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운은 해가 지기 전에 백연전으로 왔다.품삯 이야기부터 꺼내려는 서련의 손을 줄자로 밀어냈다. 오늘은 옷을 재기로 약속한 날이라고 했다. 그녀는 서련의 어깨를 한번 보고 소매를 걷었다.“팔을 올려 보십시오.”서련이 팔을 들자 단비가 옆에서 옷감을 받았다. 채운은 허리끈을 너무 꽉 묶지 말라며 한 치를 더 남겼다.“황후 옷은 앉아서도 서 있는 모양이어야 했지요. 이 옷은 걸으실 겁니까?”“많이 걸을 겁니다.”“그러면 치마폭은 여기에 둡니다. 겉으로 가려도 안에서 발이 걸리면 소용없어요.”서련은 창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몸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자세를 편히 하려 하면 예법을 가르치던 노상궁의 손끝이 등에 닿는 듯했다. 채운이 등 뒤를 가볍게 두드렸다.“숨을 쉬셔야 옷을 만들지요.”단비가 웃음을 터뜨렸다. 서련도 숨을 내쉬었다. 줄자가 손가락 한 마디만큼 느슨해졌다.옷을 재고 나서야 세 사람은 향갑 문제를 다시 살폈다. 채운은 지급 담당자가 자기 이름을 잘못 표시한 것이 한 번이 아니라고 했다. 바쁠 때는 한 사람이 모두 받았다고 묶어 놓고 실제 지급은 며칠 뒤에 하곤 했다.“그래서 그 늙은 분도 자기 잘못인 줄 알았군요.”“도장을 찍었으니 책임지라면 무서우니까요.”서련은 노인에게 내일 다시 와 달라 부탁하되,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는 시키지 말라고 했다. 함에 돈이 없었다는 결론을 먼저 알려 주면 기억도 그쪽으로 기울 수 있었다.다음 날 명선의 작은 행랑에 네 사람이 모였다. 함을 나른 노인, 문에서 받은 궁인, 지급소의 심부름꾼, 채운이었다. 민서경은 본인이 지켜보겠다고 했으나 명선이 각자 따로 들은 뒤 필요할 때 함께 만나게 했다.서련은 빈 함 하나를 준비해 탁자 위에 놓았다. 노인은 손잡이를 잡는 방식부터 달랐다. 팔에 안지 않고 양옆을 끼워 들었다. 뚜껑 위에는 물건을 올리지 못하도록 끈이 팽팽하게 감겨 있었다고 했다.“안에 무엇이 있다고 들으셨습니까?”“품삯이라고요. 무겁다고 하면 둘이 나르라 하실 줄 알았는데,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0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