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폐위된 황후가 새 황제를 고른다: Capítulo 11 - Capítulo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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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태후가 내민 문

태후전의 문은 기다리지 않아도 열렸다.서련은 그 호의를 경계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조태후는 창가에 앉아 매듭을 고르고 있었다. 궁녀가 받친 쟁반에는 색이 다른 끈이 줄지어 놓였다. 태후는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손끝으로 밀었다. 밀린 매듭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고생이 많구나.”여섯 해 동안 들었던 목소리였다. 왕실 잔치를 밤새 준비한 뒤에도, 아버지가 죽고 곡을 하지 말라는 명을 받았을 때도 태후는 같은 말로 대화를 시작했다.서련은 정해진 예를 올렸다. 황후의 큰절 대신 황실 어른에게 하는 절이었다. 태후의 손이 잠깐 멈췄다.“앉거라. 네가 좋아하던 차다.”향을 맡은 서련은 그것이 자신이 아니라 황제가 좋아한 차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태후는 여섯 해 동안 그 둘을 구별할 필요가 없었다.“부르신 뜻을 듣겠습니다.”“성미가 급해졌구나. 전에는 말끝까지 잘 듣더니.”“그때는 제게 시간이 많다고 생각했습니다.”조태후는 웃지 않았다. 궁녀들을 휘장 바깥으로 물린 뒤 작은 문서 하나를 내놓았다.황후가 후궁을 질투하여 부적절한 약을 구하려 했으나, 실제 위해를 가하지 않았으므로 목숨을 살려 궁 밖에서 참회하게 한다는 초안이었다. 서진에게도 사면을 베푼다는 한 줄이 붙어 있었다.“폐하께 아직 보이지 않았다. 네가 원하면 내가 설득하마.”서련은 마지막 줄을 다시 읽었다. 사면은 죄가 있어야 필요한 말이었다.“제 동생에게 무슨 죄가 있습니까?”“살아 나가는 것이 먼저 아니겠느냐.”목을 조이는 말이었다. 서련은 동생이 비어 있는 창고 어딘가에서 자신을 기다릴 장면을 떠올렸다. 한 번 고개를 끄덕이면 오늘 안에 얼굴을 볼 수 있을지도 몰랐다.“어디에 있는지 아십니까?”조태후는 찻잔을 들었다.“황제가 명하면 나오겠지. 네가 더 버티면 황제도 물러설 곳이 없어진다.”서련은 자신의 잔을 밀지 않았다. 마시지도 않았다.“폐하께서 제게 돌아올 곳을 남겨 주지 않으셨습니다.”“남편의 잘못을 세상 앞에 들추어서 무엇을 얻겠니.”“제 이름으로 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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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아프다는 말의 주인

정온은 새 진료 기록을 찢지 않았다.날짜가 적힌 종이를 덧붙이고, 누구에게서 언제 받았는지 적었다. 서련은 그 곁에서 이전 기록을 가져온 시종을 불렀다. 새 문장이 틀렸다는 판단보다, 문장이 나중에 생겼다는 사실을 먼저 남겨야 했다.오전 심리에 귀비를 처음 진료한 의원이 나왔다. 그는 황제 앞에서는 허리를 깊이 굽혔고 정온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당시에는 급박하여 적지 못한 내용을 보충했습니다.”명선이 물었다.“보충 날짜 대신 처음 진료한 날짜를 쓴 까닭은?”“본래 기록에 첨가했기 때문입니다.”“그렇다면 본래 기록을 본 사람이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겠군요.”의원이 입술을 다물었다. 서련은 그를 몰아세우기 전에 정온에게 질문했다.“의원이 나중에 판단을 바꾸는 일이 잘못입니까?”“새 증거가 생기면 바꿔야 합니다.”“그러면 어떤 새 증거를 보셨는지 듣고 싶습니다.”모든 눈이 의원에게 돌아갔다. 