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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los capítulos de 얼어 죽을 첫사랑: Capítulo 21 - Capítulo 30

42 Capítulos

21화. 벚꽃이 준 밤

공연은 어찌저찌 무사히 마무리가 되었다.현장에 있던 기존 직원들을 필두로 현재와 여림이 일을 도왔다. “두 분 다 얼른 올라가세요. 저희는 하선 님이 오면 최종 마무리 하신다고 해서 대충 정리하고 내일 올라가려고요.”“괜찮을까요? 할 일이 많을 텐데.”“에이, 두 분 다 할 일이 있는데 이 정도면 많이 도와주신 거죠.”이미 현장에 파견되어 있던 모먼트 직원들이 한 마디씩 거들었다. 결국 거의 등을 떠밀리다시피한 두 사람은 나란히 차에 타 버렸다.“그냥 가도 괜찮겠죠?”여림은 괜히 불안한 마음에 현재에게 물었다.“거기 있는 직원들도 한 경력하는 사람들인데요 뭐. 저희는 일손 돕는 걸로 왔잖아요. 도왔으니 가죠.”“뭐, 그쵸. 저희도 내일 오프비트 미팅 준비해야 되니까.”여림은 뻐근한 목을 풀며 말했다. 지금 남 걱정 할 때가 아니었다. 공연장 답사와 미팅이 많이 남지 않은 시점, 여림의 발등도 슬슬 뜨거워질 때였다.“운전 힘드시면 제가,”“안 돼요. 푹 자요.”현재는 여림의 말을 끊으며 팔을 뻗어 여림의 등받이를 내려주었다.순간 가까워진 거리에 여림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턱 참았다.“저 이렇게까지 안 해주셔도……”“오늘 피곤했잖아요.”“아이, 그래도 누워서 가는 건 싫어요!”여림은 민망하고 미안한 마음에 얼른 등받이를다시 세웠다.“알겠어요.”괜히 마음이 간질거렸다. 여림은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느새 밤공기가 제법 따뜻해져 있었다.밤거리를 달리는 도로 옆으로 나무들이 스쳐 지나갔다. 길가에 늘어선 나무에는 만개하기 전 벚꽃 봉오리가 잔뜩 달려 있었다. 그중 몇몇은 이미 연분홍빛 꽃을 피어내기도 했다.“벚꽃 필 때가 됐나 봐요.”여림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리고 그 순간, 또다시 오래 묵었던 기억이 떠올랐다.***학창시절에는 일명 ‘회전초밥 놀이’가 있었다. 점심 시간이면 별다른 목적 없이 운동장 트랙을 빙글빙글 도는 것.여림과 수진은 회전초밥 놀이의 단골 초밥이었다.그날은 벚꽃이 화려하게 핀 4월의 어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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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그날의 이야기 (1)

“뭐 해?”자신도 모르게 묻고 나서야 여림은 슬쩍 시선을 내렸다.“나?”윤호가 잠시 뜸을 들였다. “씻었어. 출장 갔다 왔어?”“응. 방금.”“잘 다녀왔어?”“응. 오빠, 창문 봐봐.”여림은 다시 고개를 들어 불이 켜진 창문을 바라봤다.“창문?”잠시 후 커튼 사이로 희미하게 사람의 그림자가 비쳤다. 곧이어 커튼이 젖혀지고, 익숙한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어?”윤호의 입가에 저도 모르게 슬며시 미소가 번졌다.정말 샤워를 하고 온 듯 살짝 젖은 머리칼에, 편한 티셔츠 차림이었다.창문 너머로 마주친 시선이 잠시 허공에서 얽혔다. 여림은 괜히 시선을 피하려다 윤호를 바라봤다. 별것도 아닌데 심장이 간질거렸다.“나올래?”창문 너머 있는 윤호의 모습에 여림은 주먹을 꽉 쥐었다. 괜히 말했나. 지금이라도 그냥 잘못 전화했다고 할까.그런 생각이 들 때 쯤.“알겠어.”짧은 대답이 들려왔다.***얼마 지나지 않아 윤호는 편한 옷차림으로 걸어 나왔다. 머리는 완전히 마르지 않은 듯 아직 살짝 젖어 있었다.막상 얼굴을 마주하니 또 좋은 표정은 나오지 않았다. 여림은 어색하게 윤호를 마주하고 있다가 축 늘어진 목소리로 말했다.“피곤해.”“그래 보여.”윤호의 짧은 대답에 여림은 아차 싶었다.왠지 얼른 들어가서 자라고 할 것만 예감이 들었다.“얼른 들어가서 쉴래?”역시나. 차윤호는 변한 게 없다. “아니, 내가 오빠 나오라고 했는데 나보고 들어가라고 하면 어떡해.”여림은 입술을 삐죽였다.“아니, 나는 네가 피곤해 보여서……”급하게 변명했다. 여림의 저 표정은 언제나 윤호에겐 큰 약점이었다. 사실 자신은 여림의 얼굴을 봤기 때문에 여림이 들어가서 쉰다고 한들 큰 상관은 없었다. 오히려 피곤해 보이니 얼른 들어가서 쉬었으면 좋겠는 마음에서 한 말이었다.그때 여림은 고개를 푹 숙이고 주저하듯 말했다.“…… 한 잔 할래?”윤호가 또 들어가서 쉬라고 할까, 급하게 내뱉은 말이었다.눈을 깜빡이며 여림을 내려다보던 윤호는 이내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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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그날의 이야기 (2)

