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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los capítulos de 얼어 죽을 첫사랑: Capítulo 11 - Capítulo 20

42 Capítulos

11화. 지독한 첫사랑

학생회 회의가 유난히 늦게 끝난 어느 날. 짧아진 해 때문에 꽤 어둑해진 하늘을 배경 삼아 두 사람은 학교를 빠져나왔다. “……” “……” 그리고 말 없이 걸었다. 서로의 눈치를 보면서. 그러다 어느새 헤어져야 하는 사거리에 도착했을 때였다. 윤호는 왼쪽, 여림은 오른쪽으로 건너야 했다. “그럼 조심히 가.” 아쉬웠지만, 윤호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 “……” 그리고 여림이 건너야 할 신호등이 초록부롤 바뀌었다. 하지만 여림은 건널 생각이 없는 듯 우물쭈물하며 치맛자락을 움켜쥐었다. 단번에 무슨 의미인지 알았다. 여림이 제 마음을 눈치채기 전, 윤호는 진작 알고 있었으니까. 윤호는 허리를 숙여 여림과 눈높이를 같이 했다. “생각해보니까.” 그리고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날이 너무 어둡다.” 여림이 고개를 들었다. 생각보다 두 사람의 거리는 가까웠다. “데려다줄까.” 흠칫 놀랐다. 이렇게 윤호의 얼굴을 가까이서 본 적이 없었는데. 좋아하는 그 웃는 얼굴이 너무 가까웠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얼굴이 달아오르는 게 보였을 지도 모른다. “안 돼?” “아, 아뇨! 완전, 좋은데…?” “가자.” 여림의 대답에 윤호는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애를 먹었다. 그렇게 둘은 나란히 걸었다. 왠지 여림의 표정도 한결 편안해지며 이런저런 가벼운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다 어느새 익숙한 건물 근처에 다다르고. “여기.” 여림이 걸음을 멈추니 윤호도 자연스레 멈춰 섰다. “여기서부터는 혼자 갈게요.” “응? 아냐 앞까지 데려다줄게.” “아…. 그게….” 여림은 잠시 머뭇거리며 가방끈을 만지작거렸다. “부모님이 남자랑 둘이 있는 거 보면 좀 그래서….” “아.” 그제야 윤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아직 고등학생이니까. 엄한 집안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알겠어. 그럼 조심히 들어가.” “선배도요. 오늘 고마워요!” 여림이 윤호를 올려다보며 웃고는 그대로 돌아섰다. 그 모습이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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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운명의 장난

“여림 님 긴장하지 말고.”현재가 초콜릿을 건넸다.“먹고 해요. 당 떨어지면 더 떨리더라고요.”“…… 감사해요.”“그리고 전 여림 님 아이디어 진짜 좋았다니까요.”여림은 떨리는 손으로 포장지를 간신히 벗겼다. 윤호와 그렇게 헤어진 뒤, 마주친 적은 없었다. 또 다시 우연이 반복될까 하는 의문은 있었지만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오프비트 단독 콘서트의 기획안을 짜느라 머리가 아팠다. 아무래도 PM은 처음이라 하영과 현재에게 계속 피드백을 받고 수정을 하는 과정을 수도 없이 겪었다. 그렇게 완성된 기획안을 들고 온 곳. 오늘은 오프비트 소속사, MS 엔터와의 첫 미팅이 있는 날이었다. 멤버들과의 미팅 전 담당자들끼리 이번 콘서트의 전체적인 방향을 정하고, 일정을 최종적으로 조율하는 첫 미팅이었다. 여기서 여림의 기획안이 통과가 되면 다음 단계인 멤버들과 세부적인 콘서트의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들어갈까요, PM 님?”긴장한 여림에 현재가 먼저 문을 열었다. 여림은 괜히 비장하게 눈과 배에 힘을 주었다. “안녕하세요.”안으로 들어서자 먼저 들어와 있던 엔터 직원들이 자리에 일어나며 반겨주었다. “안녕하세요, 모먼트에서 오신 분들이시죠?”가장 먼저 인사를 건넨 것은 연우였다. “저는 그동안 메일로도 연락드렸던 고연우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익숙한 이름이었다. 여림과 메일과 주로 소통하던 사람이었으니까.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여림을 포함한 모먼트의 네 사람은 준비된 자리에 착석했다. 아직 회의 시간까지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상황이었다. 시간을 체크한 여림은 재빨리 자료를 한 번 더 검토하고자 태블릿을 켤 때, 연우가 맞은편에서 말을 걸어왔다.연우는 맑게 웃으며 여림을 바라보았다. “먼저 보내주신 자료 봤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이번 회의 완전 기대하고 있어요.”“아, 정말요?”여림은 긴장하여 굳은 안면근육 때문에 입꼬리가 잘 올라가지 않았다. 하지만 연우의 말 덕분에 조금 긴장됐던 마음이 풀어지는 걸 느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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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경계선

