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당신이 버린 아내가 태림을 샀다: Kabanata 101 - Kabanata 110

143 Kabanata

102화 — 반격을 서두르지 않은 이유

“사망자의 표까지 들어갔다는 사실을 지금 공개해야 합니다.”이사회는 아침 여덟 시부터 같은 말을 반복했다.“공개는 합니다. 서른여섯 시간 뒤에요.”“그동안 독점계약이 집행되면 누가 책임집니까?”“제가 집니다. 그래서 먼저 장인 지급망을 옮기는 겁니다.”나는 화면에 두 개의 시계를 띄웠다. 아틀라스가 정한 이의제기 기한 사십팔 시간, 원수익자 계좌를 별도 수탁망으로 이전하는 데 필요한 서른여섯 시간.“지금 위조를 선언하면 이 지급도 정지됩니다. 우리가 빠르게 보였다는 이유로 장인들이 임금을 못 받게 하지는 않겠습니다.”사외이사 한 명이 물었다.“대표님 평판을 위해 시간을 끄는 것 아닙니까?”“제 평판을 위한 거라면 지금 기자부터 불렀겠죠.”나는 지급 대상과 금액, 이의 신청 절차를 먼저 공개했다. 범인의 이름도, 우리에게 유리한 사망자 표도 아직 적지 않았다. 침묵이 아니라 피해 방지 순서를 설명했다.첫 공지는 비난을 불렀다. 아직 공개하지 않은 사십팔 시간 기한까지 적힌 기사가 나왔다.“문서마다 다른 열람표식을 넣으세요. 사람보다 유출 경로부터 찾습니다.”나는 반박 대신 지급보전 현황판을 열었다. 내 결백은 생계비를 보낸 뒤에도 설명할 수 있었다.건우는 회의실 밖에서 기다렸다. 끝나자마자 결론을 묻지 않고 내 얼굴부터 살폈다.“지금 말하고 싶어, 아니면 조금 있다가?”“차 안에서 말할게요. 은행 수탁팀으로 가야 해요.”“운전할까?”“네. 대신 통화 내용은 듣기만 해요.”집을 보러 가기로 한 시간은 보류했다. 언제 다시 잡을지는 오늘 일이 끝난 뒤 함께 정하기로 했다.은행은 신탁 원장과 실제 수익자 명단이 일치해야 계좌를 옮길 수 있다고 했다. 문제는 죽은 대표 한 명이 여전히 살아 있는 지급관리자로 등록돼 있다는 것이었다.“사망 신고만 내면 되지 않습니까?”“그러면 그 도시 전체 지급권이 아틀라스 임시관리자에게 넘어갑니다.”엘레나가 규정을 짚었다.엘레나는 후임 대표 선출에 최소 일주일이 걸린다고 했다.“일주일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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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화 — 화면 속의 가짜 나

“내 계정으로 답장하지 마세요.”죽은 장인의 전자좌석이 보낸 메시지는 열두 초 뒤 스스로 사라졌다. 나는 화면을 촬영하지 않고 원장 서버의 원본 로그부터 보전시켰다. 범인이 우리가 어떤 반응을 하는지 지켜보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지켜보고 있군요.”“왜 캡처도 하지 않습니까?”“캡처는 보이기 위한 증거고, 로그는 어디서 들어왔는지 찾기 위한 증거니까요.”엘레나는 즉시 아틀라스 긴급회의를 요구했다. 의장 마르셀 로랑은 내가 대리인을 보냈던 회의를 다시 보여 주겠다며 조건을 붙였다.‘기록 공개 뒤에는 서은채 측의 신원 부인을 받지 않는다.’“덫입니다.” 재하가 말했다.“그래도 들어가죠. 동의하지 않는다는 문장을 먼저 기록하고.”나는 회의 시작과 동시에 말했다.“열람은 진위 인정이 아닙니다. 원본 파일과 접속 로그를 독립 수탁관리인에게 동시에 제공하십시오.”로랑은 웃음을 지우지 않았다.“결혼 다음 날부터 국제신탁을 흔드는군요. 어머니도 그렇게 성급한 분은 아니었습니다.”“제 어머니를 아셨습니까?”“기록으로만요.”그가 너무 빨리 답했다.녹화본이 재생됐다. 얼굴을 반쯤 가린 여자가 내 이름표 앞에 앉아 있었다. 목소리는 내 것과 비슷했고, 한국어와 영어 사이의 숨 쉬는 간격까지 흉내 냈다.가짜 나는 말했다.“권리는 보호보다 활용될 때 살아 있습니다. 서지안의 유산을 하나의 강한 운영자에게 맡기겠습니다.”어머니의 문장 일부였다. 다만 원래 문장은 반대였다. ‘권리는 활용보다 보호가 먼저다. 하나의 강한 운영자를 경계하라.’앞뒤를 자른 복종의 말이었다. 건우가 메모창으로 물었다.‘잠깐 멈출까?’나는 고개를 저었다.영상 속 여자는 신탁 문답에도 답했다. 어머니가 첫 원장을 어디에 숨겼는지, 나침반 바늘을 왜 북쪽이 아니라 집으로 향하게 그렸는지. 나조차 루미에르 복원 뒤에야 알게 된 내용이었다.마지막 문답에서 가짜 나는 “서은채가 어머니의 빈 원장을 완성한다”고 답했다.“저 답은 어머니의 문장이 아닙니다.”그런데 채점표에는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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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화 — 수탁관리인의 세 가지 질문