그는 귀비가 심하게 아팠으며 황손을 해칠 가능성도 있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새로 확인한 것은 대답하지 못했다.윤소하가 휘장 뒤에서 기침했다. 병중이라는 이유로 얼굴을 가리고 참석한 자리였다. 서련은 그 기침을 거짓이라고 단정하지 않았다. 실제로 아플 수 있었다. 쟁점은 누가 무엇 때문에 아프게 했는지였다.정온은 세 항아리에서 받은 청을 확인한 기록을 내놓았다. 다른 의원 하나도 공주의 요청으로 따로 살폈고 같은 결과를 냈다. 청 자체에는 혐의와 맞는 위해 성분이 없었다.금옥이 앞으로 나왔다.“잔에만 넣었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서련이 그녀를 보았다.“귀비께 올린 잔은 누가 씻고 누가 따랐습니까?”“제가 관리했습니다.”“중궁에서 보낸 사람은 잔에 손을 대었습니까?”금옥은 대답하지 않았다. 명선이 같은 질문을 한 번 더 읽게 했다. 마침내 상궁이 아니라고 했다.서련은 고개를 끄덕였다.“잔에 무엇이 들어갔을 가능성도 살피십시오. 다만 그 가능성이 저에게만 불리하게 쓰여서는 안 됩니다.”휘장 뒤에서 찻잔 내려놓는 소리가 났다.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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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고친 기록의 값

의원은 정온의 앞에서 한동안 앉지 못했다.그가 내놓은 작은 장부는 왕실의 공식 진료부가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청탁받은 약과 대가를 적어 둔 장부였다. 서련은 첫 장부터 읽지 않았다. 다른 환자의 사정까지 재심의 구경거리가 될 이유는 없었다.“귀비전과 관계된 부분만 펼치십시오.”의원의 손이 몇 장을 넘겼다. 귀비가 쓰러지기 전날, 금옥이 몸에 잠깐 불편한 증세가 나타날 만한 약을 구해 달라고 했다는 기록이 있었다. 위험한 병을 고치려는 처방은 아니었다.정온의 얼굴이 굳었다.“어디에 쓸 것이라 들으셨습니까?”“번거로운 의례에 나가지 않으려 한다고…….”의원은 말을 끝내지 못했다.“본인의 뜻이라고 확인하셨습니까?”“금옥 상궁이 귀비마마의 뜻이라 했습니다.”서련은 손을 모았다. 약을 누구에게서 왜 구했는지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상궁의 말만으로 귀비의 의도를 다 알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 빈틈으로 빠져나갈 사람이 벌써 보였다.“위해 약 주문서는 보셨습니까?”“사건 뒤에 보았습니다. 제가 보낸 약과 다르다 말씀드렸습니다.”“누구에게.”의원의 시선이 바닥으로 내려갔다.“금옥 상궁에게요. 상궁은 의술을 모르는 사람들이 이름을 잘못 적은 것이라 했습니다. 그 일에 연루되고 싶지 않으면 아는 말만 하라 했고…… 돈을 받았습니다.”정온은 대가가 적힌 줄에 종이 표시를 끼웠다. 의원의 직업적 잘못과 금옥의 말을 함께 심리에 내도록 했다. 의원은 장부를 낸 공으로 기록을 고친 일이 지워지는지 물었다.“그것은 심리에서 정할 일입니다.”서련이 답했다.“저는 오늘 말한 사실을 감추지 않겠습니다. 어제 한 일도 감추지 않을 것입니다.”의원은 잠시 얼굴을 가렸다. 정온은 물을 내주었으나 용서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의녀 자신이 그에게 용서받아야 할 환자를 대신할 수는 없었다.그를 보낸 뒤 서련은 의녀에게 물었다.“화가 나지 않습니까?”“납니다.”정온은 젖은 천을 접었다.“사람이 아프다고 거짓말하는 일도 화가 나지만, 의원이 그 거짓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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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보지 않은 얼굴