“……어?”휴대폰이 안 보였다. 분명 회의 시작 전에 쓰고 가방에 넣어뒀던 거 같은데. 빠진 건가?“아…….”그 생각이 든 순간, 여림은 이마를 짚으며 탄식을 뱉었다. “죄송한데, 제가 회의실에 휴대폰을 두고 온 거 같아요.”그리고 시동을 걸려는 현재에게 조심스레 말했다. “얼른 다녀와요, 기다릴게요.”“죄송해요!”다행히 팀원들은 얼른 다녀오라며 부추겼다. 여림은 서둘러 차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를 탔다. 다시 로비로 가서 사정을 설명 후 출입증을 받아 회의실로 향했다. 그 와중에도 올라가는 내내 여림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차윤호 또 마주치면 어떡하지.그래도 회의 땐 사람도 많고, 자신이 PM이기 때문에 신경써야 할 것이 많아 윤호에게 온전한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됐었는데. 그러나 지금 마주치게 된다면.띵. 초조하게 그런 생각을 할 때, 엘리베이터가 도착을 알리고. 여림은 빠르게 아무것도 보지 않으려 양 옆 시야를 차단한 채 회의실 앞으로 걸어갔다. 이미 다 나갔겠지?빈 회의실일 거란 걸 알면서도 왠지 심장은 누군가를 기대하듯 빠르게 뛰었다.그리고 조심스레 회의실 문을 열었다. 끼익.제발 휴대폰이 있길 바라며 문을 연 순간.“……”“… 왔네.”회의실 안에 앉아 있는 한 사람. 마치 올 줄 알았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며 여림에게 다가오는 사람. 윤호였다.“……”순간 숨이 조금 멎는느낌이 들었다.여림은 문을 닫고 들어와 벽에 기대 섰다. 다가오는 윤호에 여림은 똑같이 다가갈 수 없었다. 마주치지 않길 바랬던 바람은 사실 마주칠 것을 어느 정도 예감했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여림은 등을 벽에 바짝 붙였다. 가까워지는 윤호에 몸이 먼저 반응했다. 괜히 숨을 죽이고, 손끝에 힘을 주었다.가까워질수록 심장은 더 크게 뛰었다.“이거 찾으러 왔지?”윤호는 다가온 여림에 익숙한 휴대폰을 보여주었다. “어… 아니, 네. 아니, 어?”아, 뭐지. 고장났다. 미팅은 끝났지만, 회사 안이니까 존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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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사랑의 오작교

