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사흘째.점심시간이 되자 디자인2팀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났다.한정훈 주임이 하랑을 돌아봤다.“이하랑 씨, 뭐 먹고 싶은 거 있어요?”“저는 아무거나 다 좋아해요.”서류를 정리하던 기태가 고개를 들었다.상무에게 들었던 말이 생각났다. 입이 짧고 까다롭다.“진짜 아무거나 괜찮습니까?”“네!”십 분 뒤, 하랑은 식당 메뉴판 앞에서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매운 건 조금 그렇고, 생선은 가시가 있고, 오늘은 국물도 별로 안 당기고…… 제육볶음 먹을게요.”정훈과 기태의 시선이 마주쳤다.“그게 아무거나입니까?”“결국 골랐잖아요.”식사가 나온 뒤에도 기태는 한 번 더 의문이 들었다. 하랑은 젓가락질 몇 번 하고 물을 마시더니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접시에는 음식이 반 이상 남아 있었다.“다 먹었습니까?”“네.”“거의 안 먹었는데요.”“저 많이 먹었어요. 제 기준에는요.”“오후에 배고프다고 하지 마요.”“저 간식 있어요.”“간식이 식사는 아니죠.”하랑이 진지하게 답했다.“저한테는 거의 식사인데요.”정훈이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숙였다.회사로 돌아가는 길, 하랑이 갑자기 멈췄다.“잠깐만요! 간식 사려고요.”디저트 가게로 뛰려던 하랑이 기태와 눈이 마주치자 멈칫했다.어제 들었던 말이 떠오른 모양이었다.회사에서는 천천히 움직이는 연습부터 합시다.하랑은 슬그머니 속도를 줄여 얌전히 걸었다.“교육 효과 빠르네요.”정훈의 말에 기태는 대답하지 않았다.잠시 후 하랑은 작은 봉투를 들고 돌아왔다.자기 것만 산 줄 알았는데 사무실에 들어오자 팀원들에게 하나씩 나눠줬다.오후 회의를 앞두고 기태가 양손에 서류를 든 채 복도를 지나는데 하랑이 따라왔다.“팀장님도 드실래요?”“괜찮습니다.”“맛있는데.”“이하랑 씨 드세요.”바스락.기태가 돌아보자 하랑이 포장을 뜯은 간식을 그의 입 앞에 내밀고 있었다.“아.”“……뭐 합니까?”“드리려고요.”“그러니까 왜 입에다 줍니까?”하랑이 기태의 양손을 내려다봤다.“손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9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