최 내관은 확인서에 찍힌 자기 표식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서련은 의자를 당겨 맞은편에 앉았다. 어제는 그의 거짓말이 자신을 어떻게 죽이려 했는지 물었다. 오늘은 동생이 어디로 갔는지 알아야 했다. 분노가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그 분노를 쏟는 동안에도 시간은 흐를 것이었다.“네가 서진을 보았느냐.”“보지 못했습니다.”대답이 이번에는 빨랐다.“그러면 무엇을 확인한 것이지?”“서쪽 별고 책임자가 보낸 이송 보고를 받았다는 뜻으로 표식을 했습니다. 명부의 숫자가 맞아서…….”“이름도 없이 숫자만 맞으면 살아 있다고 보고하느냐.”최 내관은 고개를 숙였다. 서련은 확인서 끝을 눌렀다. 손가락 아래 종이가 구겨졌다.“숫자가 틀렸다면 다시 확인했겠지.”“예, 마마.”“그러면 네가 지킨 것은 사람이 아니라 합계로구나.”그는 답하지 못했다. 서련은 손을 떼고 종이를 폈다. 내관이 이 말을 부끄러워하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실제로 보지 못한 이름마다 확인자를 다시 적게 해야 했다.그녀도 황후 시절 비슷한 명부를 받았다. 아픈 궁인 세 명을 다른 처소로 보냈다는 보고, 노역을 마친 여섯 명을 내보냈다는 보고. 숫자가 맞으면 결재했고 사람의 얼굴은 묻지 않았다.그 사실이 지금 최 내관의 죄를 줄이지는 않았다. 다만 서련이 질문을 멈추지 말아야 할 이유가 되었다.“보고를 가져온 사람을 기억하느냐.”최 내관은 복색과 얼굴, 걸음이 불편한 왼쪽 무릎까지 말했다. 강무는 특징을 적다가 아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별고에서 수레를 관리하던 늙은 군졸이었다. 그 군졸은 죄인을 직접 지키지 않고 운송만 맡았다.“지금 찾아오겠습니다.”강무가 문을 나서자 복도 끝에서 병사가 길을 막았다.진왕의 사람들이 수용 시설에 접근하는 것을 금한다는 새 명이었다. 명선이 받은 대면 확인 명은 유지하되, 이현의 부관이 조사에 끼는 것은 황제의 신변 보호를 맡은 병력에 혼선을 준다는 이유였다.이현은 명을 직접 읽고 강무를 물렸다.“전하.”“지금 나가면 그대가 데려오는 증인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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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이름이 적힌 명령

황제의 서명은 자정이 넘어서 도착했다.북문 밖 옛 군량창에 수용된 서진을 명선공주가 지정한 별실로 이송하라. 담당 관리와 종친 측 입회인이 함께 신원을 확인하고, 이동 중 건강을 살피라는 내용이었다.이현이 사람과 수레를 마련하려 하자 서련이 명을 다시 읽었다.“강무가 동행할 수 있습니까?”“공주가 입회인으로 지명하면 가능하오. 수용소 안의 지휘권은 원래 관리에게 있고.”“그 부분까지 써 주십시오. 문 앞에서 다투는 동안 또 사람이 사라지면 안 됩니다.”명선은 피곤한 얼굴로 붓을 들었다. 강무를 입회인으로, 정온을 진료 담당으로 적었다. 공주의 시종이 문서를 두 벌 베껴 하나는 궁에 남겼다. 이현은 궁문까지 배웅할 수 있었지만 사병을 붙일 수는 없었다.서련은 동행하겠다고 했다.모두가 그녀를 보았다. 명선이 먼저 반대했다.“네가 궁 밖으로 나가면 도주를 핑계 삼을 것이다.”“신원을 확인할 사람이 필요합니다.”“서진을 아는 사람은 네 시녀도 있다.”단비가 앞으로 나섰다. 손목은 천으로 감겨 있었다. 서련은 그 손을 보며 이번에는 자신이 말릴 차례라는 것을 알았다.“어제 다쳤다.”“걸을 수 있습니다. 대감님 얼굴도 압니다.”“무서운 일이 있을 수 있어.”“여기도 있었습니다.”서련은 더 말하지 못했다. 자신의 기다림을 덜려고 아이의 선택을 막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과, 그래도 보내기 싫다는 마음이 한꺼번에 올라왔다.단비가 한 걸음 가까이 왔다.“저 혼자 가는 것이 아닙니다. 위험하면 정온 의녀의 말을 듣고 물러나겠습니다. 제가 반드시 구해야 한다는 약속은 못 드립니다. 알아보고 돌아오겠다는 약속은 드립니다.”