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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Author: 딱그만큼
다음 날 아침, 우지호가 손님방에서 나오다 화장실에서 나는 소리에 발걸음을 멈췄다. 문을 열어보니 서유리가 세면대를 붙잡고 구역질을 하고 있었다.

“왜 그래, 유리야?”

그는 선뜻 다가서며 물었다.

“어디 불편해?”

서유리는 창백한 얼굴로 그를 돌아보지도 않은 채 대꾸했다.

“아니, 그냥 좀 울렁거려서.”

우지호는 그녀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주었다. 한참 뒤 서유리가 진정되자 그는 복잡한 표정으로 입을 뗐다.

“유리야, 네가 은채 존재를 알고 있다는 걸 어제 어머니도 다 아시게 됐어. 그래서 말인데... 나보고 이제 더 이상 숨기지 말래.”

서유리는 고개를 들고 거울 속에 비친 남자를 쳐다보았다.

“어머니가 오늘 본가로 들어오래. 은채도 데리고 와서 가족끼리 밥 먹자고 하시더라.”

‘가족?’

서유리는 소리 없이 웃었다. 우지호에게 백은채란 이미 ‘가족’의 범주에 들어온 모양이었다.

그녀는 지난 생에 우씨 가문 본가에서 있었던 그 만찬을 떠올렸다. 만찬이 끝난 후, 그들은 교통사고를 당했고 백은채는 아이를 잃었다. 그 후 우지호는 죄책감이라는 명목으로 백은채를 극진히 보살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그건 죄책감이 아니라 이 남자가 백은채에게 진심으로 마음을 품고 있었다는 증거일 뿐이었다.

“힘들면 쉬고 있어. 이따가 기사 부를게.”

말을 마친 우지호는 화장실을 나섰다.

서유리는 끝내 우씨 가문 본가로 향했다.

우씨 가문 본가.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시어머니 진세희가 백은채를 달래며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때 눈치 빠른 가정부 장미선이 서유리를 발견하고는 조용히 귓속말을 건넸다.

“회장님, 사모님, 유리 씨 오셨습니다.”

거실에 흐르던 화기애애한 웃음소리가 뚝 끊겼다.

진세희는 서유리를 힐끗 쳐다보더니 금세 웃음기를 거두고 건조하게 내뱉었다.

“왔으면 앉아. 곧 밥 먹을 거니까.”

서유리는 가장 멀리 떨어진 자리에 앉았다. 식탁 위 홍어회 냄새가 코를 찌르자 그녀는 입을 틀어막고 헛구역질을 했다.

“왜? 우리 집안 음식이 입에 안 맞니?”

진세희의 말투에는 가시가 돋쳐 있었다.

“참 유난이야. 우리 은채는 이것저것 잘도 먹던데. 딱 봐도 집안일 잘하고 아이를 술술 낳을 상이야.”

진세희는 말하면서 백은채의 앞접시에 반찬을 듬뿍 얹어주었다.

“은채야, 너야말로 우리 가문의 일등 공신이란다. 나중에 이 아기가 태어나거든 내가 직접 키울 거야.”

백은채는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이고는 가녀린 눈길로 우지호를 올려다보았다.

“고마워요, 어머님.”

쾅!

그 순간, 우지호가 젓가락을 식탁에 거칠게 내리치고 음침한 표정으로 돌변했다.

“어머니! 제가 누누이 말씀드렸잖아요. 이번 생에 제 아내는 오직 서유리 한 명뿐이라니까요!”

백은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서유리는 시선을 내리깐 채 쓴웃음을 지었다.

결혼할 때도 똑같이 말하더니 지금은 곁에 새로운 여자가 생겨버린 저 인간.

전생을 포함해도 겨우 7년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식사 자리는 누구 하나 제대로 음식을 넘기지 못한 채 엉망이 되었다.

떠나려고 집 밖을 나서자 우지호가 서유리의 뒤를 바짝 따라와 낮은 목소리로 달랬다.

“유리야, 우리 어머니 원래 그런 분이신 거 알잖아.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

서유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차에 다가가 습관처럼 뒷좌석 문을 열려는데 안쪽에서 대뜸 문이 열렸다.

곧이어 백은채가 안에 앉아 순진한 미소를 지었다.

“유리야, 내가 차멀미가 좀 있어서 오빠가 옆에 앉으라고 했어.”

우지호의 표정이 어색하게 굳었다.

