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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Author: 틈새우주
특히 아들은 입을 벙긋거리다 끝내 참지 못하고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아빠...”

어쩌면 그 두 글자가 남자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건드린 걸까. 한성균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으나, 이내 그 눈빛에 서린 한기는 매서운 눈보라보다 더 싸늘하게 굳어졌다.

“말해. 이번엔 또 무슨 속셈이야? 돈이야? 집이야?”

아래로 툭 떨어진 아들의 손은 이미 꽉 쥔 주먹이 되어 있었지만, 아이는 감히 변명 한마디 내뱉을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예전에도 아들은 서지윤이 자신을 괴롭힌다며 한성균에게 털어놓았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서지윤이 눈물을 쥐어짜며 몇 마디 변명을 늘어놓자, 한성균은 오히려 내가 질투에 눈이 멀어 아들을 부추겨 그녀를 모함한 것이라 단정 지어버렸다.

그때 한성균은 나를 지하실에 꼬박 일주일 동안이나 가두었고 아들 역시 일주일 내내 끔찍한 악몽에 시달려야 했다.

그 끔찍한 기억이 떠오르자 아들은 몸서리를 치며 깊이 고개를 숙이고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 아무리 불러도 엄마가 안 일어나요. 아빠의 깃털 펜 나한테 주면 안 돼요?”

그 순간, 한성균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남자는 저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되물었다.

“안 일어난다니 무슨 소리야? 네 엄마는 고작 400cc 헌혈했을 뿐인데...”

“성균 씨!”

서지윤이 다급히 그의 말을 끊으며 비명처럼 소리쳤다.

한성균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왜 그래?”

남자의 의아한 눈빛을 받은 서지윤은 몸을 굳히며 어색하게 화제를 돌렸다.

“오늘은 섣달그믐이잖아. 솔찬이가 늦게 돌아가면 설아 언니가 분명 걱정할 텐데 그까짓 깃털 펜 하나, 얼른 줘서 보내. 소중한 명절 기분 망치지 말고.”

아니나 다를까, 한성균은 금세 아들에게 가 있던 시선을 거두며 표정을 살짝 풀었다.

“지윤아, 넌 여전히 참 마음이 고와. 그래, 솔찬아. 아빠 따라오렴.”

밝은 저택 안으로 들어서자, 눈부신 조명 아래 아이의 얼굴에 난 상처와 피투성이 몰골이 한층 더 참혹하게 도드라졌다.

그때 서지윤의 딸 하율이 다가와 엉망이 된 아들을 훑어보더니,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천진하게 물었다.

“아저씨, 얘는 누구예요? 거지예요? 너무 더러워요.”

여자아이의 천진난만한 말에 아들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화끈 달아올랐다.

아들은 아빠가 설명해 주기를 바라며 기죽은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지만, 남자는 무언가에 자극이라도 받은 사람처럼, 혐오감이 가득한 눈빛으로 아들을 차갑게 훑어내렸다.

“네 엄마가 너한테 이렇게 불쌍한 척 연기라도 하라든? 제 꼴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오면 내 마음이 약해질 줄 알고? 어처구니가 없어서!”

남자의 매몰찬 비난이 꽂히자마자 붉게 달아올랐던 아들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핏기가 싹 가셔나갔다. 그 자리에는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한 창백함과 처연함만이 남았다.

아이는 비로소 속으로 나지막이 읊조렸다.

‘아빠는 이제 정말 나를 사랑하지 않는구나.’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고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한성균은 이미 위층으로 올라가 버린 뒤였다.

그저 서지윤만이 우쭐한 얼굴로 아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그 눈빛에는 가식적인 동정심이 넘쳐흘렀다.

“쯧쯧, 가엾기도 해라. 아빠한테마저 버려진 꼴이라니. 아니면 나를 ‘엄마’라고 한 번 불러볼래? 그럼 특별히 곁에 두고 내 강아지 노릇이나 하게 해줄 텐데, 어때?”

“꿈 깨세요!”

아들은 고사리 같은 두 손을 꽉 쥔 채 새빨개진 눈시울로 분노에 겨워 몸을 가늘게 떨었다.

“아줌마는 내 엄마가 아니에요. 내 엄마는 정설아 하나뿐이지, 아줌마가 아니라고요! 너무 우쭐대지 말아요, 우리 엄마가 깨어나면 반드시 내 복수를 해줄 테니까!”

아들은 이를 악물고 단호한 목소리로 내뱉었다.

하지만 나는 숨이 막힐 듯한 고통을 느꼈다.

만약 내가 두 번 다시 깨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아들이 알게 된다면 얼마나 가슴이 무너져 내릴까.

앞으로 다가올 거친 세상의 파도를 아이가 무슨 수로 견뎌낸단 말인가.

이제 고작 여섯 살밖에 안 된 아이인데.

눈물이 시야를 가리는 사이, 서지윤 역시 아들의 반응에 순간 이성을 잃고 얼굴을 굳혔다.

하지만 눈동자를 굴려 한성균이 계단에서 내려오는 모습을 힐끗 보더니, 이내 주머니를 뒤적거리며 당황한 척 소리쳤다.

“내 휴대폰 어딨지? 내 휴대폰이 없어졌어.”

서지윤은 다급하게 온몸을 더듬더니 마침내 시선을 아들에게 고정하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솔찬아, 혹시 네가 내 휴대폰 훔친 거니?”

아들은 화들짝 놀라 즉시 반박했다.

“안 훔쳤어요, 아줌마 휴대폰은 아까...”

짝!

차마 다 못한 말이 아들의 입술 사이에서 턱 멈춰 버렸다.

한성균은 한 손에 깃털 펜을 꽉 쥔 채, 맞아서 붉게 달아오른 아들의 뺨을 삿대질하며 걷잡을 수 없는 실망감을 터뜨렸다.

“네가 앙심을 품고 찾아온 거, 내가 모를 줄 알았어? 예전에 네 엄마가 시켜서 아줌마 모함하더니 이젠 도둑질까지 해? 나한테 어떻게 너 같은 애가 태어났는지 모르겠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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