서련은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그 약속이면 된다.”그녀는 동생의 특징을 적었다. 왼쪽 눈썹 안의 작은 흉터, 오른손 약지의 오래된 굽음. 누군가 다른 죄인을 서진이라 내보내더라도 이름만 듣고 속지 않도록 했다. 마지막에는 겨울이면 발꿈치가 잘 트니 부드러운 신을 가져가 달라고 썼다.정온이 그 줄을 읽고 약상자 옆에 솜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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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돌아오는 길

길을 막은 수레에는 곡식이 없었다.강무는 엎어진 자루가 터지는 것을 보고 고삐를 당겼다. 쏟아진 것은 모래였다. 운반꾼 둘이 서둘러 길을 치우는 시늉을 했지만 삽날은 자루가 아니라 서진의 수레 쪽으로 향해 있었다.“문을 닫으십시오.”그가 말하자 정온이 수레 휘장을 당겼다. 단비는 문서함을 무릎 아래 넣고 서진의 어깨를 받쳤다. 동생은 좁은 좌석에 앉아 있었다. 눈썹 안의 흉터는 기억과 같았지만, 그 아래 눈은 한참 다른 사람이었다.“누나가 보낸 사람이 맞습니까?”그가 아까부터 묻던 말을 다시 했다.“예. 제가 단비입니다.”“알아요. 그런데 자꾸 꿈 같아서.”서진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단비는 대답 대신 그의 손을 잡았다. 정온이 먼저 허락을 구하고 갈아 감아 준 천 아래로 손목이 가늘었다.바깥에서 나무가 부딪혔다.수레 바퀴를 노리고 던진 장대가 길을 가로질렀다. 강무는 칼을 뽑지 않고 말에서 뛰어내렸다. 날붙이를 먼저 드러내면 황명을 수행하던 인원이 길에서 행인을 베었다는 말이 남을 수 있었다. 공주의 시종이 이송 명령을 높이 펼쳤다.“황명으로 관련인을 옮기는 중이다. 길을 열어라!”운반꾼 하나가 달아났다. 다른 하나가 수레 옆으로 붙었다. 손에 숨겼던 짧은 칼이 빛났다. 강무가 그의 손목을 장대에 눌러 바닥으로 꺾었다. 칼이 돌바닥에 떨어졌다.그와 동시에 뒤쪽에서 불길이 올랐다.엎어진 자루 밑 마른 짚에 붙은 불이었다. 길을 막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들을 수레 밖으로 몰아내려는 일이었다. 정온은 젖은 천으로 서진의 입과 코를 가리게 했다.“뒤 문으로 내립니다. 일어설 수 있겠습니까?”서진이 고개를 끄덕였다가 몸을 접었다. 발목에 힘을 주자 숨을 삼켰다.“못 걸으셔도 괜찮습니다. 들어 옮기면 됩니다.”정온의 말에 그가 천천히 팔을 내밀었다. 단비는 문서함을 집으려다 멈췄다. 함 안에는 신원 확인서와 이송 명령 사본이 있었다. 궁에 남긴 원본이 또 있었다.그녀는 함을 버리고 서진의 팔을 어깨에 걸었다.문서함 모서리가 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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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밥을 먹는 사람

서진은 죽을 앞에 두고도 숟가락을 들지 않았다.서련은 그 옆에 앉아 자기 그릇부터 한 술 먹었다. 밥을 먹어도 된다는 허락을 기다리는 동생에게 괜찮다고 백 번 말하는 것보다, 함께 먹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소금이 조금 모자라다.”그녀가 말하자 서진의 입술이 작게 움직였다.“누나는 늘 짜게 먹었어.”낯익은 투정이었다. 서련은 웃다가 목이 메어 물을 마셨다. 서진은 그제야 숟가락을 들었다. 첫 술을 삼킨 뒤 아무도 재촉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듯 주위를 보았다.방에는 누이와 정온만 있었다. 단비는 치료받으러 갔고 강무는 길에서 붙잡은 자를 인계했다. 문 앞은 명선의 시종이 지켰다. 누구도 서진에게 당장 증언하라고 하지 않았다.“오늘은 씻고 쉬십시오.”정온이 말했다.서진은 그릇을 내려놓았다.“제가 말하지 않으면 누나가 죽습니까?”서련의 손이 멈췄다.그 질문 속에 감옥의 며칠이 남아 있었다. 