“여덟 명이 들어갔는데 한 명도 정문으로 나오지 않았습니다.”수사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엘레나 바이스가 원장 접근을 차단했다. 권도진의 회의실에서 누가 빠져나갔는지 찾기도 전이었다.“왜 제 권한까지 막았죠?”“당신과 영상 속 대리인 가운데 누가 진짜인지, 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습니다.”“조금 전 위조 정황을 같이 봤잖아요.”“정황은 신원이 아닙니다.”그녀는 내 편을 드는 대신 나부터 다시 검증하겠다고 했다. 불쾌했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가짜가 어머니의 문답까지 바꾼 상황에서 내 얼굴과 직함만 믿으라고 할 수는 없었다.질문은 독립 공증인이 나침반 노트와 김문호 인장을 양쪽 화면에 동시에 보여 주며 대조하기로 했다.회의실의 여덟 명은 화물 엘리베이터로 지하 문서폐기실에 내려간 뒤 작업복을 갈아입고 서로 다른 출구로 나갔다. 수사팀은 차량과 상자 이동을 쫓기로 했다.나는 엘레나의 절차부터 받았다.“질문은 세 개입니다. 답을 검색하거나 타인에게 물으면 검증은 끝납니다.”“건우 씨와 재하도 나가야 합니까?”“화면에서 들리지 않는 곳으로요.”건우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필요하면 불러. 문 밖에 있을게.”“답을 못 해도 들어오지 말아요.”“당신이 부를 때만.”문이 닫히자 첫 화면에 어머니의 나침반 그림이 떴다. 바늘은 북쪽에서 조금 비껴 있었다.“서지안은 왜 틀린 나침반을 그렸습니까?”가짜 영상은 ‘딸이 돌아올 집을 가리킨다’고 답했다. 듣기 좋은 문장이었지만 어머니답지 않았다.“북쪽을 가리키는 도구가 아니었으니까요.”엘레나는 그럼 무엇이냐고 물었다.“상품이 지나온 사람을 가리키는 표식이에요. 원산지가 아니라 손의 이력을 따라가는 바늘.”엘레나는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두 번째 화면에는 김문호가 낸 원본 인장이 확대됐다.공증인이 노트의 종이를 옆으로 기울였다. 나침반 바늘 아래에는 지웠다 다시 그린 자국이 세 번 있었다. 북쪽, 태림 창고, 마지막으로 비어 있는 원이었다.“빈 원은 무엇입니까?”“다음 사람이 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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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화 — 열두 도시의 잃어버린 표

