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당신이 버린 아내가 태림을 샀다: Chapter 81 - Chapter 90

143 Chapters

82화 — 문재하의 반대

“이 자료를 건우 변호인에게 직접 주면 안 돼.”재하가 내 손을 막았다. 박상철의 복제키와 정우혁 결재문은 건우에게 유리했지만, 태림의 영업비밀도 함께 들어 있었다.“내일 영장심사예요.”“그래서 더 안 돼. 네가 골라 준 증거가 되면 수사 방해와 이해충돌 공격을 동시에 받는다.”“유리한 자료를 회사가 쥐고만 있어도 됩니까?”“수사팀에는 이미 냈어. 건우 측에는 법원을 통한 열람 절차가 있어.”나는 서류를 내려놓았다.“얼마나 걸리죠?”“긴급 열람을 신청하면 오늘 안에 재판부가 범위를 정할 수 있어. 독립감사위원회가 제출하고, 너와 나는 선별에서 빠져야 해.”“재하 씨도요?”“나는 태림을 대리하니까. 건우 변호는 다른 법인이 맡아야 한다.”재하는 건우를 싫어해서 막는 사람이 아니었다. 내가 흔들릴 가능성을 이용해 자기 의견을 밀어붙이지도 않았다.그는 이해충돌표를 내 앞에 펼쳤다. 나는 피해 회사의 지배주주이자 건우의 연인이었고, 과거 자문 계약 종료 승인자이기도 했다.“셋 중 하나라도 숨기면 나중에 증거 전체가 공격받아.”“그럼 전부 공개해요.”“공개와 관여는 달라. 너는 회사 보전 명령만 내리고 변호 전략에서는 빠져.”“받아들일게요.”나는 즉시 업무분리 확인서에 서명했다. 건우 사건 파일 열람권은 독립감사위원장에게, 법원 제출은 외부 법무법인에 넘겼다.회사 비용으로 건우의 변호비를 내지 않고, 건우 측도 태림 직원을 개인적으로 접촉하지 않기로 했다. 직원 면담은 수사관이나 독립 변호사가 입회하게 했다.재하가 마지막 항목을 짚었다.“사적인 연락에서도 사건 이야기는 하지 마.”“그건 동의해요.”“그리고 공개적으로 믿는다는 말은 당분간 거두는 게 좋겠어.”“그건 법률 조언입니까?”“경영 위험 조언이야. 그 말 한 줄 때문에 네 판단 전체가 감정으로 보인다.”“직무는 분리할게요. 하지만 내가 누구를 믿는지까지 회사에 맡기지는 않아요.”“은채야.”“믿음을 증거로 쓰지 않겠다고 이미 말했어요. 이제 와서 취소하면 주가에 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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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화 — 손을 놓고 함께 걷는 법

“구속영장은 기각됐지만 조건이 붙었습니다.”건우의 변호인은 출국 금지와 주거 제한, 회복센터 시스템 접근 금지를 읽었다. 건우는 그 자리에서 서명했다.“센터 업무도 멈추겠습니다.”“교육과 상담 참관까지 금지된 건 아닙니다.”“오해될 권한은 운영위원회 판단 전까지 쓰지 않겠습니다.”기각은 무죄가 아니라 조사받는 방식이 달라졌다는 뜻이었다.법원 문이 열리자 카메라 불빛이 쏟아졌다. 기자들은 나와 건우가 손을 잡는 장면부터 기다리고 있었다.“서 대표님이 직접 마중 나온 겁니까?”“태림 일정으로 법원에 왔습니다.”“연인의 결백을 확신합니까?”“결정문은 무죄 선고가 아닙니다.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는 판단입니다.”건우에게도 마이크가 몰렸다.“서 대표의 믿음 덕분에 풀려났다고 생각합니까?”“아닙니다. 법원이 제출된 자료로 판단했습니다.”“두 분이 함께 위기를 넘겼다는 사진을 보여 주실 수 있습니까?”건우가 나를 보았다. 손을 내밀기 전에 묻는 눈이었다.나는 작게 고개를 저었다.우리는 손을 잡지 않았다. 그렇다고 서로 반대 방향으로 피하지도 않았다. 법원 계단을 같은 속도로 내려가며 각자의 질문에 답했다.“관계를 숨기는 겁니까?”“숨기지 않습니다.” 내가 말했다.“그럼 왜 떨어져 걷습니까?”“손을 잡아야만 같은 편인 건 아니니까요.”건우는 내 말을 자기 결백의 보증처럼 덧붙이지 않았다. 주거와 접근 제한을 지키겠다고만 밝혔다.주차장 갈림길에서 그가 물었다.“잠깐 같이 걸어도 될까?”“사건 이야기는 하지 않는 조건으로요.”“알아. 오늘은 네가 와 준 게 고맙다고만 말하고 싶어.”“마중은 아니었어요.”“그것도 알아.”우리는 법원 담장을 따라 걸었다. 손등이 몇 번 가까워졌지만 일부러 잡지 않았다. 카메라를 위한 결백도, 불안을 덮는 약속도 필요하지 않았다.“조건 때문에 만나지 못할 수도 있어.”“조건을 먼저 확인하고 다음 약속을 잡아요.”“네가 기다리겠다는 대답부터 하지 않아도 돼.”“알아요. 그래도 확인이 끝나면 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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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화 — 증거는 당신이 살아온 시간

