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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los capítulos de 얼어 죽을 첫사랑: Capítulo 31 - Capítulo 40

42 Capítulos

31. 유통기한 다 된 라면

5월의 밤은 벚꽃이 떨어진 자리를 채우려 애쓰는 푸른 잎사귀 냄새가 고여 있었다.어느 치킨집의 야외 테이블. 플라스틱 의자가 땅에 부딪혀 삐걱거렸고, 테이블 중앙에 놓인 양념치킨 위로 노란조명이 감성 있게 일렁이던 때.탁. 그 감성에 불을 지핀 건 수진이었다. 뼈를 담는 통에 탁 소리가 나며 치킨 뼈가 떨어졌다. “나부터 말할게.”수진의 시선이 윤호에게로 향했다. 여림은 침을 꿀꺽 삼키며 뺨 한 쪽 넣어놨던 무를 우물우물 씹었다. “난 선배가 너랑 옆 건물 사는 거 네가 알기 훨씬 전부터 알고 있었어.”“뭐? 너 언제,”여림이 황급히 따지려 들자, 수진은 검지를 입술에 갖다 대며 쉿, 소리를 냈다. “최근에 너네 집 놀러갔을 때, 편의점 가다가 마주쳤어.”“근데 왜 나한테 말 안 했어?”“나 이제 끝. 이제 선배 차례.”수진이 턱짓으로 발언권을 넘기자, 윤호는 갑자기 ‘나?’ 하는 표정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시선을 굴렸다. 수진은 ‘얼른 말하시죠’ 라는 태도로 턱을 괴며 윤호를 응시했다. 윤호는 차가운 맥주잔을 만지작거리다 낮게 헛기침을 했다. “아, 내가 수진이한테 비밀로 해달라 했어. 여림이 너한텐 내가 먼저 직접 말하고 싶어서.”“자, 비밀 풀렸지? 이제 네 차례야, 홍여림.”“나 뭐?”“설명해. 둘이 왜 같은 차에서 나왔고, 내가 아까 봤던 그 다정한 분위기는 뭐였는지!”수진은 입에서 치킨 살이 다 튀어나오도록 말했다. “야야, 우리가 또 언제 다정, 먹어, 먹어.”여림은 다급히 수진의 입에 닭다리를 넣어주었다. “……”바삭거리는 튀김옷 씹히는 소리가 밤을 갈랐다.그때, 닭다리를 뜯던 수진이 앞접시에 닭다리를 던지듯 내려놓으며 고개를 턱 들었다. “그래서 사귀어, 안 사귀어. 나 지금 남의 연애 때문에 골머리를 앓다 왔는데, 이게 더 궁금한 내가 이해가 안 간다. 그냥 둘이 출연하실래요?”여림은 뜬금없는 소리에 깜짝 놀라 손사래를 쳤다.“아, 오빠. 수진이가 방송국 작가야.”괜히 수진의 어깨를 툭 치며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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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점 찍었으니까 무르기 없기

