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영은 임무의 세계를 겪어 본 사람이라, 김동건이 이곳에 나타난 사실이 아주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다만, 이제는 그와 조금도 얽히고 싶지 않았다.김동건도 강요하지 않았다. 그저 박지영의 뒤를 바짝 따라붙을 뿐이다.지나가는 사람들의 이상한 시선이 계속 따라붙었다. 이대로 꽃집에 갈 수는 없다는 걸 안 박지영은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다른데 가서 얘기하자.”두 사람은 근처 카페에 마주 앉았다.김동건은 줄곧 박지영만 바라보았다. 자신이 그녀에게 큰 잘못을 저질렀으니, 박지영의 차가운 눈빛도 묵묵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대체 뭘 하려는 거야?”박지영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여기까지 따라온 게 정말 의미 있다고 생각해?”“조예진은 어쩌고? 그 여자 곁에서 지극정성으로 돌보지 않고, 날 찾아와서 뭘 하겠다는 건데?”“여긴 당신한테 낯선 세상이야. 여기서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내가 떠나기로 한 순간부터 당신과는 완전히 끝낼 생각이었어. 그런데 왜 이러는 거야?”김동건이 조심스레 박지영의 손을 잡으려 하자, 박지영은 곧바로 손을 빼냈다.김동건은 시선을 떨군 채 말했다.“지영아, 내가 잘못한 거 알아. 한 번만, 딱 한 번만 만회할 기회를 주면 안 될까? 난 정말 널 사랑해.”“조예진의 본모습도 알았어. 내가 그동안 네게 얼마나 큰 상처를 줬는지도 알아. 네가 떠나고 나서야, 내가 진짜 사랑한 사람이 너였다는 걸 깨달았어.”“이곳에서 살아가는 법도 다 알아봤어. 나도 여기 사람들처럼 살 수 있어. 나 혼자 두지 마. 응?”그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김동건을 박지영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속이 울렁거렸다.‘곁에 있을 때는 온갖 수를 써서 나를 괴롭히다가, 이제 와서 사랑했다고 말하고 있다니.’“됐어.”박지영은 냅킨으로 김동건이 닿았던 손을 깨끗이 닦아 냈다.“당신을 사랑했던 박지영은 이제 없어. 김동건, 난 당신을 미워하지 않아. 진심으로 사랑했으니까, 후회도 없어.”“하지만 이제 나는 나 자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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