“M-0 계정을 먼저 열어 보죠.”내 요구에 엘레나는 고개를 저었다. 관찰계정은 보이지만 접근권자가 없었다.“승인자가 공란이면 누가 만들었습니까?”“원래 원장에는 없었습니다.”“원래가 언제죠?”“십칠 년 전 신탁이 잠들기 직전입니다.”누군가는 봉인된 원장을 열지 않고도 계정 한 줄을 끼워 넣었다. 그러나 M-0에 매달려 당장 움직이는 표를 놓칠 수는 없었다.열두 도시 가운데 네 곳의 대표권이 회색으로 표시돼 있었다. 사망자의 표 하나, 연락을 피한 표 셋이었다.각 점을 누를 때마다 물건이 아니라 사람이 나왔다. 서울은 가죽 수선사 서른둘, 교토는 염색장인 열아홉, 피렌체는 금속장식 공방 열넷, 페스는 가족공방 마흔한 곳이었다. 작은 공방의 기록도 대형 브랜드와 같은 줄에 놓였다.“이게 어머니가 만들고 싶었던 시장이군요.”“시장이라기보다 증언망에 가깝습니다.” 엘레나가 말했다.“그래서 독점하면 안 되는 거고요.”“권리를 넘긴 계약서를 보여 주세요.”엘레나가 선급금 약정서를 띄웠다. 아틀라스는 장인에게 재료비를 먼저 주고 완성품 사용료에서 천천히 갚게 했다고 설명했다.“이율은 낮습니다.”“대신 담보가 표네요.”약정서 마지막 장에는 상환이 하루만 늦어도 신탁 의결권을 채권자가 행사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채무가 끝나도 아틀라스가 적합성을 재심사할 때까지 표는 돌아오지 않았다.“선급금이 아니라 표를 산 계약입니다.”“장인들이 서명했습니다.”“임금을 끊겠다는 통보를 받은 뒤에요.”건우가 화면 밖에서 말했다.“채무조정 기록만 봐도 자발적이었는지 구분할 수 있어.”엘레나가 그를 보았다.“배우자에게 수익자 자료를 줄 수 없습니다.”“달라는 뜻이 아닙니다. 독립기관이 확인할 항목만 제안하겠습니다.”“센터가 맡지는 않고요?”“태림 협력사 이해관계가 있습니다. 저는 빠집니다.”그가 스스로 선을 그으니 엘레나는 검토 항목을 받았다. 선급금 지급일, 임금 중단 통지, 채무와 표결의 연동 여부였다.검증기관은 장인들이 추천하고 수탁관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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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화 — 믿어 달라고 하지 않았다

“지금 보는 것은 서지안의 딸이 우리 권리를 넘겼다는 자료입니다.”아미나는 인사도 없이 내 목소리가 담긴 파일을 틀었다. 화면 속 나는 작은 공방의 표를 아틀라스에 맡기겠다고 말했다.“이 목소리, 당신 것 아닙니까?”“일부는 맞습니다.”“일부만 인정하겠다는 뜻입니까?”“지난해 장인 설명회에서 한 말을 잘라 붙였습니다. 원본도 열겠습니다.”나는 믿어 달라고 하지 않았다. 음성분석업체도 내가 고르지 않았다.“검증인을 직접 정해 주세요.”“당신이 비용을 내면 독립적이지 않습니다.”“북극성 신탁의 공통비용으로 처리하죠. 제 표는 빠지고요.”아미나는 페스의 디지털권리단체와 스위스 음성연구소를 함께 골랐다. 같은 파일을 서로 다른 서버에서 분석하고, 결과는 우리보다 장인대표들에게 먼저 보내는 조건이었다.재하가 물었다.“대표님 개인계정도 열 겁니까?”“북극성과 관련된 기간만요. 사생활 전체를 증명으로 내놓을 필요는 없습니다.”“범위를 누가 정하죠?” 아미나가 물었다.“당신 쪽 검증인이 검색어와 날짜를 정하고, 제가 거부하면 거부 기록까지 남기세요.”아미나는 그제야 음성을 멈췄다.“거부권도 있다고요?”“결백을 보이려고 모든 경계를 버리면 다음 사람이 같은 일을 강요받습니다.”아크와 태림의 북극성 관련 거래내역도 데이터룸에 올렸다. 조회권은 아미나 측 회계사, 엘레나, 장인대표 둘에게 나눴다. 누구도 혼자 내려받거나 지울 수 없었다.첫 분석 결과는 한 시간 만에 나왔다. 내 목소리 열세 조각이 세 해 동안의 영상에서 잘려 있었다. 숨소리와 단어 끝을 인공지능으로 메웠지만, 배경 소음의 계절이 네 번 바뀌었다.“녹음은 가짜입니다.” 검증인이 말했다.아미나는 사과하지 않았다.“그럼 이 계약은요?”그가 선급금 약정서를 화면에 올렸다. 내 전자서명 아래 ‘소규모 공방 표결권 통합에 동의한다’는 문장이 있었다.“서명값은 어제 위임장과 같습니다.” 재하가 확인했다.“그러니까 대표님이 했다는 겁니까?”“같은 폐기 인증서를 썼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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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화 — 첫 출장은 신혼여행이 아니었다

