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남편의 첫사랑을 위한 인간 혈액고 취급을 받으며 피를 뽑히던 나는 최고 재벌인 남편이 적선하듯 내어준 셋방에서 쓸쓸히 병들어 죽었다. 내가 숨을 거둔 지 사흘째 되던 날, 여섯 살배기 아들은 비로소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장난감을 만지다 손을 베여도 나는 보듬어주지 않았고 과자를 뜯어내 입에 억지로 넣어주어도 말리지 않았으니까. 내 품에 파고들어 옷자락을 쥐어 잡고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엄마를 불러대도 나는 묵묵부답이었다. 어쩔 줄 몰라 안절부절못하던 아이는 마침내 내 휴대폰을 찾아내어 최고 재벌인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빠, 엄마가 왜 안 일어나고 계속 자요.” 남자는 첫사랑과 함께 성대한 연말 파티를 즐기는 사진 한 장을 툭 던지듯 보내며 매몰차게 대꾸했다. “그냥 잠든 거 가지고 왜 이래? 설마 죽기라도 했대? 오늘 섣달그믐이라 바쁘니까 끊어. 네 그 구제 불능인 엄마한테 전해. 언제든 제 잘못을 인정하고 무릎 꿇을 마음이 생기면 그때 날 찾아오라고.” 뚝 끊겨버린 전화 앞에서 아들은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그러다 쓰레기통을 뒤져 집안에 마지막으로 남은 과자 한 조각을 찾아내더니, 반으로 쪼개어 내 싸늘한 입술에 조심스레 갖다 대었다. “엄마, 우리도 밥 먹어요.”
더 보기“서지윤 씨, 아동 학대와 살인 혐의로 임의동행을 요청합니다. 서에 가서 조사받으시죠.”서지윤은 멍하니 굳어버리더니 이내 눈시울을 붉혔다.“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거예요? 전 그냥 방에서 딸아이랑 연극 연습을 하고 있었을 뿐이라고요. 방금 그건 다 대사였는데, 잘못 들으신 거 아니에요?”이어 그녀는 당황한 기색으로 한성균을 바라보며 애처롭게 울먹였다.“성균 씨, 빨리 대신 설명 좀 해줘. 알잖아, 나 닭 한 마리 제대로 못 잡는 거. 그런 내가 어떻게 살인을 저질러? 분명 착오가 있는 거야.”가련한 척 내숭을 떠는 그 꼴을 보며 한성균은 치밀어 오르는 구역질을 참을 수가 없었다.이 여자의 연기력이 이토록 소름 끼칠 줄은 미처 몰랐다.서지윤은 정설아와 전혀 달랐다. 아니, 발끝의 반도 못 미치는 존재였다.나를 떠올리자 한성균의 눈에는 증오가 한층 더 짙어졌다.“서지윤, 네가 감히 날 속여?”그는 그대로 손을 뻗어 서지윤의 목을 사납게 짓눌렀다. 뼛속까지 시릴 만큼 서늘한 목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서지윤은 새빨갛게 달아올라 터질 듯한 얼굴로 버둥거리며 그의 손등을 퍽퍽 내리쳤다.“놔... 놓으라고...”보다 못한 주변 사람들이 뒤늦게 달려들어 서지윤을 간신히 떼어놓았다.직후 서지윤은 체포되었고 하율은 다친 곳을 검사하기 위해 급히 병원으로 보내졌다.취조실에서 서지윤은 악을 쓰며 끝까지 혐의를 부인했다.그러나 낱낱이 갖춰진 증거와 증인 앞에 빠져나갈 구멍 따윈 없었고 죗값은 순식간에 확정되었다.법정에 서기 전까지, 그녀는 한성균에게 수도 없이 매달리며 애원했다.예전의 정을 앞세워 한성균에게 살려달라 매달려 보았지만, 한성균이 그녀를 용서할 리 만무했다.그는 손을 내밀기는커녕 가용한 모든 인맥과 권력을 동원해 서지윤의 추잡한 과거를 낱낱이 들춰내 세간에 까발렸다.그녀를 사회적으로 완전히 매장해 버린 것이다.휘하의 특급 변호인단 역시 서지윤에게 사형을 선고받게 하려 악착같이 달려들었다.더는 살아날 가망이 없다는 걸 깨달은 서지윤
