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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Author: 꼬마어
김소아는 가정부의 부축을 받으면서 지하실 밖으로 나갔다.

순식간에 지하실에는 서준우와 임지연, 그리고 조금 전에 끌려온 남자만 남았다.

임지연은 겁에 질린 눈으로 한때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를 바라봤다.

마치 괴물이라도 보는 듯했다.

“준우 씨, 미쳤어?”

목소리가 갈라졌다.

“당신 완전히 미쳤어! 이러고도 벌을 받는 게 안 무서워?”

오랫동안 물도 제대로 마시지 못한 듯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서준우는 임지연을 한 번 바라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다가갔다.

턱을 거칠게 붙잡고 겁에 질린 얼굴을 내려다보면서 짧게 웃었다.

“벌?”

서준우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내가 뭘 무서워해야 하는데?”

“당신들이 그런 짓을 할 때는 벌받을 생각도 안 했잖아. 이제 와서 나한테 그런 말을 해?”

임지연의 눈에 당황한 기색이 스쳤다.

그런 짓?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혹시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게 아닐까?

그 생각이 들자 마지막 기회라도 붙잡듯 억지로 눈물을 짜냈다.

“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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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시에서도 손꼽히던 서씨 가문은 순식간에 무너졌다.XS그룹의 대표 서준우는 납치와 불법 감금 등 여러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수사 과정에서 5년 전 있었던 성범죄 미수 사건까지 다시 드러났다.결국 서준우는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범행을 사주한 또 다른 관련자 역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범행이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본인 역시 크게 다쳐서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라는 점이 고려돼 형의 집행은 유예됐다.이후에는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됐다.서준우는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대신 한 가지 부탁을 했다.김소아를 마지막으로 한 번만 만나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김소아는 한참 고민한 끝에 면회를 가기로 했다.다만 혼자 가지는 않았다.면회실.두꺼운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 앉았다.김소아는 수화기를 들었다.유리 너머로 들려오는 서준우의 목소리에 잠시 묘한 기분이 들었다.어쩌다 여기까지 온 걸까?“소아야.”체포된 뒤 재판이 끝날 때까지 몇 달이 흘렀다.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다.하지만 유리 너머로 서로를 바라보는 순간 마치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았다.김소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다음 말을 기다렸다.“그때...”서준우가 한참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내가 당신을 서씨 가문으로 데려오지 않았다면, 우리도 이런 지경까지 되지 않을 수도 있었을까?”김소아는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다.만약 그때 서준우가 자신을 서씨 가문으로 데려가지 않았다면, 그 뒤의 수많은 일도 없었을 것이다.서준우가 조금만 더 확실하게 행동했더라도 모든 게 달라졌을지도 몰랐다.끝까지 김소아를 선택했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임지연과의 결혼을 선택했거나.김소아가 애초에 서준우를 구하지 않았더라면 또 달랐을 것이다.하지만 세상에는 그런 ‘만약’이 없었다.서준우는 XS그룹의 유일한 후계자였다.기억을 되찾은 이상 평생 김소아와 낡은 단칸방에서 살 수는 없는 사람이었다.서씨 가문으로 돌아간 뒤, 부모의 뜻을 완전히 무시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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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준우.”