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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Author: ddingjak30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16 15:36:57

혜진의 다급한 외침에도 태하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도리어 젖은 머리칼을 거칠게 뒤로 쓸어 넘기며 비스듬히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가릴 생각 따위는 애초에 없다는 듯, 남자의 오만한 시선이 당황과 수치심으로 붉게 물든 혜진의 얼굴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내 집, 내 침실에서 내 마음대로 벗고 있겠다는데.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이것도 규정위반인가요?"

태하가 거침없이 한 걸음 다가왔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샤워 후의 뜨거운 열기와 서늘한 민트향이 파도처럼 밀려와 혜진의 코끝에 닿았다. 

사납게 갈라진 가슴 근육과 단단한 어깨, 그리고 군더더기 없이 조각된 복근을 타고 흐르는 물방울들이 어두운 조명 아래 번들거렸다.

남자의 거대한 육체가 뿜어내는 날것의 위압감에 숨이 턱 막혀 왔다.

혜진은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황급히 바닥으로 내리깔았지만, 그것마저 끔찍한 실수였다.

시선을 내리자마자 남자의 탄탄한 하복부와 그 아래로 이어지는 노골적인 나신이 시야 구석에 생생하게 박혀 들었다.

수치심에 귀 밑까지 피가 몰리는 기분이었다.

"물러서십시오. 당장 거리를 유지하지 않으면…… 공무집행방해로 경찰을 부르겠습니다."

"공무집행방해? 뭐...... 그러시든가."

태하의 목소리에는 일말의 동요도, 망설임도 없었다.

"한밤중에 비상 마스터키로 남의 사적 공간에 무단 침입한 공무원. 그리고 자기 집 욕실에서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뿐인 나. 과연 경찰이 오면 누구를 더 이상하게 볼까?"

"공무 집행입니다! 단말기 신체 분리 경보가 떴고, 규정에 따라 현장 확인을 하러 온 겁니다!"

혜진은 갈라지는 목소리를 겨우 쥐어짜 내며 버텼다.

그러나 발걸음을 뒤로 물릴수록 거리는 좁혀졌고, 마침내 등 뒤로 차갑고 단단한 벽이 닿았다.

더는 물러설 곳이 없었다.

도망치기 위해 옆으로 몸을 비틀려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태하의 커다란 손이 혜진의 뺨을 스치며 벽면을 짚었다.

남자의 거대한 그림자가 혜진의 시야 전체를 단숨에 집어삼켰다.

퇴로가 완벽하게 차단되었다.

남자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살 냄새가 혜진의 코를 뚫고 들어가 폐부 깊숙이 스며들었다.

물방울이 맺힌 태하의 맨 가슴이 혜진의 이마에 닿을 듯 아슬아슬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남자의 체향과 열기가 뒤엉켜 머릿속을 하얗게 마비시켰다.

"그래, 확인하러 왔다면서. 왜 안 봅니까?"

귓가에 닿을 듯 낮게 깔린 태하의 목소리가 소름 끼치도록 은밀하게 파고들었다.

그가 오른쪽 다리를 들어 혜진의 허벅지 옆 벽면에 비스듬히 걸쳤다.

허벅지의 단단한 힘줄이 팽팽하게 곤두서며, 그의 발목에 감긴 검은색 단말기가 혜진의 눈앞에 적나라하게 들이밀어졌다.

동시에 남자의 은밀하고 거대한 나신이 아무런 장벽 없이 혜진의 시선 바로 옆에 아슬아슬하게 자리 잡았다.

"기계가 정상인지, 어디가 이상이 있는지 손으로 직접 만져봐야 알 거 아닙니까."

"……하, 하지 마세요."

"아까 낮에는 잘만 만지더니. 지금은 왜 이렇게 떨지?"

태하가 비식 웃으며 상체를 더 깊숙이 숙여왔다.

남자의 젖은 머리칼 끝에서 떨어진 물방울 하나가 혜진의 가느다란 목덜미를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서늘하면서도 뜨거운 감각에 혜진의 어깨가 파르르 떨렸다.

"자세히 봐요, 공무원 나리. 똑바로 보고 내일 보고서에 써야지. 보고서 쓰는거 좋아하는 것 같던데, 큭."

태하의 커다란 손이 혜진의 턱 끝을 부드럽게, 그러나 벗어날 수 없도록 억세게 틀어쥐었다.

강제로 치켜올려진 혜진의 시선이 남자의 어둡고 위험한 눈동자와 정면으로 부딪쳤다.

남자의 거친 숨결이 혜진의 입술 위로 여과 없이 쏟아졌다.

"내가 당신을 홀리려고 일부러 벗고 유혹했다고. 그렇게 적을 겁니까?"

태하의 엄지손가락이 혜진의 바짝 마른 아랫입술을 천천히 문질렀다.

짓눌린 입술 사이로 남자의 짙은 살결 냄새가 훅 밀려들었다.

전신에 찌릿한 전율이 돋아나며 심장이 터질 듯 요동쳤다.

남자의 체향에 이성의 사고를 마비시키는 성분이라도 들었는지, 혜진은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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