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오전.기태가 외근 서류를 챙기다 하랑을 불렀다.“이하랑 씨.”“네!”“내일 외근 준비하세요.”하랑이 제 가슴을 가리켰다.“저도요?”“이하랑 씨한테 말하고 있잖습니까.”“팀장님 혼자 가시는 거 아니었어요?”“원래는요.”하랑이 의자를 살짝 밀고 가까이 왔다.“근데 왜 저도 가요?”“배워야 하니까요.”“저 가르쳐주시려고요?”기태가 서류에서 시선도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신입사원 교육도 제 일입니다.”“헤헤.”그제야 기태가 고개를 들었다.“왜 웃습니까?”“그냥요.”“웃지 말고 준비물 확인하세요.”“네!”대답만큼은 늘 빨랐다.다음 날.두 사람이 향한 곳은 이번 프로젝트의 샘플 제작을 맡은 협력 세공업체였다.학교에서 배운 것과 실제 제작은 달랐다.하랑은 작업자의 손끝을 뚫어져라 바라봤다.입술이 점점 앞으로 나왔다.기태는 이제 그 표정만 봐도 알았다.제대로 집중하고 있었다.설명이 끝나자 하랑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죄송한데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네, 말씀하세요.”“이 부분을 얇게 만드는 대신 안쪽을 이렇게 잡으면 안 돼요? 그러면 강도는 유지하면서 착용감은 더 좋아질 것 같은데.”담당자가 샘플을 다시 살폈다.“음…… 이쪽을 조금 보강하면 가능하겠네요.”하랑의 눈이 반짝였다.“진짜요?”기태도 샘플을 들여다봤다.단순히 예쁜 모양만 보는 게 아니었다.하랑은 생각보다 빠르게 배우고 있었다.“이하랑 씨.”“네?”“메모하세요.”“아!”하랑이 허둥지둥 수첩을 펼쳤다.기태가 한마디 덧붙였다.“좋은 질문이었습니다.”펜을 움직이던 손이 딱 멈췄다.“저 지금 칭찬받았어요?”“메모부터 하세요.”“맞네. 칭찬받았네.”“이하랑 씨.”“네. 집중하겠습니다.”그러면서 입꼬리는 잔뜩 올라가 있었다.업무를 마치고 나온 건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뒤였다.근처 식당 앞에서 기태가 메뉴판을 봤다.“매운 건 안 되고.”하랑이 옆에서 눈을 깜빡였다.“생선도 안 먹죠?”“……팀장님.”“왜요
Last Updated : 2026-09-0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