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나리의 목에서 은빛 나침반이 흔들렸다.샴페인 잔을 들던 내 손이 멎었다. 오늘은 건우와 나의 세 번째 결혼기념일이었다. 그런데 내가 잃어버린 어머니의 유품이 다른 여자의 쇄골 위에서 반짝이고 있었다.“예쁘죠, 형님?”나리가 펜던트를 손끝으로 들어 보였다. 중앙홀의 조명이 닿자 낡은 은 표면에 작은 불꽃이 일었다.“그 목걸이, 어디서 났어요?”“건우 오빠가 빌려줬어요. 오늘 드레스엔 이게 제일 잘 어울린다고.”숨이 차갑게 식었다. 내가 결혼한 뒤에도 단 한 번 꺼내지 못했던 말을, 그녀는 자랑처럼 가볍게 흔들었다.건우가 귀빈 인사를 마치고 다가왔다.“은채야, 왜 그래?”“당신이 저걸 가지고 있었어?”내 시선을 따라간 그의 표정이 잠깐 굳었다. 그는 곧 주변의 카메라부터 확인했다.“행사 끝나고 얘기하자.”“지금 돌려줘.”“나리가 오늘 재단 대표로 서잖아. 협찬 드레스에 맞출 장신구가 필요했어.”“그래서 내 것을 허락도 없이?”그가 목소리를 낮췄다.“당신 것도 아니야. 십칠 년 전 화재 때 나리가 떨어뜨린 거야. 내가 보관하고 있었고.”나는 웃지 못했다. 그날 불길 속에서 펜던트를 잃어버린 사람은 나였다. 연기 속에서 열일곱 살 건우의 팔을 내 어깨에 걸고, 타는 창고 바닥을 기어 나오던 나.“지금 중요한 건 지난 기억이 아니야. 당장 확인할 게 있어.”“안쪽을 보여줘요.”나리는 한 발 물러섰다.“남의 목걸이를 왜 함부로 만지려고 하세요?”“잠금장치 안쪽만 보면 돼요.”“은채야.”건우가 내 손목을 잡았다. 아프지는 않았다. 그보다 익숙해서 더 아팠다. 늘 나를 달래는 손으로, 그는 번번이 다른 사람을 보호했다.“오늘 태림문화재단 기부자들이 다 왔어. 소란 만들지 마.”“소란을 만든 건 내가 아니야.”“알아. 그러니까 이번 한 번만 참아 줘.”“당신은 늘 이번 한 번만이라고 해. 회사를 위해, 어머니를 위해, 나리에게 빚진 목숨을 위해.”나는 손목을 빼고 나리에게 다가갔다.어머니의 물건을 되찾고 싶다는 말조차
Huling Na-update : 2026-09-04 Magbasa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