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정무는 태연한 낯으로 말했다."두렵다.""여섯 해를 기다려 얻은 여인이니, 나를 버릴까 두려울 수밖에."사람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눈물을 흘리자 배정무는 엄지손가락으로 내 눈가를 닦아 주었다."오늘은 울지 마라.""너는 신부이기만 하면 된다."친정에 인사드리는 날, 배정무는 날이 밝기도 전에 일어났다.내가 단장을 마칠 무렵 왕부 앞마당에는 친정에 보낼 예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북방의 여우 갖옷과 옥기, 궁에서 내린 약재와 비단까지. 십여 대의 마차를 채울 만큼이었다.나는 머리가 지끈거렸다."너무 많은 것 아닙니까?"배정무가 진지하게 말했다."예를 잃을 수는 없다."아버지는 끝없이 늘어선 마차를 보자 낯빛을 굳히셨다."진북왕부가 구씨 가문의 곳간을 채우려는 것이냐?"배정무가 곧장 답했다."장인어른께서 원치 않으시면, 다음에는 조금만 가져오겠습니다."아버지가 코웃음을 치자 어머니가 옆에서 웃음을 터뜨렸다.점심을 먹은 뒤 나는 어머니와 후원을 거닐다, 안채로 드는 문 앞 담장 밖에 선 임지헌을 보았다.사흘 사이 임지헌은 몹시 수척해져 있었다. 단정하던 옷깃에는 주름이 졌고, 턱에는 푸른 수염이 돋아 있었다."하온아."나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임지헌이 따라오려 하자 구씨 가문 호위병들이 막아섰다."하온아, 몇 마디만 하겠다."어머니가 나를 바라보자 나는 어머니의 손을 가볍게 두드렸다."먼저 들어가십시오."어머니는 잠시 말이 없으시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셨다.임지헌은 호위병 둘 너머로 나를 바라보았다."서민주는 이미 도성 밖으로 보냈다.""어머니도 더는 그 아이를 곁에 두지 않으실 것이다.""임씨 가문에 남겨 둔 물건도 모두 돌려보냈다.""하온아, 내가 정말 잘못했다."임지헌의 목소리가 낮아졌다."허니 한 번만 더 기회를 줄 수 있겠느냐?"나는 임지헌을 바라보았다.나는 이 사람을 여섯 해나 마음에 두며, 혼례복을 입은 그가 꽃가마 앞에서 내 손을 잡아 임씨 가문으로 데려가는 날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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