“영상부터 멈추세요.”회복센터 교육 생중계 원본의 구석에 박상철이 찍혀 있었다. 범행 시각, 건우와 유출을 승인했다는 사람이 한 화면 안에 있었다.두 시 십칠 분, 건우는 실시간 질문을 받고 화이트보드로 걸어갔다. 같은 프레임의 유리문 너머에서는 검은 노트북을 든 박상철이 통신실 밖으로 나왔다.“이걸 바로 공개하면 건우 씨 혐의가 풀립니까?” 직원이 물었다.“아니요. 원본이 맞는지부터 확인합니다.”재하는 방송 서버와 송출 업체에 보존 요청을 보냈다. 나는 복사본을 만들기 전에 저장 장치 전체를 봉인하게 했다.건우는 영장심사 뒤 조건부로 풀려난 상태였다. 변호인 없이 수사 증거를 보지 않겠다는 약속에 따라 복도에서 기다렸다.“들어와도 될까요?” 그가 물었다.“변호인과 함께요. 화면에는 손대지 말아요.”“알겠어.”그는 화면 속 자기 모습을 보자 시간을 짚었다.“오후 두 시 십칠 분. 협력사 채무조정 교육의 질의응답 중이야.”수사관이 반박했다.“녹화 영상을 재송출했을 수도 있습니다.”“그래서 제 기억은 증거로 쓰지 마세요.” 건우가 말했다.나는 송출 업체의 원본 로그를 띄웠다. 질문은 현장 참석자 휴대전화에서 실시간으로 들어왔고, 건우는 업체명과 금액을 확인해 즉석에서 답했다.해외에서 접속한 장인 두 명의 채팅에도 같은 시각이 남아 있었다. 한 사람이 숫자를 잘못 입력하자 건우가 화면에서 바로 고쳐 주었고, 수정 전후 문장이 송출업체와 각 참여자 기기에 따로 저장됐다.“사전에 만든 영상으로 이 대화를 맞출 수 있습니까?”포렌식 담당자가 고개를 저었다.“질문 생성 시각과 응답 음성이 일 초 단위로 이어집니다. 법원 공증 해시도 확보한 원본과 일치합니다.”“참석자 명단은 몇 명이죠?”“마흔일곱 명입니다.”“진술을 요구하지 마세요. 영상 제공에 동의하는 분만 독립 조사팀이 접촉합니다.”센터 직원이 손을 들었다.“제가 카메라 옆에 있었습니다. 증언하겠습니다.”“직원 평가와 분리한다는 서류부터 받으세요. 거절해도 불이익이 없다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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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화 — 악녀의 값은 가방 하나

