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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los capítulos de 나와 아들의 장례식: Capítulo 1 - Capítulo 10

10 Capítulos

제1화

침대에 누운 사람은 여전히 반응이 없었지만, 아들은 이미 익숙해진 듯했다.녀석은 조심스럽게 과자를 머리맡에 내려놓고 나서야 제 몫의 절반을 허겁지겁 먹어 치웠다.하지만 배를 문질러 보아도 여전히 배가 고팠는지 무의식적으로 아무도 먹지 않은 그 과자를 힐끔 보더니, 익숙하게 주방으로 걸어가 컵에 찬물을 한가득 받아 들이켰다.허공에 둥둥 뜬 내 영혼은 이 광경을 지켜보며 가슴이 찢어질 듯한 통증을 느꼈다.‘밥이 조금만 늦어도 배고프다고 징징거리던 우리 솔찬이가 맞나? 내가 죽은 지 겨우 사흘 만에 어떻게 이렇게 변해버린 거지?’그때, 휴대폰 화면이 문득 밝아지며 배경화면으로 해둔 단란한 가족사진이 드러났다.아늑한 방 안에서 한성균이 아직 잠이 덜 깬 나와 아들을 끌어안고 카메라를 향해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이었다.쏙 빼닮은 두 얼굴에는 티 없이 해맑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그날도 나는 자고 있었고 한성균은 아들과 함께 살금살금 방으로 들어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었다.“솔찬아, 엄마 또 늦잠 자네. 우리 같이 엄마 깨워볼까?”아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장난꾸러기 고양이처럼 웃어 보였다.“좋아요, 아빠.”한성균은 눈썹을 쓱 치켜올리더니 등 뒤에서 예쁜 깃털 펜을 꺼내 내 코끝을 살살 간지럽혔다. 한 번, 두 번. 살랑거리는 촉감을 견디다 못한 내가 결국 에취 하고 재채기를 터뜨릴 때까지 말이다.나는 화가 난 척 몸을 일으켜 베개를 집어 들고는 그를 때리는 시늉을 했다.“한성균!”남자는 다급한 척 아들을 제 앞으로 끌어당겼다. 방패막이로 삼을 요량이었다.“솔찬아, 빨리 아빠 좀 살려줘.”방 안에는 이내 한바탕 소란이 일어났다.화면 속 따뜻한 풍경에 어떤 기억이라도 떠오른 걸까. 녀석은 영상 속 깃털을 보며 반색하더니 이내 눈을 반짝였다.“아빠는 옛날에 이런 식으로 엄마를 깨우곤 했나?”아들은 휴대폰을 내려놓고는 침대 쪽으로 쿵쿵 달려갔다.“엄마, 솔찬이가 엄마를 어떻게 깨워야 할지 알았어요. 솔찬이가 예전 우리 집에 가서 그 깃털 가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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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서지윤은 고개를 돌려 저편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놀고 있는 한성균을 힐끔 살피고는, 팽팽하게 긴장했던 어깨를 슬며시 내리며 안도했다.그리고 다시 아이를 돌아보았을 때, 그녀의 얼굴에는 오직 짙은 짜증과 혐오만이 일렁이고 있었다.“네 그 뻔뻔한 엄마가 시켜서 왔니? 여긴 더 이상 네 집 아니라고 얘기 안 하든? 당장 꺼져, 이 근본 없는 놈아.”아들은 그녀의 노골적인 악의에 놀라 금세 눈물이 핑 돌았다.“거짓말! 우리 엄마는 뻔뻔한 사람 아니에요! 나쁜 아줌마, 아빠 보여줘요!”아들은 씩씩거리며 온 힘을 다해 서지윤을 노려보았다.서지윤은 코웃음을 치더니, 아무도 보지 않는 틈을 타 아이를 억세게 밀쳐버렸다. 무방비하게 밀려난 아들의 이마가 철문에 강하게 부딪히며 쿵 하고 둔탁한 소리를 냈다.“거기 누구야?”들려온 소리에 한성균이 반응했다.서지윤은 화들짝 놀라 아들의 입을 단단히 틀어막으며 다급히 둘러댔다.“아니야, 그냥 길고양이가 지나갔어. 날 추우니까 하율이 데리고 먼저 들어가.”남자가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서지윤은 살기 어린 눈빛을 내뿜으며 아들의 몸을 사정없이 꼬집어댔다.“천박한 게 제 엄마랑 똑같아서 하여간 사람 피곤하게 만드네.”아들이 고통에 몸부림칠수록, 이마에서 흐른 붉은 피가 눈물과 뒤섞여 뺨을 붉게 물들였다.“퉤!”서지윤은 질색하며 아들에게 침을 뱉고는 눈밭으로 내동댕이쳤다.