 조차 제대로 불리지 못했다.

황후의 눈밖에 난 선황의 장녀라는 이유로, 나는 언제나 호칭보다 먼저 사람들의 눈치를 배웠다.

그런 내가 이제 황제였다.

나는 말고삐를 짧게 당겼다.

검은 군마가 속도를 늦추자 뒤따르던 기병대의 발굽 소리도 차츰 가라앉았다.

수도 중심대로 양옆으로 늘어선 사람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누군가는 울었고, 누군가는 내 이름을 불렀다.

전쟁을 끝낸 사람에게 보내는 환호였다.

하지만 나는 그 얼굴들을 오래 보지 않았다.

내 시선은 행렬 한가운데를 따라오는 검은 마차에 머물렀다.

아버지의 관.

마지막으로 봤을 때 그는 살아 있었다.

내게 동부 전선으로 가라고 명령하면서도, 미안하다는 말은 끝내 하지 못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황궁에서 온 부고는 전쟁이 끝나기 두 달 전에 도착했다.

급성 심장병.

그렇게 적혀 있었다.

나는 그 종이를 한 번 읽고 접었다.

그리고 전쟁을 끝냈다.

확인해야 할 것이 있었으니까.

성문에서 황궁까지 이어지는 길은 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낯설었다.

어린 시절 창문 너머로만 보던 시장, 벨리사가 원하는 게 생기면 마차를 세우던 보석상, 오델린이 황실 체면을 이야기하며 내 손에서 빵 봉지를 빼앗아 하녀에게 넘기던 광장.

그 기억들은 오래된 상처처럼 갑자기 아프지 않았다.

그저 위치를 알고 있는 흉터 같았다.

황궁 정문이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의 소리가 줄었다.

군중은 바깥에 남았고, 안쪽에는 황실 근위대와 귀족들이 정렬해 있었다.

그리고 가장 높은 계단 위에 두 여자가 서 있었다.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었다.

오델린 베르시아.

그리고 벨리사 아르젠티아.

내가 여섯 해 동안 한 번도 잊지 않았던 두 얼굴.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오델린이었다.

검은 상복은 목 끝까지 올라와 있었다.

장식은 거의 없었다.

머리카락도 예전처럼 복잡하게 말아 올리지 않고 낮게 정리했다.

마흔다섯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자세는 여전히 곧았고, 가늘고 긴 목과 어깨선에는 흐트러짐이 없었다.

황후였던 여자.

내 아버지의 두 번째 아내.

그리고 내가 열다섯 살이 되었을 때부터 내 일상을 거의 전부 정했던 사람.

몇 시에 일어나는지.

무엇을 먹는지.

누구를 만나는지.

어떤 색의 옷을 입는지.

표정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거울 앞에 세워 놓고 다시 웃게 했던 여자.

그녀는 지금도 웃지 않았다.

옅은 회색 눈만 내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 옆의 벨리사는 달랐다.

검은 상복을 입었는데도 시선이 갔다.

밝은 금갈색 머리카락은 검은 천 위에서 유난히 선명했고, 선명한 녹색 눈은 멀리서도 빛을 받았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벨리사가 어떤 방에 들어가면 사람들은 대화를 끊었다.

예뻐서.

그리고 자신이 예쁜 걸 너무 잘 알아서.

입술 끝을 조금만 올리면 상대가 무엇을 허락하는지, 고개를 어느 각도로 기울이면 화난 사람이 풀리는지, 손을 어디까지 내밀면 남자가 먼저 잡는지.

벨리사는 아주 어릴 때부터 사람을 다루는 법을 알았다.

나도 그중 하나였다.

“칼리아, 그거 갖고 싶어?”

열세 살의 벨리사가 손에 든 설탕 과자를 흔들었다.

나는 점심을 거의 먹지 못한 날이었다.

배가 고팠다.

그녀는 내가 과자를 보는 걸 알아챘다.

“그럼 예쁘게 부탁해 봐.”

나는 입을 다물었다.

벨리사가 웃었다.