“짠. 나 안 보고 싶었냐!”“백수진! 너 탈출한 거야?!”여림은 수진의 깜짝 방문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곧장 달려가 수진을 끌어안았다.무슨 연애 예능 프로그램에 새로 들어갔다고 그간 야근에, 숙직에. 막내 방송 작가는 사생활이란 걸 제대로 누릴 수 없었다.겨우 시간이 나고 수진은 곧바로 여림을 찾아가 회포를 풀 생각이었다.“와, 치킨.”“그럼! 내가 또 빈 손으로 올 순 없지 않냐.”안 그래도 윤호와 다시 마주한 뒤로 심란한 상태였던 여림에게 수진의 방문은 한 줄기 빛과도 같았다. “아, 진짜 보고 싶었어…….”치킨을 내려놓기도 전에 여림은 수진에게 매미처럼 꼭 달라 붙었다. “야, 이거 놔. 나 배고파.”“아아 수진아…….”여림은 떨어질 생각을 않고, 수진에게 얼굴을 부볐다.“왜 이래. 오늘 먼저 회포 풀 사람은 나야. 새로 온 메인 피디 욕을 엄청 할 거야. 그러니까 너 오늘 밤새 내 얘기 들어줘야 돼. 그리고 나 자고 갈래. ”수진은 치킨을 내려놓고, 가방을 벗어 던졌다. 어차피 한두 번 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잠옷이며, 생활용품들은 다 있었다. “나 좋아! 오히려 좋아! 나도 할 말 있어!”여림의 눈이 반짝였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윤호의 이야기를 다 풀어야겠다고 생각했다.“그럼 너 오늘 밤새는 거다?”“상관 없어. 내일 주말이잖아.”여림은 그제야 수진에게서 떨어졌다. 대신 곧바로 치킨 봉투를 뜯었다.“아, 그릇 가져올게.”밤을 샌다 했지만 여자들의 밤은 늘 시간이 부족한 법이었다. 여림은 서둘러야 했다.***“아니, 그래서 교양국에서 악마라 불리던 피디가 연애 예능을 하게 된 거라고?”“응. 엄청 깐깐해.”수진은 여림에게 그간 방송국에서 있던 일을 탈탈 말해줬다.“하긴 근데 그 성격 아니었으면 그 나이에 그런 커리어를 쌓진 못했겠지. 게다가 더 대박인 거 말해줄까?”“뭔데?”여림은 양념이 묻은 얼굴로 눈을 반짝반짝하며 물었다. 남의 상사 이야기가 이렇게 재밌을 줄이야.“우리 피디 이번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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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오작교의 비밀

탁, 탁.수진은 신발 코 끝을 치며 덜 들어간 뒷꿈치를 밀어넣었다. 그러다 그마저도 귀찮아 꺾어신기로 했다.그리고 계단을 터덜터덜 내려와 밖에 나왔을 때. 부스럭, 부스럭.옆 빌라에서 누군가 분리수거를 하고 오는 모양이었다. 수진은 별 신경 쓰지 않고, 편의점으로 향했다.“……”아니, 향하려 했다.잘못 본 건가 싶어 걸음을 멈추었다. 남자는 분리수거를 마치고 공동 현관 비밀번호를 치려 했다. 그런 남자의 머리 위로 센서등이 켜졌다. 환한 불빛 아래 드러난 옆모습에 수진의 발끝이 멈췄다.어디서 봤더라?익숙한 옆모습에 수진은 표정을 찡그리며 기억을 더듬었다. “……”“……”그 순간, 남자 역시 시선을 느낀 듯 고개를 돌렸다.두 사람의 시선이 맞부딪혔고, 남자의 얼굴을 제대로 본 수진은 두 눈이 커다래지며, 입을 턱 막을 수 밖에 없었다.“윤호 선배…?”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었다.“와, 이게 뭐지.”수진은 윤호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그를 훑어봤다.“여림이랑 놀고 있었어?”“네.”수진은 후드 주머니에 손을 꽂고는 윤호를 의심스러운 눈을 쳐다봤다. 윤호의 얼굴에서 분명 당황한 기색을 보았는데, 이내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감추었다.“흠……”수진이 고개를 살짝 기울여 윤호를 바라봤다. “아, 그럼… 난 들어가,”윤호는 그런 수진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고 눈을 굴렸다. 왠지 취조당할 것만 같은 느낌이…….얼른 자리를 피해야겠다고 생각한 순간.“저 아이스크림 사주세요, 선배.”수진이 씩 웃으며 당당하게 말했다.***편의점에 도착한 두 사람은 아이스크림 하나씩을 들고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수진은 포장지를 벗기자마자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 윤호 역시 말없이 아이스크림을 먹었다.두 사람은 한동안 별다른 말 없이 아이스크림에 집중했다.그러다 수진은 빈 막대가 되자 그제야 입을 열었다.“여림이 알아요?”“응?”“선배가 옆 빌라에 사는 거.”“……”돌아오는 대답이 없었다. 막대를 만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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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연락해도 된다며