결국 윤호를 제 집에 들인 여림은 현관에 서서 안절부절 못했다.“내, 내가 라면 끓일게!”다급하게 거실을 질러 주방으로 뛰어 들어간 여림은 싱크대 밑에서 라면 봉지를 꺼내며 머리를 쥐어뜯었다.어쩌자고 말도 안 되는 변명이 튀어나온 건지. 속으로 자학하며 찬장에서 꺼낸 라면 봉지의 뒷면을 확인했다.유통기한은 한참 남아 있었다.“뭐 안 도와줘도 돼?”주방 입구까지 다가온 윤호의 목소리에 여림은 황급히 봉지를 숨기듯 냄비에 물을 받았다.“라면 끓이는 데 뭘 도와줘! 오빠는 그냥 있어.”그 말에 윤호는 알겠다고 답한 뒤 어색하게 소파에 앉았다.여림이 뚝딱거리는 손길로 끓여낸 라면이 김을 피워 올리며 테이블에 올랐다.김이 모락모락 나는 면발을 한 입 넣은 윤호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맛있다.”“그치? 수진이도 내가 끓인 라면이 제일 맛있댔어.”우물거리며 대답하는 여림은 먹는 내내 윤호를 힐끔거렸다. 복스럽게 잘 먹는 모습에 어딘가 안심이 되었다. 두 사람은 남은 국물에 밥까지 야무지게 말아 먹었다.“우리 둘 다 수진이한테 취조당하느라 배고팠나 봐.”“오빠도? 나도……”여림은 배를 퉁퉁 두드리며 말했다.식사 끝나자 윤호가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일어섰다.“내가 설거지할게.”“아냐, 내가 할게.”“됐어. 가만히 있어.”윤호는 익숙하게 고무장갑을 끼더니 덤덤히 싱크대 앞으로 돌아섰다.어쩔 수 없이 테이블을 닦던 여림은 물소리에 맞춰 설거지하는 윤호의 너른 등짝을 바라보았다.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감정이 가슴 밑바닥에서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막, 되게…… 좋네, 진짜. 나쁜 짓을 저지르다 들통난 아이처럼 감정을 감추려 괜히 표정을 딱딱하게 굳히면서도, 간질거리는 마음 한 구석을 어쩌지 못해 입꼬리가 자꾸 씰룩거렸다.그때, 달그락거리던 물소리가 툭 멈추더니 윤호가 젖은 손을 닦으며 여림의 옆으로 다가왔다.“나 이만 가볼게. 늦었다.”응? 벌써?윤호가 차분히 짐을 챙겨 현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그러자 여림의 눈동자가 지진이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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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이상 징후

출근 후 사내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한 지언은 손에 든 번호표를 만지작거리며 모니터의 호출 번호를 확인하고 있었다.그때, 인사팀 김 대리가 슬그머니 다가와 말을 걸었다.“지언 님, 어제 저희 팀끼리 회식을 했는데요.”지언이 고개를 돌리자 김 대리가 귀를 가까이 대라는 듯 손짓을 취했다. 그 손짓에 순순히 귀를 기울여 주었다.“혹시 윤호 님 요새 연애하세요?”“…… 네?”지언은 미간을 찌푸리며 한 발짝 물러섰다.차윤호와 연애. 처음 듣는 조합이었으니.“무슨 소리예요. 언제는 나랑 사귀는 거 아니냐 그러더니.”“그땐 진짜 그런 줄 알았죠! 근데 요즘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요.”마침 띵동 소리와 함께 지언의 음료가 나왔다. 지언은 커피에 빨대를 꽂으며 김 대리를 향해 물었다.“어떻게 다른데요?”“음, 나랑 우리 팀 직원들이 본 걸 종합해보면……”김 대리가 턱에 손을 괴고 잠시 고민하는 척하더니, 양손을 파악 펼쳐 보였다.“환해요.”“네?”“환하다고요. 자꾸 휴대폰 보면서 혼자 피식 웃으시는 거 같기도 하고.”***휴대폰 보면서 웃는다고? 지언의 귀를 솔깃하게 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윤호와 관련한 일이라면 자신이 모를 리 없을 터. 마침 자리로 돌아가려면 윤호의 자리를 지나쳐야 했다.커피를 훌짝이던 지언은 슬쩍 윤호의 자리를 힐끔거렸다.‘환해요.’지언의 시선이 윤호가 입고 있는 하늘색 셔츠에 머물렀다. “옷이 좀 밝아진 거 같기도……”“뭐?”그때, 지언의 혼잣말을 귀신같이 들은 윤호가 고개를 빼끔 돌렸다. 당황한 지언이 손사래를 쳤다.“아, 아무것도 아냐!”윤호가 무심히 모니터로 고개를 돌렸다.지언도 제자리로 발걸음을 옮기려던 때, 발을 휙 돌려 윤호의 자리 앞에 섰다. “너 혹시 요즘 연……”말을 던지다 말고 지언이 멈칫했다. 윤호가 눈썹을 슬쩍 올렸다.“연, 뭐?”“아니다, 됐어.”지언은 고개를 저으며 돌아섰다.예전부터 제일 가까운 사이였으니, 연애를 하게 된다면 자신에게 가장 먼저 말해줄 거라는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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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타고나지 않은 다정은 노력의 산물