“진짜 재수 없으려니까.”눈밭에 팽개쳐진 아들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키면서도 악에 받쳐 소리쳤다.“천박한 건 아줌마잖아요! 나쁜 아줌마! 아빠 만나게 해줘요, 나 아빠 볼 거란 말이에요!”서지윤은 코웃음을 치며 10센티 굽의 붉은 밑창 하이힐로, 대문 한구석에 뚫린 반려동물용 출입구를 툭툭 찼다. 그녀의 눈에 잔혹한 재미가 넘실거렸다.“네가 이 개구멍으로 기어 들어오면 아빠 만나게 해줄게. 어때?”나는 곁에 서서 서지윤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당장이라도 눈에서 피눈물이 솟구칠 것만 같았다.‘감히 어찌... 어찌 내 아이를 이따위로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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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특히 아들은 입을 벙긋거리다 끝내 참지 못하고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아빠...”어쩌면 그 두 글자가 남자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건드린 걸까. 한성균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으나, 이내 그 눈빛에 서린 한기는 매서운 눈보라보다 더 싸늘하게 굳어졌다.“말해. 이번엔 또 무슨 속셈이야? 돈이야? 집이야?”아래로 툭 떨어진 아들의 손은 이미 꽉 쥔 주먹이 되어 있었지만, 아이는 감히 변명 한마디 내뱉을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예전에도 아들은 서지윤이 자신을 괴롭힌다며 한성균에게 털어놓았던 적이 있었다.하지만 서지윤이 눈물을 쥐어짜며 몇 마디 변명을 늘어놓자, 한성균은 오히려 내가 질투에 눈이 멀어 아들을 부추겨 그녀를 모함한 것이라 단정 지어버렸다.그때 한성균은 나를 지하실에 꼬박 일주일 동안이나 가두었고 아들 역시 일주일 내내 끔찍한 악몽에 시달려야 했다.그 끔찍한 기억이 떠오르자 아들은 몸서리를 치며 깊이 고개를 숙이고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빠, 아무리 불러도 엄마가 안 일어나요. 아빠의 깃털 펜 나한테 주면 안 돼요?”그 순간, 한성균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남자는 저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되물었다.“안 일어난다니 무슨 소리야? 네 엄마는 고작 400cc 헌혈했을 뿐인데...”“성균 씨!”서지윤이 다급히 그의 말을 끊으며 비명처럼 소리쳤다.한성균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왜 그래?”남자의 의아한 눈빛을 받은 서지윤은 몸을 굳히며 어색하게 화제를 돌렸다.“오늘은 섣달그믐이잖아. 솔찬이가 늦게 돌아가면 설아 언니가 분명 걱정할 텐데 그까짓 깃털 펜 하나, 얼른 줘서 보내. 소중한 명절 기분 망치지 말고.”아니나 다를까, 한성균은 금세 아들에게 가 있던 시선을 거두며 표정을 살짝 풀었다.“지윤아, 넌 여전히 참 마음이 고와. 그래, 솔찬아. 아빠 따라오렴.”밝은 저택 안으로 들어서자, 눈부신 조명 아래 아이의 얼굴에 난 상처와 피투성이 몰골이 한층 더 참혹하게 도드라졌다.그때 서지윤의 딸 하율이 다가와 엉망이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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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말해, 휴대폰 어디다 숨겼어? 당장 안 내놔!”나는 순간 이성을 잃고 미친 사람처럼 달려가 아들 앞을 가로막은 채, 대체 무슨 자격으로 내 아이를 때리느냐고, 악을 쓰며 따져 물었다.서지윤이 지껄이는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대도 다 믿겠다는 건가?하지만 그 누구도 나의 분노를 보지 못했다.