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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Author: 틈새우주
“말해, 휴대폰 어디다 숨겼어? 당장 안 내놔!”

나는 순간 이성을 잃고 미친 사람처럼 달려가 아들 앞을 가로막은 채, 대체 무슨 자격으로 내 아이를 때리느냐고, 악을 쓰며 따져 물었다.

서지윤이 지껄이는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대도 다 믿겠다는 건가?

하지만 그 누구도 나의 분노를 보지 못했다.

아들은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눈시울에서 눈물이 구슬처럼 뚝뚝 떨어져 내렸다.

“나 아줌마 휴대폰 안 훔쳤어요. 엄마도 나한테 나쁜 거 가르친 적 없고요. 저 나쁜 여자가 일부러 그러는 거라고요! 저 아줌마는 아빠가 생각하는 것처럼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 계속 나랑 엄마를 괴롭혔단 말이에요! 아빠가 속고 있는 거라고요!”

아들의 눈물 섞인 호소에도 남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도리어 그 절규가 남자의 화를 더욱 돋울 뿐이었다.

한성균은 들고 있던 깃털 펜을 던져 버리고는 다짜고짜 아들을 바닥에 짓누르며 강제로 옷을 벗겨대기 시작했다.

“말해, 휴대폰 어디다 숨겼어?”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옷가지가 하나둘씩 수치스럽게 벗겨져 나갔고 아들의 자존심 역시 그 옷가지들과 함께 한성균의 발밑에 처참히 짓밟혔다.

아이는 무력한 어린 짐승처럼 필사적으로 발버둥 쳤다.

“아니에요, 나 정말 안 훔쳤단 말이에요!”

하지만 한성균은 멈추기는커녕 더욱 거칠게 손을 놀렸다. 마구잡이로 꼬집힌 아들의 작은 몸에는 시퍼런 멍이 얼룩덜룩 번져갔다.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우는 아들을 보자 내 심장도 갈기갈기 찢겨 나가 미쳐 버릴 것 같았다.

어떻게든 한성균을 떼어 놓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나는 그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쓸모없는 영혼일 뿐이었으니까.

서지윤은 여유롭게 이 광경을 감상하고 있었고 눈빛에 어린 조소는 손에 잡힐 듯 짙었다.

마지막 옷가지마저 벗겨지자 아들은 더 이상 발버둥 치지 않았다. 그저 한성균을 바라보는 눈빛에 어느새 증오가 서려 있을 뿐이었다.

물건을 찾지 못하자 한성균은 잠시 멈칫했다.

하지만 이내 자신을 향한 아들의 적대적인 시선을 발견하고는 이성의 끈을 완전히 놓아버렸다.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벌거벗은 아들을 질질 끌고 가 눈밭에 내동댕이쳤다.

“끝까지 고집 피울 거면, 눈밭에 무릎 꿇고 앉아서 정신 똑바로 차려!”

아들이 몸을 일으키려 하자 한성균이 다시 차갑게 쏘아붙였다.

“내 직성 풀릴 때까지 그러고 앉아 있어. 그래야 이 깃털 펜 줄 테니까.”

뼛속을 파고드는 한기가 순식간에 내 온몸을 훑고 지나갔다.

솔찬이가 엄마인 나를 위해 기꺼이 그 말에 따를 거라는 걸 알았지만, 나는 정말이지 아이가 나 때문에 이런 모욕까지 견디는 걸 원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아들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 조그만 아이가 섣달그믐 밤의 뼛속까지 시린 눈밭에 덩그러니 무릎을 꿇은 것이다.

매서운 눈보라가 작은 몸을 조금씩 뒤덮어 가는데도, 녀석은 끝내 꼼짝하지 않았다.

한편, 서지윤은 딸을 안고 따뜻한 실내에 앉아 가식적인 표정으로 물었다.

“성균 씨, 솔찬이 아직 어린애인데... 이러는 건 너무 잔인한 거 아니야?”

한성균은 분노와 실망이 뒤섞인 눈으로 창밖을 주시하며 차갑게 내뱉었다.

“잔인할 게 뭐 있어? 먼저 잘못을 저지른 건 저 녀석이야. 이만한 시련조차 견뎌내지 못하면, 나중에 한씨 가문 후계자 노릇은 어떻게 하겠어.”

그 말에 서지윤의 입가에 맴돌던 웃음기가 싹 가시며 숨기지 못한 질투심이 눈동자 속에서 살벌하게 번뜩였다.

이 꼴을 보고도 한성균이 그 버러지 같은 놈을 후계자로 염두에 두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던 탓이다.

그러나 찰나의 순간, 찢긴 채 바닥에 널브러진 옷가지들에 시선이 닿자 그녀의 마음은 다시금 느긋해졌다.

‘염두에 두면 또 어쩔 텐가? 어차피 내 손바닥 안인 것을.’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서지윤은 한결 짙어진 미소를 띠며 다정하고 부드러운 말투로 능숙하게 한성균의 관심을 돌렸다.

창문 안쪽은 훈훈한 기운이 감돌았지만, 창밖은 하늘을 집어삼킬 듯 거센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었다.

끝내 추위를 견디지 못한 아들은 새하얀 눈밭 위로 쓰러지고 말았다.

아스라이 의식이 흐려지는 와중에도 아이는 쉴 새 없이 읊조렸다.

“조금만 더 견디면 돼. 아빠 화가 가라앉으면 엄마를 깨울 수 있을 거야.”

그로부터 두 시간 뒤, 서재에서 업무를 보던 한성균은 그제야 아들 생각이 나 집사를 호출했다.

“시간이 꽤 흐른 것 같은데. 솔찬이 녀석 잘못을 뉘우치던가요?”

집사는 사색이 된 얼굴로 더듬거리며 보고했다.

“대표님, 벌써 두 시간이나 지났습니다. 도련님께서는 이미 눈밭에 정신을 잃고 쓰러지셨습니다...”

“뭐라고?”

한성균의 안색이 차갑게 굳어지며 손에 쥐고 있던 만년필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바로 그때, 책상 위의 휴대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한성균 씨 맞으십니까? 신고를 받고 출동했는데 한성균 씨 명의의 임대 주택에서 시신 한 구가 발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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