[데리러 갈까?]도착했다는 메시지에 답장이 돌아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1분도 채 되지 않았다. 화면 위에 작게 떠오른 ‘길바닥’ 세 글자에 여림은 피식 웃음을 삼켰다.아무래도 조만간 이름을 바꿔야겠다 생각했다.“오늘이 제일 까다롭겠죠?”방문증을 받아온 재훈이 물었다.“네. 워낙 셋리스트는 의견이 많이 갈리는 부분이라서요.”현재는 방문증을 목에 걸며 대답했다.기획사와 아티스트 소속사 사이에서 셋리스트는 늘 팽팽한 줄다리기 같았다.기획자는 공연 전체의 서사와 연출적 완성도를 앞세우는 반면, 소속사와 아티스트는 대중성과 체력 아배 등을 우선시하기 마련이다.한 치의 양보도 없는 시각 차이 때문에 매번 피 튀기는 설전이 벌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이제 올라갈 거니까 거기 있어]여림은 눈치를 보며 윤호에게 서둘러 답장을 보냈다.“제가 옆에서 잘 도울 테니까 편하게 하고 와요, 여림 님.”“고마워요.”비록 긴장되는 자리였지만, 그나마 윤호가 있다는 사실이 여림에게 묘한 안도감을 선사했다.***오늘은 드디어 오프비트 멤버들도 함께하는 콘서트 구성 미팅 날. 세부 셋리스트를 확정짓는 날이기도 했다.“우리 힘냅시다!”미팅룸에 들어가기 전, 가은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열정을 쏟아냈고, 옆에 있던 재훈 역시 힘차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그렇게 도착한 미팅룸의 문을 열자, 시원한 에어컨 공기와 함께 낯익은 얼굴이 들어왔다.인사를 나누는 짧은 순간, 여림과 윤호의 시선이 공중에서 지긋하게 얽혔다.그 시선을 다급히 피한 건 여림이었다. 괜히 목덜미를 만지며 어색하게 자리에 앉았다.“우선 보내주신 자작곡을 포함한 저희 측 1차 셋리스트안부터 보여드리겠습니다.”여림이 준비해 온 자료를 화면에 띄우며 차분히 발표를 이어갔다.브리핑이 거의 끝나갈 즈음, 턱을 괴며 발표를 듣던 오프비트 멤버 중 한 명이 아쉬운 듯 입을 열었다.“다 좋은데…… 오프닝 곡이 좀 약한 느낌이 들어요.”“저도 동의해요. 오프닝은 조금 더 대중적이면서 신나는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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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걱정은 곧 사랑이란 걸 알기에