아들은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눈시울에서 눈물이 구슬처럼 뚝뚝 떨어져 내렸다.“나 아줌마 휴대폰 안 훔쳤어요. 엄마도 나한테 나쁜 거 가르친 적 없고요. 저 나쁜 여자가 일부러 그러는 거라고요! 저 아줌마는 아빠가 생각하는 것처럼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 계속 나랑 엄마를 괴롭혔단 말이에요! 아빠가 속고 있는 거라고요!”아들의 눈물 섞인 호소에도 남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도리어 그 절규가 남자의 화를 더욱 돋울 뿐이었다.한성균은 들고 있던 깃털 펜을 던져 버리고는 다짜고짜 아들을 바닥에 짓누르며 강제로 옷을 벗겨대기 시작했다.“말해, 휴대폰 어디다 숨겼어?”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옷가지가 하나둘씩 수치스럽게 벗겨져 나갔고 아들의 자존심 역시 그 옷가지들과 함께 한성균의 발밑에 처참히 짓밟혔다.아이는 무력한 어린 짐승처럼 필사적으로 발버둥 쳤다.“아니에요, 나 정말 안 훔쳤단 말이에요!”하지만 한성균은 멈추기는커녕 더욱 거칠게 손을 놀렸다. 마구잡이로 꼬집힌 아들의 작은 몸에는 시퍼런 멍이 얼룩덜룩 번져갔다.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우는 아들을 보자 내 심장도 갈기갈기 찢겨 나가 미쳐 버릴 것 같았다.어떻게든 한성균을 떼어 놓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나는 그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쓸모없는 영혼일 뿐이었으니까.서지윤은 여유롭게 이 광경을 감상하고 있었고 눈빛에 어린 조소는 손에 잡힐 듯 짙었다.마지막 옷가지마저 벗겨지자 아들은 더 이상 발버둥 치지 않았다. 그저 한성균을 바라보는 눈빛에 어느새 증오가 서려 있을 뿐이었다.물건을 찾지 못하자 한성균은 잠시 멈칫했다.하지만 이내 자신을 향한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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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의자가 바닥으로 거칠게 나동그라지며 귀를 찢는 듯한 마찰음이 울렸다.거의 패닉에 빠진 한성균은 수화기를 부서져라 움켜쥐고 따져 물었다.“임대 주택이라니? 당신 대체 누구야? 장난이 너무 심하잖아!”수화기 너머의 상대는 이런 상황에 이골이 난 듯, 남자의 격앙된 물음에도 아무런 감정의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그는 지극히 사무적인 어조로 대답했다.“한성균 씨, 일단 진정하시고요. 여기는 관할 경찰서입니다. 한 시간 전쯤, 한성균 씨 명의의 임대 주택에서 심한 악취가 난다는 주민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저희가 현장에 출동해 확인해 보니, 사망한 지 3일 정도 지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됐습니다.”“신원 조회 결과, 사망자는 한성균 씨의 전처 되시는 정설아 씨로 확인됐고요. 중요한 건, 이웃들 진술에 따르면 고인 곁에 여섯 살배기 남자아이가 하나 있었다고 하는데 현재 현장엔 아이가 없고 행방도 묘연한 상태입니다.”“혹시 짐작 가는 곳이 있으십니까? 있다면 즉시 알려주시고, 지금 당장 경찰서로 좀 나와주셔야겠습니다. 조사가 필요합니다.”툭.휴대폰이 바닥으로 떨어졌다.한성균은 두 눈이 시뻘겋게 충혈된 채 넋이 나간 얼굴로 집사를 바라보았다.“아저씨, 들었어요? 저 사람... 방금 뭐라고 한 거죠?”집사는 납빛으로 무겁게 굳어버린 얼굴을 한 채, 눈치를 살피며 더듬거리듯 입을 열었다.“대표님, 전 사모님께서... 돌아가셨다고 합니다.”쾅.다시 한번 커다란 굉음이 울려 퍼졌다. 이번에는 휴대폰이 떨어지는 소리가 아니라 한성균의 주먹이 내리꽂히는 소리였다.그의 주먹이 최고급 원목 책상을 거칠게 내리치며 집사의 말을 끊어버렸다.“당장 알아봐요. 지금 당장 가서 도대체 무슨 일이 터진 건지 낱낱이 알아 오라고요!”집사는 화들짝 어깨를 움츠리더니 쫓기듯 허둥지둥 방을 빠져나갔다.그가 문밖으로 나서던 찰나, 마침 낌새를 살피러 올라온 서지윤과 맞닥뜨렸다.