“나 왔다.”“뭐야,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오랜만에 와서 좀 헤맸어.”수진은 맥주 두 캔을 제외하고 나머지 맥주를 냉동실에 넣고선 여림의 옆에 앉았다.“짠.”두 맥주캔이 둔탁하게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닭발도 곧 온대.”“그래? 그거랑 먹으면 되겠네.”여림은 어느새 취기가 조금 올랐는지 양 볼이 붉어져 있었다.“하, 시원하다.”“…… 야, 여림아.”“응?”“너 만약에 윤호 선배가 네가 아직도 좋대. 그럼 어떡할거야?”“뭐야, 갑자기. 그럴 리가 없잖아.”여림은 어색하게 시선을 떨궜다. 역시나. 예상했던 대답을 빗나가지 않아서 다행이라고나 할까. 정말 아무 감정도 없다면 저렇게 급하게 부정할 이유도 없었다. “왜 없어. 그럴 수도 있지.”“그런 감정을 느낀다면 그건 착각일 거야.”“뭐?”“오빠가 나한테 옛날에 있던 일에 대한 죄책감을 착각하는 걸 수도 있다고.”수진은 대답 대신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저 말이 꼭 윤호만을 향한 것은 아닌 거 같다. 오히려 여림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하는 말 아닐까.다시 상처 받기 싫으니 윤호가 자신을 좋아할 리 없다고 믿어야 눈 앞에서 흔들리는 마음을 바로잡을 수 있으니까.사람마다 같은 물건을 보고도, 같은 상황에 놓이고도 생각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였다. 수진은 이것을 바로 옆에 여림을 보고서 또 한 번 느꼈다.“좋아하면 좋아하는 거지, 무슨 죄책감을 착각해. 애도 아니고.”“아, 몰라…….”수진은 말없이 여림을 바라봤다. 그때 내가 차단을 안 했으면 선배가 연락을 했을까. 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그땐 그게 맞았어. 무슨 사정이 있든 친구가 힘들어 하는데 그렇게라도 해줘야 했었다고.***그렇게 수진이 다녀간 주말이 지났다.주말 내내 윤호의 이야기를 제일 많이 했다. 의도는 모르겠으나 왠지 수진이 자꾸 마음을 떠보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니까 이제 와서 뭐 어떡하라고.”다시 만나서 그때 일은 언급도 안 하는데.왠지 게워내려 풀었던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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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환하게 밝혀줘

중간고사를 앞둔 열일곱의 어느 날.여림의 동네는 이미 열 시가 넘어가며 사람들이 자취를 감추기 시작하는 곳이었다. 그날은 시험 준비로 늦게까지 독서실에 있다가 자정이 다 된 시각에 집에 가게 되었는데. “고장났나.”집으로 가는 골목길의 가로등이 나갔었다.그땐 지금보다 어렸으므로 겁도 더 많았다. 어두운 골목길에 여림은 한 걸음도 떼지 못했다. 그렇게 가방끈을 고쳐 잡은 손에 땀이 나기 시작했을 때.[집에 잘 들어갔어?]독서실에 나오기 전에 집에 들어가겠다고 연락했던 윤호에게서 답장이 왔다.“……”당시 여림은 망설임 없이 윤호에게 전화를 걸었다.“흐아앙…….”울먹거리며 전화를 건 여림에 윤호는 심히 당황했고, 여림이 집에 들어갈 때까지 나긋한 목소리로 여림을 달래주었다. 그날 여림은 전화 뿐이었지만 왠지 주변이 환해지는 느낌을 받았다.***그래서 생각나는 건가.여림은 길바닥에 주저 앉아 윤호의 전화번호를 바라보았다. “……”통화 버튼 위에 손가락이 머물렀다. 하지만 쉽게 용기내지 못했다. 그때처럼 어린 애가 아니었으니까. 조금 더 섬세한 감정을 느끼는 어른이 되었으니까.그리고 지금 전화를 걸자니,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이 나이까지 무서워서 전화했다는 말을 하면 이상할 거 같고.“하…….”역시 안 되겠다고 생각하며 결국 화면을 끄려 할 때.지잉.손 안 휴대폰이 진동했다.“……!”밝게 켜진 화면에 뜬 이름을 본 순간 여림은 그대로 굳어버렸다.[길바닥]“…… 뭐야.”마치 자신이 전화를 걸려는 걸 알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여림은 믿기지 않는 얼굴로 화면을 바라봤다. 진동이 계속 울렸다. 두 눈을 씻고 봐도 제대로 본 것이 맞았다. 잠시 망설이던 여림은 결국 조심스레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잠시 정적이 흘렀다. 잘못 전화한 건가? 이런 생각이 들 때 쯤.ㅡ 여림아.익숙한 목소리가 귓가에 닿았다. 순간 손끝에 들어갔던 힘이 스르르 풀렸다. ㅡ 어디야?“집에 가는 중….”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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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듣고 싶은 이야기