“싫어? 그럼 먹지 마.”

과자는 바닥에 떨어졌다.

벨리사의 구두 끝이 그 위를 밟았다.

바삭.

아주 작았던 소리가 지금도 이상할 만큼 선명했다.

“폐하.”

근위대장의 목소리에 현재로 돌아왔다.

황궁 계단 아래였다.

나는 말에서 내렸다.

검은 장갑을 낀 손으로 말의 목을 한 번 쓸었다.

여섯 해 동안 전쟁터에서 나를 태운 말은 사람보다 눈치를 덜 봤다.

그래서 좋았다.

뒤에서 관을 실은 마차가 멈췄다.

황실 의장대가 앞으로 나왔다.

“선황 폐하의 영구를 모십니다!”

낭독관의 목소리가 넓은 황궁 앞뜰에 울렸다.

오델린의 눈이 처음으로 내게서 벗어났다.

관을 봤다.

아주 잠깐이었다.

그 짧은 순간을 나는 놓치지 않았다.

슬픔인지.

죄책감인지.

혹은 계산인지.

아직은 판단하지 않았다.

벨리사도 관을 봤다.

하지만 그녀의 시선은 금방 다시 내게 돌아왔다.

그 애는 예전부터 죽은 사람보다 살아 있는 사람에게 관심이 많았다.

특히 자기 목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에게.

나는 계단을 올랐다.

한 계단.

또 한 계단.

군화 밑창이 대리석을 누를 때마다 뒤에서 갑옷과 검집이 부딪히는 소리가 따라왔다.

예전에는 이 계단이 길었다.

열두 살 때는 너무 길어서 중간에서 발이 아팠다.

오델린은 걸음을 늦추지 않았다.

“황족은 사람을 기다리게 하면 안 됩니다.”

그 말을 들으며 나는 치맛자락을 쥐고 뛰듯 따라갔다.

벨리사는 계단 위에서 웃었다.

“느리다.”

지금은 달랐다.

내가 올라갈수록 두 여자는 가만히 기다렸다.

마침내 같은 높이에 섰다.

오델린과 눈이 마주쳤다.

가까이서 보니 눈가에 아주 얕은 선이 있었다.

예전에는 없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 외에는 놀랄 만큼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아름다웠고.

여전히 차분했고.