“박상철이 별장에서 사라졌습니다.”차량 영상으로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됐지만 별장은 비어 있었다. 감시가 붙기 세 시간 전, 해원 법인차 한 대가 뒷문으로 빠져나갔다.“윤태성 출국금지는요?”“완료됐습니다. 윤세라 계좌와 법인카드도 동결됐고요.”나는 박상철의 도주를 공개하지 않았다. 해원 내부에서 그를 찾게 두면 연락선까지 움직일 가능성이 있었다.건우의 구속영장 청구는 철회됐지만 복제키 수사는 계속됐다. 그는 센터 업무로 돌아가기 전 내게 물었다.“박상철이 센터에서 가져간 게 있는지 직원들과 확인해도 될까?”“수사팀 질문서 범위에서만요.”“응. 추궁하지 않고 회신만 모을게.”오후가 되자 윤세라가 아크 로비에 나타났다. 변호사도 없이 한정판 가방을 두 팔로 끌어안고 있었다.“서은채 대표 나오라고 해요.”보안 직원이 예약을 요구하자 그녀는 정지된 해원 법인카드를 내밀었다.“내가 누군지 몰라요?”“알기 때문에 방문 절차를 안내드리는 겁니다.”세라는 카드를 세 번 긁고서야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나는 준법담당과 변호인을 동석시킨 뒤 면담실로 내려갔다.“용건이 뭡니까?”“내 물건까지 왜 묶었어요?”“제가 동결한 게 아닙니다. 법원 결정입니다.”그녀는 가방을 탁자에 올렸다.“이건 아빠가 생일에 준 거예요. 회사 돈이 아니라고 확인해 줘요.”“소유권 자료를 수사기관에 내세요.”“당신이 한마디 하면 풀리잖아요.”“사실 아닌 말을 할 생각 없습니다.”세라가 입술을 깨물었다.“그럼 거래해요.”“무슨 거래죠?”“박상철이 어디 있는지 알아요. 이 가방하고 해외 법인카드만 빼 줘요.”재하가 카드 사용 내역을 화면에 띄웠다. 박상철이 사라진 날, 세라의 해외 법인카드로 무인 숙소 세 곳이 차례로 결제돼 있었다.“세 곳 중 어디입니까?”“그걸 말하면 먼저 가방을 돌려줘요.”“세 곳 모두 허위 주소일 수도 있죠.”“하나는 아빠 비서가 취소했어요. 내가 진짜 장소를 정했으니까.”“누구 지시로 정했습니까?”“내가 사람 없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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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화 — 회장의 딸이 버린 회장

“내가 내부고발자라고 발표해 줘요.”박상철이 체포된 다음 날, 윤세라는 참고인 조사실에서 자기 공로부터 요구했다. 위치를 알려 줬으니 계좌와 가방을 풀어 달라는 조건도 되풀이했다.“공로가 아니라 책임의 시작입니다.”“내가 아니었으면 못 잡았잖아요.”“도주를 도운 뒤 은신처를 말한 겁니다. 평가는 수사기관과 피해자들이 합니다.”세라는 내게 아버지를 버린 용감한 딸이라는 보도자료를 써 달라고 했다. 들고 온 초안에는 자신이 범죄를 처음부터 반대했다는 문장까지 있었다.재하가 물었다.“복제키 사용을 언제 처음 알았습니까?”“어제요.”“박상철에게 숨으라는 메시지는 사흘 전에 보냈죠.”“그때는 왜 숨는지 몰랐어요.”“음성 파일이 있다는 건 어떻게 알았고요?”세라는 입을 다물었다. 질문 세 개를 넘기자 준비한 이야기가 끝났다.“변호인을 선임한 뒤 다시 진술해도 됩니다.” 내가 말했다.“그럼 가방은 누가 지켜요?”“증거물 보관실이 지킵니다.”“흠집 나면 당신이 물어낼 거예요?”그녀가 가장 두려워한 것은 공모 혐의도 해원 직원의 생계도 아니었다. 법인카드로 산 가방 모서리였다.박상철은 지하 창고에서 검은 케이스를 품고 있었다. 수사관이 문을 열자 도주하지 않고 거래부터 제안했다.케이스 안에는 복제키 생성 장치와 태림 준법팀 노트북이 함께 있었다. 전원을 끄면 자료가 지워지는 설정이 발견돼 디지털 수사관이 차폐함 안에서 그대로 봉인했다.“이건우 씨가 준 겁니다.” 박상철이 말했다.“언제, 어디서 받았습니까?”“자문 종료 날입니다.”“그날 이건우 씨는 센터 지방 교육 중이었습니다.”박상철은 날짜를 바꿨지만 교육 생중계와 출입 기록이 다시 막았다. 만들어 둔 이야기는 건우가 지난 시간 남긴 기록 하나를 넘지 못했다.“회장 지시를 입증할 수 있습니다. 신변을 보장해 주십시오.”“체포 절차부터 진행합니다.”“서은채 대표를 불러 주세요. 그 사람은 계약을 지킵니다.”나는 조사실로 가지 않았다. 피해자인 내가 면책을 흥정하면 증거의 독립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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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화 — 어머니의 마지막 투자계약

