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를 다 읽고도 엘로디아는 한동안 손을 내리지 못했다.낡은 종이 위에 남은 마지막 두 줄이 이상하리만큼 선명했다.네가 사랑한 것이 그 사람인지.아니면 그 사람에게 묶인 감각이었는지.조금 전까지만 해도 초상화 속 에델리아를 보며 억울하다고 생각했다.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지 못했고, 황실의 음모에 휘말려 반역자가 되었으며, 이름마저 역사에서 지워진 여자.그런데 정작 에델리아가 이백 년 뒤의 자신에게 남긴 것은 복수하라는 말도, 르메르가의 명예를 되찾으라는 부탁도 아니었다.혼인잔을 믿지 말라는 경고였다.더 정확히는.그 잔 때문에 생긴 감정을 사랑이라고 착각하지 말라는 경고.엘로디아는 천천히 자신의 가슴 위에 손을 올렸다.쿵.심장이 뛰었다.자신의 것이었다.그런데 바로 다음 순간.쿵.조금 더 느리고 묵직한 박동 하나가 겹쳤다.라시엘의 심장.이제는 너무 익숙해져서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구분할 수 있었다.문제는.언제부터 이 박동이 익숙해졌는지였다.처음에는 불편했다.남의 심장이 제 몸 안에서 뛰는 것 같았다.잠을 자다가도 라시엘의 심장이 빨라지면 눈을 떴고, 그가 다치면 자신도 아팠다. 그가 가까이 다가오면 체온이 겹쳤고, 손이 닿으면 어느 쪽의 감각인지 순간적으로 구분하기 어려워졌다.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느껴지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해졌다.라시엘이 멀리 있어도 심장이 뛰고 있다는 걸 확인하면 안심했다.그가 다치면 화가 났다.심장이 빨라지면 무슨 일이 있는지 궁금했다.그리고 그가 자신을 볼 때마다 박동이 달라지는 것을 알게 된 뒤부터는.그것을 모른 척하는 게 더 어려워졌다.엘로디아의 손가락이 편지 끝을 조금 세게 눌렀다.‘그러면.’이 감정은.어디까지 자신의 것일까.“엘로디아.”라시엘의 목소리가 들렸다.엘로디아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응답해.”“……듣고 있어요.”“그럼 나를 봐.”그제야 엘로디아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라시엘은 바로 앞에 있었다.조금 전과 똑같은 얼굴.똑같은 금빛 눈.그런데 이상
Last Updated : 2026-09-1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