누이를 살리고 싶으면 인정하라 했을 것이다. 누이가 너를 버렸으니 혼자라도 살아남으라 했을지도 몰랐다. 서련은 듣지 않은 말을 사실처럼 묻지 않았다.“재심은 이미 열렸다. 네 말 하나에 내 목숨을 매달지 않겠다.”“그래도 알아야 해.”서진이 고개를 들었다.“내가 하지 않은 일을 적으라 했어. 중궁으로 약을 날랐고, 누나의 명을 들었다고. 거절하면 누나가 독을 마실 때 옆에 세워 두겠다고 했어.”정온이 물잔을 가까이 옮겼다. 서련은 동생의 손을 덮으려다가 먼저 물었다.“손을 잡아도 되니?”서진이 고개를 끄덕였다.그 손에는 정온이 감은 천의 감촉이 있었다. 서련은 힘을 주지 않고 가만히 놓았다.“네가 무슨 말을 했어도 먼저 살아와야 했어.”서진의 얼굴이 구겨졌다.“아무것도 못 했어.”“돌아왔잖아.”“누나를 지킨 게 아니야.”서련은 잠시 눈을 내리깔았다. 아버지가 죽은 뒤 동생은 줄곧 제 몫을 해야 한다고 했다. 누이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고, 서씨의 마지막 남자로서 가문을 일으키겠다고. 스무 살의 아이에게 어른들이 얹어 놓은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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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빈 종이의 자백

금옥은 빈 주문서를 하사품 정리용이라 했다.명선은 종이를 탁자에 펼쳤다. 약재상 표식이 찍힌 것과 황후의 인장이 찍힌 것은 여러 장이었고, 그중 한 장에는 두 표시가 함께 있었다. 글씨를 쓰면 누구의 명령으로 무엇을 구한 것인지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종이였다.“하사품에 위해 약의 이름을 쓸 일이 있었느냐.”금옥은 대답하지 않았다.최 내관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종이를 보자 금옥에게서 시선을 피했다. 서련은 그가 앉기 전에 물었다.“네가 이 종이에 인장을 찍었느냐.”“몇 장은 제가 찍었습니다. 목록을 나중에 적는다 하여…….”“누가 그렇게 말했지?”최 내관이 금옥을 보았다.상궁이 웃었다. 웃음에는 더는 예의가 없었다.“이제 와 저 혼자 했다고 하시려고요? 함을 들고 와 편하게 정리하라고 한 사람이 누군데.”“물품 목록인 줄 알았다.”“알고 싶지 않았겠지요.”서련이 손을 들어 둘의 말을 끊었다.“서로의 마음을 짐작하지 말고, 각자 한 일을 말해라.”최 내관은 인장을 먼저 찍은 빈 종이를 금옥에게 남겼다고 시인했다. 정해진 목록을 써 올린다는 말을 믿었다. 서련이 아파 누워 있던 날이었고 황제의 하사품 정리라는 명분이 있었다. 인장함을 다시 닫기 전 다른 종이에 도장을 더 찍었는지는 금옥만 알고 있었다.상궁은 한참 침묵한 끝에 자신의 손으로 문제의 주문서를 작성했다고 했다.단비의 숨이 크게 들렸다.“황후를 모함하려고?”명선이 물었다.“마마의 잘못을 증명하려고 했습니다.”금옥이 고개를 들었다.“중궁은 늘 귀비전의 청을 뒤로 미뤘습니다. 궁인도 물품도 제때 주지 않았고, 마마께서 가시는 자리마다 황후의 이름이 먼저 나왔습니다.”서련은 금옥을 바라보았다. 그 말 안에 섞인 사실과 거짓을 구분할 수 있었다. 후궁 처소의 물품 청을 늦춘 날도 있었다. 다만 귀비전만 그런 것이 아니었고, 부족한 비용을 맞추느라 자신의 장신구를 줄인 달도 있었다.“늦어진 물품이 내 사형의 이유가 되느냐.”“그렇게까지 될 줄은…….”“독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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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돌아가지 않는 자리

