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 모임이 끝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주변 사람들은 하나둘 이수연의 변화를 알아차리기 시작했다.가장 먼저 달라진 건 SNS였다.이수연은 고윤재와 함께 찍은 사진부터 그동안 올렸던 게시물까지, 고윤재와 관련된 흔적을 하나도 남김없이 지웠다.고윤재가 늦게 귀가하는 날이면 늘 불을 켜 둔 채 기다리던 습관도 며칠 만에 사라졌다.그러더니 얼마 뒤에는 그토록 오랫동안 매달려 왔던 시험관 시술마저 중단했다.이수연이 아이를 갖기 위해 얼마나 애써 왔는지는 주변 사람들도 모두 알고 있었다.5년 전, 이수연은 고윤재와 함께 교통사고를 당했다.차량이 충돌하는 순간, 이수연은 본능적으로 고윤재를 감싸안고 모든 충격을 받아 냈다.덕분에 고윤재는 거의 다치지 않았지만, 이수연은 크게 다쳐 사흘 밤낮을 의식 없이 병원에 누워 있어야 했다.겨우 의식을 되찾은 뒤에는 앞으로 임신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의사의 소견을 받아들여야 했다.그럼에도 이수연은 대를 이어야 한다는 고씨 가문 어르신들의 바람을 외면하지 못했다.고씨 가문에 아이를 안겨 주겠다는 마음 하나로 매달 병원을 찾았고, 두꺼운 주삿바늘을 견디며 하루하루 아이가 생기기만을 바랐다.그렇게까지 간절했던 아이였지만 이제는 그것마저 미련 없이 놓아 버렸다.시험관 시술을 중단한 뒤로는 고씨 가문의 크고 작은 일에서도 하나둘 손을 뗐다.본가를 찾아 집안 어른들의 안부를 챙기는 일도 그만뒀고, 고윤재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에도 더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마치 고씨 가문 사모님이라는 자리를 스스로 내려놓기라도 한 사람처럼 일에만 몰두했다.매일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가 밤늦게야 돌아오는 날이 이어졌다.그런 변화가 하나둘 쌓이고 나서야 고윤재도 마침내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렸다.그날도 하던 일을 모두 마친 고윤재는 이수연의 작업실을 찾아갔다.말끔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고윤재에게서는 성공한 사업가 특유의 여유와 사람을 압도하는 분위기가 묻어났다.“수연아...”문 앞에 선 고윤재가 다정하게 이수연을 불렀다.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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