여전히 자기가 무너질 때 어떤 얼굴을 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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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2화. 이번엔 내가 정해 “승전을 축하드립니다.” 오델린이 먼저 말했다. 목소리도 그대로였다. 낮고 안정적이었다. “그리고…… 귀환을 환영합니다. 폐하.” 폐하. 그녀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오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기쁘지도 않았다. 통쾌하지도 않았다. 오래 기다리던 소리를 막상 들으니 생각보다 평범했다. 나는 대답하지 않고 벨리사를 봤다. 벨리사는 잠시 입술을 다물었다. 그 작은 망설임조차 계산이었는지 진짜였는지 나는 알 수 있었다. 진짜였다. 적어도 지금만큼은. 내가 기억하는 벨리사는 사람 앞에서 말문이 막히는 여자가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은 녹색 눈동자가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폐하.” 벨리사가 고개를 숙였다. 그 움직임으로 금갈색 머리카락 몇 가닥이 뺨 앞으로 흘러내렸다. 예전 같았으면 누군가 바로 정리해 줬을 것이다. 지금은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오랜만이네.” 내가 말했다. 벨리사의 속눈썹이 들렸다. “네.” “얼마 만이지?” “여섯 해입니다.” 정확했다. 나는 입꼬리를 아주 조금 올렸다. “기억하네.” 벨리사의 표정이 굳었다. 그 한마디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었다. 여섯 해를 기억한다는 뜻만은 아니었다. 나는 기억력이 좋았다. 좋아질 수밖에 없었다. 사람이 언제 웃는지. 어떤 말을 하기 전에 시선을 피하는지. 거짓말할 때 오른손을 움직이는지 왼손을 움직이는지. 누가 내가 보는 앞에서 친절하고, 내가 등을 돌리면 달라지는지. 살아남으려면 기억해야 했다. 그리고 나는 아주 오래 살아남았다. 오델린이 조용히 끼어들었다. “폐하. 선황 폐하의 장례 절차와 즉위식 준비가 모두 끝나 있습니다. 긴 원정 끝에 돌아오셨으니 우선 쉬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예전과 같은 말투였다. 정중했지만 자연스럽게 다음 행동을 정한다. 쉬어라. 어디로 가라. 무엇부터 하라. 그녀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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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4화. 넌 아직 죄인이 아니야 오델린은 자세를 무너뜨리지 않은 채 한쪽 무릎을 먼저 꿇고, 이어 다른 무릎까지 바닥에 댔다. 완전히 무릎을 꿇었다. 주변에서 작은 숨소리가 흘렀다. “어머니?” 벨리사의 목소리가 먼저 흔들렸다. 어머니가 누구에게 무릎 꿇는 모습을 본 적이 없을 것이다. 나도 없었다. 황후는 황제 옆에 서는 사람이었다. 대신들에게 손등을 내밀고, 귀족들을 내려다보고, 내게는 등을 꼿꼿이 펴라고 가르치던 여자였다. 열두 살의 어느 날이 떠올랐다. 연회장에서 예법을 틀렸다. 치맛자락이 의자 다리에 걸렸고, 넘어지지 않으려고 옆 탁자를 짚다가 와인잔을 엎었다. 오델린은 아무 말 없이 나를 방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거울 앞에서 말했다. “무릎 꿇으세요.” “왜요?” “잘못했으니까요.” 나는 무릎을 꿇었다. 오델린은 서 있었다. “잘못한 사람은 먼저 자기 위치를 알아야 합니다.” 그때 바닥은 차가웠다. 지금도 대리석은 똑같이 차가울 것이다. 나는 오델린 앞으로 한 걸음 다가갔다. 낮게 정리한 흑갈색 머리 사이로 눈가 가까이에 아주 가느다란 은빛이 한두 가닥 섞여 있었다. 여섯 해. 나만 변한 건 아니었다. “왜 무릎 꿇었어요?” 오델린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내가 재촉하지 않자 침묵이 더 길어졌다. “폐하께서 황제이시기 때문입니다.” “아까까지는 서 있었잖아요.” “그때는 귀환을 맞이하는 자리였습니다.” “지금은?” 오델린의 손이 무릎 위에 얹혔다. 긴 손가락이 검은 천 위에서 가지런했다. “명령을 기다리는 자리라고 판단했습니다.” 나는 짧게 웃었다. 정말 오델린다운 대답이었다. 스스로 무릎을 꿇고도 그것을 굴복이 아니라 절차로 만들었다. “내가 무릎 꿇으라고 한 적 없는데.” “알고 있습니다.” “그럼 일어나도 돼요.” 