집으로 가는 길 내내 ‘제발’ 이라는 생각 밖에 나지 않았다. 세상 모든 신이 매번 자신을 버려도 좋으니 이번 한 번은 자신의 편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탁.“……”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은 왜인지 그날 윤호를 버렸다.***집 근처에 왔을 때 쯤. 멀리서부터 검은 연기가 보였다. 자신이 좀 전까지 있던 곳. 그곳은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그때, 집을 나서기 전 코 끝에 남아 있던 냄새가 떠올랐다.타는 냄새.“설마……”윤호는 숨이 턱 막혔다.익숙한 건물 주위에는 바리게이트가 쳐져 있었고, 이미 몰려든 사람 탓에 인산인해였다. 그리고 건물 안에서 연기를 들이마셨는지 기침을 하며 나오는 주민들이 보였다.“엄마, 아빠……”작게 중얼거렸다.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부모님으로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안에 사람이 더 있을 거예요! 위층, 위층에…….”사람들 속에서 윤호는 열심히 목소리를 냈다.“제발 구해주세요, 제발……”신은 필요 없었다. 그저 부모님만 무사히 돌아와주면 그걸로 됐다. 하지만 이미 빌라를 덮은 불길에 점점 건물에 진입하는 것조차 힘들어지고 있었고, 소방관들도 힘에 부치기 시작했다.열심히 진화를 하려 했지만, 건조한 날씨 탓인지 진화가 쉽지 않았다.“엄마… 아빠… ”윤호는 제자리에 힘 없이 풀썩 앉아 버렸다.“안에 세 명 정도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아마 거기가 발화 지점 같은데……”그때, 한 소방관이 상황을 전달하는 소리가 들렸다. 윤호는 바리케이트에 딱 붙어 다시 소리를 냈다.“저희 부모님이 있어요. 저희 부모님이 안 돌아왔어요……”윤호는 소방관에게 들리도록 애원하듯 말했다.그 소리를 들었는지 소방관은 윤호에게 다가와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학생. 근데 지금 불길이 너무 거세져서 일단 뒤로 물러나 있으면……”“부모님이 집에 있는데……”멘붕이 된 채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 정신이 혼미해지고 있었다. 소리내 우느라 목소리도 점점 갈라졌다.“제가……”입술이 옅게 떨렸다.나오기 직전, 현관에서 맡았던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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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둘이 밥 먹으러 가?