“이것은 네가 원하던 판정 아니더냐.”명선은 서련이 지운 문장을 다시 보았다. 사형 취소와 황후 복위가 한 문서에 묶여 있었다. 궁에서 억울하게 쫓겨난 사람이 돌아갈 자리를 받는 것은 가장 완전한 보상으로 여겨졌다.서련은 붓을 내려놓았다.“목숨과 혼인을 한 문장에 넣지 말아 주십시오.”“황후가 아니면 네 앞에서 함부로 고개를 들 사람도 많아질 것이다.”“이미 보았습니다.”“앞으로 네 사람들을 지키기 더 어려울 수도 있다.”“그렇다고 그 사람들을 지킨다는 이유로 제가 돌아가야 합니까?”명선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 서련은 공주를 원망하지 않았다. 공주가 아는 권력의 모양은 그 자리 안에서 가장 확실했다. 자신도 며칠 전까지는 다르지 않았다.“제 무죄를 먼저 정해 주십시오. 혼인을 끝내는 일은 따로 요청하겠습니다.”명선은 긴 숨을 내쉬었다.“황제는 모욕으로 받아들일 것이다.”“제가 살아 있는 것도 그분께는 소란이었습니다.”최종 심리는 다음 날 아침에 열렸다. 서진은 정온의 허락 아래 잠깐 참석했다. 오래 서 있지 않도록 의자가 마련되었고, 이미 남긴 진술의 진위를 확인한 뒤 밖으로 나갔다. 누군가 상처를 드러내 보이라 하자 명선이 막았다.“몸의 상처는 의녀의 진료로 확인했다. 여기서 구경할 일이 아니다.”서련은 공주에게 눈을 맞추어 감사했다.석류청의 검사 결과, 실제 약의 거래 내역, 빈 종이에 미리 찍은 인장, 금옥의 주문서 작성 시인과 최 내관의 부실보고가 차례로 읽혔다. 처음 청을 만들었던 궁녀의 손도장 진술은 강압과 확인 부족으로 판단의 근거에서 빠졌다.“당사자의 진술을 바꾸게 한 관리도 조사하십시오.”서련이 말했다.“제 무죄만 쓰고 그 궁녀가 거짓말했다는 기록을 남기지 마십시오.”종친들이 서로 눈을 교환했다. 명선은 그 요청을 판정에 포함했다. 서진에게 씌운 약재 반입 혐의도 근거가 없었고 구금을 해제한다는 문장이 붙었다.황제는 자신의 앞에 놓인 최종 문서를 오래 보았다.서련의 사형을 취소한다. 독살 미수의 혐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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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서련으로 나가는 날

혼인을 끝내는 조서는 이튿날 아침에 왔다.서련은 첫 줄부터 마지막 줄까지 직접 읽었다. 황후의 폐위는 이미 시행되었고, 이제 황제 이겸과 서련의 혼인 관계도 종료되었다. 독살 미수의 무죄 판정과 사형 취소는 전날 조서를 그대로 따랐다. 지참 재산과 확인된 사유재산을 반환하고 거처를 스스로 정하도록 했다.이름 아래에는 황제의 서명이 있었다.서련은 종이를 접지 못하고 한동안 펴 놓았다. 결혼할 때는 여러 사람이 옷을 입혀 주고 머리를 올려 주었다. 끝날 때는 앉아서 자기 이름을 읽는 일만 남았다.단비가 작게 물었다.“슬프십니까?”“조금.”서련은 숨기지 않았다.“돌아가고 싶어서가 아니라, 내가 살았던 날들이 여기 이렇게 적혀서 끝나는 것이.”단비는 옆에 앉았다. 위로할 말을 찾느라 애쓰지 않았다. 두 사람은 아침 햇살이 문서의 붉은 도장 위로 옮겨갈 때까지 함께 있었다.최 내관과 금옥에 대한 처분도 전해졌다. 최 내관은 직에서 쫓겨나 허위보고와 인장 관리 책임으로 감금되어 후속 심문을 받게 되었다. 금옥은 황후의 인장을 도용한 허위 주문서 작성 책임이 인정되어 궁중 직책을 잃고 수감되었다. 강압 심문과 서진의 이송 방해는 관련 관리들을 따로 조사하기로 했다.윤소하는 귀비의 지위를 유지했다. 조태후의 비호 아래 약을 둘러싼 오해와 하인 감독의 잘못으로 처분이 줄었다. 다만 재심 과정에서 새로 드러난 사실을 이유로 지급되는 하사품과 처소 운영비 일부가 중단되었다.단비는 그 부분을 읽고 입술을 깨물었다.서련은 문서를 함 안에 넣었다. 귀비의 지위가 남은 것도, 자신에게 씌운 죄가 거짓으로 판정된 것도 함께 사실이었다. 한쪽이 미진하다고 다른 쪽의 성과까지 버리지 않을 것이다.“짐을 싸자.”돌려받은 물건은 생각보다 많았다. 옥비녀와 금장식, 의례 때 쓰던 향갑, 누군가 황후에게 어울린다며 보낸 색색의 비단. 서련은 소유가 확인된 물건들을 목록에 남기게 하고 필요한 것부터 골랐다.흰 혼례비단에 쓴 청원은 직접 접었다. 먹이 번진 곳과 명선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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