“상자는 서은채 대표 개인에게 반환하면 됩니다.”박상철의 보관함에서 나온 물품을 보며 해원 측 변호사가 선을 그었다. 서지안의 유품이면 딸의 상속재산일 뿐, 회사 범죄와 무관하다는 주장이었다.“개봉 전에는 누구 것인지 정하지 않습니다.”나는 수사관, 장인 대표, 독립 감정인이 모두 도착할 때까지 봉인을 건드리지 않았다. 김문호가 낸 원본 인장도 별도 증거함에 놓였다.“제 인장이 왜 필요합니까?” 김문호가 물었다.“상자 잠금판에 같은 나침반 홈이 있습니다. 하지만 열지 않을 권리도 선생님께 있어요.”“지안 씨가 함께 만든 물건이라면 열겠습니다.”“증언과 센터 채무조정은 분리된 채로 유지됩니다.”“그것도 압니다. 그래서 제가 고르는 겁니다.”김문호가 인장을 홈에 맞췄다. 내가 가진 작은 열쇠는 옆 잠금쇠에 꼭 맞았지만, 두 장치가 함께 돌아가야 상자가 열렸다.뚜껑 안에는 어머니의 글씨가 남아 있었다.‘한 사람이 혼자 열 수 없게 할 것.’나는 그 문장을 오래 보지 않았다. 감정인이 내용물을 한 장씩 꺼냈다.첫 번째는 루미에르 패스포트 노트에서 사라진 32쪽이었다. 장인별 인장과 직원 검수번호를 수익 배분율에 연결한 표였다.“31쪽은 윤세라 봉투에 있었죠.” 재하가 말했다.“원본 회수는 아직입니다. 사진과 압수 목록만 확보했어요.”“이 장은 원본입니까?”감정인이 종이 섬유와 절단면을 대조했다.“노트의 남은 실밥과 일치합니다. 잉크 연대도 맞고요.”그 아래에는 낡은 계약서 초안이 있었다. 제목은 ‘루미에르 이력권 공동 신탁 계약’이었다.“수익권자가 누구죠?”수사관이 첫 장을 넘겼다. 서지안 개인도, 유성금융도, 태림도 아니었다.개발에 참여한 장인 스물한 명, 검수 직원 열여덟 명, 앞으로 합류할 수선자들을 위한 공동 신탁이었다.수익표에는 제품 가격이 아니라 참여 단계가 기준으로 적혀 있었다. 처음 만든 사람뿐 아니라 훗날 손잡이 하나를 고친 장인에게도 인증료가 돌아가는 방식이었다.“해원 등록본에는 이 표가 있습니까?” 내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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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화 — 아무도 상속하지 못한 이름

“루미에르 권리를 서 대표 개인 명의로 먼저 등록해야 합니다.”신탁 설립 회의가 시작되자 유성금융 변호사는 소송 승리를 이유로 내 단독 소유를 주장했다. 원고가 한 명이어야 해원 특허를 공격하기 쉽다는 계산이었다.“어머니 계약을 읽고도 그 말을 합니까?”“그건 미완성 초안입니다.”“완성할 기회가 도난당한 초안이죠.”나는 어머니에게서 상속될 수 있는 저작권 지분을 공동 신탁에 출연하겠다고 했다. 관리인은 나 혼자가 아니라 장인 대표, 현장 직원, 독립 공익위원이 함께 맡는 구조였다.사외이사가 물었다.“서 대표가 돈을 대고도 의결권을 똑같이 갖겠다는 겁니까?”“돈으로 원저작자의 수를 줄일 수는 없습니다.”“경영 판단이 느려집니다.”“한 사람 판단 때문에 십칠 년을 빼앗겼습니다. 느리더라도 다시는 그렇게 못 하게 할 겁니다.”신탁 설립비는 아크가 부담하되 대여금으로 남기지 않았다. 대신 외부 회계감사와 매년 이용료 공개를 의무화했다.“돈을 돌려받지 않습니까?” 직원 대표가 물었다.“설립 비용으로 지배권을 사지 않겠습니다.”“나중에 적자가 나면요?”“신탁이 이용료를 조정하고 운영자를 바꿉니다. 아크에 먼저 손을 벌릴 의무는 없어요.”장인들은 이름 공개 범위를 직접 골랐다. 실명 대신 인장번호만 남긴 사람도 있었고, 유족이 권리를 승계할 때에는 가족관계보다 실제 참여 기록을 먼저 확인하기로 했다.김문호와 생존 장인 일곱 명이 원격으로 참여했다. 오래전 표를 함께 만든 사람도 있었고, 어머니에게 시험 인장만 보낸 사람도 있었다.“저희 이름을 올리면 해원이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습니까?” 한 장인이 물었다.“가능성을 숨기지 않겠습니다. 법률 지원은 증언 여부와 관계없이 제공합니다.”“서명하지 않아도요?”“네. 지원을 받은 대가로 권리를 넘기게 하지 않습니다.”직원 대표가 계약서 첫 조항을 읽었다.“루미에르 패스포트의 이름, 검증식, 수익은 특정 가문이나 회사가 단독 처분하지 못한다.”“태림도 포함입니까?”“물론입니다.”“아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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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화 — 해원의 가장 비싼 거짓말

