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법정. 나는 방청석 첫 줄에 앉아 피고인석을 바라봤다.서도현과 윤서린, 박진태가 나란히 서 있었다. 도현은 구치소 수의 차림이었고, 얼굴은 눈에 띄게 야위어 있었다. 서린은 화장기 없는 얼굴로 고개를 숙였고, 박 원장은 변호인 옆에서 계속 손가락만 만지작거렸다.법정 안이 조용해지자 검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피고인 서도현은 제약회사 영업팀장으로 근무하며 관리 대상 의약품을 불법으로 빼돌려 배우자에게 투약하고, 피해자의 재산을 관리할 목적으로 사설 병원 관계자와 공모해 강제로 입원시켰습니다."검사의 목소리가 법정 안에 또렷하게 울렸다."또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위임장에 지장을 찍게 하고, 허위 진단자료를 이용해 성년후견 개시를 청구했습니다. 범행은 장기간 준비됐고 피해자의 신체와 재산, 의사결정권을 동시에 침해했습니다."내 손가락이 무릎 위에서 천천히 말렸다. 검사는 도현의 회사 징계 자료와 병원에 내려진 행정처분 자료를 차례로 제시했다.도현은 향정신성의약품 불법 유출 사실이 드러난 뒤 회사에서 징계해고됐다. 회사 내부 감사자료에는 재고와 반출 기록이 맞지 않는 부분도 남아 있었다. 수사기관은 그 기록과 병원에서 확보한 약품 내역을 대조했고, 도현이 업무상 접근권한을 사적으로 이용한 정황을 공소사실에 포함했다.박진태가 운영하던 병원은 수사 과정에서 다른 불법 입원 사례까지 확인되면서 폐쇄됐고, 관할 행정기관은 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와 의사 면허 취소 절차를 진행했다. 서린 역시 내 물건을 가지고 출국하려다 체포된 사실과 도현과 주고받은 메시지가 증거로 제출됐다.검사는 마지막으로 형을 구했다."피고인 서도현에게 징역 15년, 박진태에게 징역 12년, 윤서린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해 주시기 바랍니다."서린의 어깨가 크게 흔들렸다.도현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재판부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정말 잘못했습니다. 피해자에게 평생 사죄하겠습니다. 한 번만 선처해 주십시오."평생 사죄.병원에서는 내 이름조차 기억 못
Last Updated : 2026-09-25 Read more