그녀는 따뜻한 우유가 담긴 잔을 두 손에 쥔 채, 더없이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김 집사님,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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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그 말을 들었던 날, 나는 베란다에 선 채 밤새도록 뼛속까지 시린 찬바람을 맞았다.그가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비로소 깨달았던 것이다.나의 회상은 거기서 끝이 났지만, 한성균은 여전히 끔찍한 슬픔과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굳어 있었다. 그때 견디다 못한 서지윤이 먼저 입을 열었다.“성균 씨, 왜 그래? 대체 누굴 생각하길래 그래? 설마... 설아 언니 생각하는 거야?”그녀의 입가에는 여전히 다정한 미소가 걸려 있었지만, 두 눈동자 속에는 섬뜩한 한기가 번뜩이고 있었다.“그러고 보니 좀 이상하네, 솔찬이가 저 지경이 될 때까지 왜 설아 언니는 코빼기도 안 비치는 거지? 애를 내세워서 네 관심을 끌려는 속셈이라면... 이건 너무 지나친 거 아니야?”그 순간, 한성균은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멍해졌다. 이내 눈밭에서 혼절했다던 솔찬이에 대한 집사의 보고가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심장이 나락으로 쿵 떨어져 내렸다.그는 벌떡 일어나 서지윤을 거칠게 밀쳐내고 밖으로 뛰쳐나갔다.서지윤은 그의 돌발 행동에 깜짝 놀라 무어라 말을 이어가려 했지만, 남자는 이미 미친 듯이 계단을 뛰어 내려간 뒤였다.서지윤은 신경질적으로 미간을 찌푸리며 빠른 걸음으로 그의 뒤를 쫓았다.하지만 1층으로 내려온 서지윤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그만 경악하고 말았다.한성균이 미친 사람처럼 눈밭으로 뛰쳐나가 자신이 입고 있던 겉옷을 벗더니, 바닥에 미동조차 없이 굳어버린 작은 몸을 꽁꽁 싸매고 있었기 때문이다.커다란 눈물방울이 솔찬이의 시퍼렇게 얼어붙은 뺨 위로 뚝뚝 떨어져 내리며 한층 더 참혹하고 비통한 정경을 자아냈다.“엄마, 아빠는 지금 나 때문에 우는 거예요?”내 품에 파고든 아들의 영혼이 조그만 목소리로 속삭이듯 물었다.“엄마, 아빠는 이제 후회하는 걸까요?”아들은 맑은 눈을 깜빡였다. 그 까만 눈동자에는 오직 내 모습만이 오롯이 담겨 있었다.나는 미소를 지으며 아이의 어깨에 쌓인 눈을 다정하게 털어내 주었다.“솔찬아, 네 아빠는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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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그리고 사모님의 시신과 관련해서도 대표님께 몇 가지 여쭙고 싶은 게 있다고 합니다.”한성균은 시선을 떨구고 품 안에서 곤히 잠든 듯 미동조차 없는 아들을 바라보았다. 가슴에 거대한 구멍이 뻥 뚫린 듯 뼈가 시리도록 찬 바람이 몰아치는 기분이었다.그러나 이성은 아들의 사인을 숨기는 것만이 유일한 살길이라고 속삭이고 있었다.서지윤 역시 안달이 난 얼굴로 다급하게 거들었다.“성균 씨, 집사님 말이 맞아. 네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는 건 나도 알아.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잖아. 당장 솔찬이부터 숨겨야 해.”한성균은 넋이 나간 눈으로 서지윤을 응시하며 쉰 목소리를 짜내었다.“지윤아, 내가 솔찬이를 이렇게 만들고 이제 와서 숨기기까지 한다면... 나중에 아이가 날 어떻게 용서하겠어.”그 말을 듣는 서지윤의 눈에 순간 귀찮다는 기색이 번뜩였지만, 그녀는 이내 재빨리 다정한 척 표정을 수습했다.“어떻게 널 탓하겠어? 우리 솔찬이가 얼마나 속 깊은 아이인데. 네 힘든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 테니 절대로 널 미워하지 않을 거야. 성균 씨, 그러니까 안심해.”