“우리 집 갈래?”아, 왜 말이 이렇게 나왔지.이건 생각했던 시나리오가 아니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말을 뱉은 순간 이미 골든 타임은 끝났다.여림의 눈치를 살폈다. 누가 봐도 당황함이 얼굴에 잔뜩 묻어 있었다. 빨리 무언가 덧붙여야 했다.“아니, 그 얘기할 데가 마땅히 없어서.”아, 왜 또 말이 이렇게 나와. 얘기할 데가 집만 있는 것도 아니고. 어째 말하면 할수록 잘못 뱉은 말의 얼룩이 더 번지는 거 같았다.“근처에 카페도 있는데 그러면 또 그 골목 빠져나가야 하니까.”“……”“그래서 거기보다는 우리 집이 편할 거 같아서.”윤호는 눈을 질끈 감았다.평소에는 이리 흐트러진 모습이 없었다. 항상 깔끔한 편이었고, 결점이 없어 보인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평이었으니까.그러니까 이렇게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은 여림에게만 자꾸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그때 여림은 가만히 윤호의 말을 듣다 입을 열었다.“…… 오빠 집이 그렇게 편해?”윤호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그리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근데 이거 뭐지.왜 차윤호가.“들어가자.”우리 옆 빌라에 들어가자는 거지?!“……”벙찐 채로 윤호를 따라 계단을 올랐다. 이게 뭐지 싶으면서도 몸은 일단 따라가고 있었다. “우리 집 여기야.”윤호는 익숙하게 도어락을 풀더니 문을 열었다.“실례합니다….”여림은 일단 들어왔다. 아주 어색하게 신발을 벗고 거실에 꼿꼿하게 서 있었다. 슬쩍 주변을 둘러보니 평범한 남자의 자취방이었다. 거실에는 검은색 소파가 하나 놓여 있었고, 낮은 테이블이 있었다. 여기저기 생활감이 묻어 있는 방 안의 풍경을 눈에 담아 보니 실감이 났다. 진짜 여기 사는 구나.“소파에 앉아 있어. 물 줄까?”“응.”윤호는 자연스레 겉옷을 소파에 올려두고 부엌으로 향했다. 그 사이, 어색하게 소파 한 자리를 차지한 여림은 두 주먹을 무릎에 올려두고 눈알을 굴렸다.“집에 뭐가 없어서 물 밖에 줄 수가 없네.”“아냐, 이거면 충분해.”컵 두 개를 가져온 윤호는 여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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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변수