규칙적으로 웅웅거리는 진동 소리에 윤호는 뻐근한 목을 비틀며 눈을 떴다.침대 가장자리에 바짝 엎드려 잠든 탓에 허리가 굳어 있었다. 얼떨결에 뻗은 손끝에 닿은 휴대폰 화면에는 지언의 이름이 떠 있었다.윤호의 시선은 이불 속 파묻혀 곤히 자고 있는 여림에게 향했다. 그는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방을 나와 전화를 받았다.ㅡ 웬 반차? 무슨 일이야?‘여보세요’ 입을 떼기도 전에 궁금함이 가득하다는 물음표가 들려왔다.평소 급작스러운 휴가를 내지 않았던 위인이라는 걸 잘 아는 친구의 물음이었다.“아, 누가 좀 아파서. 병원 가야 해.”ㅡ 누구? 윤호는 답 대신 살짝 열린 문 틈새로 여림을 살폈다.이불을 꼼지락거리며 뒤척이는 여림의 인기척이 느껴졌다.“있어. 나중에 말해줄게.”더 이상 구체적인 질문이 이어지기 전에 윤호는 미련 없이 전화를 끊고는 곧장 방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침대 곁으로 다가가자 식은땀에 젖은 앞머리를 늘어뜨린 여림이 부스스 눈을 비비고 있었다.“일어났어?”윤호의 다정한 목소리에 여림이 목구멍 안쪽으로 웅얼거렸다.“으응……”“병원 가자. 오늘 현재 님이 연차 처리해 주신대.”“…… 오빠 밤새 여기 있었어?”여림은 지끈거리다 못해 쪼개질 거 같은 머리를 손바닥으로 짓눌렀다.간신히 상체를 일으켜 세우는 꼴이 마치 바람 빠진 인형 같았다.윤호는 여림을 받쳐주며 미간을 찌푸렸다.“네가 열이 펄펄 나서 정신을 못 차리는데 내가 어떻게 집에 가.”“오빠 회사는?”“반차 냈어. 병원 갔다가 바로 들어가봐야 해.”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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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고백의 고백

퇴근 후 곧장 여림의 집으로 향한 윤호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섰다.집 안은 정막만이 가득했다.여림이 쉬고 있을 방 문을 조용히 열자, 이불을 턱 밑까지 끌어올린 채 곤히 잠들어 있는 여림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여림아, 나 왔어.”윤호는 여림이 혹시 깰까 숨소리마저 낮추며 다정히 인사를 건넸다.깊은 잠에 빠진 여림을 한참 동안 눈에 담던 윤호는 조용히 부엌으로 걸음을 옮겼다.냉장고를 여니 먹다 만 죽이 덜렁 놓여 있었다. 윤호는 죽을 꺼내 냄비에 담고 불을 올렸다.그때, 달그락거리는 미세한 소리에 반응했는지 여림이 열린 방 문으로 눈을 비비며 걸어 나왔다.“왔어……?”잠 기운이 가시지 않아 눈도 제대로 못 뜬 채 몽롱하게 걸어 나오는 모습이 미치도록 귀여웠다. 윤호는 가슴 한구석이 간질거려 참지 못하고 다가가 부스스하게 흩어진 머리칼을 부드럽게 정돈해 주었다.“잘 잤어?”“응. 자고 나니까 많이 괜찮아진 거 같아.”아침까지만 해도 쇳소리가 나던 목소리가 한결 가볍게 맑아져 있었다.“다행이다. 잠깐 기다려, 죽 데워줄게.”여림은 식탁 의자에 얌전히 앉아 죽을 젓고 있는 윤호의 너른 등판을 가만히 바라보았다.집 안은 채우는 고소한 죽 냄새가 따스한 공기에 휩싸여 가슴을 몽글몽글하게 채웠다.***두 사람은 사이좋게 맞아 앉아 남은 죽을 싹싹 해치웠다.식사가 끝나자 윤호는 식탁 한 편에 놓여 있는 약 봉투를 챙겨 건넸다.“약 먹자.”여림은 군말 없이 알약을 입에 머금고 물을 마셨다.꿀꺽, 약을 삼킨 여림이 입술을 훔치더니 윤호를 향해 얼굴을 바짝 내밀었다.“다 먹었다.”아ㅡ 하고 입 안을 벌려 보여주는 여림의 행동에 윤호의 눈꼬리가 부드럽게 접혔다.윤호는 참 잘했다는 듯 여림의 머리를 다정하게 다독여주었다.여림은 뿌듯한 듯 웃어보이고는 잠시 윤호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식탁 위에 덮어두었던 휴대폰을 윤호에게 밀어 보여주었다.“이거 봐. 오빠 이제 나한테 하트 있어.”윤호의 검은 눈동자가 동그랗게 커졌다.놀란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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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시동 걸어주면 갈게