“전 장비 동선 좀 체크하고 올게요.”재훈은 공연장에 도착하자마자 화물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했다. “아, 네 부탁할게요.”감정에 오래 젖어 있을 시간은 없었다.어느덧 벚꽃이 만개한 뒤. 성큼 다가온 오프비트 공연 일정에 박차를 가해야 했다.그리고 오늘은 문의를 넣었던 아크 라이브홀 답사 날.체크할 것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에 여림은 미간을 찌푸린 채 만들어 온 체크리스트를 보기 시작했다.[도착했어?]그날 이후 윤호와는 심심찮은 연락을 주고 받고 있다. 아주 일상적인 대화. 하지만 그 이상의 단계를 논하기엔 시간이 없었다. 계속 야근의 야근을 거듭하다니 서로 얼굴 한 번 제대로 마주하기도 어려웠다.“오늘 MS 엔터도 온다고 했죠?”옆에서 현재가 묻자 여림은 슬쩍 휴대폰을 확인했다.[응. 오빠 언제 와?][올라가고 있어]“올라오고 있대요.”무심코 중얼거리며 화면을 바라보던 여림의 옆으로 현재의 시선이 스쳤다.“……”그걸 알아챈 여림은 괜히 민망해져 서둘러 화면을 껐다.그때, 공연장 입구 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안녕하세요.”윤호였다.연우와 함께 들어온 윤호는 여림을 발견하고는 걸음을 늦췄다.“두 분만 오셨어요?”“아, 네. 일단은요. 이따 실장님도 합류하실 거예요.”연우는 여림의 물음에 머리를 걷어 묶으며 대답했다.연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여림은 윤호를 슬쩍 바라봤다. ‘안녕.’그때 이미 자신을 보고 있던 윤호와 눈이 마주쳤고, 윤호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랄 만큼 작게 입술을 움직였다.그 말에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안녕.’똑같은 입모양으로 화답한 뒤 서둘러 고개를 숙였다. 심장을 애써 누르며 업무 모드로 전환해야 했다.“그럼 무대 안쪽부터 먼저 볼까요?”여림의 말과 함께 본격적인 실측과 점검이 시작됐다. 여림은 현재와 나란히 서서 돌출 무대가 뻗어 나올 수 있는 최대 반경을 레이저 줄자로 재기 시작했다.“현재 님, 저기 객석 1열이랑 이 간격이면 안전 펜스 치고도 통로 나오죠?”“네. 1.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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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이웃사촌이더라고

“여기 비계가 좀 많네요.”불판 위로 자글자글 피어오르는 연기 너머로 현재의 나직한 목소리고 내려 앉았다.여림이 미처 손을 뻗기도 전, 그는 능숙하게 집게와 가위를 쥐었다. 노릇하게 익은 고기 한 점을 제 앞접시로 조심스레 옮기더니, 비계부분을 깔끔하게 도려냈다.“아, 감사합니다.”“천천히 먹어요. 아직 많이 남았으니까.”다정한 어조, 잔뜩 휜 눈매에 묻어나는 익숙한 배려. 누가 봐도 평범한 직장 동료는 아님을 알 수 있는 행동이었다.그 광경을 맞은편에서 흥미진진하게 관찰하던 연우의 입꼬리가 짓궂게 말려 올라갔다.“현재 님 완전 다정하네요? 원래 이렇게 세심해요?”순진한 척 던진 미끼였지만 눈빛엔 호기심이 가득했다. 게다가 거기서 멈추지 않고, 굳이 옆자리의 윤호를 툭 건드리며 동조를 구했다.“그쵸, 윤호 님.”“네. 그러네요.”어색하게 지은 미소. 달달 박자를 쪼개는 다리.불판 위에서 먹음직스럽게 익어간느 고기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바짝 타들어가는 목구멍 속으로 차가운 생수만 연거푸 털어놓았다. 회사 동료가 다 저런다고?일단 자신은 당장 제 옆에 있는 연우와 저러지 않는다. 같은 남자의 촉이 비상을 외치고 있었다. 살코기만 집어 여림의 그릇에 놔주는 현재의 시선. 절대로 단순한 동료 사이가 아니다.“와, 진짜 맛있다. 윤호 님 왜 안 드세요?”그때, 여림이 생긋 웃으며 불판 위 고기를 슬쩍 그의 쪽으로 밀어주었다. “아, 먹고 있습니다.”거짓말. 물만 마셨으면서.아까부터 물만 마시면서 현재를 째려본 걸 다 알고 있었다. 억지로 고기 한 점을 입으로 밀어넣는 윤호를 보며 물컵을 입가로 가져갔다.그리고 그 찰나.“그런데 두 분 정말 아무 사이 아니에요?”우물우물 큰 쌈을 간신히 삼티 연우가 엉뚱한 표정으로 폭탄을 던졌다.“……켁, 켁!”기도로 물이 넘어가며 격한 기침이 터져 나왔다. 여림은 가슴팍을 쥐어뜯으며 허리를 숙였다. “괜찮아요?”현재가 번개처럼 손을 뻗어 티슈 서너 장을 뽑아 건넸다.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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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두 번째 고백