곁에 있던 아들이 입을 삐죽이며 혐오스러운 눈빛을 흘렸다.“용서는 무슨, 난 절대 용서 안 해!”하지만 한성균은 그 말에서 지푸라기라도 잡은 듯 위안을 얻고 있었다.“네 말이 맞아. 솔찬이는 절대 날 원망하지 않을 거야.”한성균이 고개를 끄덕이자, 집사는 재빠르게 아들의 차가운 시신을 본래 쓰던 침실로 옮겨두었다.그러고는 곧장 한성균의 옷매무새를 가다듬어 준 뒤, 손님을 맞이하러 나섰다.별장 대문 앞에서 어른거리는 어수선한 인영들을 본 서지윤은 밀려드는 불안감을 억지로 삼키며 딸의 손을 끌고 계단을 올랐다.하지만 자신의 침실이 아닌 아들의 방으로 딸을 이끌었다.영문도 모른 채 식은땀만 흘리는 엄마를 바라보던 하율이 조그마한 소리로 물었다.“엄마, 왜 그래요? 그 오빠는 어디 갔어요? 자고 있는 거예요?”대체 어떤 말이 그녀의 역린을 건드렸는지 알 수 없었지만, 서지윤은 딸의 품에 안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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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아들은 겁에 질려 내 품으로 파고들며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엄마, 저 아줌마가 정말 하율이 진짜 엄마예요?”의문에 가득 찬 아들의 눈빛을 보며 나는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하지만 이내 서지윤이 벌인 다음 행동을 마주하고는, 나는 경악을 금치 못한 채 굳어버렸다.하율이 겁에 질려 입도 벙긋 못 하자, 속이 뒤틀릴 대로 뒤틀린 서지윤은 곧장 손을 뻗어 아이의 허벅지 안쪽을 무자비하게 꼬집어 비틀었다.그녀는 살을 비틀어 대며 악다구니를 썼다.“빌어먹을 년, 쓸모라곤 하나도 없는 년. 정설아와 그 천것을 쫓아낸 지가 언젠데, 아직도 한성균 그 등신 같은 놈 하나 온전히 구워삶지 못해? 넌 남자 꼬시는 게 특기 아니었어? 왜 이럴 땐 아무짝에 쓸모가 없어!”“네가 한성균을 쥐락펴락해서 그 천한 새끼를 진작 잊게 만들었으면, 내가 지금 이렇게 쫓기듯 무서워할 일도 없었잖아. 다 너 때문이야, 몽땅 네 탓이라고!”서지윤은 말을 내뱉을 때마다 하율의 살을 모질게 꼬집었다.마치 제 안에 쌓인 온갖 분노를 아이에게 화풀이하려는 셈이었다.하율은 이미 이런 폭력에 익숙해진 듯 어떤 반항도 하지 못했다.그저 마비된 인형처럼 고개를 떨군 채 숨죽여 눈물만 삼킬 뿐이었다.그 참혹한 광경을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었던 아들이 조심스레 내게 속삭였다.“엄마, 쟤 좀 도와주면 안 돼요?”내가 아이에게 되물었다.“조금 전에 쟤가 너한테 거지라고 손가락질했는데 밉지도 않아?”아들은 고개를 가로저었다.“밉지 않아요. 그때 쟤 눈을 봤는데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진짜로 신기해서 물어본 거였어요. 난 그저 그 사람한테 화가 났을 뿐이에요. 내 편을 들어 변명 한마디 안 해줬으니까요.”가슴 한구석이 뭉클해져 나는 아들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달래주었다.“그래, 그럼 우리 한번 해보자.”말을 마치자마자 나는 아들을 데리고 한성균의 서재로 향했다.서재 안에서는 진 팀장이 동료 형사와 함께 한성균을 상대로 나에 대한 취조를 이어가고 있었다.“한성균 씨,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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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난 의사에게 분명 400cc만 뽑으라고 말했는데 2000이라니, 그게 말이 됩니까?”한성균이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믿기지 않는다는 듯 되물었다.“거짓말이죠? 당신들 분명 거짓말하고 있어!”그러더니 비틀린 헛웃음을 흘리며 혼잣말을 내뱉었다.“아, 알겠다. 당신 진짜 경찰 아니지? 설아가 꾸며낸 연극에 동원된 가짜지? 그 여자가 이런 연기나 하라고 돈을 얼마나 쥐여줬는데? 말해, 얼마를 받았어? 도대체 얼마를 처받았냐고!”