“삭제가 멈춘 겁니까, 끝난 겁니까?”은채의 목소리는 침착했지만 손끝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나는 화면 밖에 있어야 했다. 북극성 수익자가 아닌 내가 복구 결정에 끼어들 수는 없었다.“63퍼센트에서 차단됐습니다.” 아미나가 답했다.“저장장치를 봉인하고 현지 수사기관과 독립복구업체를 동시에 부르세요. 우리 업체를 보내지 않겠습니다.”은채는 자기 이름으로 실행된 삭제를 자기 손으로 복구하려 하지 않았다. 아미나가 고른 사람이 원본을 만지게 했다.통화가 끝난 뒤 은채가 내게 물었다.“기다렸어요?”“응. 들어오라고 할 때까지.”“제네바에 가야 할 것 같아요.”그 말 뒤에 나는 곧장 표를 알아보겠다고 할 뻔했다. 예전 같으면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동행부터 정했을 것이다.“배우자로 같이 가길 원해?”은채가 바로 답하지 않았다.“일 때문에 필요한 사람으로 묻는 거예요, 남편으로 묻는 거예요?”“남편으로. 조사에는 관여하지 않고.”“같이 있고 싶기는 해요.”“그 뒤에 하지만이 있네.”“센터 심사가 금요일이죠.”이번 주에는 폐업 위기의 협력사 여덟 곳을 두고 채권단 조정이 잡혀 있었다. 내가 빠지면 회의를 미룰 수는 있었지만, 직원과 대표들은 이미 석 달을 기다렸다.그중 두 곳은 이번 주를 넘기면 직원 퇴직금을 담보로 잡힐 상황이었다. 은채 곁에 있고 싶다는 이유로 그들의 시간을 또 쓰게 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센터를 방패로 삼아 아내가 필요하다는 말을 피하고 싶지도 않았다.“내가 미뤄도 된다고 말하면 싫을 것 같아?”“대신 결정하면 싫어요.”“그럼 선택지를 같이 적자.”우리는 식탁에 달력을 펼쳤다. 은채는 수요일 출국, 나는 금요일 심사를 끝낸 뒤 토요일 합류. 사흘 동안은 각자 일하고, 긴급 연락이 아니면 서울과 제네바의 수면시간을 지키기로 했다.“이걸 신혼여행이라고 부르지는 말아요.”“나도 싫어. 신혼여행은 일 없는 날 다시 고르자.”“언제 갈지도 같이.”“장소도.”첫 결혼 때 우리는 여행지를 가족 일정에 맞추고,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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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화 — 악녀가 자랑한 가짜 배지

“제 출장 일정을 넘기는 대가가 센터 일 년 예산 세 배였어요.”공항으로 향하기 전 건우와 통화했다. 그는 제안을 거절했지만 봉투도, 부속합의서도 버리지 않았다.“센터 감사인과 수사팀에 원본을 맡겼어.”“내게 먼저 보내지 않아서 잘했어요.”“섭섭하지 않아?”“내가 당신 센터의 비공식 결재자가 되는 게 더 싫어요.”건우가 웃었다.“토요일에 갈 때 내 일정도 정식으로 등록할게.”“남편 자격으로 오는 일정은 내 조사표에 넣지 말아요. 다만 아틀라스 접촉이 생기면 기록하고.”“알겠어. 도착하면 연락해.”전화를 끊자 라운지 입구에서 누군가 내 이름을 크게 불렀다.“서은채 대표님, 신혼여행도 혼자 가세요?”차유리였다. 아틀라스 한국 홍보책임자라는 직함을 명함 앞뒤에 세 번이나 적은 여자였다. 그는 기자 두 명과 사진가를 데리고 있었다.“업무 출장입니다.”“결혼 이틀 만에 남편을 두고요?”“제 일정과 무슨 관련이 있습니까?”“로랑 의장님은 일과 가정을 조율할 줄 아는 지도자를 원하시거든요.”자기가 그 지도자인 것처럼 턱을 들었다. 유리의 경력은 아틀라스 자회사 홍보계약 두 건뿐이었고, 지금 자리도 아버지 유통업체가 행사를 후원한 뒤 생겼다.그가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북극성 신탁을 자기가 유치한 ‘신규 한국 브랜드’라고 적혀 있었다. 장인 공동권리는 한 줄도 없었고, 서지안의 이름은 유리 사진 아래 작은 각주로 밀려났다.“보도자료를 직접 쓰셨습니까?”“최종 승인했죠.”“북극성이 브랜드가 아니라 신탁이라는 사실은 확인했고요?”“대중은 어려운 구조에 관심 없어요.”“그럼 대표권을 홍보할 자격도 없겠네요.”나는 그 사실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실력은 질문 몇 개면 드러났다.“북극성 신탁 독점안에서 장인 열람권은 어느 조항에 있죠?”“그런 세부사항은 법무가 봅니다.”“그럼 당신이 홍보한 선급금의 의결권 담보비율은요?”“대표님은 모든 걸 숫자로만 보시네요.”그는 답 대신 손목의 가방을 카메라 쪽으로 돌렸다. 회삿돈으로 산 한정판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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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화 — 폐기된 인장이 걸어 나온 곳

