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당했던 억울한 누명과 의문스러운 사고. 그 모든 것 뒤에 민채린과 성운그룹의 추악한 공작이 있었음을 넘어, 강태준 역시 그 사고의 '진실'에 발목을 잡혀 민채린이 내민 위험한 족쇄를 차고 있었다.‘그 사고의 내막이라니....? 강태준, 넌 대체 무엇을 숨기고 있는 거야? 넌 공범인 건가, 아니면......?’강태준이 무엇 때문에 민채린의 덫에 스스로 걸려들었는지, 그가 숨기고 있는 잔혹한 진실이 무엇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자신들이 맺었던 정략결혼이 단순한 욕망의 결합이 아닌 서로의 목에 칼을 겨눈 살벌한 거래였다는 사실이었다. 자신이 믿어왔던 '배신'의 단면이 전혀 다른 기괴한 형상으로 일그러지고 있었다."말도 안 돼..... 대체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복수의 명분과 전제가 거대한 미스터리 속으로 난도질당한 그 순간, 쪼개질 듯한 극심한 두통이 이서의 뇌리를 강타했다."으아아악—!"이마를 움켜쥐고 비명을 삼키는 그녀의 내면 깊은 곳에서, 정신적 방어선이 흔들린 틈을 타 어둠 속에 잠들어 있던 진짜 민채린의 잔재가 살점을 찢고 솟구쳐 올랐다.아득히 멀어져 가는 시야 속에서 이서는 발작하듯 숨을 헐떡였다. 맹렬한 기세로 밀려든 검은 어둠이 마침내 그녀의 남은 의식마저 짓씹듯 삼켜버렸다. 이서의 신체가 비틀거리며 차디찬 바닥 위로 무너져 내렸다.같은 시각, 복도를 지나던 강태준은 민채린의 방 안에서 무언가 쿵 하고 둔탁하게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서늘한 직감이 그의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거칠게 문고리를 돌려 문을 열자, 차가운 대리석 바닥 위에 민채린이 미동도 없이 쓰러져 있었다."민채린!"당황한 그가 황급히 곁으로 다가가 그녀를 일으켜 세우려던 그 순간. 무너져 내리는 가냘픈 입술이 아득하게 그의 이름을 불러냈다."태준 씨....."그 순간, 강태준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으며 멈춰 버렸다.목소리. 억양. 미세하게 떨리는 특유의 음색.죽는 날까지, 아니
Last Updated : 2026-09-0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