진 팀장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입을 열었다.“믿기 어렵겠지만 엄연한 사실입니다. 한성균 씨, 서까지 동행해 주셔야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는 품에서 수갑을 꺼내 한성균을 체포하려 했다.하지만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성균은 격렬하게 몸부림치며 반항했다.바로 그때, 무언가 떠오른 듯 집사의 안색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려버렸다.“설마...”한성균이 뚝 멈춰 섰다. 그의 눈에는 당장이라도 붉은 피가 뚝뚝 떨어질 것만 같았다.“아저씨, 뭐 알고 있는 거죠?”진 팀장 역시 곧바로 집사 쪽으로 시선을 돌려 날카롭게 추궁했다.“알고 계신 것을 말씀하십시오.”집사는 입술을 깨물며 머뭇머뭇 입을 열었다.“채혈하던 날, 서지윤 씨가 몰래 의사를 찾아갔습니다. 마침 제가 지나가다 들었는데 채혈이 어쩌고저쩌고하는 말을 나누더군요. 서지윤 씨가 한 대표님의 뜻이라면서 일이 끝나면 의사에게 10억을 주겠다는 식의 말도 덧붙였습니다.”“저는 그저 사모님께 억지로 헌혈을 시키는 일인 줄로만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서, 지, 윤!”한성균은 이를 바득바득 갈며 그 이름을 씹어 뱉었다. 지옥에서 기어 나온 악귀처럼 그의 눈빛이 잔혹하게 번뜩였다.그는 진 팀장을 거칠게 밀쳐내고는 곧장 서지윤의 방을 향해 돌진했다.복도를 지나치던 찰나, 아들의 방 문고리가 작게 덜컹대는 것이 그의 시야에 걸렸다.나와 아들이 남은 힘을 모조리 쥐어짜 가까스로 일으켜 낸 기적이었다.한성균은 귀신에 홀린 듯 그 기척에 이끌려 방문 앞으로 다가섰다.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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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서지윤 씨, 아동 학대와 살인 혐의로 임의동행을 요청합니다. 서에 가서 조사받으시죠.”서지윤은 멍하니 굳어버리더니 이내 눈시울을 붉혔다.“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거예요? 전 그냥 방에서 딸아이랑 연극 연습을 하고 있었을 뿐이라고요. 방금 그건 다 대사였는데, 잘못 들으신 거 아니에요?”이어 그녀는 당황한 기색으로 한성균을 바라보며 애처롭게 울먹였다.“성균 씨, 빨리 대신 설명 좀 해줘. 알잖아, 나 닭 한 마리 제대로 못 잡는 거. 그런 내가 어떻게 살인을 저질러? 분명 착오가 있는 거야.”가련한 척 내숭을 떠는 그 꼴을 보며 한성균은 치밀어 오르는 구역질을 참을 수가 없었다.이 여자의 연기력이 이토록 소름 끼칠 줄은 미처 몰랐다.서지윤은 정설아와 전혀 달랐다. 아니, 발끝의 반도 못 미치는 존재였다.나를 떠올리자 한성균의 눈에는 증오가 한층 더 짙어졌다.“서지윤, 네가 감히 날 속여?”그는 그대로 손을 뻗어 서지윤의 목을 사납게 짓눌렀다. 뼛속까지 시릴 만큼 서늘한 목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서지윤은 새빨갛게 달아올라 터질 듯한 얼굴로 버둥거리며 그의 손등을 퍽퍽 내리쳤다.“놔... 놓으라고...”보다 못한 주변 사람들이 뒤늦게 달려들어 서지윤을 간신히 떼어놓았다.직후 서지윤은 체포되었고 하율은 다친 곳을 검사하기 위해 급히 병원으로 보내졌다.취조실에서 서지윤은 악을 쓰며 끝까지 혐의를 부인했다.그러나 낱낱이 갖춰진 증거와 증인 앞에 빠져나갈 구멍 따윈 없었고 죗값은 순식간에 확정되었다.법정에 서기 전까지, 그녀는 한성균에게 수도 없이 매달리며 애원했다.예전의 정을 앞세워 한성균에게 살려달라 매달려 보았지만, 한성균이 그녀를 용서할 리 만무했다.그는 손을 내밀기는커녕 가용한 모든 인맥과 권력을 동원해 서지윤의 추잡한 과거를 낱낱이 들춰내 세간에 까발렸다.그녀를 사회적으로 완전히 매장해 버린 것이다.휘하의 특급 변호인단 역시 서지윤에게 사형을 선고받게 하려 악착같이 달려들었다.더는 살아날 가망이 없다는 걸 깨달은 서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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