“해원 납품대금이 전부 멈췄습니다.”공동 신탁 공시 다음 날, 협력사 스물여섯 곳에 지급 보류 통지가 갔다. 해외 투자자들이 오리진 패스의 권리 보증 위반을 이유로 자금을 회수한 직후였다.“왜 직원 급여 계좌까지 막혔죠?”재하가 해원 이사회 의사록을 띄웠다.“윤태성이 손실을 인증사업과 유통 자회사에 먼저 배분했습니다. 오너 지주사의 현금은 남겨 뒀고요.”거짓 권리를 담보로 받은 돈은 지배가문이 썼지만, 돌려줄 몫은 직원과 납품사에 떠넘기고 있었다.해원 노조위원장이 긴급 통화에 들어왔다.“서 대표가 신탁을 만들지만 않았어도 이 일은 없었습니다.”“그렇게 보실 수 있습니다.”“우리 월급을 책임질 겁니까?”“확인하지 않은 전액 보장은 약속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해원 지주사가 남긴 현금과 윤태성 일가 배당부터 동결하도록 채권단에 요구하겠습니다.”“말뿐이면요?”“오늘 자료를 전부 공유하겠습니다. 판단은 직접 하세요.”나는 해원의 현금 이동표, 투자금 사용처, 지급 순서를 직원 대표에게 보냈다. 태림에 우호적인 설명만 골라내지 않았다.해외 투자자 측은 화상회의에서 계약금 전액 상환을 요구했다.투자계약 원문에는 해원이 원권리를 독점적으로 보유하며 제삼자 청구가 없다고 보증한 조항이 반복됐다. 윤태성은 공동 창작자를 알고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서명했고, 그 보증으로 낮은 금리와 추가 투자금을 받았다.상환 가속 조항이 발동되면 일주일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금액만 해원 현금의 네 배였다. 그러나 담보 목록에는 회장 일가의 부동산이 빠지고 현장 자회사 매출채권만 들어 있었다. 우연한 경영 실패가 아니라 손실이 갈 곳까지 미리 정한 계약이었다.“원권리 보증은 해원과 귀 신탁의 분쟁입니다.”“그 보증이 거짓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돈을 회수하면 현장부터 무너집니다.”“우리는 자선기관이 아닙니다.”“그래서 손실 원인을 만든 지주사 자산을 먼저 보라는 겁니다.”“태림이 대신 보증합니까?”“아니요. 남의 거짓말을 우리 주주 돈으로 덮지 않습니다.”나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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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화 — 내가 사는 회사