“난 의사에게 분명 400cc만 뽑으라고 말했는데 2000이라니, 그게 말이 됩니까?”한성균이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믿기지 않는다는 듯 되물었다.“거짓말이죠? 당신들 분명 거짓말하고 있어!”그러더니 비틀린 헛웃음을 흘리며 혼잣말을 내뱉었다.“아, 알겠다. 당신 진짜 경찰 아니지? 설아가 꾸며낸 연극에 동원된 가짜지? 그 여자가 이런 연기나 하라고 돈을 얼마나 쥐여줬는데? 말해, 얼마를 받았어? 도대체 얼마를 처받았냐고!”진 팀장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입을 열었다.“믿기 어렵겠지만 엄연한 사실입니다. 한성균 씨, 서까지 동행해 주셔야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는 품에서 수갑을 꺼내 한성균을 체포하려 했다.하지만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성균은 격렬하게 몸부림치며 반항했다.바로 그때, 무언가 떠오른 듯 집사의 안색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려버렸다.“설마...”한성균이 뚝 멈춰 섰다. 그의 눈에는 당장이라도 붉은 피가 뚝뚝 떨어질 것만 같았다.“아저씨, 뭐 알고 있는 거죠?”진 팀장 역시 곧바로 집사 쪽으로 시선을 돌려 날카롭게 추궁했다.“알고 계신 것을 말씀하십시오.”집사는 입술을 깨물며 머뭇머뭇 입을 열었다.“채혈하던 날, 서지윤 씨가 몰래 의사를 찾아갔습니다. 마침 제가 지나가다 들었는데 채혈이 어쩌고저쩌고하는 말을 나누더군요. 서지윤 씨가 한 대표님의 뜻이라면서 일이 끝나면 의사에게 10억을 주겠다는 식의 말도 덧붙였습니다.”“저는 그저 사모님께 억지로 헌혈을 시키는 일인 줄로만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서, 지, 윤!”한성균은 이를 바득바득 갈며 그 이름을 씹어 뱉었다. 지옥에서 기어 나온 악귀처럼 그의 눈빛이 잔혹하게 번뜩였다.그는 진 팀장을 거칠게 밀쳐내고는 곧장 서지윤의 방을 향해 돌진했다.복도를 지나치던 찰나, 아들의 방 문고리가 작게 덜컹대는 것이 그의 시야에 걸렸다.나와 아들이 남은 힘을 모조리 쥐어짜 가까스로 일으켜 낸 기적이었다.한성균은 귀신에 홀린 듯 그 기척에 이끌려 방문 앞으로 다가섰다.때마
아들은 겁에 질려 내 품으로 파고들며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엄마, 저 아줌마가 정말 하율이 진짜 엄마예요?”의문에 가득 찬 아들의 눈빛을 보며 나는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하지만 이내 서지윤이 벌인 다음 행동을 마주하고는, 나는 경악을 금치 못한 채 굳어버렸다.하율이 겁에 질려 입도 벙긋 못 하자, 속이 뒤틀릴 대로 뒤틀린 서지윤은 곧장 손을 뻗어 아이의 허벅지 안쪽을 무자비하게 꼬집어 비틀었다.그녀는 살을 비틀어 대며 악다구니를 썼다.“빌어먹을 년, 쓸모라곤 하나도 없는 년. 정설아와 그 천것을 쫓아낸 지가 언젠데, 아직도 한성균 그 등신 같은 놈 하나 온전히 구워삶지 못해? 넌 남자 꼬시는 게 특기 아니었어? 왜 이럴 땐 아무짝에 쓸모가 없어!”“네가 한성균을 쥐락펴락해서 그 천한 새끼를 진작 잊게 만들었으면, 내가 지금 이렇게 쫓기듯 무서워할 일도 없었잖아. 다 너 때문이야, 몽땅 네 탓이라고!”서지윤은 말을 내뱉을 때마다 하율의 살을 모질게 꼬집었다.