오델린의 회색 눈이 처음으로 올라왔다. “일어나라고 명하시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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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5화. 살고 싶으면 보여줘 “넌 아직 죄인이 확정된 게 아니니까 서 있어.” 벨리사는 그 말을 듣고도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장례당 안에는 향 냄새가 짙었다. 촛농이 타고 내려가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불꽃이 미세하게 흔들릴 때마다 관 위의 금빛 문장이 번들거렸다. 오델린은 내 오른쪽 뒤편에서 무릎을 꿇고 있었고, 벨리사는 그 옆에서 끝까지 서 있었다. 나는 아버지의 관을 바라봤다. 적어도 겉으로는. 실제로 보고 있던 건 관이 아니라 유리처럼 반사되는 검은 장식판 위 벨리사의 얼굴이었다. 그 애는 웃지 않았다. 평소라면 불리할수록 더 예쁘게 웃었을 텐데, 지금은 입술이 굳어 있었고 손가락만 상복 옆선을 붙들었다 놓았다. 겁먹었다. 장례 의식이 시작되자 사제가 앞으로 나왔다. 긴 기도문이 이어졌다. 선황의 업적. 제국의 번영. 백성을 향한 자비. 나는 그 말들을 듣고도 특별히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아버지는 좋은 황제였을 수도 있었다. 좋은 아버지는 아니었다. 오델린과 벨리사가 내 일상을 통제하는 걸 알면서도 그가 가장 자주 한 말은 하나였다. “황후의 뜻을 따르거라.” 그래서 관 앞에서도 눈물보다 질문이 먼저 떠올랐다. 왜 죽었지. 정말 심장이었나. 기도가 끝났다. 사제가 물러나고 황실 악단의 낮은 현악기가 장례당을 채웠다. 나는 앞에 놓인 향을 집어 불을 붙였다. 첫 번째 향은 황제가 들었다. 두 번째는 황후. 세 번째는 황녀. 원래라면 그 순서였다. 나는 첫 번째 향을 꽂은 뒤 뒤를 돌아봤다. 오델린이 천천히 일어났다. 무릎에 묻었던 회색 먼지는 이미 시녀가 조용히 털어냈지만, 검은 천에 눌린 흔적은 남아 있었다. 그녀는 내 앞까지 와 향을 받아 들었다. 손은 흔들리지 않았다. 불을 붙이고, 아버지의 관 앞에 서서 정확한 각도로 허리를 숙였다. 완벽했다. 그래서 오히려 이상했다. 오델린은 향을 꽂고 뒤로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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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8화. 예쁜 건 알아. 그래서?
008화. 예쁜 건 알아. 그래서? “얼마나?” “그건 나중에.” “사형은 피할 수 있어?” 직접적이었다. 나는 잠깐 벨리사를 봤다. 미소는 남아 있었지만 손은 더 이상 가지런하지 않았다. 오른손 엄지가 왼손 검지 옆을 계속 눌렀다. 어제 장례당에서 봤던 버릇. 겁먹을수록 손을 감추는 사람. 오늘은 웃음으로 그 위를 덮고 있었다. “그건 지금 약속 못 해.” 벨리사는 눈을 내리깔았다. “그럼 아무것도 확실한 게 없네.” “맞아.” “그런데 나한테 다 내놓으라고?” “내놓으라고 한 적 없어.” “말장난하지 마.” 웃음이 조금 얇아졌다. 나는 책상 위에서 펜을 굴렸다. “안 해도 돼.” “그러면?” “그냥 조사하면 되지.” “그리고 내가 관련돼 있으면?” “재판.” “관련이 없으면?” “끝.” “정말?” “그럼 뭐가 더 필요하지?” “나를 미워하잖아.” 이번에는 내가 잠깐 침묵했다. 벨리사의 눈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올라왔다. 이제 시작이었다. “미워하는 사람한테 공정할 수 있어?” 목소리가 달라졌다. 아까보다 낮고 부드러웠다. 벨리사는 등을 조금 숙였다. 탁자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던 거리가 아주 미세하게 줄었다. 손을 뻗은 것도 아니고, 몸을 노골적으로 기대지도 않았다. 그저 상대가 자신에게 집중하게 만드는 만큼만. “너도 사람이잖아.”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벨리사가 계속했다. “어릴 때 내가 잘못한 거 많아.” 처음 듣는 말이었다. “알아.” “그땐 나도 어렸고.” “그것도 알아.” “지금 와서 미안하다고 하면 안 믿겠지.” “응.” 이번에는 벨리사가 조금 웃었다. “그럴 줄 알았어.” 웃음에 힘이 빠졌다. 일부러 만든 것인지 진짜인지 애매했다. 그게 벨리사의 장점이었다. 진심과 연기를 정확히 섞었다. 완전히 거짓인 사람은 쉽게 들킨다. 벨리사는 진짜 감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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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화. 왜 나 안 가둬?