“그 번호가 왜 태림 반출목록에 있죠?”탑승 안내가 시작됐지만 나는 게이트를 나가지 않았다. 차유리의 모조 배지는 십칠 년 전 기록상 폐기된 상자에서 나온 물건이었다.“상자 내용부터 확인하세요.”재하가 옛 대장을 확대했다.“첫 혼인 때 가족문서 인증서, 인장 스캔, 해외행사용 나침반 시제품입니다.”“반출 사유는요?”“해원 소송 증거 반환. 승인자는 계약이 끝난 외주 보관업체입니다.”결혼식 침입, 위조 위임장, 유리의 배지가 한 상자로 이어졌다. 그렇다고 내 비행을 취소해 범인이 원하는 자리에 붙잡힐 수는 없었다.“기록보관실을 봉인하되 직원 휴대전화는 받지 마세요. 외부 감시인이 입회한 뒤 상자 자리만 여세요.”“대표님이 돌아오실 때까지 기다릴까요?”“아니요. 내 눈으로 봐야만 믿는 구조는 만들지 않습니다.”나는 예정대로 비행기에 올랐다. 출발 전 건우에게 사실만 남겼다.‘유리 배지가 옛 기록상자 번호와 일치해. 현장 봉인했고 나는 출국해.’‘혼자 돌아오라고 하지 않을게. 도착 뒤 통화 가능할 때 알려 줘.’그 답을 읽고 휴대전화를 껐다.비행 중에는 출력해 온 반출대장을 확인했다. 해당 상자는 해원 사건 뒤 모두 회수돼 파쇄됐다고 적혀 있었다. 파쇄 확인 사진에는 상자 뚜껑만 있었고 내용물은 찍히지 않았다.착륙 직후 독립 감시인이 보낸 영상이 도착했다. 기록실 선반의 봉인띠는 멀쩡했지만 상자를 꺼내자 무게가 대장보다 삼 킬로그램 가벼웠다.문제의 자리만 두 번 닦였고, 폐쇄된 주말에도 창고 스캐너 전력이 여섯 시간 사용됐다.“현장에서 열겠습니다.” 감시인이 말했다.“봉인번호부터 양쪽 카메라에 보여 주세요.”번호가 일치한 뒤 상자가 열렸다. 서지안 관련 소송자료와 오래된 행사사진은 남아 있었다. 정확히 세 가지, 내 첫 결혼 인증서와 인장 스캔, 나침반 시제품만 없었다.“파쇄 확인서는 누가 썼죠?”현 기록관리팀장이 고개를 숙였다.“전임 외주업체 직원 박성호입니다.”“지금 연락됩니까?”“계약 종료 뒤 지방으로 내려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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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화 — 나보다 먼저 도착한 서은채