김소아의 목소리에는 아무런 감정도 실려 있지 않았다.“정말 몰라?”서준우의 몸이 그대로 굳어졌다.그때 지하실 쪽에서 임지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서준우!”울부짖는 소리가 선명하게 이어졌다.“김소아 대신 복수해 주겠다고? 제일 잘못한 사람은 당신이잖아!”서준우의 얼굴에서 핏기가 서서히 사라졌다.못 들은 척하고 싶었다.그대로 자리를 피하려던 순간 김소아의 손이 그의 뺨에 닿았다.서준우의 움직임이 멈췄다.작은 창으로 희미한 빛이 들어왔지만 지하실 입구는 여전히 어두웠다.김소아는 곧 손을 거뒀다.자리에서 일어나 서준우를 지나쳐서 밖으로 향했다.그러면서도 말은 멈추지 않았다.“임지연 말이 맞아.”서준우는 듣고 싶지 않아도 들을 수밖에 없었다.“정말 내 복수를 해 주고 싶다면, 먼저 당신 자신부터 돌아봐.”김소아의 목소리는 차분했다.“나는 부모도 없고 배경도 없는 가난한 여자였어. 그 사람들은 아무 이유 없이 날 미워한 게 아니야.”잠시 걸음을 멈췄다.“당신들 같은 사람들 눈에는 애초에 나 같은 사람은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으니까.”김소아가 다시 서준우를 바라봤다.“그런 곳으로 나를 데려간 사람은 바로 당신이야.”“나를 여자친구로 곁에 두면서, 다른 여자와 애매한 관계를 이어 간 것도 당신이고.”목소리가 한층 또렷해졌다.“사람들이 날 무시하고 괴롭히는 동안 모른 척한 것도 당신이야.”김소아는 마지막으로 말했다.“서준우, 이 모든 일의 시작은 당신이었어.”서준우는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자신은 김소아를 사랑했다고.하지만 입을 여는 순간 지난 일들이 하나씩 떠올랐다.5년 전의 자신.김소아가 자신을 미행했다며 짜증 내던 모습.임지연을 일부러 다치게 했다며 김소아를 몰아붙이던 모습.사고가 났을 때 망설임도 없이 다른 사람부터 감싸던 모습.무대 위에서는 임지연과 함께 피아노를 치고 있었다.그 아래에서 김소아의 손목이 부러질 만큼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데도, 제대로 신경도 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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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소아는 그날 이후 한동안 서준우를 다시 볼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불과 이틀 뒤.집 근처에서 서준우를 발견했다.김소아는 치미는 짜증을 억누르며 핸드폰으로 짧게 메시지를 보냈다.그런 뒤에야 서준우 쪽으로 다가갔다.그래도 일정한 거리는 유지했다.“여기 왜 왔어?”서준우는 그런 반응에도 별다른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피곤해 보였다.눈은 잔뜩 충혈되어 있었고 얼굴에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그런데도 김소아를 바라보는 눈빛만큼은 밝았다.“소아야...”김소아가 바로 말을 끊었다.“서 대표님.”목소리는 차분했다.“앞으로는 김소아 씨라고 불러 주세요.”잠시 서준우를 바라봤다.“우리 사이가 그렇게 이름을 부를 만큼 가깝지는 않잖아요.”서준우의 표정이 굳어졌다.한참 뒤 억지로 웃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소아야.”결국 다시 같은 이름을 불렀다.“네가 인정하지 않아도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까지 없던 일로 만들 수는 없어.”목소리가 조금 더 낮아졌다.“아직 나를 원망하는 것도 알아.”서준우는 서둘러 말을 이었다.“그래도 내가 정말 잘못했다는 건 보여 줄게.”김소아는 별다른 반응 없이 그를 바라봤다.“그때 널 괴롭힌 사람들.”서준우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전부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잠시 멈췄다가 한 마디를 덧붙였다.“임지연도 마찬가지야.”서준우는 김소아를 바라보면서 계속 말을 이었다.“네가 원하는 대로 해도 돼.”서준우가 가까이 다가오려고 하자, 김소아가 자연스럽게 거리를 벌렸다.“할 말이 있으면 거기서 해.”목소리에는 피곤함이 묻어 있었다.“당신들끼리 벌이는 그런 유치한 일에 나까지 끌어들이지 마.”김소아는 잠시 서준우를 바라보다 말을 이었다.“정말 예전 일 때문에 미안하다면 그냥...”“난 포기 안 해.”서준우가 급하게 말을 끊었다.김소아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짐작한 듯했다.“소아야, 난 아직도 널 사랑해.”목소리가 조급해졌다.“난 정말 너 없이는 안 돼.”이어 쉴 새 없이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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