“나 연애한다.”바닥에 내리꽂히듯 무심히 던져진 말.탁!수저가 테이블을 강하게 내리치는 소리에, 점심시간으로 붐비던 식당 안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한 곳으로 쏠렸다.소란의 장본인은 지언이었다.정확히는 윤호의 매서운 폭탄 발언을 들은 지언의 손끝에서 난 소리였다. 윤호는 주변의 쏟아지는 눈총에 무덤덤하게 검지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다댔다. “쉿.”나지막이 ‘쉿’ 소리를 냈지만, 지언의 눈동자는 이미 튀어나올 듯 커져 있었다.“언제, 어떻게, 누구랑?!”지언이 음성을 바짝 낮춘 채 숨도 쉬지 않고 물었다.“어제, 고백했고, 고백받아서,첫사랑이랑.”윤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손가락을 하나씩 접어가며 답변을 툭툭 던지더니, 다시 밥 한 숟가락을 크게 떠 입 안으로 넣었다.“첫… 사랑?”“왜. 네가 제일 먼저 말해달라며.”지언은 마치 물고기가 갑자기 다리가 생겨 육지로 걸어 나와 풀을 뜯어 먹는 광경이라도 보는 듯한 표정으로 윤호를 바라보았따.“너…… 첫사랑이 있었어?”“응. 고등학교 때.”“근데 왜 나한테 말 안 했어?”“뭐를. 첫사랑이 있었다는 거? 아님 다시 만났다는 거?”“둘 다!”지언이 입을 대발 내밀며 억울하다는 소리쳤다.윤호는 도무지 지언의 반응이 이해 안 된다는 투로 고개를 갸웃거렸다.“네가 안 물어봤으니까.”“너…… 그럼 그동안 첫사랑 못 잊어서 연애를 한 번도 안 했던 거냐? 설마 그런 미친 순애남이었어……?”윤호의 얼굴에 ‘얘가 그걸 어떻게 알았지’ 하는 찔리는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그 찰나의 표정을 포착한 지언은 너무 놀라 비명을 지를 뻔한 제 입을 두 손으로 턱 틀어막았다.“뭘 그렇게까지 놀라. 그럴 수도 있지.”“와, 대박…… 너 그래서 나랑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오해도 견딘 거야?”지언은 갑자기 가짜 눈물을 훔치는 흉내를 내며 안타까워하는 듯한 투로 말했다.그 모습에 윤호가 한심하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뭐래. 그건 그냥 해명하기 귀찮아서 둔 거야. 빨리 밥이나 먹어.”미국 유학 시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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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그때부터 계속 너였어