“내 이름으로 입국했다면 여권부터 막아야 합니다.”제네바 공항 사설금고 관리자는 경찰 없이는 자료를 더 줄 수 없다고 했다. 재하는 여권 조회 결과부터 보내 왔다.“가짜 여권은 없습니다.”“그럼 어떻게 국경을 넘었죠?”“국경을 넘은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금고의 ‘입국 확인’은 국가 출입국 기록이 아니었다. 북극성 신탁 대리인이 원격신원 확인을 마치면 아틀라스가 붙이는 내부 표시였다. 가짜 대리인은 서울에서 영상을 찍고도 제네바 입국자로 등록될 수 있었다.“신탁 대리증 발급자는요?”“마르셀 로랑 의장실입니다.”“금고는 그 표시만 믿었고요?”“아틀라스가 장기고객이라 별도 여권을 보지 않았답니다.”특혜가 보안절차를 대신한 결과였다. 나는 관리자를 몰아붙이는 대신 출입기록과 내부규정의 원본 보전을 요구했다.“금고를 지금 봉인할 수 있습니까?”“임차인의 반대가 없거나 법원 명령이 필요합니다.”“가짜 임차인에게 동의를 묻지는 마세요. 긴급 보전명령을 신청하겠습니다.”재하는 권도진 카드내역과 태림 반출대장을 묶어 현지 변호사에게 넘겼다. 금고 안을 열 권한은 아직 없었지만 물건이 더 움직이지 않게 하는 임시명령은 두 시간 뒤 나왔다.“성과를 발표할까요?” 홍보팀이 물었다.“아니요. 봉인 사실을 알면 다른 증거부터 없앨 겁니다.”금고 사용료는 권도진의 법인카드로 결제됐다. 카드사 가압류 자료에는 매달 같은 금액이 십칠 년간 빠져나간 기록이 있었다.“권도진이 그렇게 오래 관리했다는 겁니까?”“카드는 다섯 해 전에 발급됐습니다. 이전에는 아틀라스 한국지부 계좌가 냈습니다.”“둘 사이 비용 인수계약을 찾으세요.”나는 권도진을 사문서위조와 신탁업무 방해로 고소했다. 다만 공항에서 곧장 그의 체포를 요구하는 발표는 하지 않았다. 증거를 옮기는 사람이 배후의 다음 손을 드러낼 수도 있었다.엘레나가 물었다.“제네바 일정은 바꿀 겁니까?”“회의 시각은 그대로 둡니다.”“가짜가 이미 대표님 명찰을 받았습니다.”“그래서 제가 나타나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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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화 — 두 명의 서은채

“서은채 대리인은 이미 안에 있습니다.”보안요원은 붉은 글자가 붙은 내 출입증만 돌려줬다. 회의장 안에서는 내 이름으로 출석 확인이 끝난 상태였다.“그럼 두 사람 모두 세우고 확인하세요.”“로랑 의장님은 절차가 끝날 때까지 밖에서 기다리라고 하셨습니다.”“나만요?”그는 답하지 못했다. 명찰판의 두 이름 중 경고표시가 붙은 것은 진짜 여권을 낸 나뿐이었다.재하가 낮게 말했다.“현지 경찰을 불러 강제로 문을 열 수 있습니다.”“회의 자체가 진행되면 가짜 표는 또 유효해져요. 문보다 표결부터 멈추죠.”나는 북극성 신탁 원문을 열었다. 위임장에는 대리행사 범위가 ‘독점계약 승인’이라고만 적혀 있었고, 원수익자의 이의제기권을 포기한다는 문장은 없었다.“제14조 3항을 적용합니다.”엘레나가 조항을 읽었다.“원수익권자 본인이 대리인의 신원을 다투면 확인 전까지 관련 회의와 지급명령을 중지한다.”“지급망은 이미 분리했으니 장인 생계비는 멈추지 않습니다. 독점안만 세우세요.”보안책임자가 로랑에게 전화를 걸었다. 스피커 너머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서 대표, 복도에서 소란을 만들 이유가 있습니까?”“당신 회의장에 내 이름이 두 개인 이유부터 설명하세요.”“검증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정식 등록자는 안에 있으니 기다리십시오.”“정식 등록자가 누구인지 다투는 중입니다. 회의 시작을 동의하지 않습니다.”“아틀라스 규정은 신탁보다 우선합니다.”“북극성 권리를 표결할 때는 아닙니다.”엘레나는 공동수탁권한으로 중지명령을 입력했다. 회의장 전광판의 안건이 회색으로 바뀌었고, 안에서 웅성거림이 터졌다.“문을 열어 주세요.”“회의가 중지됐다고 출입이 허용되는 것은 아닙니다.”“들어가겠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안의 사람들도 나올 권리가 있죠.”잠시 뒤 정문이 열렸다. 회원들은 휴대전화를 들고 나왔지만 회색 가면을 쓴 사람은 없었다.“가짜 대리인은 어디 있습니까?”직원이 안쪽을 확인했다.“조금 전까지 앞줄에 있었습니다.”무대 뒤 커튼이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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