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예진을 모시는 시녀의 명이 떨어지자, 금군이 곧장 채찍을 치켜들었다.채찍이 박지영의 몸에 내리꽂히려는 순간, 김동건이 황급히 앞을 막아섰다.“태자비마마, 부디 용서해 주시옵소서. 소신이 제 처를 제대로 단속하지 못해 마마의 행차를 방해했습니다.”그제야 조예진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진북장군이 그리 청하니, 채찍질은 면해 주지요.”그러고는 싸늘한 눈빛으로 박지영을 내려다보았다.“박씨, 바닥에 엎드려 본궁에게 열 번 머리를 조아리거라. 허면 이번 일은 더는 묻지 않겠네.”‘먼저 시비를 건 것은 분명 그녀인데, 헌데 나더러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라니!’박지영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누군가 뒤에서 거칠게 걷어찼다. 그녀는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박지영은 두 손을 꽉 움켜쥔 채 치밀어 오르는 수치심을 억누르며 김동건을 바라보았다.하지만 김동건의 시선은 오직 조예진에게만 머물러 있었다.마치 그녀는 그의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금군에게 짓눌린 채 열 번이나 머리를 조아렸지만, 조예진은 여전히 성에 차지 않는 얼굴이었다.“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는구나. 정성이 모자란 모양이니, 열 번 더 조아리게 하거라!”바닥을 짚은 박지영의 손끝이 가늘게 떨렸다.김동건은 이번에도 아무 말 없었다.그 순간, 박지영은 그에게 품었던 마지막 기대마저 사라져 버렸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힘껏 이마를 내리쳤다.쿵! 쿵! 쿵!둔탁한 소리가 거리에 연이어 울려 퍼졌다.갈라진 이마에서 흘러내린 피가 얼굴을 타고 내려와 옷깃을 붉게 물들였다.박지영은 입술이 터져 피가 배어 나오도록 악물었다. 입안 가득 비릿한 피 맛이 번졌지만, 그녀는 단 한 번도 아프다는 신음 한마디 내지 않았다.그 처참한 꼴을 지켜보고서야 조예진은 비로소 만족한 듯했다.그제야 김동건도 정신을 차린 듯 박지영을 부축해 일으켰다.하지만 몇 걸음 떼기도 전, 궁녀가 뒤에서 그를 불러 세웠다.“진북장군, 태자 저하께서는 조금 전 입궁하셨습니다. 오늘 태자비마마께서 바깥나들이를 하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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