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이라는 감정은 최대한 넣었지만 소리는 낮추어서 혜진이 다급하게 말했다. "미쳤어요?! 그거 당장 내놔요!" 혜진이 비명을 삼키며 태하의 팔을 붙잡으려 안간힘을 썼다. 남자 앞에서 알몸이 드러나 있었지만,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조차 없었다. 공무원 인생이 낭떠러지 끝에 매달려 있었다. 하지만 태하는 가볍게 몸을 돌리며 혜진의 손을 여유롭게 피해냈다. 훤칠한 키와 압도적인 피지컬 탓에, 손을 뻗어 까치발을 들어도 남자의 손목 끝조차 닿지 않았다. [누, 누구시죠?] 수화기 너머로 당황한 마태석 팀장의 낮은 음성이 흘러나왔다. 관제센터 특유의 기계음 섞인 배경 소음과 함께, 의구심이 가득 찬 목소리가 혜진에게 들려왔다. [서혜진 주무관 폰 아닙니까? 지금 전화받으시는 분은 누구시죠?] 혜진의 심장이 바닥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안색이 새하얗게 질린 그녀는 거의 울 듯한 표정으로 태하의 단단한 가슴팍을 움켜쥐었다. "제발요…… 부탁이에요, 태하 씨. 제발……." 처음으로 나온 애절한 호소였다. 혜진이 두 손을 모아 비는 시늉을 했다. 규정과 원칙으로 무장했던 단정한 공무원의 가면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마치 맹수의 앞발에 걸린 토끼가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모양새였다. 태하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헝클어진 머리칼, 붉게 달아오른 눈가, 그리고 뜯겨 나간 옷 사이로 가쁘게 오르내리는 하얀 쇄골. 자신에게 매달려 필사적으로 고개를 젓는 혜진을 내려다보는 태하의 눈동자에 짙은 희열이 스쳤다. 이 완벽한 정복감. 자신을 통제하러 온 여자를 손바닥 위에 올려두고 굴리는 맛은 상상 이상이었다. 태하는 만족감에 미소지으며 수화기를 입가에 가져갔다. "아, 서혜진 씨 핸드폰 맞습니다." 혜진의 숨이 그대로 멎었다. "저는 강태하입니다. 서혜진 씨는 화장실에 잠깐 갔습니다. 단말기 점검 끝나고 손 씻으러 들어갔는데, 전화가 계속 울리길래 제가 대신 받았습니다." 태하의
Last Updated : 2026-09-1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