윤호는 시동을 걸고, 무거운 손길로 안전벨트를 맸다. 여림 역시 말없이 벨트를 채웠다. 묵직한 시동 소리와 함께 차가 부드럽게 출발했다.차 안은 숨이 막힐 만큼 고요했다.톡, 톡.핸들을 감싸 쥔 윤호의 긴 손가락이 신경질적으로 가죽을 두드렸다. 여림은 창밖으로 흘러가는 짙은 어둠을 바라보다 슬쩍 그를 훔쳐봤다. 뭐지.아까부터 윤호의 기분이 바닥을 기고 있음을 눈치챘다. 답사 때만 해도 전혀 안 그랬던 거 같은데. 식당에서부터 가라앉아 있던 게 분명했다. 차가 어둠을 뚫고 한참을 달려 두 사람이 사는 빌라 단지 앞에 도착했다. 나란히 붙어 있는 옆 동 빌라 골목 사이로 진입한 차가 정적 속에 완전히 멈춰 섰다.여림은 곧바로 안전벨트를 풀었지만, 문을 열고 내리지 못했다. 가슴 한구석이 찌릿하게 졸려왔다. 조용히 고개를 돌려 가만히 앉아 있는 윤호를 바라보았다. “오늘 무슨 일 있어? 아까부터 기분이 안 좋아 보여.”걱정이 짙게 묻어나는 목소리였다. 윤호는 여림의 물음에 입을 꾹 다물었다. 턱 선에 힘이 들어가며 무언가를 억지로 눌러 삼키는 듯한 기색이 역력했다. 차 안, 밀폐된 공기 속으로 알 수 없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새삼 윤호의 깊은 이야기를 나눈 후 단둘이 나누는 대화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윤호는 한참을 가만히 있다가 짧은 한숨을 내쉬며 차 문을 열었다.“내려서 얘기할까? 좀 답답하다.”두 사람은 차에서 내려 필로티 구조로 된 빌라 1층 주차장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어스름한 주황색 갓등 아래. 건물 사이의 서늘한 밤공기가 두 사람을 감쌌다. 벽에 살짝 기댄 윤호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의 입꼬리에 약간의 씁쓸함이 묻어나는 옅은 웃음이 걸렸다.“무슨 일 있어?”여림은 괜히 운동화 앞코로 바닥을 치며 소심한 목소리로 물었다.바로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서늘한 밤공기 사이로 윤호의 깊은 숨소리가 들렸다. 윤호의 시선은 여림의 얼굴 구석구석을 살피듯 좇았고, 이내 낮은 음성이 터지듯 나와버렸다.“질투했어.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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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명찰에 얽힌 마음 (1)

학창 시절, 지독하게 유행했던 것이 있었다.바로 명찰 주고 받기.좋아하는 사람이나 친한 친구들끼리 서로의 명찰을 떼어 교복이나 가방에 달고 다니는, 일종의 표식 같은 것이었다. 윤호의 졸업식이 다가왔을 무렵, 전 날 리허설을 마친 윤호의 학년은 일찍 귀가 조치를 받았다.여림은 점심 시간, 매점에 가다 우연히 운동장 너머 교문으로 향하는 윤호를 발견했다. 아는 체를 하려 다가가려던 순간. “차윤호!”어디선가 불쑥 나타난 여학생들이 윤호를 둘러쌌다. 동시에 여림의 눈에 똑똑히 들어온 광경. 시력 1.5에 빛나는 여림이 본 것은 윤호의 명찰이었다. 그것도 여학생들의 가방에 달랑거리고 있는. 그날 여림은 휴대폰을 안 보다시피 했다. 윤호의 연락을 피하기 위해 폰을 울리는 모든 알림을 보지 않았다.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지금 생각하면 참 유치한 짓이었다. 윤호의 잘못도 아닌 걸 엄한 데 분풀이를 하고 있었으니. 학교가 끝난 직후 여림은 독서실로 달려가 미친 듯이 집중했다.그렇게 밤이 깊어질 무렵, 참다 못한 윤호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ㅡ 나 지금 독서실 앞인데.윤호의 입시가 끝남과 동시에 수험생 신분이 되었던 여림이 거의 독서실에서 살다시피 한 건 이미 윤호는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날도 추운데 밖에서 기다린다는 말에, 여림은 입술을 삐죽이면서도 겉옷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 찬 바람이 부는 독서실 입구 앞에 익숙한 인영이 보였다. “왜 이렇게 연락을 안 봐. 걱정 되게.”“우리가 뭐 서로 걱정할 사이인가.”이러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자꾸 말은 톡톡 나왔다. 그러자 윤호는 화를 내기는커녕,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웃어 보였다. 어두운 밤공기 속에서도 윤호의 웃는 얼굴을 보는 순간, 여림은 또 속도 없이 마냥 좋아서 도리어 화가 났다. “맨날 웃기만 하지, 아주. 짜증나게.”“너 나 졸업하면 말 놓기로 했잖아. 벌써 놓는 거야?”‘선배 졸업하면 나 말 놔도 돼요?’ 언젠가 은근슬쩍 여림이 꺼냈던 말이다. 윤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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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명찰에 얽힌 마음 (2)

