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상자 안의 은자보다 그 위에 놓인 종이가 더 무거웠다.서련은 은자를 세어 영수를 썼다. 선금 스무 냥, 받은 날짜, 받은 사람. 그리고 붓을 인사문 위로 가져가지 않았다.“이건 서명하지 않겠습니다.”“선금은 받으시고요?”“선금은 옷값입니다. 이 종이는 옷값이 아니지요.”매향의 눈썹이 올라갔다. 서련은 인사문을 옆으로 밀고 새 종이를 폈다. 맨 위에 한 줄을 썼다. 구매 계약. 그 아래 옷 세 벌, 값, 인도 날짜. 재단 채운, 안감 옥분과 소례, 운반 단비. 운반 중 손상은 인수 서명 전까지 수선방이, 그 뒤는 연화전이.“계약이라니요. 귀비마마께서 언니라 부르시며 아끼시는데.”“아끼시는 분께 드리는 옷일수록 값이 분명해야지요. 나중에 서운한 말이 나오지 않게.”“운반 중 손상을 연화전이 진다는 건 또 무슨 말입니까.”“인수 서명을 하신 뒤부터입니다. 서명 전에 상하면 저희가 집니다.”“귀비마마께 도장이라도 받으라는 겁니까.”“받는 분이 누구든 받았다는 표시면 됩니다. 상궁의 이름이어도 좋습니다.”매향이 서련을 보았다. 자기 이름이 종이에 남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나 안 받겠다고 하면 옷도 없었다. 그녀는 이름을 적었다. 붓이 무거운 사람처럼 적었다.매향은 그 종이를 한참 들여다보았다. 웃음을 잃지는 않았다. 다만 웃음이 얼굴의 다른 자리로 옮겨 갔다.“한 가지 더요. 치수는 저희가 직접 재겠습니다.”채운이 문가에서 말했다.“치수표를 보내 드리지 않았습니까.”“종이는 숨을 안 쉽니다. 사람은 쉬고요.”그날 오후 연화전에서 세 사람이 왔다. 후궁 둘과 궁인 하나. 귀비의 옷은 귀비 대신 치수가 같은 궁인이 재고 입어 보는 것이 법도였다. 채운은 궁인의 손목에 실을 감아 표를 하고 손끝으로 어깨를 짚어 가며 쟀다. 실이 풀린 자리에 붉은 자국이 남았다.“아프냐?”“아닙니다. 처음 재 봐서요.”“이 자국은 내일까지 남을 게다. 가봉 때 그걸 보고 내가 너를 알아본다.”궁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후궁 둘은 재는
Last Updated : 2026-09-1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