009화. 왜 나 안 가둬? “예쁜 건 알아. 그래서?” 벨리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게 오히려 대답이었다. 나는 그 표정을 오래 보지 않았다. “오늘은 그만 가.” 벨리사가 눈을 깜빡였다. “끝이야?” “응.” “이렇게?” “뭘 더 해.” “아니.” 벨리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가 다시 멈췄다. 뭔가 더 듣고 싶은 사람처럼. 나는 일부러 묻지 않았다. 잠시 뒤 그 애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럼 나 어떻게 되는 건데?” “아직 조사 중이라고 했잖아.” “그건 들었어.” 벨리사는 내 얼굴을 한 번 더 살폈다. “가도 돼?” “문 열려 있는데.” 벨리사의 시선이 집무실 문으로 갔다. “또 그 말이네.” “무슨 말.” “네가 알아서 하라는 거.” 나는 펜을 다시 집었다. “싫어?” 벨리사는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다 작게 코웃음을 치고 돌아섰다. 문이 닫히기 직전까지도 걸음이 느렸다. 잡아주길 바라는 건 아니었을 것이다. 다만 내가 뭘 더 말하는지 확인하고 싶었겠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문이 닫혔다. 그제야 책상 오른편에 쌓인 명령서를 다시 펼쳤다. 벨리사의 방. 시종. 서신. 마차. 개인 경비. 사교회 출입권. 황족 전용 재정 계좌. 하나씩 줄을 그었다. 빼앗을 건 명확했다. 황녀라는 지위가 주는 특권.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 연락망. 증거를 없애거나 사람을 숨길 수 있는 수단. 그런 것들. 반대로 개인 침실과 식사, 의복, 책, 궁 안에서 움직일 자유는 남겼다. 나는 마지막 칸에 서명했다. “로웬.” 문밖에 있던 근위대장이 들어왔다. “예, 폐하.” “벨리사 쪽 경비 바꿔.” “구금 형태로 전환할까요?” “아니.” 로웬이 잠깐 고개를 들었다. “그럼 경호 수준만 조정하겠습니다.” “황궁 밖 출입은 장례 끝날 때까지 제한. 대신 궁 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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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화. 왜 날 안 가둬?
010화. 왜 날 안 가둬? “문을 열어두시겠다는 뜻입니까.” “아직은.” “위험합니다.” “뭐가.” “벨리사는 사람을 움직일 줄 압니다. 시종 둘만 남겨도 그 둘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 수 있고, 궁 안 다른 귀족에게 접근할 수도 있습니다.” “알아요.” “알면서 두시는 겁니까.” “네.” 오델린은 나를 한동안 바라봤다. “그 아이를 시험하시는군요.” “시험?” “폐하께서 길을 열어두셨을 때 어디까지 움직이는지 보시려는 것 아닙니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오델린이 거의 맞췄다. 다만 나는 그 애가 어디까지 움직이는지만 보고 싶은 게 아니었다. 마지막에 어디로 돌아오는지도 보고 싶었다. “벨리사는 그런 방식에 약합니다.” 오델린이 말했다. “무슨 방식.” “명확한 규칙이 없는 것.” 의외였다. 나는 오델린을 봤다. “벨리사는 자유를 좋아하잖아요.” “자기가 통제할 수 있는 자유를 좋아합니다.” 정확했다. 오델린은 딸을 잘 알았다. “사람들이 자기를 좋아한다는 전제 안에서 움직이는 아이입니다.” “그러면?” “폐하처럼 반응을 주지 않는 상대는 불편해합니다.” 나는 낮게 웃었다. “역시 벨리사에 대해 가장 잘 아십니다.” 오델린은 웃지 않았다. “그 아이를 너무 몰아붙이지 마십시오.” “부탁이에요?” “그렇습니다. 제가 대신 책임질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나는 오델린을 오래 봤다. 이 여자는 벨리사를 위해 자기 몸을 방패로 쓰는 데 익숙했다. “아직은 그럴 필요 없어요.” “아직은.” 오델린이 내 말을 되짚었다. “그 말이 자꾸 걸리는군요.” “익숙해질 거예요.” 나는 서류를 한 장 밀어 옆으로 치웠다. “가도 돼요.” 오델린은 바로 돌아서지 않았다. “폐하. 벨리사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먼저 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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