대망의 졸업식 날. 여림은 학생회 자격으로 강당 한쪽에 서 있었다. 수험생이 되는 예비 고3은 어디까지나 참석에 의의를 두고, 대부분의 실무는 아래 학년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여림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윤호를 찾고 있었다. “야, 저기 있다. 네 남자.” 여림의 동선을 따라 눈치를 살피던 수진이 귓가에 밀착하며 소곤거렸다. “아, 조용히 좀 해……” 여림이 화들짝 놀라 주변을 살피며 야단을 쳤지만 수진은 여림에게 더 달라붙었다. “선배한테도 그거 말했어?” ‘그거’ 라는 말에 여림이 고개를 돌려 수진을 바라보았다. 언젠가 여림은 윤호에게 집안 사정을 어렵게 털어 놓은 적이 있었다. 무조건 공부를 열심히해서 좋은 대학에 가야 한다며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울컥하는 마음을 눌러 담으며 말했을 때 윤호는 감나히 여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럼 내가 더 열심히 응원해줘야겠네.’ 하지만 친오빠가 연애를 하다 수능을 망쳐 대학에 못 갔다는 이야기는 생략했다. 수진이 혀를 쯧쯧 차며 말을 이었다. “너 되게 이기적인 거 알지? 저 정도 외모가 한 사람만 순애하는 거 쉬운 일 아니다?” “넌 꼭 홍우림 같은 소리하더라.” “생각해봐. 저 선배 덜컥 딴 여자한테 뺏기면 어쩌려고 그래? 고등학교도 이 정도였는데 대학 가면 더 하지. 어차피 너네 사귀는 거나 다름 없잖아.” “……” 강당 가운데서 졸업 연설을 듣고 있는 윤호의 모습을 바라보며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제 행동이 이기적이란 것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당장 내년에 수능이 걸려 있는 현실 앞에서 제멋대로 윤호에게 향하는 마음을 통제할 수 없었다. 그래도 윤호가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 덜컥 다른 사람이 좋다는 상상을 해보면. “아, 아파.” “뭐? 갑자기 어디가?” 갑자기 가슴 한구석이 찌릿하게 아려왔다. 참을 수 없을 만큼. “……저 오빠가 다른 여자한테 목도리 둘러주는 거 생각하니까 가슴이 너무 아파.” “너 중증이야.” 제 목에 다정하게 목도리를 돌려주던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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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연애하세요?