“난 또.”“……”“그때 일 말해주는 줄 알았네.”사실 몇 번이고 다짐했다. 최대한 빨리 말해주자고.그래야 다음이 있을 테니까. 하지만 아직도 그날 일을 떠올리면.“……”윤호는 급격히 떨리는 손을 다른 손으로 감싸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 만큼 주먹을 세게 쥐고서야 겨운 떨림을 감출 수 있었다.여림은 더 묻지 않았다. 오래 지난 일임에도 괜히 듣고 싶다 생각한 건 욕심이었을까. 이런 자신이 우스워진 거 같아 소파 등받이에 몸을 깊숙이 기대고는 윤호의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윤호는 그런 여림을 바라보며 마른 침을 삼켰다.“여림아.”그렇게 운을 뗐을 때.지잉.테이블에 올려두었던 여림의 휴대폰이 울렸다. 여림이 고개를 돌려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발신인을 확인한 순간, 묘하게 굳어지는 표정.여림은 잠시 망설이다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네, 팀장님.”윤호도 자연스럽게 시선을 내렸다. 잘 들리지 않았지만 전화 너머 들려오는 목소리가 꽤 다급했다.ㅡ 여림아, 지금 회사야?“아니요. 좀 아까 퇴근 했는데. 무슨 일 있으세요?”ㅡ 큰일 났어. 지금ㅡ하영의 말이 이어질수록 여림의 표정이 빠르게 굳어갔다.“네?”한동안 아무 말 없이 듣고만 있던 여림은 벌떡 일어났다.“지금요?”윤호는 그런 여림을 바라보다 여림을 따라 몸을 일으켰다.“…… 네. 알겠습니다.”여림은 입술을 잘근잘근 뜯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현재 님한테 합류하겠습니다.”현재? 그 이름이 들린 순간, 윤호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네. 그럼 그렇게 할게요.”전화를 끊은 여림은 소파에 대충 던져둔 가방을 챙기고 서둘로 현관으로 향했다.“오빠 미안한데 나중에 얘기하자.”윤호도 덩달아 현관까지 마중을 나왔다.“무슨 일이야?”여림을 따라 현관에 어정쩡하게 선 윤호는 조심히 물었다.“아, 회사에 일이 터져서 급하게 출장가야 될 거 같아.”신발을 대충 꺾어 신은 여림은 휴대폰을 확인했다. 그러곤 바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모먼트 남현재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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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잘 보이고 싶은 사람

“여림 님.”낮게 울리는 목소리가 귓가를 간질였다.“……”“여림 님.”몇 번의 부름 끝에 여림이 천천히 눈을 떴다.“…… 헐.”잠결에 눈을 뜬 여림은 멍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도착한 곳은 주차장이었다.“도착했어요.”현재는 여림인 놀라지 않도록 조용히 속삭였다.“저… 잤나요?”목이 푹 잠겨 있었다.“잘 주무시길래 안 깨웠어요.”“얼마나 잤죠, 저……”여림은 입술을 앙 물고는 잔뜩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자료 보다가 고개를 꾸벅꾸벅 하시더니 어느 순간 주무시던데요?”현재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태블릿도 떨어진 거 같아요.”“헐.”여림은 서둘러 의자와 문 사이에 떨어진 태블릿을 찾아냈다.“피곤하실 거 같아서 안 깨운 거예요. 안 미안하셔도 돼요.”현재는 안전벨트를 풀며 말했다.여림은 울상을 짓다가 제 몸을 덮고 있는 외투를 발견했따.“아, 그건 추워하시길래.”“진짜 죄송합니다……. 아, 언제 잠들었지.”언제 잠든 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았다. 여림은 괜히 얼굴을 긁적이며 말했다.“에이, 시간이 몇 신데 피곤할 만도 하죠.”“그래도 혼자 운전하시느라……. 제가 밥이라도 사겠습니다……”여림은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알겠어요. 일단 내립시다.”먼저 차에서 내린 현재는 뒷좌석을 열어 두 사람의 짐을 꺼냈다.“아, 제 건 제가 들게요.”여림이 자신의 가방을 집으려 하자 현재가 한 발 먼저 여림의 가방을 어깨에 맸다.“빨리 먼저 가서 엘리베이터 버튼 눌러줘요.”그리고 장난스럽게 웃으며 여림을 재촉했다.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행사장 인근에 마련된 스태프 숙소였다.현재는 방 안까지 짐을 옮겨주었다.“일단 오늘은 들어가서 쉬고, 내일 아침 일찍 현장으로 가면 될 거 같아요.”“네. 푹 쉬세요.”“여림 님도 푹 쉬고 이따 봐요.”여림은 피곤한 눈을 비비며 고개를 끄덕였다.“안녕히 주무세요.”“여림 님도요.”현재가 돌아서고, 여림은 닫히는 문을 바라보다 침대에 풀썩 누웠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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