마치 제 안에 쌓인 온갖 분노를 아이에게 화풀이하려는 셈이었다.하율은 이미 이런 폭력에 익숙해진 듯 어떤 반항도 하지 못했다.그저 마비된 인형처럼 고개를 떨군 채 숨죽여 눈물만 삼킬 뿐이었다.그 참혹한 광경을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었던 아들이 조심스레 내게 속삭였다.“엄마, 쟤 좀 도와주면 안 돼요?”내가 아이에게 되물었다.“조금 전에 쟤가 너한테 거지라고 손가락질했는데 밉지도 않아?”아들은 고개를 가로저었다.“밉지 않아요. 그때 쟤 눈을 봤는데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진짜로 신기해서 물어본 거였어요. 난 그저 그 사람한테 화가 났을 뿐이에요. 내 편을 들어 변명 한마디 안 해줬으니까요.”가슴 한구석이 뭉클해져 나는 아들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달래주었다.“그래, 그럼 우리 한번 해보자.”말을 마치자마자 나는 아들을 데리고 한성균의 서재로 향했다.서재 안에서는 진 팀장이 동료 형사와 함께 한성균을 상대로 나에 대한 취조를 이어가고 있었다.“한성균 씨, 저
“그리고 사모님의 시신과 관련해서도 대표님께 몇 가지 여쭙고 싶은 게 있다고 합니다.”한성균은 시선을 떨구고 품 안에서 곤히 잠든 듯 미동조차 없는 아들을 바라보았다. 가슴에 거대한 구멍이 뻥 뚫린 듯 뼈가 시리도록 찬 바람이 몰아치는 기분이었다.그러나 이성은 아들의 사인을 숨기는 것만이 유일한 살길이라고 속삭이고 있었다.서지윤 역시 안달이 난 얼굴로 다급하게 거들었다.“성균 씨, 집사님 말이 맞아. 네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는 건 나도 알아.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잖아. 당장 솔찬이부터 숨겨야 해.”한성균은 넋이 나간 눈으로 서지윤을 응시하며 쉰 목소리를 짜내었다.“지윤아, 내가 솔찬이를 이렇게 만들고 이제 와서 숨기기까지 한다면... 나중에 아이가 날 어떻게 용서하겠어.”그 말을 듣는 서지윤의 눈에 순간 귀찮다는 기색이 번뜩였지만, 그녀는 이내 재빨리 다정한 척 표정을 수습했다.“어떻게 널 탓하겠어? 우리 솔찬이가 얼마나 속 깊은 아이인데. 네 힘든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 테니 절대로 널 미워하지 않을 거야. 성균 씨, 그러니까 안심해.”곁에 있던 아들이 입을 삐죽이며 혐오스러운 눈빛을 흘렸다.“용서는 무슨, 난 절대 용서 안 해!”하지만 한성균은 그 말에서 지푸라기라도 잡은 듯 위안을 얻고 있었다.“네 말이 맞아. 솔찬이는 절대 날 원망하지 않을 거야.”한성균이 고개를 끄덕이자, 집사는 재빠르게 아들의 차가운 시신을 본래 쓰던 침실로 옮겨두었다.그러고는 곧장 한성균의 옷매무새를 가다듬어 준 뒤, 손님을 맞이하러 나섰다.별장 대문 앞에서 어른거리는 어수선한 인영들을 본 서지윤은 밀려드는 불안감을 억지로 삼키며 딸의 손을 끌고 계단을 올랐다.하지만 자신의 침실이 아닌 아들의 방으로 딸을 이끌었다.영문도 모른 채 식은땀만 흘리는 엄마를 바라보던 하율이 조그마한 소리로 물었다.“엄마, 왜 그래요? 그 오빠는 어디 갔어요? 자고 있는 거예요?”대체 어떤 말이 그녀의 역린을 건드렸는지 알 수 없었지만, 서지윤은 딸의 품에 안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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