밤을 설쳤다. 잘 수가 없었다. 지나간 추억을 쓸데없이 뒤지다가 펑펑 울었다. 지나치게 이기적이었던 자신이 후회가 되어 또 펑펑 울었다. “하아……”내뱉는 숨에 깊은 한숨이 실려 나왔다. 컨디션은 술에 잔뜩 취했을 때보다 훨씬 더 안 좋았다. 사내 카페, 테이블 위로 축 늘어져 있던 여림에게 누군가 다가왔다. “PM 님!”“어, 가은 님. 안녕하세요……”가은은 여림을 발견하고선 해맑게 다가와 앞자리에 앉았다. “혹시 어제 공연장 답사가 너무 힘드셨어요?”하지만 기운이 없어 보이는 여림에 표정은 금세 걱정으로 바뀌었다. 여림은 힘없이 의자에 등을 기대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엇다. 그때, 가은의 눈길이 테이블 위 새까만 커피로 향했다. 한눈에 봐도 사약 같은 맛이 날 것만 같았다. “이거 샷 몇 번 추가하셨어요?”가은의 질문에 여림은 잠시 망설이다 소심히 손가락 세 개를 펼쳐 보였다. “헥! 이러다 죽어요!”“난 죽어야 될 거 같아요…… 너무 이기적이고, 너무 못됐고……”자학하며 웅얼거리는 여림을 보며 가은은 대체 무슨 일이냐며 바짝 의자를 당겨 앉았다. “하아……”여림은 또 한 번 긴 한숨을 내쉬며 허공을 바라보았다.“진짜 비밀이에요.”그러다 국가 보안급 기밀을 공유하기라도 하는 듯 눈치를 살피더니 소곤거렸다.***“네에?!” 여림의 이야기를 들은 가은은 눈이 동그랗게 커지며 저도 모르게 크게 놀랐다.“그러니까 이기적인 PM 님 때문에 이루어지지 못했던 첫사랑이랑 다시 만나게 됐는데, 그 첫사랑이 고백을 했고, PM 님은 죄책감과 후회가 몰려온 상태라는 거죠……?”가은의 일목요연한 요약에 여림은 쓰디쓴 커피를 빨아들이며 고개를 끄덕였다.“요약에 소질 있네요.”“근데 PM 님은 현재 님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 아니었어요?”“네? 그게 무슨 소리예요?”“누가 봐도 현재 님이 여림 님,”아차 싶은 듯 가은이 얼른 제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어제 윤호도 그러더니, 정말 현재와 자신의 사이가 남들이 보기엔 이상한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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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엉망인 모습도 좋아해줄 거잖아.

18시. 누군가의 모니터가 딸깍.누군가의 의자가 드르륵.“저 먼저 퇴근해볼게요.”주인공은 여림이었다. 동료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종종걸음으로 사무실을 나섰다. “저 PM 님 저렇게 밝게 칼퇴하는 거 처음 봐요.”그 모습을 사무실 한 켠에서 바라보고 있던 두 사람, 현재와 가은이었다. 가은은 현재에게 조용히 속삭이며 놀라워 했다. 몇 시간 전까지 카페에서 좀비처럼 누워있던 사람과 같은 사람이 맞는가. 현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어쩐지 씁쓸함이 담긴 눈빛으로 여림이 나간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편,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여림의 손가락이 바쁘게 움직였다. [나 이제 퇴근했어]띠링.보내기가 무섭게 답장이 도착했다. [이미 회사 앞이야]여림은 거울에 비친 모습을 다급히 체크했다. 엉망이 된 몰골. 덜컥 자신이 없어졌다. 하필 이런 날.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고 로비를 빠져나가자 이제는 눈에 꽤 익은 차 한대가 보였다. 여림은 종종걸음으로 조수석에 올라탔다. “오래 기다렸어?”“아니, 나도 방금 도착했어.”달칵. 안전벨트를 매고 흐트러진 앞머리를 정돈시켰다.“뭐 먹을래?”“난 배고파서 지금 아무거나 먹어도 다 잘 먹을 거 같아.”창밖을 보며 앞머리를 정돈하다 고개를 푹 숙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꼴이 말이 아니었다.윤호가 눈을 맞추려 고개를 기울이자, 여림은 황급히 머리카락을 앞으로 쏟아내며 얼굴을 가렸다. “술 마실 거야?”윤호의 물음에 여림이 창문에 이마를 박다시피 한 채 우물거렸다.“상관 없어.”“술 마실 거면 집에 차 대고 집 근처로 가고.”이웃사촌이라 가능한 최고의 동선이었다.“그래. 대신 조금만 마실 거야, 나는!”지난번 윤호 앞에서 술에 취해 난리를 쳤던 기억이 스쳐가자 여림이 얼른 덧붙였다. 진짜 조금만 마실 거야.“알겠어. 근데 왜 그러고 있는 거야?”윤호는 기가 차다는 듯 웃으며 머리카락 양쪽을 쥐어 잡고 얼굴을 꽁꽁 숨기고 있는 여림에게 물었다.“오늘 얼굴이 최근 일 년 중 제일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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