“아, 배부르다. 진짜 잘 먹었다!”여림의 앞에는 분해된 닭 뼈가 쌓여 있었다.저녁 메뉴는 삼계탕이었다.윤호는 나가서 맛있는 거 먹자고 했지만, 여림은 삼계탕이 너무 당기고 아직 몸살 기운으로 힘이 없다며 집에서 시켜 먹자고 했다.애교부리는 그 말에 져 버린 윤호는 여림의 집에서 삼계탕을 시켰고, 여림은 며칠 굶은 아이 마냥 허겁지겁 먹었다.여림이 배를 두드리며 배시시 웃어보였다.소파 앞 좌식 테이블 맞은편에서는 윤호가 여림이 남긴 음식을 자연스레 제 앞으로 끌어와 묵묵히 먹기 시작했다.여림은 소파에 비스듬히 기댄 채 윤호가 먹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다가 슬그머니 윤호의 옆자리로 바짝 붙어 앉았다.그리고 살며시 윤호의 어깨에 제 몸을 기대었다. “밥 먹고 바로 누우면 곰 돼.”“안 누웠어. 기대고만 있어.”그렇게 눈을 감고 있자니, 문득 머릿속에 물음표가 하나 떠올랐다.“오빠, 근데 나 진짜 궁금한 거 있어. 오빠는 도대체 날 언제부터 좋아한 거야? 그걸 모르겠네.”생각해보니 한 번도 물어볼 생각을 못했다. 딱히 추측이 될 만한 일도 없었다. 자신은 첫눈에 윤호에게 반한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 갑작스러운 여림의 질문에 윤호의 바삐 움직이던 젓가락질이 멈췄다. 테이블에 쇠 젓가락이 놓이는 소리가 울려퍼졌다.윤호는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보는 여림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 검은 눈동자 속에선 윤호 자신조차 깊숙이 묻어두었던, 하지만 잊을 수 없는 일이 몽글몽글 피어오르고 있었다.“‘절대 안 지루한데요!’ 하고 소리지르던 날.”“응? 무슨 소리야?”여림이 까마득한 기억의 태엽을 감아 올리려 눈썹을 찌푸렸다.그런 여림을 향해 윤호의 입꼬리가 부드러운 곡선을 띠며 올라갔다.“그때부터 계속 너였어.”귓가를 낮게 간지럽히는 윤호의 음성과 함께 여림의 머릿속으로 아득했던 고등학교 시절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붉은 노을이 스며 들어오는 성진고등학교 학생회실.1년에 단 한 번 열리는 가을 정기 문화 행사를 앞두고 학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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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공(公)

금년도 가을 문화 행사, 즉 ‘대신 마음을 전해드립니다’ 는 대대적인 성공을 거두었다.점심 시간마다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풋풋한 사연과 함께 학생회 임원들이 아이들의 마음을 대신 전해줄 때마다 학교는 환호성으로 들썩였다.오글거린다는 우려가 무색하게 학생들은 오글거림을 청춘이란 낭만으로 소화해냈다.사과의 마음, 고백의 마음, 존경의 마음. 마음에 담긴 것들은 저마다 다양했고, 학생과 학생 사이 뿐만 아니라 선생님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까지도 있었다.행사가 진행된 주간, 학교 익명 커뮤니티 SNS에는 온통 가을 문화 행사 이야기로 도배되었다.[오늘 비밀 대행부가 전해준 초코우유랑 쪽지 받은 사람인데 내 번호 남길 테니까 꼭 연락 줘!!!][진짜 이번 문화 행사 누가 기획함? 상 줘야 됨. 내 친구 1년 넘게 짝사랑했는데 오늘 사귄댄다 ㅋㅋ][이거 덕분에 친구랑 몇 달 만에 화해했어요 감사합니다ㅠㅠ]수요일 방과 후, 학생회 정기 회의로 회의실에 모인 학생회 임원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야, 반응 진짜 미쳤어. 이번에 학교에 커플만 세 쌍 나왔댄다. 일주일 사이에.”윤호에게 계속 딴지를 걸어오던 체육부장은 어느새 이 행사를 제일 즐기고 있었다.“여림이, 이번에 진짜 큰 역할 했어. 기획력이 대단한 거 같은데?”뿌듯한 표정으로 앉아 있던 여림에게 대뜸 따봉이 날라오더니, 학생회장의 극찬이 이어졌다.“감사합니다, 회장님!”여림이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며 옆 자리에 앉은 윤호를 힐끔 보았다.“다 윤호 선배님 덕분이죠, 뭐.”“아이고, 사회 생활 하는 거야? 아무튼 이번 행사는 대성공이네. 특히 그 표정 없기로 유명한 민철 쌤도 우리 수업 때 들어와서 웃으면서 말하더라. 으, 나 그 쌤 웃는 거 처음 봤어.”가만 듣던 부회장은 소름이 끼친다며 제 양 팔을 쓸어내렸다.***회의가 끝나고 부원들이 짐을 챙겨 하나둘 학교를 빠져나갔다.여림 역시 가방을 챙겨 학교를 나섰다.운동장 흙바닥을 찰박, 찰박 걸으며 가방 앞 주머니에 넣어두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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