“아크가 해원그룹 전체를 인수한다는 조건이면 유예하겠습니다.”채권단 대표는 윤태성 일가의 부동산과 부실 계열사까지 떠넘겼다. 직원과 납품사를 살리려면 지배가문의 빚도 함께 사라는 요구였다.“전체는 사지 않습니다.”“그럼 해원은 법정관리로 갑니다.”“법정관리를 협박처럼 쓰지 마세요. 필요한 사업과 채무를 분리해 제안하겠습니다.”나는 밤새 표시한 회생안을 화면에 띄웠다. 살릴 항목은 오리진 패스 운영 조직, 정상 유통망, 영세 납품채무였다.사지 않을 항목은 가족 전용 부동산, 윤세라 홍보법인, 지배가문 사채, 불법 취득한 특허였다.분리 기준은 감정이 아니라 현금흐름과 책임의 연결로 세웠다. 정상 영업에서 생긴 채권은 인수하고, 윤태성 일가가 개인 담보를 빼내며 만든 채무는 지주사에 남겼다. 고객 데이터는 소유권과 동의 범위를 다시 확인하기 전까지 가치 산정에서 제외했다.실사팀도 두 갈래로 나눴다. 아크 투자팀은 가격을 계산하고, 직원·납품사 대표가 고용과 지급 조건을 검증했다. 내가 한쪽 보고서를 고쳐 다른 쪽을 설득할 수 없도록 원본을 동시에 공개했다. 해원 이름을 미워한다는 이유로 싸게 잡지도, 살리고 싶다는 이유로 비싸게 사지도 않았다.해원 이사가 비웃었다.“알짜만 가져가겠다는 약탈 아닙니까?”“알짜라면서 왜 직원 급여부터 끊었습니까?”“그룹을 유지하려면 불가피했습니다.”“제가 유지할 것은 윤씨 일가의 그룹이 아니라 일할 수 있는 사업입니다.”아크 컨소시엄에는 유성금융만 넣지 않았다. 해외 브랜드 채권단, 직원주식조합, 공동 신탁이 각각 자금과 권리를 출자하도록 했다.컨소시엄 의결권은 투자액만으로 나누지 않았다. 직원주식조합에는 고용·안전 조항의 거부권을, 공동 신탁에는 인증권 사용 중단권을 줬다. 해외 채권단은 상환 계획을 감독하되 인사권을 갖지 못했다.해원 직원들은 인수안 찬반을 비밀투표로 정하기로 했다. 반대 표를 던져도 승계 심사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조항을 외부 노무사가 확인했다. 나는 설명회에 한 번만 참석하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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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화 — 건우가 돌려준 이름

“증인은 태림가 사람입니다. 이 증언으로 서은채 대표가 이기면 태림도 이익을 얻지 않습니까?”해원 측 변호사는 내가 선서하기도 전에 이해관계부터 물었다. 법정 뒤편의 은채는 나를 보지 않고 재하가 펼친 기록을 확인하고 있었다.“태림가라는 이름을 증거로 쓰실 거라면, 저는 그 이름이 숨긴 책임부터 말하겠습니다.”재판장이 선서를 명했다. 나는 오른손을 들었다. 한때 나를 지켜 주던 성과 이름이 오늘은 가장 먼저 벗겨야 할 방패였다.“십칠 년 전 태림과 해원 사이에 별도 계약이 있었습니까?”“있었습니다.”공식 장부에는 없다는 지적에, 나는 그래서 이면계약이라고 답했다. 부친이 관리하던 태림개발 명의 계좌에서 해원기술로 세 차례 돈이 간 기록도 밝혔다.“증인이 직접 계약하는 걸 봤습니까?”“당시에는 미성년자였습니다. 대표직을 맡은 뒤 승계 자료에서 계약번호와 결재 메모를 확인했습니다.”나는 기억과 확인한 사실을 섞지 않았다. 은채가 내게 가르친 방식이었다. 안다는 말보다 어디까지 아는지를 분명히 하는 일.검사가 봉인된 문서를 화면에 띄웠다.검사는 메모의 ‘지안 자료, 명희 정리, 해원 등록’이 무슨 뜻인지 물었다. 나는 서지안 씨의 원본을 최명희 부회장이 넘기고, 해원이 자기 이름으로 등록한다는 뜻으로 읽었다고 답했다.해원 측은 추측이라고 몰았다. 나는 같은 계약번호가 적힌 송금 승인서를 다음 증거로 제출했고, 사용 목적이 원권리 정리 비용임을 짚었다.해원 측이 즉시 일어났다.“원권리라는 단어가 서지안을 뜻한다는 증거는 없습니다.”“승인서 뒷면에 제 부친의 자필이 있습니다. ‘서지안 이의 차단 후 잔금’이라고 적혀 있습니다.”법정이 낮게 흔들렸다. 나는 화면을 피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고, 살아 있는 내가 가문의 체면을 보존한다고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검사는 태림이 피해자인지 공범인지 물었다.“당시 경영진은 공범입니다.”현재 태림에는 불리한 답이라는 확인이 따라왔다.“불리해서 지우면 또 같은 계약이 됩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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