“유리야, 은채 임산부니까 뒤에 타는 게 더 안전할 거야.”

서유리의 손이 허공에 멈췄다. 하지만 곧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손을 거두고는 조수석 문을 열고 몸을 실었다.

차 안에는 숨 막히는 정적이 흘렀다. 백미러 속에서 백은채가 갑자기 고개를 내밀어 그녀와 눈을 맞췄다.

“오빠, 차 안이 좀 답답하네요.”

그녀는 일부러 목깃을 살짝 당기며 그 안의 붉은 키스 마크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다만 서유리는 무표정한 얼굴로 있다가 별안간 그녀의 목에 걸린 화이트 골드 아이리스 꽃잎 목걸이에 시선이 꽂혔다.

동공이 크게 흔들리는 순간이었다. 전생에 우씨 가문 본가에서 돌아오는 길에는 분명 아무것도 걸려 있지 않았는데 왜 이번 생엔 저 목걸이를 하고 있는 걸까?

사실 그 목걸이는 서유리의 열여덟 번째 생일날, 아빠가 직접 채워주신 목걸이였다. 그때 엄마는 웃으며 말했다.

“우리 공주님 다 컸네. 이제 어여쁜 숙녀가 된 기념으로 엄마, 아빠가 주는 선물이야. 늘 행복하게 살아가렴.”

그것은 부모님이 남긴 유일한 유품이자 이 세상에 남은 마지막 연결고리였다.

서유리는 갑자기 몸을 돌려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 목걸이가 왜... 은채한테 있어? 당장 이리 내!”

화들짝 놀란 백은채가 본능적으로 가슴을 감싸고 억울하다는 듯 우지호를 보며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이건 지호 오빠가 선물해준 거야.”

‘지호 오빠가 선물했다고?’

서유리는 눈앞의 남자가 한없이 낯설게 느껴졌다.

이 목걸이가 그녀에게 얼마나 소중한 물건인지 우지호는 너무 잘 안다.

전생에 둘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을 때조차 그는 목걸이에 손대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생에 그녀의 보석함에서 목걸이를 꺼내 백은채에게 직접 선물하다니!

서유리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녀는 안전벨트를 거칠게 풀고 조수석에서 뒷좌석으로 몸을 날리며 목걸이를 확 잡아챘다.

“내 거야!”

“악!”

백은채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곧이어 날카로운 타이어 마찰음이 울리며 차가 길가에 멈춰 섰다.

“그만해, 서유리! 고작 목걸이 하나로 왜 이러는 건데? 평생 너만 바라본다고 했잖아. 얼마나 오래 썼을지도 모를 목걸이를 은채가 좋다고 해서 준 거야. 은채도 싫은 내색 안 하는데 왜 네가 난리 피우고 있어?”

“배가... 배가 너무 아파요.”

백은채는 그의 품에 안겨 헐떡이며 울었다.

“지호 오빠, 배가...”

우지호는 안색이 돌변하며 서유리에게 차갑게 쏘아붙였다.

“넌 내려서 택시 타고 가!”

그때 서유리도 속이 다시 뒤틀리고 아랫배에서 날카로운 통증이 밀려왔다. 그녀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배를 움켜쥐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지호야, 나도 몸이 불편해...”

“제발 그만하라고!”

우지호는 신경질적으로 그녀의 말을 끊었다.

차 문이 매정하게 열리고 남자는 그녀를 밖으로 끌어냈다.

이어서 앞 좌석의 운전 기사에게 말했다.

“안 기사, 병원으로 출발해!”

“네, 대표님.”

안 기사는 재빨리 차를 돌려 병원 방향으로 질주했다.

검은색 벤틀리가 먼지를 일으키며 멀어져 갔다. 휘몰아치는 바람에 서유리의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길가에 홀로 선 그녀는 아랫배의 고통이 점점 더 심해지고 눈앞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택시를 잡으려 손을 들려 했지만 팔을 들어 올릴 힘조차 없었다.

결국 몸이 축 늘어지며 완전히 의식을 잃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병원의 짙은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의사의 목소리에는 책망이 담겨 있었다.

“깨어나셨네요? 빈혈에다 감정적으로 너무 흥분해서 기절한 겁니다. 그나저나 남편분은 어디 있어요? 임신 6주 차인데 혼자 돌아다니도록 내버려 두는 게 말이 됩니까? 정말 무책임하시네요.”

‘임신 6주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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